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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거래(歸去來)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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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거래(歸去來)

: 관직을 사임하고 고향으로 돌아감. ()의 도연명(陶淵明, 도잠)귀거래사(歸去來辭)’에서 유래

 

관련작품

1. ---  도연명 <귀거래사>

󰊲 ---  (명종 때) 농암 이현보, 치사한정가(致仕閑情歌) <농암애 올아 보니 老眼(노안)猶明(유명)이로다.>

 

 귀거래

벼슬에 연연하지 않고 적당한 때 그만두고 낙향하는 귀거래(歸去來)는 우리 선비의 조건이었다. 이를테면 퇴계 이황(李滉) 같은 분은 평생 열한 번이나 벼슬을 버리고 귀거래를 하고 있다.

 

마치 고향에 말뚝을 박아놓고 그 말뚝에 고무줄로 라도 연결해 놓은 듯 벼슬만 그만두면 그 탄력으로 끌려들곤 했던 것이다. 떠날 때마다 그를 흠모하는 하얀 베옷의 인파가 한강 둑을 메웠기로 퇴계의 낙향을 읊은 시 가운데 "백파(白波)를 가르고 떠난다"는 구절이 있으며, 그 후부터 벼슬에 연연하지 않고 귀거래 하는 것을 '백파를 가른다'고 표현했으니 퍽이나 시적이다. 벼슬에 연연하는 사람도 사이비(似而非) 귀거래를 하지 않을 수 없었을 만큼 귀거래는 벼슬아치의 상식이었다.

 

조광조(趙光祖)를 비롯, 숱한 선비를 얽어 죽인 중종 때 정승 심정(沈貞)이는 겨우 한강 건너 지금 강서(江西)에다 소요정(消遙亭)을 짓고 그곳에 물러가 사는 척 위선적인 귀거래를 하고 있다. 세조, 성종 두 임금을 받들었고 37년간 이나 벼슬 바닥에서 놀았으며 세조정난의 일등공신이요 부원군(府阮君)이기도 했던 한명회(韓明澮)도 자신이 세평(世評)처럼 권력이나 벼슬이나 영화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것을 과시하고자 겨우 한강 건너 지금 현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는 강 언덕에 갈매기와 친하다는 뜻인 압구정(押鷗亭)을 짓고 낙향을 하고 있다. 당시 뜻있는 선비들은 이 사이비 귀거래들을 풍자하는 시들을 많이 남기고 있다. "정자는 있으나 그곳에 돌아와 쉬는 이 없으니 누구라 갓 쓴 원숭이라 일러 예이지 않으리요"

 

이 같은 위선적 귀거래도 없지 않았지만 귀거래는 한국 정치도의 의 엄연한 기틀이었다. 그래서 순조(純祖), 헌종(憲宗) 때까지만 해도 벼슬한 사람 가운데서 두세 사람 빼 놓고는 거의가 귀거래를 하고 있는데, 고종 때부터는 돌아가는 사람보다 눌러앉은 사람이 많아짐으로써 이 정치도의가 해이해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 귀거래의 정치 철학은 선진국도 예외가 아니다. 워싱턴이 귀거래 했고, 제퍼슨이 고향의 오크나무 밑에 하얀 집을 짓고 귀거래 하고 있다. 영국에서도 이든, 맥밀런, 윌슨 수상 등이 귀거래를 하고 있고. 이번에 캐나다 트뤼도 수상이 시적인 귀거래사를 남기고 벼슬을 떠나갔다. 우리의 마음 속에 백파를 가르며 돌아가는 그 뒷모습이 감동적이고 참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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