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고향 앞에서 / 오장환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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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앞에서 / 오장환

 

 

흙이 풀리는 내음새

강바람은

산짐승의 우는 소릴 불러

다 녹지 않은 얼음장 울멍울멍 떠내려간다.

 

진종일

나룻가에 서성거리다

행인의 손을 쥐면 따뜻하리라.

 

고향 가까운 주막에 들러

누구와 함께 지난날의 꿈을 이야기하랴.

양귀비 끓여다 놓고

주인집 늙은이는 공연히 눈물 지운다.

 

간간이 잰나비(잔나비) 우는 산기슭에는

아직도 무덤 속에 조상이 잠자고

설레는 바람이 가랑잎을 휩쓸어 간다.

 

예제로 떠도는 장꾼들이여!

상고(商賈)하며 오가는 길에

혹여나 보셨나이까.

 

전나무 우거진 마을

집집마다 누룩을 듸듸는(디디는) 소리, 누룩이 뜨는 내음새 ……


 요점 정리

 지은이 : 오장환

 성격 : 낭만적, 서정적, 감각적

 어조 : 고향 잃은 자의 상실감, 비극적 회한과 자책 속에서 쓸쓸하고 애잔한 목소리가 차분하게 드러남

 표현 : 다양한 감각적 표현,  현재형의 사용

 구성 :

 

1  - 해빙이 될 무렵의 강가(1연)

2  - 사람이 그리워 나룻가에서 서성거림(2연)

3  - 고향의 쓸쓸한 주막(3연)

4  - 마음을 설레게 하는 바람이 가랑잎을 휩쓸어 감(4연)

5  - 귀향하고 싶은 심정(5, 6연)

 제재 : 고향

 주제 : 잃어버린 고향 앞에서 느끼는 향수, 잃어버린 고향에 대한 그리움, 변해 버린 고향에 대한 비애와 향수

 출전 : 인문평론, (1940. 4)

 

 

 내용 연구

흙이 풀리는 내음새(후각을 통해 계절적 배경 제시, 내음새는 냄새의 시적 허용으로 시어에 운율을 부여한다)

강바람은

산짐승의 우는 소릴 불러

다 녹지 않은 얼음장 울멍울멍(울멍울멍 : 울음이 터질 듯한 뜻으로, 얼음이 물에 떠내려가는 소리, 청각에 호소하는 표현이고 동시에 '울다'의 의미를 통해 화자의 쓸쓸한 감정이 이입됨) 떠내려간다.

 - 해빙이 될 무렵의 강가

 

진종일

나룻가에 서성거리다(화자의 착잡한 심정을 드러낸 것으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감각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하루 종일 사람을 기다려 고향 사람을 만나 그의 손을 잡는다는 것은 향수의 다른 표현이다)

행인의 손을 쥐면 따뜻하리라(따뜻한 인정의 확인 -촉각적 심상). - 사람에 대한 그리움

 

고향 가까운 주막에 들러

누구와 함께 지난날의 꿈(고향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하랴.(고향의 황폐화된 것을 간접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아름다웠던 고향은 이제 지난날의 꿈- 고향에 대한 추억 - 으로만 남아 있다는 것이다. 당시 일제 말기 우리 농촌 사회의 한 단면을 나타내고 있는 시구이다. 화자의 막막한 심정을 보여줌)

양귀비 끓여다 놓고

주인집 늙은이는 공연히 눈물 지운다.(고향 사람을 만난 서러움의 눈물이고 이 서러움의 눈물은 이전의 고향이 아니라는 회한의 눈물이기도 하다) - 고향 근처 주막의 쓸쓸함

 

간간이 잰나비(잔나비) 우는 산기슭에는(우리 나라에서는 흔하지 않는 원숭이 울음소리는 보통 한시(漢詩)에서는 쓸쓸한 고향을 나타내거나 그리워할 때 쓰는 관용적 표현이다. 청각적 심상을 통해 쓸쓸한 분위기 형성)

아직도 무덤 속에 조상이 잠자고(자연 속의 고향은 변함이 없음을 말하고)

설레는 바람(고향으로 가고 싶은 마음, 화자의 심정을 간접적으로 표현함)이 가랑잎을 휩쓸어 간다. - 고향에 대한 설렘

 

예제(여기저기)로 떠도는 장꾼들이여!(고향의 정취를 확인해 줄 존재들)

상고[商賈 : 떠돌며 좌판을 벌여 놓고 하는 장사. 예) 싸전이나 미두쟁이 혹은 객줏집이나 돈냥이나 있는 상고들이 쓰고 있는 건달패거리들 중에는 거렁뱅이 사내들도 끼여 있어 뒤죽박죽이었다. - 문순태, 타오르는 강-]하며 오가는 길에

혹여나 보셨나이까.(화자의 기대감 반영)

 

전나무 우거진 마을(추억 속의 고향의 모습)

집집마다 누룩(술을 빚는 발효제로 쓰임)을 듸듸는(디디는) 소리, 누룩이 뜨는 내음새 ……(김상옥의 '사향(思鄕)'과 같은 이미지로 평화롭고, 아름다웠던 예전의 고향을 말함. 청각과 후각을 이용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 - 옛고향에 대한 그리움

 

 

(1) 정지용의 '향수'와 오장환의 '고향 앞에서'라는 두 작품에 나타난 고향 이미지가 어떤 점에서 다른지 말해 보자.

교수학습방법 :

'고향 앞에서'도 후각적 이미지와 시각적 이미지 등 감각적 이미지를 통해 고향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그러나 '향수'는 이미지즘 계열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이고, '고향 앞에서'는 리얼리즘적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두 작품이 보여주는 '고향'의 모습은 뚜렷이 구별된다. 학생들이 두 작품을 읽으면서 떠올린 고향의 시각적 형상을 간단하게 그림으로 옮기거나 메모를 하도록 한 다음, 둘 사이의 차이점을 이야기해 보도록 지도한다.

 

예시학생활동 :

 '향수'의 고향은 평화롭고 아늑하다. 아버지나 어린 누이, 아내의 모습이 생활의 고단함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이 시는 시대를 초월하여 누구에게든 그리움의 대상일 수 있는 원형적인 고향의 모습을 그려 보여 준다. 반면 '고향 앞에서'의 고향은 막연한 그리움의 대상이기에는 너무 많이 변해버린 모습으로 그려진다. 일제 강점 하의 가혹한 현실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고, '집집마다 누룩을 듸듸는 소리, 누룩이 뜨는 내음새'가 가득한 평화로운 고향은 이제 사람들의 기억 속에만 남아 있다. '고향 앞에서'는 시대적 현실 속에 실재하는 황량하고 슬픈 고향의 이미지를 보여 주고 있다.

 

(2) 두 작품에 나타난 시적 화자의 고향에 대한 인식이 어떤 점에서 다른지 토론해 보자.

교수학습방법 :

 이 활동에는 학생들 개개인의 가치관이 개입할 수 있으므로 학생들의 의견에 대해 가부(可否)를 평가하지 말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토론이 진행될 수 있도록 유의한다.

 

예시학생활동 :

 고향은 누구에게나 어머니의 품처럼 따뜻하고 그리운 곳이다. '향수'의 시적 화자는 고향을 이상적이고 편안한 휴식처로 인식하고 있다. 한편 '고향 앞에서' 의 시적 화자는 고향을 눈 앞에 펼쳐진 현실의 한 부분으로 바라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삶의 터전인 고향을 등진 상황과 이전의 고향에 대한 기억을 대비시킴으로써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이해와 감상

 이 시는 '향토 망경시(鄕土望景詩)'라는 제목으로 발표하였다가 '고향 앞에서'로 제목을 바꾼 작품이다. 고향을 떠났다가 돌아온 시적 화자 앞에 펼쳐진 고향은 이미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시적 화자가 그리워하던 예전의 고향은 온데 간데 없고, 고향 근처의 주막에서 주막집 주인에게서 자신이 떠나 있던 동안의 고향 소식을 전해들을 수 있을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버리고 만주와 중국 등지로 떠돌던 1940년대의 우리 민족의 시대적 아픔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시이다.

 

 고향은 항상 인간에게 있어서 마음속에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곳으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향수(鄕愁)라고 한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동물인 여우조차도 죽을 때에 머리를 자기가 살던 굴이 있는 언덕 쪽으로 향하고,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이르는 말로 수구초심(首邱初心), 호사수구(狐死首丘)라는 말이 있다. 또, 이와 유사한 말로 호마의북풍(胡馬依北風)라는 말은 호(胡)나라의 말은 호나라 쪽에서 불어오는 북풍이 불 때마다 고향을 그리워한다는 뜻인데 역시, 고향을 몹시 그리워함을 이르는 말이다.

 하물며 인간이 고향을 그리워 하는 것은 말해 무엇하랴.

 

 

 심화 자료

 

오장환의 시 작품 경향

 3가지 경향으로 대별되는데, 첫째는 '성벽' , '헌사'에서 보여주는 비애와 퇴폐의 정서를 바탕으로 한 모더니즘 지향이며, 둘째는 '나 사는 곳'이 드러내고 있는 향토적 삶을 배경으로 한 순수 서정시의 세계이다. 셋째는 '병든 서울'에 나타난 계급의식의 세계가 그것이다. 그는 일제 강점 말기의 폭압적 상황에서도 절필하지 않으면서 친일적인 작품 활동을 하지 않은 몇 안 되는 시인 중 한 사람이기도 하며, 1946년 월북하였다. 

 

 오장환(吳章煥)

 1916∼? 시인. 본관은 해주(海州). 충청북도 보은 출생. 휘문고등보통학교를 거쳐 일본 메이지대학(明治大學) 전문부를 중퇴하였다.


 1933년 휘문고등보통학교 재학 중 ≪조선문학 朝鮮文學≫에 〈목욕간〉을 발표함으로써 시작 활동을 시작하였지만, 1936년 서정주(徐廷柱)·김동리(金東里)·여상현(呂尙玄)·함형수(咸亨洙) 등과 ≪시인부락 詩人部落≫ 동인으로 참여하면서 본격적인 시작 활동을 전개하였다.


그 뒤 월북하기까지 10년 남짓 동안에 ≪성벽 城壁≫(1937)·≪헌사 獻辭≫(1939)·≪병(病)든 서울≫(1946)·≪나 사는 곳≫(1947) 등 네 권의 시집과 번역시집 ≪에세닌 시집(詩集)≫(動向社, 1946)을 남겼다. 월북한 뒤의 시작 활동은 거의 밝혀져 있지 않으나, 다만 시집 ≪붉은 깃발≫이 있다는 사실만 전해지고 있을 뿐이다.


 그의 시적 편력은 대체로 네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비록 습작품이기는 하나 초기 작품 〈목욕간〉·〈캐메라 룸〉·〈전쟁〉에서 보여주듯이, 새로운 세계를 동경한 나머지 전통과 낡은 인습을 부정하는 세계이며,

 

둘째는 시집 ≪성벽≫·≪헌사≫의 시편과 같이 낡은 전통과 인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 해항지대(海港地帶)를 방랑하고 관능과 퇴폐를 바탕으로 하는 탈향지향(脫鄕志向)의 세계이다.


셋째는 시집 ≪헌사≫의 시편 일부와 ≪나 사는 곳≫의 시편이 보여주는 탈향지향에서 귀환하는 귀향의지의 세계이며,

넷째는 시집 ≪나 사는 곳≫의 시편 일부와 ≪병든 서울≫의 시편들이 보여주듯이 그가 광복 후에 좌경 단체에 가담하여 좌경적 이념과 사회주의를 노래한 프롤레타리아 지향의 세계이다.


그의 시적 변모는 과거의 전통과 풍습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데서 출발하여 그 반명제로 탈향지향의 세계를 도모하다가 다시 고향으로 귀의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성벽≫·≪헌사≫에서 보여준 도시적인 이미지와 보헤미안적 기질은 ≪나 사는 곳≫에 와서 전원적인 이미지와 향토애로 바뀐다.


하지만, 광복 후 좌우 이념의 대립과 갈등이 심화되면서 그는 현실에 참여하여 당시 상황을 웅변적으로 토로하게 한다. 이밖에 평론으로 〈백석론 白石論〉(1937)·〈자아(自我)의 형벌(刑罰)〉(1948) 등이 있다.

≪참고문헌≫ 吳章煥硏究(金軟東, 詩文學社, 1990), 濁流와 音樂-吳章煥論-(金東錫, 藝術과 生活, 博文出 版社, 1915), 吳章煥의 詩集 ‘獻辭’(金光均, 文章 8, 1939.9.), 吳章煥의 詩集 ‘城壁’을 읽고(金起林, 朝鮮日報, 1937.9.18.).(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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