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사 소설이란 무엇인가
by 송화은율가족사 소설
가족사 소설은 한 가족의 흥망성쇠의 내력을 다룬 소설을 말한다. 한 가족의 상황이나 운명을 역사적 시간의 지속과 변화의 차원에 놓고 그린다는 점에서 가족사 소설은 단순히 가족 구성원 사이에 발생하는 문제들을 취급한 소설류와는 구별된다. 가족 구성원 간의 갈등과 대립이 가족사 소설의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족사 소설은 가족 내의 개인보다는 가족이라는 사회 집단의 동태를 중시하며, 더욱이 누대에 걸친 가족의 역사를 추적한다는 변별적 특징을 갖는다. 따라서 가족사 소설은 기본적으로 연대기 소설의 형태를 취한다.
일반적으로 근대 소설은 개인이 바로 사고와 행동의 자율적 주체라는 신념 아래 개인의 경험적 진실을 탐구하려는 노력의 과정에서 발생되고 정착되었다는 것을 감안할 때 가족사 소설이라는 형태가 존재한다는 것은 대단히 흥미로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가족이라는 집단적 삶의 테두리를 강조하는 서사 형식은 분명히 전 근대적 문학 관습의 잔영이다. 서양의 경우 가족사 소설의 연원을 중세 아이슬란드와 스칸디나비아의 민속 설화에서 찾을 수 있고, 한국의 경우 가족사 소설의 전통적 형태로서 무수히 많은 가문사 계열의 서사물이 존재한다는 것은 이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가족의 연대기라는 서사 형식은 인간과 세계의 이해에 있어서 개인의 특수한 경험보다는 집단의 보편적 경험이 보다 본질적이라고 여겼던 전 근대적 세계관과 무관한 것이 아니다.
가족사 소설은 1930년대에 이르러 정립을 보았다. 가족사 연대기라는 형식 자체는 조선시대에 이미 성행했지만, 그것이 역사적, 사회적 현실을 재현하는 문학 형식으로 향상된 것은 염상섭의 <삼대>(1931), 채만식의 <태평천하>(1938), 김남천의 <대하>(1939) 등의 작품을 통해서이다.
염상섭의 작품은 3대에 걸친 조씨가의 인물들을 통해서 세대간의 대립과 그것의 배후에 놓여 있는 이념적 갈등과 타락한 욕망의 문제를 조명하면서 식민지 한국 사회의 한 축도를 제시하고 있다. 최근의 가족사 소설로서는 박경리의 <토지>가 단연 특출한 작품이다. 평사리 양반 지주 최씨 일가의 삶을 4대에 걸쳐 서술하고 있는 <토지>는 한말 이후의 고난과 투쟁의 역사 속에 부침하는 무수한 유형의 인물들의 삶을 묘사하는 가운데 근대 한국의 장대하고 입체적인 연대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http://songkw.com.ne.kr/sosul/a53-2.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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