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논술29 - 한국인의 태도
by 송화은율한국인의 태도
※ 제시문 (가)의 내용을 요약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시문 (나)와 (다)에 나타난 한국인의 태도를 비판하면서 타민족 혹은 재외동포를 대하는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서술하시오.
☞ 유의 사항
1. 띄어쓰기를 포함하여 1,600자(±16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
2. 제목은 쓰지 말고 특별한 표시를 하지 마시오.
3. 제시문 속의 문장을 그대로 쓰지 마시오.
4.. 수정할 부분이 있을 경우 수정도구를 사용하지 말고 원고지 교정법에 의하여 교정하시오.
(가) 동양인은 후진적, 퇴행적, 비문명적, 정체적 등의 여러 가지 호칭으로 불리는 다른 민족과 함께, 생물학적 결정론과 윤리적․정치적 교훈으로 구성되는 틀 속에서 관찰되었다. 그리하여 동양인은 비참한 이방인이라고 하는 표현이 가장 적합한 아이덴티티를 공유하는, 서양 사회 속의 여러 요소(범죄자, 광인, 여자, 빈민)와 결부되었다. 동양인이 동양인으로서 보이거나, 주목된 적은 없었다. 그들은 시민으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아니고, 해결되어야 하고 한정되어야 하며 또는--식민주의적인 여러 세력이 공연히 그들의 영토를 욕구하는 경우에는--접수되어야 할 문제로서 간파되고 분석되었다. 요컨대 대상을 동양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이미 평가적인 가치판단을 포함하고 있고, 예컨대 쇠퇴한 오스만 제국의 내부측 주민들을 얘기하면 그것에 대한 암묵적 행동 계획이 포함되어 있었다. 동양인은 종속 인종의 일원이었기 때문에 반드시 종속되어야 했다.
그러나 잠재적인 오리엔탈리즘의 역할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이상할 정도로(불쾌할 정도라고까지는 말할 수 없다) 남성적인 세계 개념을 촉진했다. 현대의 전문가 집단과 마찬가지로, 오리엔탈리스트들도 또한 스스로와 스스로의 주제를 성차별주의의 색안경을 통해 바라보았다. 이것은 여행가와 소설가의 저작에 분명히 나타나 있다. 곧 여성이란 보통 남성적인 권력 환상에 의해 만들어진 생물이라는 것이었다. 여성들은 무한한 관능의 매력을 발산하고, 다소간 어리석으며, 무엇보다도 그들은 순종한다. 나아가 남성적인 세계 개념은 실천적인 오리엔탈리스트들에게 영향을 끼쳤고, 그것은 정지되고 얼어서 영구히 변화하지 않는 것으로 변하는 경향을 가졌다. 동양과 동양인이란--그 낱말의 가장 깊은 의미에서--발전, 변화, 인간적 운동의 가능성 그 자체를 부정당하고 있다. 외부에 알려지고 궁극적으로 고정화되어, 또는 비생산적인 특질을 갖는 동양과 동양인이란 곧 바람직하지 못한 불변성과 동일시된다. 동양이 찬양되는 경우에 사용되는 ‘동양의 예지’라고 하는 말은 여기서 유래하고 있다.
(나) 영국에 <London>이 있는 셈으로 조선에 <서울>이 생긴 것을 ‘나’는 몹시 반가워하였다. 이 우연한 일이 아니오 뜻이 깊은 것이라 생각하였다. 이 무슨 이상한 좋은 징조가 아닌가 하였다.
<서울>이여 <서울>이여. 네 부디 영국의 런던처럼 되어라. 너 <서울>로 말미암아 조선을 영국처럼 되게 하여라. 그를 문명과 자유와 평화로 뒤덮게 하여라. <서울>이여 <서울>이여 너는 하늘로 하강한 천사로다. 너의 대붕의 나래와 같은 큰 날개로--아 그 부드러운 날개로 우리 <서울>을 두루 싸게 하여라. 그리하여 거기서 휘황찬란한 광채가 나서 널리 천하에 퍼지게 하여라.
( … 중략 … )
서광이 비치인 서울로 하여금 장차 혁혁한 태양이 내리비쳐 영광이 조선에 두루 비치고 이름이 세계에 떨치게 하려면 서울 인사들이 떠오르는 새벽빛을 바라보고 용기 있게 일어나서 각기 사력을 다하여 혹은 붓을 들고 혹은 흑필을 들고 산반을 들고 망치를 들고 싸우고 싸울지어다. 일어나는 문명운동에 크게 호응하여 응원하며 투신하여 희생이 되어라.
그리하면 우리 서울도 오래지 않아서 동경이 되고, ‘와싱톤’이 되고 ‘파리’, ‘베를린’, ‘런던’이 되겠다.
(다) 지금도 한국에서 꽤 오랫동안 한국학을 공부한 한 고려인(러시아 한인 교포)여성과 나눈 대화가 자주 떠오른다. 한국의 명문대학에서 장학금을 받아 석사를 마친 그 여성은 박사과정까지 장학금이 계속 나오는데도 학위를 한국에서 따지 않겠다고 했다. 나는 놀라서 물었다.
“아니, 한국학을 하려면 종주국이자 당신의 고국인 한국에서 계속하는게 순리가 아닙니까?”
그러나 그 여학생의 대답은 의외로 공격적이었다.
“나처럼 ‘고려인’ 딱지를 달고 여기에서 살아보셨어요? 식당을 가도, 미장원을 가도 내 외국식 발음을 듣고 맨 먼저 물어보는 것이 ‘어디서 왔느냐? 어느 나라에서 온 교포냐?’ 는 것이죠. ‘고려인’ 이라고 하면, 그 다음 반응이 뭔지 아세요? ‘아이고. 거기에서는 어렵지? 사는 게 어려워서 왔구먼.’ 십중팔구는 그런 식이에요. 국어의 조사체계를 연구하려 왔다고 하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다들 실실 웃어 보이죠. 그들은 말로는 우리를 같은 민족, 같은 동포라고 부르지만, 각자의 의식을 들여다보면 인권을 가진 같은 인간이라는 기본적인 생각조차 없는 것 같아요. 우리는 그들에게 단지 불쌍히 여겨 동냥해야 할 하층민들이죠. 물론 러시아로 귀국해서 공부하면 인종차별을 일삼는 모스크바 경찰들에게 신분증 검사를 당하고 가끔 모욕도 당하겠지만, 그래도 그들의 깡패적인 차별이 여기에서 벌어지는 일상적인 차별보다 덜 무서워요!”
세계 자본주의에 보편적인 경제적 차별을 설명해 가며 가지 말고 있으라고 설득했지만, 끝내 그 여성의 결심을 바꿀 수 없었다. 그 여성이나 내가 대화를 나누어본, 한국에 체류 중인 대다수 고려인과 조선족을 노하게 만드는 것은 경제적 우열에 따른 단순한 차별이라기보다는 한국 사회가 재러․재중 교포에게 적용하는 일종의 ‘한국식 오리엔탈리즘’ 논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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