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목(喬木) - 이육사
by 송화은율교목(喬木) - 이육사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세월에 불타고 우뚝 남아서서
차라리 봄도 꽃피진 말아라.
낡은 거미집 휘두르고
끝없는 꿈길에 혼자 설레이는
마음은 아예 뉘우침이 아니라.
검은 그림자 쓸쓸하면
마침내 호수 속 깊이 거꾸러져
차마 바람도 흔들진 못해라.
<인문평론 (1940.7)>
시구의 이해
세월에 불타고 우뚝 남아서서 : 교목은 서정적 자아의 지조와 기상을 드러냄. ‘우뚝’이 의지적 자세를 강조한다.
차라리 봄도 꽃피진 말아라 : 비굴하게 사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는 의지. 결코 항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명령형 어미를 연결하여 강조하고 있다.
끝없는 꿈길에 혼자 설레이는 : 내면의 흔들림을 나타냄. 고통 속에서 이상과 현실에 대한 번민의 표출이다.
마음은 아예 뉘우침 아니라 : 번민의 순간을 벗어나려는 의지적인 모습. ‘아니라’는 종결형 어미가 아니면서도 서정적 자아의 결의적 자세를 드러낸다.
검은 그림자 쓸쓸하면 : 현실의 암담한 상황. 결국 그림자처럼 살 수밖에 없는 자신에 대한 정체가 쓸쓸함.
차마 바람도 흔들진 못해라 : 외부의 유혹이나 압력에도 흔들리지 않겠다는 각오와 다짐. ‘차마’는 어울리지 않는 부사이지만 강한 의지를 표출함.
감상의 초점
이 시를 이해하려면 제재인 교목(喬木)과 화자와의 관계를 알아야 한다. 교목은 ‘높게 우뚝 서 있는 나무’로서, 화자와 동일시(同一視) 되고 있다. 따라서, 이 시는 일제 치하에서 온갖 시련을 겪으면서도 굽힘이 없이 살고자 한 시인의 삶의 자세를 형상화한 것이다. 즉 ‘교목’이라는 객관적 상관물에 기대서서 이 시 역시 현재의 암울한 상황을 극복하고자 하는 초인적 의지, 인내와 기다림의 철학을 노래한 작품이다. ‘절정’과 마찬가지로 남성적 어조, 절제된 형식, 강렬하고도 고독한 긴장감 등이 돋보인다.
이육사는 시와 생활을 일치시킨 시인이다. 이 시는 그의 생애와 깊은 관련이 있다. 이육사는 20여 년간을 독립투쟁을 하다가 무려 17회에 걸쳐서 투옥(投獄)되었다. 어려운 시대를 사는 시인의 자세가 어떤 것인가를 알게 해 주는 시라고 하겠다.
육사의 시에 나타난 신념(信念)의 모습
육사의 시에 나타난 신념은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판단에 그 좌표 설정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 자신의 저항 정신이 흔들리지 않기 위한 자기 암시에 그 좌표 설정이 되어 있다. 즉 자신의 행위가 절대적인 소명임을 스스로 암시하여 자신의 비극적 행위의 당위성을 획득하는 것이다. 고난의 시대는 물러가고 꼭 봄이 온다는 것, 어떤 고난이라도 우리의 의지를 흔들릴 수는 없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위대한 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임을 강한 어조로 보여 주었다. 그러나 그 신념은 현실적 가능성이나 근거에 의한 것이 아니라, 혹은 날카로운 역사적 직관에 의한 것이 아니라, 현실적 당위성에 근거한 것이다.
감상의 길잡이
< 감상의 길잡이 1 >
이 시는 비극적 상황 속에서 자신을 불태우면서 죽음으로써 대처하겠다는 준엄한 저항 정신을 보여 주고 있다. 각 연의 끝을 ‘말아라, 아니라, 못해라’ 등의 부정어(否定語)를 사용함으로써 강인한 저항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제1연은 현실에 대처하는 시인의 의연한 자세를 나무로 형상화하였다. 화자는 시련을 당하여 불타지만, 당당하게 맞서서 푸른 하늘을 향하여 우뚝 서 있겠다는 것이다. 비굴하게 자신의 의지를 굽혀 가면서 개인적인 영화(榮華)는 누리지 않겠다는 뜻이다.
제2연은 암담한 상황에서 개인적인 영화를 버리고 미래를 위하여 고난의 길을 택했지만 후회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화자인 교목이 ‘꽃’ 대신 ‘거미줄’을 휘두르고 해방과 독립을 찾아가는 길은 외롭고 쓸쓸하지만, 그는 후회하지 않는다. 그 길이 의(義)롭기 때문이다. ‘낡은 거미집’은 제1연의 ‘꽃’과 대립되는 이미지로 궁핍한 삶을 뜻하며, ‘끝없는 꿈길’은 자유, 해방 또는 독립을 향한 끊임없는 투쟁의 과정을 뜻한다.
제3연은 화자의 굳은 의지의 표현이다. 가혹한 세월에 맞서 자신의 정열을 불태우면서 독립을 향해 가는 길에 극한적인 상황이 오면 구차하게 살기보다는 차라리 거꾸러져 죽을지언정 의지를 버리지 않겠다. 그러니 이 결심은 어떠한 탄압도 꺾을 수 없을 것이다. ‘검은 그림자’는 암담한 상황, 절망적 상황으로 해석이 가능하고, ‘호수’는 물의 이미지로 죽음을 뜻한다. 그리고 ‘바람’은 외부의 힘, 일제의 가혹한 탄압으로 제1연의 ‘세월’에 상응하는 이미지다.
이 시는 밖을 향한 목소리가 아니라 화자의 내면을 향한 다짐이며, 어떠한 유혹에도 흔들릴 수 없다는 극기(克己)의 정신을 표현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많은 문인(文人) 또는 지사(志士)들이 탄압에 못이겨 결국 일제에 굴복하고 친일(親日)로 기울었으나, 이육사는 끝까지 죽음으로써 일제에 항거했다. 이러한 시인의 내면 세계를 이 시에서 볼 수 있다.
< 감상의 길잡이 2 >
이 시는 삶을 포기하면서까지 자신의 의지를 지키겠다는 굳은 결의를 간결하고도 강인한 어조로 표현한 작품이다. ‘우뚝 남아서서’․‘휘두르고’․‘깊이 거꾸러져’ 등의 남성적 강인함을 느끼게 하는 시어는 ‘차라리’․‘아예’․‘마침내’․‘차마’ 등의 부사와 어울려 화자의 단호한 자세를 드러내고 있는 한편, ‘말아라’․‘아니라’․‘못해라’ 등의 부정어로써 그 강인한 의지를 배가시키고 있다.
‘교목’은 줄기가 굳고 굵으며 높이 자라는 나무(큰 키 나무의 총칭, 관목<灌木>과 반대)로, 의지를 굽히지 않는 육사의 강인한 삶을 비유하고 있다. 따라서 육사가 추구하는 삶인 <교목>은 유치환의 <바위>와 같은 맥락에 놓여질 수 있다. 다만 <바위>는 미래에 이룰 소망이라면, <교목>은 현재의 시점에서 자신의 태도를 표현하는 사물로 사용되고 있을 뿐이다.
1연은 교목이 우뚝 서 있는 모습을 통하여 화자의 굳은 의지와 의연한 자세를 표출하고 있다. ‘푸른 하늘에 닿을 듯’, ‘세월에 불타고 우뚝 남아’ 서 있는 ‘교목’이 화자의 강렬한 의지를 형상화한 것이라면, 교목을 불태우는 ‘세월’은 바로 그가 살고 있는 식민지의 혹독한 현실 상황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검게 탄 몸으로 하늘에 닿을 듯이 우뚝 선 교목의 모습에서 지절(志節) 높은 선비를 보는 듯하다. ‘푸른 하늘’은 좁은 의미로는 조국의 독립을 뜻하며, 넓은 의미로는 일체의 장애가 제거된 완전한 인간적 삶을 뜻한다. ‘차라리 봄도 꽃피진 말아라’라는 단호한 금지(禁止)는 생명을 포기함으로써 봄이 와도 꽃을 피울 수 없을지언정 그 의지만은 버릴 수 없다는 다짐의 말로, 상대적인 저항성을 포괄하는 절대적인 초월성을 담고 있다.
2연은 교목의 내면 세계를 드러냄으로써 후회 없는 삶을 결의하고 있다. ‘낡은 거미집’은 화자의 현실적 조건을 암시하고 있으며, ‘끝없는 꿈길’은 새로운 세계를 희구하는 마음을 상징하는 것으로, 1연의 ‘푸른 하늘’과 연관되는 이미지이다. 이러한 현실적 고통 속에서도 새로운 세계를 희구하는 자신에게 뉘우침은 결코 없을 것임을 다짐하고 있다. 한편, ‘설레이는’과 ‘뉘우침’은 화자가 겪는 번민과 괴로움을 표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강인한 의지 그 내면에 존재하는 갈등을 솔직히 보여 주고 있는 동시에, 담금질을 당하는 쇠가 더욱 강해지는 것처럼 이러한 번민과 고통을 통하여 그의 의지가 더욱 강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연에서는 다시 부동(不動)의 정신 자세를 드러내고 있다.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참담한 상황이 찾아온다면, ‘호수 속 깊이 거꾸러’지듯 자신의 삶을 결연히 버림으로써 의지만을 지키겠다는 단호한 결의를 펼쳐 보인다. ‘차마 바람도 흔들진 못하리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의 올곧은 기개를 내버리지 않고자 하는 것이다. 여기서 ‘바람’은 그의 의지를 꺾으려는 어떤 유혹이나 타협, 또는 외부의 힘을 상징하고 있다. 이러한 결의는 바로 일제에 대한 저항의 결의요, 육사를 지켜 주던 ‘선비의 도(道)’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 ‘선비의 도’는 후일 발표된 <광야>에서 ‘초인(超人)’이 반드시 올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해 주는 것이다.
이 시는 혹독한 일제 치하에서 온갖 시련을 겪으면서도 그것에 굴복하기는커녕 오히려 ‘세월에 불타고 우뚝 남아 서서’ 살아온 육사의 삶의 자세를 ‘교목’을 통해 형상화한 작품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이 같은 그의 굳은 의지는, 많은 문인들이 부정한 현실과 타협하여 일신의 영화를 누리는 와중에서도 조국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온몸을 던지게 한 원동력이 된 것이다.
핵심 정리
성격 : 지사적, 극기적(克己的), 상징적, 저항적
심상 : 시각적 심상
어조 : 강인하고 의지적인 남성적, 부정적 어조
표현 : 상징에 의한 암시적 표현
특징 : ① 절제(節制)된 언어를 사용함.
② 각 연을 부정어로 종결시킴으로써 저항의지를 보임.
시상 전개 : 점층적 전개
구성 : ① 굽힐 수 없는 의지(제1연)
② 후회 없는 삶의 결의(제2연)
③ 극한적 상황에 대처(제3연)
제재 : 교목(喬木)
주제 : 극한 상황 대처를 위한 결의.(현실에 굴하지 않는 꿋꿋한 의지)
<연구 문제>
1. 이 시는 현실에 대한 치열한 저항 정신을 노래한 것이다. 이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한 문장 구조상의 특징을 설명하라.
☞ 모든 문장을 ‘말아라, 아니라, 못해라’ 등의 부정문(否定文)으로 표현했다.
2. 다음 시의 밑줄 그은 구절과 같은 의미로 쓰인 시어를 둘 찾아 쓰라.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 /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
☞ ‘세월’, ‘바람’
3. 이 시는 일제하의 저항시다. (1)이 시에서 핵심이 되는 시구를 찾아 (2)그것이 상징하는 뜻을 쓰라.
☞ (1) ‘끝없는 꿈길’
(2) 조국 독립에의 의지.(끊임없는 독립 투쟁)
4. 이 시의 화자는 어떤 사람인지 이 시의 제목을 넣어 100자 정도로 설명해 보라.
☞ ‘교목’은 줄기가 곧고 굵으며 높이 자라는 나무이다. 화자는 자신을 교목에 빗대고 있다. 따라서, 이 시의 화자는 삶을 포기하면서까지 자신의 의지를 지키고자 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맥락읽기>
1. 화자는?
☞ 나? 시인? 나오진 않네!
2. 제목으로 비추어 봤을때 화자가 노래하고 있는 대상은?
☞ 교목
3. 시 속에서 ‘교목’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부분은?
☞ 1)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 세월에 불타고 우뚝 남아서서
2) 낡은 거미집 휘두르고
4. 그렇담, 교목이 뭐지? 의미를 좀 더 명확히 하기 위해 사잔을 이용해 찾아보자.
☞ 줄기가 곧고 키가 큰 나무
# 여기서 우리는 화자가 노래하고 있는 대상이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우뚝 선’ 교목이란 걸 알았다.
5. 그런데 가만히 보니, 화자는 단지 그 교목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지 않아. ‘교목’이 어떠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 같아. 그 부분을 찾아볼까?
☞ 봄이 되어도 꽃피지 말고 바람에도 흔들리지 말아라.
6. 실제 교목이 그럴 수 있을까? 화자의 교목에 대한 바램은 화자 자신이 그렇게 되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 맞아요. 화자도 교목처럼 우뚝 남아서서 봄에도 꽃피지 않고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고 있어요. 결국엔 화자의 감정을 교목의 모습으로 말하고 있네.
# 자,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것 같지. 시의 세부적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 ‘시대적 배경과 시인의 생애’를 연관지어 생각해 보자.
7. 1연에서 ‘세월에 불타고 우뚝 남아서서’의 의미를 알아볼까?
☞ 세월에 불탄다는 것은 견디기 어려운 시련을 극복한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 음 그렇게 볼 수 있겠네.
8.. 그런데 교목처럼 우뚝 남아 서자는 화자의 의지는 파악되었는데 왜 ‘봄에도 꽃피진 말아라’ 했을까? ‘봄에 꽃이 핀다’는 일반적 의미는?
☞ 1) 생명의 탄생
2) 번영과 번성(부귀 영화)
9. 그러면 ‘꽃피지 말아라’의 의미는?
☞ 1) 생명을 포기하여 꽃을 못 피울 망정 의지를 버릴 수 없다는 뜻입니다.
2) 부귀 영화를 거부하는 것
10. 2연 1행의 의미는?
☞ 화자의 궁핍한 삶
11. ‘끝없는 꿈길’의 의미는?
☞ 화자가 지닌 굳은 신념과 의지, 이상
12. ‘검은 그림자’의 의미는?
☞ 교목의 그림자이자 화자 자신의 그림자
13. ‘검은 그림자가 쓸쓸하면’의 의미는? 우리는 어떠할 때 쓸쓸해질까?
☞ 1) 외로울 때
2) 친구가 없을 때
3) 뜻을 같이 하는 동지가 없을 때
# ‘검은 그림자가 쓸쓸하면’의 의미를 정리해보면?
― 자신의 이상과 신념이 견디기 어려운 유혹과 시련에 부딪혀 자신의 의지가 흔들리는 때
14. ‘호수 속 깊이 거구러져’의 의미는?
☞ 화자의 죽음. 다시 말해서 목숨을 버린다는 적극적 의미다.
15. ‘바람’의 상장적 의미는?
☞ 화자의 굳셈을 굽히려는 외부의 힘 : 유혹과 모진 시련
16. 이 시에서 화자가 결국 말하고자 하는 것은?
☞ 부귀 영화와 어떤 영예로움도 거부하고 낡은 거미집의 상황에 후회하지 않고 그가 품었던 이상을 가지면서 외부의 힘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결의
17. 이 시의 주제는?
☞ 삶을 포기하면서 까지 자신의 의지를 지키고자하는 결의
<생각해 볼 거리>
1. 각연 마지막 행의 ‘차라리, 아예, 차마’가 주는 효과는?
2. 이 시의 어조는?
3. 제목인 ‘교목’이 상징하는 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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