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 도적 / 동화 / 방정환
by 송화은율겁쟁이 盜賊[도적]
몹시 어두운 날 밤이었습니다. 도적 두 명이 어느 고래등같이 큰 집 담을
넘어서 몰래 들어왔습니다. 그 집 안의 동정을 살핀 뒤에 도적은 서로 얼굴
을 바라다보면서,
“잠들은 모양이지?”
“그런 모양일세. 내가 먼저 들어가 보지.”
하고 중얼거리더니, 앞장선 도적이 뒤에 있는 도적을 돌아다보면서,
“내 다녀 나올 테니, 자네는 거기 서서 망이나 보게.”
하고, 말하였습니다. 그러니까, 뒤떨어진 도적은 걸음을 멈추고 서더니,
“그럼, 얼른 일을 잘 해 가지고 나오게.”
하고, 대답겸 부탁을 하였습니다.
앞장선 도적은 사면을 두리번두리번 둘러보면서 서 있었습니다.
망을 보고 서 있는 도적의 머리 위에는 감나무 가지가 늘어져 있었는데,
그 때는 마침 늦은 가을이기 때문에 무르익은 연시가 가지마다 더덕더덕 열
려 있었습니다.
그 무르익은 연시 중에서 제일 잘 익은 감 한 개가 저절로 정신없이 서 있
는 도적의 목덜미에 떨어지면서 그냥 터져 버렸습니다.
“에그머니!”
겁쟁이 도적이 얼떨곁에 놀라 소리를 쳤습니다. 가뜩이나 겁이 나서 가슴
이 두근거리는 판에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것이 목덜미를 후려치는 바람에
화살을 맞은 것이나, 칼에 맞은 줄로만 꼭 알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더구나 목덜미를 만져 보니까, 끈적끈적한 물이 손에 묻지를 않겠
습니까.
이 겁쟁이 도적은 자기가 생각해도 산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 때 집 안에
서 훔칠 것을 다 훔쳐 가지고, 먼저 들어갔던 도적이 뛰어나오더니, 쭈그리
고 앉아서 어쩔 줄 모르는 그 친구를 바라보자마자,
“여보게 왜 그러나? 응…….”
하고, 그 앞으로 가까이 가면서 물었습니다.
“목덜미를 맞았어……, 목덜미를!”
하고, 겁쟁이 도적이 떨리는 목소리롤 대답하는 소리를 듣더니,
“무엇이 어째? 목덜미를 맞다니.”
하고, 재차 물었습니다.
“여보게, 여길 좀 만져 보게…….”
하고 겁쟁이가 말하는 , 대로 목덜미를 만져 보더니, 놀라는 목소리로 중얼
거렸습니다.
“아이그, 끈적끈적한 게 틀림없는 피인걸 피야…….”
“피가 이렇게 나도록 상했으니, 나는 아마 이만 살고 죽나 보이.”
하고, 겁쟁이는 풀이 하나도 없이 말합니다.
“그거야 될 말인가. 밝은 데 가서 보아야 알지. 자아, 내 등에 업히게,
내 데려다 줄 테니…….”
하고, 잡아 일으키는 것도 듣지 않고 겁쟁이는,
“아닐세, 나는 더 살지 못하고 인제는 죽네. 이 꼴을 하고, 집엔 가서 무
얼하나, 처음에도 피가 그렇게 묻었으니, 지금은 마구 쏟아지겠지, 여보게
이왕이면, 이 모가지를 얼른 잘라 주게 응! 어서…….”
하고, 애걸하다시피 하였습니다.
“아! 그래. 그렇게까지 괴롭단 말인가? 그럼 어쩔 수 없이 자네가 목을
베어 달라니까 베이는 걸세.”
하고, 겁쟁이의 목을 칼로 베었습니다.
그래서 목 없는 시체와 따로 떨어진 목을 가지고 도적은 겁쟁이집을 찾아
가서, 지낸 일을 다 이야기하고 몹시 슬퍼하였습니다.
집안 사람들은 의십스럽고 또 놀라워서 울며불며 동강난 목을 자세히 살펴
보니까, 칼이나 화살 자리는커녕 손톱 자국 하나 없었습니다. 그래서 집안
사람들은 도적의 말을 믿지 않는 빛을 보였습니다.
그러니까 도적은,
“아니올시다. 거짓 말씀을 여쭐 리가 있습니까? 목덜미를 맞았으니, 어서
목을 잘라 주게 하고, 너무도 애걸을 하기에 여북 아프기에 저럴까 하고 딱
해서 그대로 목을 베었습니다.”
하고 말하였습니다.
<≪어린이≫ 8권 2호, 1930년 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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