김동인의 ‘감자’ - 해설
by 송화은율김동인의 ‘감자’ - 해설
< 해설 1 >
작가 : 김동인
등장인물
복녀 : 농가 출신의 여자. 반어적 명명.
왕서방 : 중국인
복녀의 서방 : 게으르고 질이 나쁜 남자.
줄거리
싸움, 간통, 살인, 도적, 구걸, 징역, 이 세상의 모든 비극과 활극의 출원지인, 이 칠성문 밖 빈민굴로 오기 전까지는 복녀의 부처는 (사농공상의 2위에 드는) 농민이었다. 복녀는, 원래, 가난은 하지만 정직한 농가에서 규칙있게 자라난 처녀였다.
농부의 딸인 복녀는 돈에 팔려 나이가 저보다 스무 살이나 더 되는 홀아비에게 시집을 갔다. 생활은 말이 아닌데다 남편은 게을러서, 기어코 평양 교외의 빈민굴로 밀려나와 구걸로써 목숨을 이어 가게 되었다. 마침, 그 때 기자묘 솔밭에 송충이가 뒤끓어 평양부에서는 그 퇴치에 나섰다. 복녀도 그 인부의 한 사람으로 뽑혔다. 복녀는 열심히 송충이를 잡았다.
어떤 날 그녀는 몇몇 아낙네들이 감독과 더불어 웃고 놀며 소일하면서, 품삯은 자기보다 훨씬 더 많이 받는 것을 발견했다. 얼마되지 않아 복녀도 감독에게 몸을 더럽히게 되었으며, 그 날부터 다른 아낙네처럼 놀아날 수가 있게 되었고, 정조를 대수롭게 여기지 않게 되었다.
가을이 닥쳐왔을 때 복녀는 빈민굴 아낙네 들을 본받아, 이번에는 중국인 감자밭에 감자를 도둑질하기 위해 드나들기 시작했다. 어떤 밤이었다. 그녀는 감자 한 광주리를 훔쳐서 막 일어나려는 찰나 중국인 왕 서방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복녀는 중국인을 따라가서 몸을 허락하고 얼마간의 돈을 얻어 돌아왔다. 그 후부터 그녀의 집에까지 왕 서방은 드나들게 되었다. 그들 부부의 생활에는 약간 윤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복녀의 집에 왕 서방이 오면 복녀의 남편은 복녀가 마음놓고 몸을 팔 수 있도록 자리를 피해주곤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중국인 왕 서방이 장가를 들게 되었다. 새로 색시를 사온 것이다.복녀는 타오르는 질투를 참지 못해서 결혼식날 왕 서방을 찾아가서 저의 집으로 가기를 청했다. 이 때에 결혼식장은 수라장으로 변해 갔다. 복녀는 손에 낫을 쥐고 대항하다가 피를 뿜고 죽어 갔다. 이 날 밤 왕 서방은 복녀의 남편과 의사에게 각각 30원과 20원씩을 주었다. 이튿날 복녀는 뇌일혈로 죽었다는 한방의의 진단으로 공동 묘지로 실려 갔다.
그리고 시체에는 세 사람이 둘러 앉았다. 한 사람은 복녀의 남편, 한 사람은 왕 서방, 또 한 사람은 어떤 한방 의사. 왕 서방은 말없이 돈주머니를 꺼내어 십 원짜리 지폐 석 장을 복녀의 남편에게 주었다. 한방 의사의 손에도 십 원짜리 두 장이 갔다.
이튿날 복녀는 뇌일혈로 죽었다는 한방의의 진단으로 공동 묘지로 실려 갔다.
해설
이 작품은 「태형」, 「명문」 등과 함께 자연주의 경향의 소설로 소설가로서의 김동인의 위치를 확고히 해 준 작품이다. 「감자」는 복녀라는 가난하지만 정직한 농가에서 자란 여인이 환경의 영향을 받아 타락해 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이른바 자연주의의 특징인 ‘환경 결정론’에 입각한 작품이다.
‘환경 결정론’이란 주인공의 운명은 환경에 의해 이미 결정되어 있다는 이론이다. 복녀의 죽음도 따지고 보면 불우한 환경이 빚어낸 일종의 숙명으로, 그 운명은 환경에 의해 이미 결정된 것이다. 그녀의 최초의 부정은 타율적인 것이었지만 나중에는 자율적인 것으로 변화된다.
(주제) 불우한 환경이 빚어낸 한 여인의 운명적 비극
(갈래) 단편 소설, 본격 소설
(시점) 전지적 작가 시점
(문체) 간결체
(경향) 자연주의적 경향.
< 해설 2 >
「감자」는 1925년 조선문단 4호 발표된 비교적 짧은 형식의 단편 소설이다. 김동인은 「배따라기」에서 문단적 관심을 끈 이후 이 작품에서 자연주의 작품으로 확고한 위치를 굳혔다.
「감자」의 우의적(寓意的) 개념은 당시 우리 농촌의 궁핍과 도덕적 타락을 상징화하여 인간과 감자의 먹고 먹히는 관계를 주인공 복녀를 매개로 하여 남성 세계의 성적 지배와 착취의 관계에 놓여 있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글은 일제 시대 평양의 빈민굴인 칠성문 밖 동네를 배경으로 냉엄한 현실을 날카롭게 투시한 작가의 비정성을 통하여 도덕성이 붕괴한 사실을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표현하였다. 한편, 복녀라는 착한 여성을 주인공으로 설정하여 ‘빈곤과 무지가 빚어내는 인간의 파멸과 타락상’을 현실과 결부하여 파멸에 이르는 길로 제시하고 있다.
「감자」는 긍정적인 현실이나 인간보다는 부정적인 현실과 인간을 폭로하여 자연주의의 일반적 특성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구성은 주인공 복녀의 출새에서부터 점차 신분의 변화가 하강적인 곡선으로 그려졌다.
복녀가 태어날 당시 아버지는 선비였는데 농민으로 전락하여 가난하게 성장한다. 그녀 나이 열다섯 살 때, 80원의 돈 때문에 스무 살이나 많은 서른 다섯 살의 홀아비에게 팔려 시집을간다. 처음에는 조금 나은 생활을 하였으나 게으른 남편의 행보로 인하여 점차 그녀의 삶은 황폐하게 전락해 간다. 그곳에서의 삶을 계속하지 못하고 칠성문 밖으로 밀려나와 소작농, 막벌이 노동자, 빈민굴의 거지를 거쳐 창녀가 되기까지 막다른 국면에 이르게 된다.
최초의 부정은 타율적인 것이었으나, 복녀가 매음(賣淫)이라는 비정상적인 길에 접어들면서 기존의 가치관인 도덕관과 윤리관에 변화를 갖게 된다. 이것은 평양부 빈민 구제 사업의 하나인 기자묘 솔밭의 송충이 구제 사업에서 비롯된다. 그녀는 하루 임금으로 삼십이 전을 받은 후 처음으로 자신의 노동력을 객관화시키는 계기가 만들어진다. 그러던 중, 송충이 잡이 감독관과 그녀의 사이에서 벌어진 성적 폭력은 주인공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채 도덕적 타락에 빠지게 된다. 성을 판매하면서도 ‘빌어 먹는 것보다 점잖다’고 말하는 태도는 기존의 윤리관을 불신하고 쾌락에 탐닉하여 인생관이 타락으로 변화한 것이다.
그 후 복녀는 왕서방네 밭에서 감자(고구마)를 훔치다 들켜 그의 몸을 맡기게 된다. 가난에서 오는 경제적인 조건을 타개하기 위하여 왕서방에게 정조를 파는 것이 오히려 자기의 불안한 행위를 정당화시키는 계기가 된 것이다. 남편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동안 자신은 어느덧 돈의 노예가 되어 간다. 그러던 가운데, 왕서방이 처녀를 얻어 혼인하자 복녀는 심한 질투심을 느끼게 된다. 마침내 그 질투심으로 인하여 왕서방을 죽이려고 낫을 가지고 덤벼들다가 오히려 그녀가 살해된다. 왕서방은 그녀의 죽음을 남편과 한의사에게 돈으로 매수하여 뇌일혈로 처리한 후 공동묘지에 매장한다.
「감자」는 복녀라는 주인공을 통하여 삶의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모순과 가정 환경의 마찰에서 빚어지는 가치의 어긋남을 묘사하여 인간의 부정적이고 어두운 면을 적나라하게 표현하였다. 그녀의 죽음을 불우한 외적 환경이 만든 숙명으로 볼 때 인위적 환경에 의한 인간의 행동 양식은 주변의 실제 생활과 관련된다고 본다. 이와같은 측면에서 김동인 문학의 主潮는 한 마디로 말한다면 자연주의(自然主義)이다.
자연주의란 원래 프랑스의 소설가 에밀 졸라의 ‘실험 소설론(1880)’에서 비롯되었다. 그에 의하면 자연주의는 대체적으로 소설에서 객관성 시도, 솔직성, 사상에 대한 비도덕적 태도,결정론의 철학 비관주의, 야수적 본성, 유전과 같은 기준을 지닌다.
따라서, 「감자」는 자연주의 요소 가운데 환경결정론(環境決定論) - 환경의 변화에 의해 입체적 인물의 성격과 행동이 결정된다.- 의 실험이 특정적으로 사용되었다. 김동인의 소설에는 바로 이런 자연주의의 기준이나 사고 방법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반도덕성과 결정론이 주조를 이룬다. 그의 작품 가운데 자연주의 계열에 속하는 것은 「감자」외에 「발가락이 닮았다.」(1932),「김연실전」(1939)등이 있다.
작품 요약
주제 : 빈곤과 무지가 빚어내는 인간의 파멸과 타락상.
인물 : 복녀 - 주인공으로 원래 도덕적 기품을 가진 정숙한 여성이었으나 자신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에 지배받아 점차 타락하고 파멸해 가는 동적 인물.
남편 - 천성이 게으르고 무능한 사람으로 아내를 하나의 상품으로 인식하는 비인간적이며 정적 인물.
왕서방 - 중국인 소작인. 복녀와 정을 통하고 또 돈으로 처녀를 사들인 뒤 복녀를 죽인 뒤 복녀를 죽인 비정한 인물이며 정적 인물.
배경 : 1920년대 평양의 빈민굴인 칠성문 밖 동네.
(공간적 배경은 비극과 활극의 근원지인 칠성문 밖 빈민굴이라는 현실적 공간이며, 시간적 배경은 사건 전개 방식이 현재와 과거의 회상등 일상적 삶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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