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었-’과 ‘-었었-’의 차이
by 송화은율■ ‘-었-’과 ‘-었었-’의 차이
우리말 표현에서 과거시제는 선어말어미 ‘-었-’으로만 나타내며 ‘-었었-’을 쓰면 틀린 것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 말이 맞는지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말에는 영어의 과거완료와는 성격이 좀 다르지만, 과거의 어느 시점에 완결되어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음을 암시하는 대과거형이 ‘-었었-’으로 나타납니다. 다음의 예문을 비교해 보면 ‘-었-’과 ‘-었었-’의 차이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가) 어제 어머니가 오셨어.
(나) 어제 어머니가 오셨었어.
‘-었-’을 쓴 (가)에 비해서 ‘-었었-’을 쓴 (나)는 그 일 이후에 어떤 일이 하나 더 있었다는 느낌을 주어, 그렇지 않은 (가)와는 구별됩니다. (가)의 문장은 단순히 어제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만 기술하고 있고, 그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중립적이어서, 어머니가 오셨다가 지금은 가셨을 수도 있고 또 아직까지 머물러 계실 수도 있습니다. 이에 반해 (나)는 주어진 사전이 완결되어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음을, 즉 어머니가 오셨다가 다시 돌아가셨음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영어와 비교하여 우리말에 과거완료시제가 없다고 하는 것은 영어에서는 과거시제로 표현하는 일보다 먼저 일어난 사건은 모두 과거완료로 표시하도록 되어 있는데, 우리말에는 그런 의미의 과거완료 형태가 없기 때문입니다. 즉 외국어 문장을 번역할 때 “내가 집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이미 떠났었다”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자연스러운 우리말 문장이 아닙니다. 이는 ‘그녀는 이미 떠나고 없었다’ 또는 ‘이미 떠났다’라고 해야 올바른 표현이 됩니다. 우리말의 대과거는 과거의 상황보다 한 발 앞선 때의 상황을 나타내는 것이긴 하지만, ‘-었었-’과 관련된 ‘-었-’의 상황이 표면에 드러나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대부분의 경우는 ‘-었었-’으로 표현된 사건 뒤에 다른 일이 일어났으리라는 것을 함축 의미로만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말에 대과거 표현이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위의 예에서 보았듯이 ‘-었었-’이 쓰인 대과거 문장은 ‘-었-’이 쓰인 문장과 다른 뜻을 가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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