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江) / 요점정리 / 서정인
by 송화은율작자소개
서정인(徐廷仁: 1936- )
전남 순천 출생. 서울대 영문과 졸업. 하버드대 영문학과 수학. 1962년 <후송>이 <사상계> 신인상을 받아 등단. 전북대 교수. 그는 절제된 문장, 단일한 인상과 환상, 통일된 구성 등의 작법을 통하여 인생의 단면을 부각시키는 작가로 80년대 리얼리즘에 기여한 작가로 알려져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토요일과 일요일 사이>, <철쭉제>, <가위>, <원무>, <강>, <달궁> 등이 있다.
요점정리
갈래 : 단편소설
배경 : 시간 - 1960년대 눈 내리는 겨울 / 공간 - 시골 '군하리' 주변
문체 : 간결체. 상황·배경의 객관적 묘사와 짤막한 대화를 통하여 심리를
암시하는 문체.
시점 : 3인칭 전지적 시점
어조 : 잊혀진 과거의 삶을 회상하며 꿈을 되찾고자 하는 비감 어린 분위기.
주제 : 삶에서 소외당한 사람들의 소시민적 비애.(이상과 꿈을 상실한
현대인의 좌절감과 방황 의식.)
인물 : 김씨 - 늙은 대학생. 가난 때문에 좌절을 맛본 이상주의자. 겉으로
잘 내색하지 않는 우울한 패배주의자.
이씨 - 세무서 주사. 농담을 즐기며 멋내기를 좋아한다. 속물 근성이
다분한 인물.
박씨 - 전직 교원. 김씨, 이씨의 하숙집 주인. 세상을 자기 식으로
살아간다고 자부하나, 그 행동이 비애감 즉, 페이소스(pathos)
를 느끼게 한다.
여자 - 술집 작부. 버스에서 세 사내를 만난다. 신부(新婦)의 꿈을
꾸는 여자.
구성 : 발단 - 버스 안. 혼삿집에 가는 세 사내와 그들과 동석한 술집 여자.
전개 - 그들의 회상 속에 인간적 면모가 암시되며, 각자의 기질이
드러난다.
갈등(위기) - 밤늦게 혼삿집에 다녀온 그들은 술집에 모인다. 깊은
침묵에 빠지는 김씨, 삶의 낙오자임 을 되뇐다.
절정 - 홀로 여인숙에 투숙한 김씨. 공부 잘하는 소년을 통하여
삶의 전락 과정을 회상한다.
결말 - 신부의 꿈을 꾸는 술집 여인은 대학생 김씨에게 순수한
사모의 감정을 지닌다.
이해와 감상
1968년 <창작과 비평>에 발표. 눈 내리는 날, 혼삿집에 가는 세 사내와 그들이 우연히 만난 한 여자가 엮어 내는 서정적 분위기의 단편이다. 전직 교사 박씨, 세무서 주사 이씨, 늙은 대학생 김씨는 혼삿집에 가는 버스 안에서 친해진 여자와 같은 곳에서 내린다. 김씨는 총명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지금의 초라한 모습을 슬퍼한다. 술집 작부인 그 여자는 자기의 꿈이었던 신부(新婦)의 감정이 되어 곤히 잠든 김씨를 감싸 준다.
1) 1968년 <창작과 비평> 9월호에 실린 <강>은 서정인의 초기 작품에서처럼 삶의 현실적 상황을 상징 또는 환상으로 포착하면서 자의식의 분열을 추적하지만, 진실을 찾지 못한 채 방황하는 지식인의 고민을 그린 작품으로서 단아한 문장과 정확한 구성력을 통해 내적 체험을 초현실적 수법으로 묘사하고 있다. <강>은 단편 문학으로는 크게 성공했다는 호평을 듣는 작품이다.
서정인의 작품 세계의 특징은 극적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 전개가 이루어지지 않고 주인공들의 인간적 존재 의식을 표출시키는 데 있다. 이 <강>에서도 현실적 삶의 무게에 짓눌린 인물들의 인간 관계, 특히 늙은 대학생 김씨와 서울집 작부의 만남을 통해서 인간 관계 속의 개인의 실존적 내면적 의식을 잘 드러내고 있다.
2) 1960년대 시골 '군하리'의 눈 내리는 날을 배경으로 소시민들의 얘기가 간결한 문체로 잔잔하게 그려져 있는 작품이다. 김씨는 늙은 대학생으로 점차 자신감을 잃어 가는 인물이다. 인간은 성장하면서 꿈을 잃어버리고 소시민이 되어 가며, 그 소시민은 자신의 소시민성을 감추기 위해서 허풍·오기 따위의 위선의 세계에 뿌리를 내리게 된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다. 여관집에서 만난 공부 잘 하는 소년 ―반장 표찰을 붙인, 조금은 뻔뻔스러운 소년을 통해서 그러한 깨달음을 확인한다. 박씨는 국민학교 교사를 그만둔 사람인데, 제 나름대로 삶을 즐기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서서히 자신감을 상실해 감을 감추지 못한다. 세무서 주사 이씨 역시 일상(日常)을 유쾌하게 대하고 있지만, 그가 드러내는 속물 근성은 소시민적 페이소스(pathos)를 심화시킬 뿐이다.
이 소설의 백미(白眉)는 후반부에 표현될 술집 여자의 태도이다.
그녀는 버스에서 세 사내를 만난 후 혼삿집까지 따라 갔다가 박씨, 이씨와 어울려 술자리에 앉는다. 그러다 '대학생'이라는 말에 자극되어 옆집 여인숙에 투숙한 김씨의 방으로 들어간다. 그 이유를 작가는 해명하지 않는다. 그저 김씨가 대학생이라는 상황 설정뿐이다. 이것은 아마 그녀의 신분적 열등감이 대학생 사모(思慕)라는 보상책을 통하여 아름다운 만남을 한 순간이나마 얻으려는 꿈꾸는 자의 행위이리라.
'대학생'은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으며, '술집 여자'는 연인으로서가 아니라 '누나가 되고 어머니가 된' 보호자의 입장에서 대학생과 한 방에 드는 것이다. 방금 전 그녀가 꿈꾸었던 눈 오는 밤의 신부(新婦)가 되그는 불가능하더라도 그 신부와 같은 첫날밤을 대학생과 함께하려는 것이다. 인간과 인간 사이, 특히 '대학생'과 '술집 작부'의 만남은 특히 그녀에게는 우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밖에서는 눈이 소복소복 쌓이고 있다. 그녀가 남겨 논 발자국을 하얗게 지으면서'란 아름다운 마지막 문장이 그녀가 찾았던 꿈이 결코 허망한 것이 아니었음을 이야기해 준다.
줄거리
김씨와 이씨는 박씨네 하숙생들이다. 셋은 버스를 타고 군하리의 혼삿집으로 가고 있다. 박씨는 군대 기피자였고, 지금은 국민학교 선생을 사직한 처지다. 그의 곁에는 살찐 젊은 여자가 앉아 있다. 늙은 대학생 김씨는 외투 속에 웅크린 채로 진눈깨비를 바라보고 있다. 그는 자기만의 상념에 빠진다. 세무서원 이씨는 여차장의 엉덩이가 크다고 생각하며, 그녀와 유쾌하게 노닥거린다. 박씨는 옆의 살찐 여자와 급속도로 친해진다. 그녀는 술집 작부다.
이들 셋과 여자는 같은 곳에서 하차한다. 밤늦게 혼삿집을 다녀온 세 남자는 거나하게 취해 버린다. 박씨와 이씨는 낮에 만났던 작부의 술집으로 가고, 김씨는 혼자 여인숙에 눕는다. 침구를 가지고 방에 들어온 여인숙 집 아이는 반장이라는 명찰을 가슴에 붙이고 있다. 아이는 일등을 했다고 자랑한다. 아이를 보내며 김씨는 과거를 생각한다. 동네의 천재였던 아이가 가난과의 싸움에서 피곤한 낙오자로 전락하는 과정을 떠올린다. 밖에는 눈이 쌓이고, 김씨는 잠이 든다.
술집에서 술판이 벌어진다. 이씨가 여자의 손목을 잡아 끈다. 술집 여자는 이씨 품에 안겨 김씨가 대학생이라는 말을 유심히 듣는다. 여자는 김씨가 늙은 대학생이라는 말에 놀라고, 방을 나와 김씨를 찾아 나선다. 밖에는 소리 없이 내린 눈이 하얗게 쌓여 있었다. 그걸 본 그녀는 김씨의 새신부가 된 자신을 상상으로 그려본다. 여자는 옆집 여인숙의 사립문을 열고 불이 켜져 있는 방으로 들어간다.
김씨는 새우잠을 자고 있었다. 여자는 누나처럼 어머니처럼 김씨를 편히 누인 뒤 이불을 끌어다가 덮어 주고 베개를 바로 해 주고는 잠자는 김씨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대학생!' 하고 뇌까린다. 그녀는 남폿불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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