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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曠野) - 이육사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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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曠野) -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戀慕)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梅花香氣)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白馬)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광야(曠野)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시집 '육사 시집', 1946)


<핵심 정리>

감상의 초점

광막한 공간과 아득한 시간을 배경으로 강인한 지사적 의지를 노래한 시다. 화자는 이곳에 서서 태초를 포함한 역사(歷史)를 생각하고, 미래의 찬란한 역사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할 것을 생각하고 있다.

이 시에 나오는 매화 향기고고한 기상, 강인한 기품또는 민족 정기로 해석된다.

성격 : 의지적, 저항적, 참여적, 지사적, 미래지향적, 상징적

어조 : 남성적 어조

시상 전개 : 시간의 흐름에 따른 추보식 전개

구성 : 광야의 원시성(1)

광야의 광막성(2) - 과거

역사의 태동(胎動)(3)

현재의 암담한 상황과 그 극복 의지(4) - 현재

영광스런 미래의 소망(5) - 미래

제재 : 광야(曠野)

주제 : 조국 광복에의 신념과 의지.(새 역사 창조의 의지)

 

<연구 문제>

1. 이 시에서 (1)역동적 심상이 가장 잘 나타났다고 생각되는 구절을 들고, (2)그것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사용한 수사법을 쓰라.

(1)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

(2) 의인법(활유법)

2. 화자가 처한 상황을 대조적 심상으로 표현한 (1)연속된 두 시행을 찾아 쓰고, (2)그것이 나타내는 뜻을 쓰라.

(1)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2) 시적 화자가 처한 현재의 상황은 혹심한 추위처럼 가혹하며, 고고한 정신(민족 정기)마저 잃어버릴 것 같다.

3. , 이 상징하는 의미를 각각 2-3어절의 말로 쓰라.

(1) : 민족사의 새로운 국면.(민족의 구원자, 위대한 민족 시인)

(2) : 역사의 현장

4. 이 시에서 다음의 밑줄 그은 말과 그 함축적 의미가 같은 시어를 찾아 쓰라.

4연의 가난한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감상의 길잡이>(1)

이 시의 제1-3연은 광야의 과거의 역사, 4연은 현재의 암담한 상황과 의지, 5연은 미래의 소망으로 구분할 수 있다.

1연은 아득한 옛날 천지가 창조되었을 때, 광야에는 사람도 살지 않았을 것이다. 광야의 원시성을 뜻한다. ‘닭 우는 소리는 대유법으로, 사람의 자취 또는 생명체를 뜻한다.

 

2연은 산맥들이 바다를 향해 형성될 때에도 이 광야만은 침범하지 못했다. 광야의 광막성 또는 신성성을 뜻한다. ‘광야는 역사의 현장으로 해석함이 좋다. 의인법을 사용하여 역동적 표현을 하고 있다.

3연은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이 땅에 강물이 흐르고 길을 열었다. 문명의 탄생을 뜻한다. ‘강물은 역사 또는 문명을 상징한다.

 

4연은 상황의 인식과 현실 극복의 의지를 표출한 것이다. 평화로운 한반도에 일제의 가혹한 수난이 닥치고, 고고한 정신마저 빼앗길 위기에 있다. 그래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생명의 씨를 심어야겠다. ‘은 가혹한 시련을 뜻하고, ‘매화향기는 고고한 기상, 광복의 기운을 뜻하는 것으로 과 대조적 심상이다. ‘노래의 씨는 가혹한 현실을 이겨낼 수 있는 생명의 의지, 또는 생명의 씨앗으로 이해된다.

 

5연은 미래 지향의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자기 희생을 통하여 이 땅의 후손들이 마음껏 평화를 누릴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이 시는 현실을 극한적 상황으로 인식하고 새 역사의 아침이 도래할 수 있게끔 자신을 희생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남성적인 어조로 표현하여 강렬성을 더해 주고 있다.

 

<감상의 길잡이>(2)

윤동주와 함께 일제 암흑기의 2대 민족 시인이자 저항 시인으로 일컬어지는 이육사는 1935󰡔신조선󰡕에 시 <황혼>을 발표하며 등단한 이후 1937년 신석초, 윤곤강, 김광균과 함께 동인지 󰡔자오선󰡕을 발간하는 등, 상징적이면서도 서정성이 풍부한 목가풍의 시를 발표하였다. 그의 시작 발표는 주로 󰡔조광(朝光)󰡕을 통하여 1941년까지 계속되었으나, 시작 활동 못지 않게 독립 투쟁에도 헌신, 전 생애를 통해 17회나 투옥되었으며, 40세에 북경 감옥에서 옥사하였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이 1935년부터 1941년까지의 기간 중에 씌어졌는데, 이때는 그가 중국과 만주 등지를 전전하던 때인 만큼 광활한 대륙을 배경으로 한 침울한 북방의 정조(情調)와 함께 전통적인 민족 정서가 작품에 깃들어 있다. 대표작인 <광야>에서 보듯이 그의 시는 식민지 치하의 민족적 비운(悲運)을 소재로 삼아 강렬한 저항 의지를 나타내고 있으며, 꺼지지 않는 민족 정신을 장엄하게 노래한 점이 특징이라 하겠다.

 

이 시는 육사의 확고한 역사 의식에 바탕을 둔 현실 극복 의지가 예술성과 탁월하게 조화를 이룬 작품으로, 자기 극복의 치열성에 바탕을 둔 초인 정신과 투철한 현실 인식에서 출발하는 지사(志士) 의식, 그리고 순환의 역사관에 뿌리를 둔 미래 지향의 역사 의식 등이 종합적으로 나타나 있다. 이 작품은 15행의 5연시로 과거(13), 현재(4), 미래(5)의 시간적 추이에 따라 구성되어 있는데, ‘까마득한 날에서 다시 천고의 뒤까지의 시간의 흐름은 조국의 현실을 광야로 상징한 역사 의식의 표출이다.

 

1연에서는 천지가 개벽하는 태초의 상황을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라는 부정적 설의법을 이용하여 광야의 원시성과 신성성을 보여 주고 있으며, 2연에서는 활유법을 구사하여 광야의 광활하고 장엄한 모습을 역동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3연에서는 신성한 공간인 광야에서 태동한 우리 민족사의 유구한 역사와 문명을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라는 동적 이미지로써 보여 주는 한편,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에서는 시간적 개념인 계절피어선 지고라는 시각적 이미지로 감각화하고 있다. 4연에서는 일제의 압제를 상징하는 과 조국 광복의 기운이자 온갖 폭압에 맞서 싸우는 절조(節操)매화 향기를 대립시킨 가운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라는 미래에 대한 굳은 의지를 노래하고 있다. 여기에서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아득하니멀다의 뜻이 아니라, ‘그윽하고 은은하다의 의미이며, ‘노래의 씨는 가혹한 현실을 극복할 수 있게 해 주는 생명의 의지로, ‘에 함축되어 있는 자기 희생적 이미지를 통해 화자의 극복 의지를 보여 주고 있다. 한편, ‘가난한이라는 수식어는 자기 겸손의 표현이기보다는 냉혹한 현실 상황에서 홀로 행하는 행동임을 반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마지막 5연에서는 새 역사에 대한 소망이자 조국 광복에 대한 굳은 확신을 통하여 미래 지향의 확고한 역사 의식을 제시하고 있다. 암담한 현실 상황에 화자가 뿌린 가난한 노래의 씨를 수확하여 목놓아노래 부를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은 바로 불행했던 역사를 몰아내고 온갖 질곡과 고통으로부터 민족을 구원하여 찬란한 민족 문화를 꽃 피울 인물이다. 그런데 그 초인의 도래는 막연한 추측이 아니라, <>에서의 마침내 저버리지 못할 약속과 같은 확고한 믿음임을 초인이 있어에서의 있어를 통해 알게 해 준다.

 

따라서 이 시는 광야의 원시성신성성광야의 광막성민족사의 태동과 개척현실 인식과 선구자 의식초인 정신과 예언자적 역사 의식의 구조로 파악할 수 있다. 이처럼 이 시는 육사의 투철한 역사 의식을 바탕으로 하여, 지사적예언자적 기품과 단호하고 강인한 남성적 어조로써 신념에 찬 조국 광복에 대한 염원을 노래한 민족시의 정화(精華)라고 할 것이다.

 

< 감상의 길잡이 3 >

이 작품은 배경의 웅대함으로 처음부터 독자를 압도한다. 작품의 공간적 배경은 아득하게 넓은 평야, 시간적 배경은 천지가 처음 열리는 까마득한 태초에서부터 머나먼 미래에로 이어지고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크게 나누어 보면, 13연이 과거를, 4연이 현재를, 5연이 미래를 각각 노래하고 있다.

 

3연까지의 부분에서는 광야의 원시적 순수성에서부터 무수한 세월이 흘러 강물이 길을 열기까지의 과정이 그려지고 있다.

 

2연은 바다를 향해 뻗어 있는 산맥들의 모습을 살아 있는 동물의 움직임처럼 인식하면서, 그것들이 차마 침범하지 못한 광야의 광활함을 노래하였다. 이처럼 웅장한 터전에 마치 꽃이 피고 지듯 무수한 계절이 지나간 뒤 비로소 강물이 흐르고 길이 열렸다.

 

만물이 눈에 덮여 있는 가운데 이 넓은 광야에 매화의 향기가 그윽하고 은은하게 풍겨 온다. 이 분위기는 앞 부분에서 전개되어 온 광야의 모습을 좀더 숭고하고 신성한 것으로 만들면서 그 안에 선 인물의 외로움을 암시하여 준다. 그는 아무도 없는 광야, 더욱이 눈 덮인 겨울의 광야에 서서 무한한 과거의 시간과 먼 미래의 시간을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이 상황은 고독한 것이면서 그의 강인한 의지를 더욱 곧게 세우도록 촉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한 고독감과 긴장된 의지의 경지가 `매화 향기'라는 사물을 통해 암시된다.

 

강인한 의지로 외로움과 추위를 이기며 서 있는 이 자리에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린다. 일체의 생명이 용납되지 않는 냉혹한 시련의 상황에서 생명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다. 아무도 없는 자리에 혼자서 뿌리는 씨앗이기에, 더욱이 견디기 어려운 추위(가혹한 현실 상황)를 무릅쓰고 뿌리는 것이기에, 그것은 가난한 노래의 씨앗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광막한 공간과 무한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신의 억센 의지로 모든 고통을 이겨내고자 하는 의연한 결의가 담기어 있다.

그러면 그가 뿌린 외로운 노래의 씨앗은 누가 거둘 것인가? 그것은 대체 싹이나 틀 수 있는가? 이런 물음은 그에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냉혹한 시련만이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의지로 모든 고통을 이기며 싸워야 했던 그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의 행위가 가져올 성패(成敗) 여부가 아니라 달리 선택할 길이 없는 그 필연성이었다. 그리하여 그는 마지막 연에서 노래한다 `다시 천고의 뒤에 /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라고. [해설: 김흥규]

 

< 감상의 길잡이 4 >

이 시는 이육사의 확고한 역사 의식에 바탕을 둔 현실 극복의 의지가 예술 의식과 탁월하게 조화를 이룬 이육사의 대표작으로 평가되는 작품이다. 특히 이 시에 드러난 자기 극복의 치열성에 바탕을 둔 초인 정신, 투철한 현실 인식에서부터 출발하는 지사 의식, 순환의 역사관에 뿌리를 둔 미래 지향의 역사 의식 등은 이육사 시의 면모를 종합적으로 제시해 주는 것이다.

 

이 시는 시간의 추이에 따라 구성되어 있다. 1-3연까지는 과거, 4연은 현재, 5연은 미래로 설정되어 있다. 한편, 이 시는 내용상 기승전결의 4단 구성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는 전통적인 漢詩 작법과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1, 2연에서는 광야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1연에서는 천지가 개벽하는 태초의 상황을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라는 부정적 설의법을 수반하여 형상화함으로써 우리의 민족사가 출발된 광야의 원시성, 신성성을 제시했다. 2연에서는 활유법을 구사하려 광야의 광활하고 장엄한 모습을 형상화하였다. 특히 이 부분에서는 모든’, ‘’, ‘차마등이 범하던 못하였으리라와 긴밀한 호응을 이루면서 광대 무변한 광야의 웅장함과 신성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3연에서는 광음’, ‘계절’, ‘강물등의 시간적 이미지들을 통하여 민족사의 태동을 형상화했다. 특히, 이 부분에서는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에서 시간적 개념인 계절을 시각적 이미지로 제시하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에서 동적 이미지를 제시하여 신성한 공간인 광야에서 태동한 우리 민족사의 유구한 흐름을 효과적으로 형상화했다.

 

4연에서는 현실적 상황과 그에 대한 서정적 자아의 대응 자세를 제시했다. 지금은 이 내리고 있는 겨울이다. 겨울의 혹독한 추위로 인해 매화 향기는 아득하게 멀기만 하다. 일제 말기의 압제는 눈이 내리고 겨울처럼 너무도 혹독하여 광복의 기운은 멀고도 아득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시적 자아는 그러한 현실적 상황에 굴하지 않고,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라는 의지를 보인다. 씨를 뿌리는 자는 그 씨에서 싹이 나고 그것이 자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것이라는 믿음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즉 씨를 뿌리는 행위는 밝은 미래에 대한 신념하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고, 이것은 확고한 역사 의식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다. 현실적 상황이 아무리 가혹하고 절망적이라 하더라도 밝은 미래가 반드시 올 것이므로 결코 현실에 굴복할 수 없다는 강인한 현실 극복 의지가 에 함축되어 있는 자기 희생적 이미지와 결합되어 강하게 부각되어 있다.

 

5연에서는 미래 지향의 확고한 역사 의식을 제시했다. 암담한 현실적 상황에서 내가 뿌린 가난한 노래의 씨를 수확하여 목놓아노래할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은 과거의 모든 질곡과 현재의 고통과 억압에서 벗어나 찬란한 민족사를 꽃 피울 인물이다. 그런데 그것은 막연한 추측이나 기대가 아니라 확신이요, 단정이다.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에서의 있어는 확고한 단정을 의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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