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개를 여라믄이나 기르되

by 송화은율
반응형

개를 여라믄이나 기르되

 

개를 열 마리 넘게 기르지만 이 개처럼 얄미운 놈이 있을까.

미운 님이 오면 꼬리를 홰홰 치면서 뛰어 올랐다 내리 뛰었다

하면서 반겨 맞이하고, 사랑하는 님이 오면 뒷발을 버둥거리면서

물러섰다가 나아갔다가 캉캉 짖어 돌아가게 한다.

쉰밥이 그릇그릇 아무리 많이 남을지라도 너 먹일 줄 있으랴?

 

개를 열 마리가 넘게 길렀어도 요 개같이 얄미운 놈이 있을까.

내가 미워하는 님이 오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뛰어오르며 반겨서 좋아하고, 내가 좋아하는 님이 오면 뒷발을 바둥거리며 뒤로 물러갔다 앞으로 나아갔다 하며 캉캉 짖어 돌아가게 하는구나.

(설령) 쉰 밥이 그릇그릇에 남아돈들 너에게 먹일 마음이 있겠느냐?

요점 정리

지은이 : 미상

갈래 : 사설시조

성격 : 연모가(戀慕歌). 해학적, 익살적

표현 : 반복법. 의성법. 의태법

제재 : 임

주제 : 임에 대한 연모의 정(情), 임을 기다리는 안타까운 마음, 주인의 진심을 몰라주는 개에 대한 얄미운 감정

출전 : 청구영언(靑丘永言)

내용 연구

여라믄 : 열이 넘게

뮈온 : 미운

버동버동 : '버둥버둥'의 옛말로 덩치가 큰 것이 매달리거나 자빠지거나 주저앉아서 팔다리를 내저으며 자꾸 움직이는 모양

므르락 나으락 : 물러났다가 나아갔다가

즈져서 : 짖어서

뮈온 님 - 도라가게 한다 : 개의 동작에 대한 표현이 소박하면서 실감나게 드러나 있는 부분으로 개라는 일상 생활 주변의 소재를 활용하고, 그것을 해학적으로 묘사한 데서 사설 시조 특유의 평민성과 해학성을 느낄 수 있다. 의태어와 의성어도 사용하고 있다.

쉰밥 : 쉬어서 쉰내가 나거나 시금하게 된 밥.

난들 : 남은들

이해와 감상

 

조선 후기 산문 정신의 영향으로 등장한 사설 시조는 작품의 질적 수준보다는 당시 사회상의 반영, 세태에 대한 풍자, 평민들의 진솔한 감정 표현에 그 의의가 있다.

이 작품 역시 임을 기다리는 야릇한 심정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사설시조로서 임을 기다리는 심정이 일상어로 소박하게 표현된 작품이다.

임이 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이 간절하다 못해 개에게 그 미움이 전가되고 있다. 오시는 임을 개가 막는 일은 없지마는 짖는 개 때문에 임이 돌아가 오지 않는다고 표현한 것은 웃음을 자아낸다. 시적 화자는 자신이 기르는 개가 미운 임은 반겨 맞고 고운 임은 짖어서 쫓아 버린다고 원망하고 있는데, 실제로 개가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 이는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임을 직접적으로 원망하지 않고, 그것을 죄 없는 개한테로 옮겨서 원망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짖는 개 때문에 사랑하는 이가 돌아가 오지 않는다는 해학적인 표현이 드러나고 있다.

독자로 하여금 절로 미소를 짓게 하는 소박한 서민적 해학의 묘미가 바로 이러한 점에 있다고 하겠다. 또 임을 내쫓는 개의 동작을 묘사한 부분이 매우 사실적이어서 실감을 높인 것도 이 노래의 큰 장점이라 할 것이다.

이해와 감상1

 

이 시조는 지은이와 창작 연대가 알려져 있지 않은 사설시조이다. 초장과 종장은 원래의 시조 형식을 갖추고 있는 반면에, 중장은 그 파격(破格)이 충분히 인정될 만큼 길이가 확장되어 있다. 형식적 파격과 함께 내용에 있어서도 기존 사대부들의 시조에서 볼 수 없었던 자유롭고 발랄한 감정 표현, 혹은 현실에서 흔히 겪는 일상적인 사실이나 감정을 소재로 하여, 참신하고도 기발하게, 조금은 익살스럽게 표현하였다. 내가 미워하는 임이 오면 반가워하고, 내가 좋아하는 임이 오면 방해를 놓아 돌아가게 만드는 얄미운 개를 향해, 개 먹이가 아무리 많아도 줄 마음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너무도 솔직하고 소박하게 자신의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므르락 나으락'은 뒤로 물러났다 앞으로 나아갔다 한다는 말로서, 소박하면서도 실감나는 개의 동작에 대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조의 발랄한 표현과 일상적인 내용으로 인하여 이 시조를 평민 여성의 작품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양반일지라도 유흥의 자리에서는 사설시조와 같은 '가면(假面)'을 쓰고 노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심화 자료

사설 시조

 

시조의 한 형식. ‘장시조’ 또는 ‘장형시조’라고도 한다. 평시조의 기본형에서 두 구 이상에서 각각 그 자수가 10자 이상으로 늘어난 시조이다.

시조를 형식상으로 분류하면 평시조·엇시조·사설시조로 나뉘는데, 평시조는 정제(整齊)된 형식적 틀을 깨뜨리거나 규범을 벗어나는 경우가 없다.

반면 엇시조와 사설시조는 이 같은 규범에서 벗어나 있다. 그 중 사설시조는 평시조의 기본형에서 가장 벗어난 시조의 형식으로 율조의 제약을 벗어나 어조가 사설체로 되어 있고, 초장·중장·종장의 구분이 가능한 시조이다.

이 파격구(破格句)는 중장의 1·2구가 벗어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종장과 초장도 벗어나는 수가 있고 세 개 장이 각각 다 벗어날 때도 있다. 현존하는 고시조 가운데에서 약 15%의 시조가 이에 해당된다.

주제는 평시조가 양반 사대부들의 한정·애정·탈속을 내용으로 지은 것이 많은 데 반해, 사설시조에서는 자수상에 구애됨이 없이 인간생활을 사실적으로 담아내고 있는 점이 특징적이다.

현존하는 사설시조에서 작자로 나타나는 인명은 약 30여명에 지나지 않아 평시조에 비하여 작자가 후세에 알려지지 못하였다. 다만, 서리 출신들을 중심으로 하는 평민계층에서 널리 지어졌을 것으로 믿어진다.

발생시기는 명종·선조시대까지 올려보는 학설도 있으나, 통계상으로 볼 때 영조·정조시대에 지어진 것이 많아서 숙종시대로 보는 것이 옳을 듯하다.

시조 창의 한 가지로서 사설시조는 엮음시조·편시조(編時調)·주슴시조·습시조(拾時調)·좀는시조 등 많은 이름으로 불리고 있으나, ‘사설’과 같이 리듬이 모두 촘촘하다는 뜻이다.

사설이라 함은 가곡의 편(編)과 같이 장구 장단이 촘촘해지거나 시조에서와 같이 한 박자 안의 리듬이 촘촘해질 경우를 말한다. 즉, 사설의 뜻은 시조가사 자수(字數)의 많고 적음에서 온 이름이 아니고, 음악적인 리듬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가곡 중 편의 음악적인 형태와 비교되는데, 가곡의 편은 초삭대엽 (初數大葉)·농(弄)·악(樂) 등 곡의 16박 한 장단을 10박 한 장단으로 바꾸고, 단형시조와 장형시조 등 시조의 자수와 관계없이 부르게 되어 있다.

즉, 단행시조일 경우에는 가곡의 기본장단에 의하여 부르고, 장형시조일 경우에는 중장 또는 종장에서 자수가 늘어나므로 가곡 편곡조에서는 5장 중 2·3장과 5장에서 장단을 연장하는 방법에 의하여 늘어난 시조가사 자수를 소화시킨다.

그러나 사설시조(또는 편시조)에서는 시조의 자수가 아무리 늘어나더라도 평시조와 같이 본 장단 속에서 불러야 하기 때문에 한 박자 안에 2자에서 4자까지 불러야 한다. 한 박자 안에서 3·4박자씩 부르게 되면 그 리듬이 복잡하게 된다.

≪참고문헌≫ 歌曲源流, 國文學通論(張德順, 新丘文化社, 1963), 古詩歌論攷(李能雨, 宣明文化社, 1966), 時調音樂論(韓國國樂學會, 1973), 古時調文學論(秦東赫, 螢雪出版社, 1976), 韓國詩歌文學史(朴乙洙, 亞細亞文化社, 1997).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반응형

블로그의 정보

국어문학창고

송화은율

활동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