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鬼)의 성(聲) / 전문 / 이인직
송화은율
귀(鬼)의 성(聲) / 이인직 제 1 장 깊은 밤 지는 달이, 춘천 삼학산(三鶴山) 그림자를 끌어다가 남내면(南內面) 솔개 동내〔松峴〕 강동지(姜同知) 집 건넌방 서창에 들었더라. 창호지 한 겹만 가린 홑창 밑에서 긴 베개 한 머리 베고 넓은 요 한편에 혼자 누워 있는 부인은, 나이 이십이 될락말락하고 얼굴은 돋아 오는 반달같이 탐스럽더라. 그 부인이 베개 한 머리가 비어서 적적한 마음이 있는 중에, 뱃속에서 팔딱팔딱 노는 것은 내월만 되면 아들이나 딸이나 낳을 터이라고 혼자 마음에 위로가 된다. 서창에 비치는 달빛으로 벗을 삼고, 뱃속에서 꼼지락거리고 노는 아이로 낙을 삼아 누웠으나, 이런 생각 저런 생각 잠 못 들어 애를 쓰다가 삼학산 그림자가 창을 점점 가리면서 방 안이 우중충하여지는데, 부인도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