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능력의 특성과 글쓰기 능력의 목표 수준

 

글쓰기 능력의 특성과 글쓰기 능력의 목표 수준 / 박 영 목(홍익대학교 교수)

 

 

Ⅰ. 글쓰기 능력의 특성과 글쓰기 능력 함양을 위한 방안

 

국어 능력으로서의 글쓰기 능력에 대하여 발표를 해 주신 권영민 교수님은 글쓰기의 상황을 소통의 이론에 근거하여 검토하면서 개념의 생성과 텍스트의 생성이라는 글쓰기의 두 가지 과정을 설명하고, 이 두 가지 과정에서 요구되는 사고 능력과 언어 능력을 통해 글쓰기 능력의 밝히고, 아울러 글쓰기 능력을 함양하기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제안하였습니다. 권영민 교수님은 국민의 글쓰기 능력 함양을 위하여 선결해야 할 방안으로 글쓰기 이론의 개발, 국어 지식의 보편적 확대, 새로운 글쓰기 제도의 확립, 국어 문장 상담소의 운영 등을 제시하였습니다. 글쓰기 능력의 특성과 글쓰기 능력 함양을 위한 방안에 대한 권영민 교수님의 견해에 대하여 저는 전적으로 동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그러나 토론자로서 맡은 역할을 저 나름대로 수행하기 위하여 작문 교육 이론 전공자의 입장에서 글쓰기 능력의 특성과 국민이 도달해야 할 글쓰기 능력의 목표 수준에 대하여 제 자신의 견해를 말씀드림으로써 토론을 대신하고자 합니다.

 

 

Ⅱ. 글쓰기 능력의 특성

 

글쓰기 능력을 한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일반적인 능력으로 규정하거나 정형화된 텍스트의 작성에 필요한 일련의 기술적 기능의 집합으로 규정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수사론적, 사회적, 문화적 상황의 일부로서 수행되는 활동입니다. 사람들은 글을 씀으로써 개인적이거나 사회적인 목적의 행위 혹은 교호 작용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활동의 과정에서 사람들은 텍스트의 구성 원리 혹은 관습에 따라 텍스트를 조직하고, 조직한 텍스트를 적합한 언어로 번역하는 일만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반적인 사회적 활동을 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한 개인은 글쓰기 활동 경험을 통하여 축적한 글쓰기의 관습에 대한 일련의 지식을 바탕으로 글쓰기 활동을 할 뿐만 아니라 주어진 상황의 요구와 필요와 목적에 대한 최선의 반응으로서 글쓰기 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글쓰기 능력은 정형화된 텍스트를 생산하는 고정된 능력이라기보다는 사회적인 상황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는 능력으로서, 텍스트의 생산 활동을 원활하게 해 주는 일종의 정수(正手)를 쓸 수 있는 능력으로 해석해야 할 것입니다.

 

글쓰기 활동을 잘 하는 데에 필요한 두 가지 요소는 글쓰기의 관습에 대한 지식과 글쓰기의 과정에서 요구되는 문제 해결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글쓰기 활동을 잘 하기 위하여 학습해야 할 글쓰기의 관습에 관한 지식으로는 내용 생성 원리, 조직 원리, 효과적인 표현 원리, 예상 독자의 요구와 기대의 반영 원리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지식을 모든 유형의 글쓰기 활동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어떤 한 유형의 글쓰기 활동을 잘 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다른 유형의 글쓰기 활동에서는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개인의 정서 표현과 감상 위주의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도 정확한 논증 위주의 글을 쓰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글쓰기 활동에 필요한 지식이나 기능은 글을 쓰는 사람이 속한 담화 공동체의 특성과 텍스트의 유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글을 잘 쓸 수 있는 상태는 목표 지향적 태도와 일련의 전략을 가지고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보화 사회로 특징을 지을 수 있는 21세기의 전문 직업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회․문화 집단의 각 구성원들은 직면한 문제를 분석해야 하고, 다른 사람들과 효과적으로 의사를 소통해야 하며, 새로운 상황에 들어가서 다른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규명해야 할 것입니다. 유능한 문제 해결자는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하고 상호 작용을 하며 의미 구성을 위하여 목표 지향적 태도를 취합니다. 그리고 목표에 도달하기 위하여 일련의 강력하고도 대안적인 전략들에 의존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그러한 전략들을 개발하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갈등에서 생겨납니다. 하나의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변화해야 하는 경우, 또는 서로 다른 목적이나 의제 사이에 갈등이 생기는 경우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문제 해결은 문제의 발견에서 시작됩니다. 어떤 상황에서 사람들 사이의 공통된 의제나 내재적 목적들 사이에 갈등이 일어났을 때 그 갈등의 실체를 진술해 봄으로써 문제를 정확하게 규정할 수 있게 됩니다. 필자는 자신의 앞에 가로놓인 수사론적 상황과 담화 공동체의 관점에서 작문의 과제와 예상 독자를 분석함으로써 문제를 발견하고 규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필자는 마음속으로 큰 그림을 그리게 되며, 이 그림은 의사소통의 입장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문제 해결과 전략적 행위의 기초가 됩니다.

 

수사론적 상황은 필자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적 맥락, 표현 행위를 촉구하는 이유 혹은 사건, 교호 작용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이며, 담화 공동체는 공통의 목표와 관심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공통의 언어, 공동의 전제, 일련의 공유된 기대와 관습을 바탕으로 의사소통을 함으로써 형성되는 집단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사회인지적 관점에서 볼 때, 전문 직업 세계에서의 작문 전략은 작문 맥락의 독해 전략, 작문 계획에 관한 전략, 계획의 실행을 위한 전략, 작문 과정에서의 평가와 검증 전략 등으로 대별할 수 있습니다.

 

작문 맥락의 독해를 위한 세부 전략에는 수사론적 상황의 재구성 전략, 텍스트에 대한 정보 전달적 독해와 수사론적 독해 전략, 문제의 발견과 분석 전략 등이 있습니다. 수사론적 상황의 재구성을 위해서는 작문 과제, 예상 독자, 갈등과 기대 등을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보 전달적 독해는 화제 구조도의 작성, 요약, 주장과 근거의 발견, 요점의 발견, 반응의 예견 등을 위해 필요하며, 수사론적 독해는 작문 의도, 작문 관습, 작문 맥락 등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합니다. 문제의 발견과 분석 전략은 문제 발견, 문제 분석, 문제 혹은 목적의 진술 등을 위한 전략입니다.

 

작문 계획을 위한 전략은 작문 맥락의 번역을 통한 작문 행위 전략입니다. 작문 계획을 위한 세부 전략에는 편집기의 정지와 브레인스토밍(발상 모으기), 계획 혹은 초고 다음의 휴식과 배양,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한 간결한 설명, 화제 구조도의 작성, 협동적 계획 등을 들 수 있습니다. 화제 구조도는 브레인스토밍의 조직, 세부 내용의 개발, 초고의 확장 등에 이용될 수 있습니다. 협동적 계획을 위해서는 계획자의 역할과 지원자의 역할이 규정될 필요가 있습니다. 계획자의 역할로는 핵심 문제의 제시, 숨은 이유와 목적의 현시, 더 나은 계획의 탐색과 조정 등을 들 수 있으며, 지원자의 역할로는 질문과 재고, 문제 발견, 협동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계획의 실행을 위한 세부 전략에는 안정적이고 관습화된 기존 텍스트의 재활용, 특정 텍스트의 전체적 구조와 조직 방식 모방, 작문 모델의 참조, 필자 고유의 모델 설계, 내용 전개를 위한 텍스트 작성 규칙의 이용, 구두 발표를 이끌어 나갈 총체적 아이디어 발견 전략 등이 있습니다. 모델이 제공하는 정보는 조직 형식 혹은 유형, 논리 전개의 양식 및 독자의 기대를 충족하는 전개 방식, 텍스트의 특정 부분에서 사용되는 언어 사용 방식 등이며, 모델이 제공할 수 없는 정보는 독자의 요구 및 상황에 가장 적합한 조직 유형, 상황에 적절한 세부 내용 및 논리 전개 양식, 문체와 어조와 개성적 표현 등입니다. 필자 고유의 모델을 설계할 때에 필자가 사용하는 가장 보편적인 전략 중의 하나는 일련의 구체적인 예를 찾아보고, 그러한 예에서 필자 자신이 애호하는 특성들을 찾아내어 필자 고유의 모델을 짜내는 것입니다. 내용 전개를 위한 텍스트 작성 규칙에는 요점을 중심으로 하여 텍스트를 조직하기, 일반적인 것에서 구체적인 것의 순서로 아이디어를 배열하기, 아이디어를 연결하기 위한 표준적인 수사론적 유형을 이용하기, 주장과 근거로써 논증을 구성하기, 수사론적 규칙을 바탕으로 읽고 쓰기, 그림 정보를 바탕으로 텍스트 작성하기 등이 있습니다. 구두 발표의 구체적인 전략에는 표현의 과정을 이끌어 갈 핵심 문제 혹은 총체적 아이디어를 드러내기, 총체적 아이디어에 대해 간단명료하게 초점을 맞춘 조직 계획을 선택하기, 시간과 형식과 청자의 관심 등을 고려하여 필요하고도 적절한 세부 내용을 선정하기, 이미 작성된 텍스트에서 핵심적인 해설 자료나 그림 자료를 선정하여 청자에게 제공하기 등이 있습니다.

 

평가와 검증을 위한 세부 전략에는 필자 중심의 텍스트를 독자 중심의 텍스트로 전환하기, 자신의 텍스트가 독자 중심의 구조로 되어 있는지 여부를 검증하기, 텍스트 작성의 미시적 규칙과 거시적 규칙의 면에서 초고를 검증하기, 독자의 검토 과정을 통하여 초고를 검증하기 등이 있습니다. 미시적 규칙의 적용 예로서는 구정보와 신정보, 내포된 정보, 대등적 정보와 종속적 정보, 반복과 지시, 능동문과 피동문 등을 들 수 있고, 거시적 규칙의 적용 예로서는 화제의 전개 과정, 수사론적 유형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독자 검토를 위한 절차는 검증하고자 하는 텍스트의 특성 결정, 독자의 선택, 검증 방법의 선택, 수정 보완할 내용의 정리 등의 순서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글쓰기 활동을 잘 하기 위해서는 글을 쓰는 과정에서 부딪히는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사람들은 흔히 글을 쓰는 과정에서 매우 불확실한 수사론적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데 이러한 수사론적 상황에 대한 필자의 반응은 사회적 맥락을 해석하고 표상하는 방식이나 전략에 따라 달라지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필자는 미리 정해진 규칙만으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불확실하고도 복잡한 여러 가지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면서 글을 쓴다는 것입니다. 특정 개인의 글쓰기 활동은 바로 그 개인이 처한 사회적 맥락에서 만나게 되는 문제를 최선의 방식으로 해결하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 해결 활동은 글을 쓰는 상황의 해석, 정보의 생성 및 조직, 추론의 생성, 목표의 설정, 선행 텍스트에 대한 반응, 기존 지식의 활성화, 대안의 도출 등을 통한 의미 구성을 위하여 올바른 절차를 밟아 가는 활동입니다.

 

의미 구성 과정은 경우에 따라 필자의 의식(意識) 영역(領域) 내부에서 자동적으로 또는 유연하게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대개의 경우 의식적인 주의 집중과 체계적인 사고 작용을 바탕으로 한 문제 해결 작용으로 이루어집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여러 가지 기대와 제약 속에서 의미를 구성하기 위하여 상충되는 정보와 대립적인 목적 사이의 갈등을 적절하게 조절하기 위한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아내야 합니다.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제약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하여 글을 쓰는 사람은 협상을 통한 의미 구성 활동을 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의미를 구성하는 과정은 글을 쓰는 상황에 대한 해석에서 비롯됩니다. 필자는 좋은 글을 쓰기 위하여 글을 쓰는 맥락을 이해해야 하고, 예상 독자의 기대를 분석해야 하며, 주어진 글쓰기 과제에 담긴 핵심적인 내용을 파악해야 하며, 필자 자신의 역할에 대한 인식을 바르게 해야 합니다. 특히, 어렵거나 불확실한 글쓰기 과제에 대하여 새로운 텍스트를 생산해야 하는 경우에 해석의 과정은 필수적인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글쓰기 활동의 상황에 대한 해석과 함께 필자가 현재 당면하고 있는 글쓰기 활동의 기저가 되는 글쓰기 전략을 해석하는 일 또한 이 과정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필자는 내용의 생성 방식이나 조직 방식 등에 관하여 여러 가지 대안이 있을 수 있으며, 이들 대안들 중에서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 것인지를 결정할 때에 여러 가지 제약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제약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필자는 예상 독자의 반응, 주어진 글쓰기 과제의 성격 등 텍스트 외적인 요인과도 협상을 해야 하지만 글의 맥락, 표현 양식, 지금까지 작성된 텍스트 등 텍스트 내적인 요인과도 협상을 해야 합니다. 의미 구성 과정에서 수행되는 재고하기는 의미 구성 결과 및 과정에 대한 평가와 조정과 통제 등의 상위 인지적(上位認知的) 작용입니다. 의미 협상 과정에서 수행되는 재고하기는 필자 자신의 목적과 가정과 전략과 동기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글쓰기의 전 과정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합니다.

 

글쓰기 능력은 전략적 지식의 집합으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그 특성을 찾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전략적 지식은 글을 쓰는 과정에 필요한 목표와 전략과 의식 작용 등 세 가지 요소에 대한 절차적 지식을 말합니다. 능동적인 의미 구성자인 필자는 흔히 모순되거나 문제투성이인 논리로써 글을 써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전략적 지식은 이러한 문제투성이의 논리를 잘 정돈된 논리로 변형하는 데에 기여합니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사회인지적 상호 작용을 원활하게 해 주는 요소는 정형화된 규칙이나 공식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가변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전략적 지식입니다.

 

Ⅲ. 국민의 글쓰기 능력 목표 수준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함께 21세기의 사회에서는 교육 분야에 새로운 학습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학생들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자유롭게 광범위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학습의 내용 또한 수직적으로나 수평적으로 크게 확충되었으며, 학생들의 흥미와 요구와 능력에 따라 비교적 쉽게 조절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학생들은 필요한 학습 정보를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대신에 주어진 정보를 조절하고 적용함으로써 자신의 학습 경험을 재구조화하고 재설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21세기의 사회에서 요구되는 문식력(文識力)을 효과적으로 신장할 수 있는 도구와 자원에 모든 사람들이 균등하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되고 있으며, 사회 구성원들은 누구나 평생 학습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고 세상의 변화와 함께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축적해 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국경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다른 세계의 사람들과 생각이나 정보를 공유하면서 서로 다른 가치 체계와 문화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과학 기술의 발달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21세기의 문식성(文識性)은 기술적 문식성, 정보 문식성, 매체 창의성, 사회적 능력과 책임 등의 네 가지 요소를 지녔다는 점에서 그 특성을 규정할 수 있습니다. 기술적 문식성은 다양한 원천에서 제공되는 정보에 접근하고, 가정․학교․직장 등의 다양한 환경에서 다른 사람들과 의사를 소통하기 위하여 인터넷과 같은 새로운 매체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과 연관되는 개념입니다. 정보 문식성은 정보를 수집하고, 수집한 정보를 타당하게 평가하여 적절한 맥락에서 활용하고, 수집한 정보의 연관성과 질에 관한 비판적 의견을 형성할 수 있는 능력과 연관되는 개념입니다.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매체 내용의 생산과 보급은 거의 무제한적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개방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매체 창의성은 학습과 직업 생활과 시민 생활을 위한 정당한 수단으로써 매체 내용을 생산하고 보급할 수 있는 능력과 연관되는 개념입니다. 사회적 능력과 책임은 매체 사용자로서 정보를 선정하고 여과하기 위하여 적절한 도구와 지식의 보유, 그리고 매체 생산과 보급의 사회적 결과를 신중하게 고려할 수 있는 능력과 책임감 등과 연관되는 개념입니다.

 

과학 기술과 사회의 변화는 의사소통과 사고 활동의 방식과 함께 문식(文識) 활동 방식의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21세기의 주역이 될 우리의 학생들을 미래 사회에서 성공적이고도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준비시키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국어 활동 능력과 함께 21세기의 사회가 요구하는 높은 수준의 문식력(文識力)을 보유할 수 있도록 최선의 방식으로 도와주어야 합니다. 21세기가 요구하는 높은 수준의 문식력은 일련의 기술적 기능들의 집합이 아니라 고도의 지적 능력, 미래에 대한 통찰력, 공동체적 삶을 영위하는 데에 필요한 올바른 인간성과 가치관 등을 바탕으로 한 격조 높은 삶의 양식과 밀접한 연관을 맺게 될 것입니다.

 

21세기의 사회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일반 국민들이 일상생활과 사회생활과 직업 생활의 과정에서 해야 할 글쓰기 활동의 유형은 정보의 획득과 전달을 위한 글쓰기, 문학적 반응과 표현을 위한 글쓰기, 비판적 분석과 평가를 위한 글쓰기, 사회적 상호 작용을 위한 글쓰기 등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다음에서는 이들 네 가지 유형의 글쓰기 활동을 중심으로 하여 일반 국민들이 기본적으로 도달해야 할 목표 수준을 간단히 정리하여 제시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사람들은 정보의 획득과 전달을 위한 글쓰기 활동을 통하여 문제를 제기하고, 의문을 명료하게 밝히고, 자신의 언어로 정보를 해석하며, 정보를 다양한 상황에 적용하고, 정보와 그 정보에 대한 해석을 명료하고 간결하며 이해하기 쉽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보의 획득과 전달을 위한 글쓰기 활동을 통하여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목표 수준에 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첫째, 여러 분야와 연관되는 다양한 주제에 관하여 간단한 보고서, 설명문, 논술문 등을 작성하고 발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 주어진 주제 혹은 글쓰기 과제에 대한 개인적 관점과 식견을 드러내는 중심 생각을 명료하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셋째, 글쓰기의 과정에서 다양하고도 적합한 조직 유형(서사, 인과, 논증, 비교/대조 등)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넷째, 명시적 진술, 근거, 적절한 논증 등을 통하여 정보의 상대적 중요성에 관한 해석과 의사 결정을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섯째, 재구조화, 오류의 수정, 명료성과 효과성을 높이기 위한 수정 등을 통하여 초고를 가다듬을 수 있어야 합니다. 여섯째,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각 개인의 독창적인 문체를 개발하기 위하여 다양하고도 광범위한 문법적 구조와 어휘를 사용하고, 정보 전달을 위한 일반적이고도 표준적인 규칙과 관습을 효율적으로 적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람들은 문학적 반응과 표현을 위한 글쓰기 활동을 통하여 문학적 텍스트의 내용과 언어에 대한 자신의 해석과 분석과 반응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며, 창의적이고도 복합적인 특성을 지닌 언어와 구조를 사용하여 문학적 텍스트를 생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문학적 반응과 표현을 위한 글쓰기 활동을 통하여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목표 수준에 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첫째, 장르, 시대, 문학적 전통 등과 연관하여 뛰어난 작품에 대한 개인적 해석과 반응을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 문학 작품이 지니고 있는 다층적 의미를 드러내는 문학적 해석을 생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셋째, 장르 관습을 지키고 효과적인 구조와 언어를 사용하여 다양한 유형의 문학적 텍스트를 창의적으로 생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넷째, 개성적인 문체로 표준적인 국어를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람들은 비판적 분석과 평가를 위한 글쓰기 활동을 통하여 자신의 경험과 아이디어와 정보와 주요 문제에 대한 의견과 판단을 구체적인 범주와 기준에 따라 명료하고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비판적 분석과 평가를 위한 글쓰기 활동을 통하여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목표 수준에 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첫째, 설명, 논증, 비평, 문제 분석 등과 같은 여러 가지 형식을 통하여 다양한 관점에서 자신의 입장을 분석하고 설명하는 잘 짜인 글을 쓸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 독자가 자신의 입장을 지지할 수 있도록 세부 내용, 근거, 논증, 표현 전략 등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셋째, 특정 독자에게 최대한의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자신의 표현 방식을 점검하고 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넷째, 공식적인 설명과 논증을 위한 규칙이나 관습을 지키고 풍부하면서도 간결한 어휘를 사용하는 등 표준적인 국어를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람들은 사회적 상호 작용을 위한 글쓰기 활동을 통하여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설정하고 유지하고 촉진하기 위하여 문어적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회적 상호 작용을 위한 글쓰기 학습을 통하여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목표 수준에 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첫째, 다른 사람들과의 원활한 사회적 의사소통을 위하여 다양한 유형의 인쇄 매체와 전자 매체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 예상 독자와 글쓰기 맥락과 메시지를 잘 연결할 수 있도록 효과적인 언어와 표현 양식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셋째, 여러 사회 집단과 문화 집단의 필자들이 준수하고 있는 사회적 관습과 언어적 관습을 익히고, 다른 집단 구성원들과 의사소통을 할 때에 그러한 관습을 적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