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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감과 러브레터’ / 소설 / 해설 / 현진건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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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사감과 러브레터’ / 현진건

 

<B사감과 러브레터>1925<조선문단>에 발표된 단편소설이다. 이 소설은 현진건의 우수적, 감상적이면서 사회비판적인 여타의 작품들인 <운수 좋은 날>이나 <고향>같은 작품과는 달리 그의 인간 그 자체에 대한 비평정신이 나타나 있는 작품이다.

 

<B사감과 러브레터>B사감의 괴팍한 성미와 이해하기 힘든 기행에 초점을 맞추어 B여사의 이중성을 조서하고 그 정체를 폭로시키는데 알맞는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1920년대 C여학교 기숙사를 배경으로 3인칭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짜여진 소설로, ‘욕구의 표현이 봉쇄된 노처녀의 위선적이고 이중적인 인간성을 주제로 설정하였다.

 

그러나 이 작품은 인간이 지니고 있는 인격의 이중성 내지 위선의 문제를 단순한 풍자나 희극에 머물지 않고 예리한 비판 정신과 희극적 아이러니(反語)세계로 나아간다. 이 소설은 기숙사라는 제한된 공간 즉 외부와의 연결이 단절된 공간에서 시작되고 끝나며, 사감과 학생이라는 인간 관계 안에서만 사건이 진행된다.

 

C여학교의 교원 겸 기숙사 사감(舍監)인 주인공 B여사는 성격면으로는 딱장대요, 신조로는 독신주의자이며, 정신면에서는 찰진 예수꾼으로 일상적인 자세가 근엄하기 짝이 없다. 이러한 B여사가 철저하게 미워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기숙사로 하루에도 몇통씩 날아드는 러브레터다. 그녀는 편지를 건네주지 않을 뿐 아니라 그 학생을 부럴 자초지종을 하나 하나 캐어 묻고 학생을 닦달질 한다.

 

B사감이 다음으로 싫어하는 것은 기숙사 생도에게 남자가 면회를 오는 일이다. 이 원칙에는 친부모 동기도 예외는 아니며, 이 일로 학생들이 동맹 휴학까지 벌린 일이 있다. 그런데도 이 버릇을 쉽사리 고치려 들지 않는다.

 

이렇듯 표면적인 근엄 일변도 그녀에게 갑작스런 변화가 일어난다. 그것은 폐쇄시켜둔 본능이 일단이 노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한밤중마다 기숙사에는 난데 없이 깔깔대는 웃음소리와 속살거리는 낱말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도 이 수수께끼의 정체를 풀길이 없다가 드디어 용감한 세 사람의 처녀에 의해 그 해괴한 사건이 풀려 나간다. 놀랍게도 한밤중에 감미로운 연애 장면을 독백으로 연출하는 주인공은 바로 B여사로 그녀는 학생들에게 온 러브레터를 뜯어 들고 혼자 독백식 대화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인제 고만 놓아요. 키스가 너무 길지 않아요, 행여 남이 보면 어떻해요.”

길수록 더욱 좋지 않아요, 나는 내 목숨이 끊어질 때까지 키스를 하여도 길다고는 못하겠습니다······”

이러한 소리를 들은 세 처녀는 그 방안의 광경을 훔쳐보고 기상천외의 뜻밖의 광경에 놀랐다.

 

첫째 처녀는 저게 웬일이야로 전도적 현실에 경약을 표시했고, 둘째 처녀는 아마 미쳤나 보아로 일종의 광태를 보았고, 세째 처녀는 에그 불쌍해!’로 연민의 정을 표새하는 것으로 소설을 끝맺고 있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본능과 전위 의식이라는 대립 구조를 통하여 인간의 속성에 대한 원초적인 물음을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본능과 전위 의식은 현실적으로 양립될 수 없음에도 그것이 가능한 것처럼 작가는 전반부에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후반부로 가면서 B사감이 실상이 드러나면서 그녀의 열등의식을 감추기 위해 본능을 감추고 기숙생들에게 엄격하게 대하고 찾아오는 이들을 박절하게 된다.

 

이와 같이 B사감이 보여준 일상적인 상황에서 엄격한 태도와 뒷장면의 연출에 드러난 모노드라마는 인간 성격의 극한적인 모순성이 드러난다. 따라서 정상적인 안목으로 보면 그녀는 분명 이상 성격의 소유자이지만, 동시에 그녀는 그것은 어떤 형태로든 표출될 수밖에 없다는 인간 심리의 한 진실을 보여 주고 있다.

 

사실주의 작가로서 치밀하고 섬세한 문장으로 작품을 연마한 현진건은 <B사감과 러브레터>에서 단일 구성에 극적인 흥미를 고조시켜, 갈등을 일시에 해소시킨 기법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였다. 그러므로 이 작품은 기숙사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일어날수 있는 사건을 제재로 인간의 원초적인 문제를 사실감 있게 표출한 우수작이다.

 

작품 요약

 

주제 : 욕구의 표현이 봉쇄된 노처녀의 위선적이고 이중적인 인간성.

인물 : B사감(舍監)-40대의 노처녀로, C학교의 교원 겸 기숙사 사감. 독신주의자이며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자신의 성격적 변화를 독백으로 드러낸 정적 인물.

세 처녀- B사감의 상대역으로 기숙사 여학생들. 주로 B사감의 본능적인 면을 발견하는데 동원된 소도구 역할만 함.

배경 : 1920년대 C여학교 기숙사

(공간적 배경은 기숙사로 인간의 본능을 제한하고 있으며, 시간적 배경은 현재의 시간에서 과거의 시간을 회상하다가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일상적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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