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해설 / 김춘수
by 송화은율꽃- 김춘수
<핵심 정리>
▶ 감상의 초점
김춘수 초기시의 특징인 사물의 본질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작품이다. 존재의 의미를 조명하고 그 정체를 밝히려는 의도를 가진 이 시는, 주체와 대상이 주종(主從)의 관계가 아니라, 상호 주체적인 만남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다분히 철학적인 시여서 정서적 공감과 함께 지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 성격 : 관념적, 주지적, 상징적, 인식론적
▶ 어조 : 갈망적 어조
▶ 특징 : 명명(命名) 행위에 의한 인식을 바탕으로 함.
▶ 표현 : 의미의 점층적 확대(단계적인 의미의 심화 과정을 보임)
┌ 나→너→우리
│
└ 몸짓→꽃→눈짓
▶ 구성 : ① 대상을 인식하기 이전의 무의미한 존재(제1연)
② 명명에 의해 의미 있는 존재로 다가옴(제2연)
③ 존재의 본질 구현에 대한 근원적 갈망(제3연)
④ 존재의 본질 구현에 대한 소망(제4연)
▶ 제재 : 꽃
▶ 주제 : 존재의 본질 구현에 대한 소망
<연구 문제>
1. 이 시와 꽃을 위한 서시(序詩)에서, ‘나’가 ‘너’를 인식하는 데 있어서의 차이점을 140자 정도로 쓰라.
<모범답> 꽃에서 인식의 주체인 ‘나’는 객체인 ‘너’를 인식함으로써 그것은 의미 있는 존재로 드러난다. 그러나 꽃을 위한 서시에서 ‘나’는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고자 해도 ‘너’는 본질적인 의미를 드러내지 않는다.
2. ㉠과 대조의 관계에 있는 시어 셋을 찾아 쓰라. <모범답> 꽃, 무엇, 눈짓
3. 다음 글의 밑줄 그은 ⓐ,ⓑ,ⓒ에 대응되는 시어를 찾아 쓰라.
인간을 자연과 우주로, 나를 남과 사회로 열어 주는 길들은, 자연과 우주에 새로운 질서를 부여하여 뜻있는 것으로 하며, 나와 남과의 사이에 사회의 질서를 세워 진정한 뜻에서의 인간적 세계를 창조한다. 이런 과정에서, 어떤 철학자가 말했듯이, ⓐ사물로서의 존재가 ⓑ빛을 받아 ⓒ원래의 은폐성(隱蔽性)에서 밖으로 뜻을 가지는 존재로 나타나게 되며, 동물로서의 인간이 자연을 초월하는 인간으로서 승화(昇華)하게 된다. -박이문의 '길'
<모범답> 존재의 본질을 밝혀 그것을 인식하는 행위.
< 감상의 길잡이 1 >
한 때 청소년들의 애송시의 선두 자리를 다투던 작품이다. 그들은 대체로 이 시를 하나의 연가(戀歌)쯤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이성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을 느끼기 시작하는 그들에게 제3연과 제4연은 미상불 절창(絶唱)이 아닐 수 없었으리라. 그러나 사실 이 시는 그런 사랑의 노래가 아니라, ‘존재의 본질 인식’이라는 다분히 관념적이고 형이상학적인 경향의 작품이다.(물론 연가로 읽는다고 해서 오독(誤讀)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제1연에서 ‘이름을 불러 주기’는 명명 행위(命名行爲)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대상을 인식하기 이전에는 그는 무(無)과 다름없는 존재였다. ‘몸짓’은 장미꽃이나 민들레꽃과 같은 구체적인 꽃이 아닌, 어떤 낯설고 정체 불명인 관념일 뿐이다. ‘몸짓’의 상징 의미는 ‘무의미한 존재’이다.
제2연에서 시적 화자가 대상을 인식하고 이름을 불러 줌으로써 그는 정체를 드러내며 ‘나’에게로 다가온다. 혼돈과 부재(不在)의 상태, 곧 존재의 은폐성(隱蔽性)으로부터 그는 모습을 드러낸다. 이는 하이데거가 “말은 존재의 집이다.”라고 하면서 만물은 본질에 따라 이름을 지으며, 시인의 사명은 성(聖)스러운 것을 이름짓는 데 있다고 한 말을 상기시켜 준다. 존재의 본질을 인식하고 그것의 이름을 부를 때, 존재는 참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꽃’은 ‘의미 있는 존재’를 상징한다.
제3연에는 존재의 본질 구현에 대한 근원적 갈망(渴望)이 표출되어 있다. 주체인 ‘나’도 대상인 ‘너’에게로 가서 의미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여기서 “대상 없는 주체도, 주체 없는 대상도 무의미하며, 성립될 수 없다.”는 말을 연상해 보면 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빛깔과 향기’는 ‘존재의 본질’을 뜻한다.
제4연은 이 시의 주제연으로서 시적 화자의 본질 구현에 대한 소망이 ‘우리’의 것으로 확산된다. 그리고 ‘꽃’은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임이 확인된다. ‘눈짓’은 ‘꽃’과 동격(同格)의 이미지로서 ‘의미 있는 존재’를 상징한다.
< 감상의 길잡이 2 >
한국시사에서 꽃을 제재로 한 시는 이별의 정한을 노래하기 위한 소재로 꽃을 파악한 것이거나, 심미적 대상으로서 꽃을 다룬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 시에서는 존재론적 차원에서 ‘꽃’을 다루고 있어, 그만큼 심도가 깊다. 여기서 꽃은 하나의 구체적인 실재하는 대상이라기보다는 시인의 관념을 대변하는 추상적 존재라 할 수 있다.
존재 탐구의 시인 김춘수의 면모를 여실히 드러낸 이 시는 서정성이 일체 배제된 관념적이고 주지적인 작품이다. 처음엔 무의미의 관계였던 ‘나’와 ‘그(너)’가 ‘이름을 불러 주는’ 상호 인식의 과정을 통해, 서로는 서로에게 ‘꽃’이라는 아름답고 소중한 존재로 변모하게 되고, 마침내는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 있는 존재인 ‘꽃’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따라서 ‘명명(命名)’ 행위는 사물의 본질을 포착하고, 그것을 실재적인 형상으로 표현해 내는 작업을 뜻하게 된다. 이것은 언어를 ‘존재의 집’으로 파악한 하이데거의 명제와 비슷한 시적 발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존재를 조명하고 그 정체를 밝히려는 이 시는 주체와 객체[대상]가 주종(主從) 관계가 아닌, 상호 주체적 ‘만남’의 관계로 형성되어 있다. 모든 존재는 익명(匿名)의 상태에서는 고독하고 불안하다. 그러므로 이름이 불려지지 않은 상태[존재를 인식하기 전]에서는 자신의 본질을 드러내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아무에게서나 자신의 이름이 불려지기를 원하는 것이다. 명명(命名)이라는 과정이 있기 전까지는 참다운 의미에서 존재하는 것이 아닌, 부재(不在)의 존재였던 ‘꽃’이 이름을 불러 주는 나와 관계를 맺음으로써 비로소 존재의 양태를 지니게 되며, 반대로 내 존재도 누가 나의 이름을 명명할 때야만, 부재와 허무에서 벗어나 그에게 가치 있는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 감상의 길잡이 >
이 작품은 상당히 까다로운 철학적, 관념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 문제란 세상의 수많은 사물과 그 이름 및 의미의 관계에 대한 것이다. 제1, 2연이 특히 이 점에서 중요하다.
세상에는 많은 사물들이 있다. 그러나 그 사물들이 원래부터 어떤 이름과 의미를 가졌던 것은 아니다. 이름이란 누군가가 사물과 관계를 맺으면서 그것을 다른 것들로부터 구별하고자 해서 `붙이는' 것이다. 이렇게 이름을 붙임으로 해서 사물과 거기에 이름을 붙인 사람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생기고, 그 관계가 곧 그들 사이의 `의미'가 된다. 따라서, 아직 이름이 붙여지지 않은 사물은 이름이 없는 동시에 어떤 다른 존재(사람)에게 아직 의미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그것은 단지 그 자체로 존재하는 사물에 지나지 않는다.
이 작품에서 시인이 말하고 있는 것은 이런 생각이다. 그것을 말하기 위하여 꽃이라는 사물을 선택하였다. (그러나 이 경우 꼭 꽃을 선택해야 할 이유는 없다.)
제1연이 말하듯이 꽃은 내가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다만 저 혼자 있는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그것은 그저 수많은 이름 없는 사물의 하나였을 따름이다. 그런 사물에 대해 내가 `꽃'이니 `장미'니 `코스모스'니 하는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비로소 그것은 `나에게로 와서' 즉, 나와의 관계 속에서 꽃이 되었다. 그러므로 이름을 붙이는 일은 사물이 의미를 가지도록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이해하면 제3, 4연도 자연스럽게 풀릴 수 있다. 그 내용은 내가 어떤 사물에게 꽃이라는 이름과 의미를 주었듯이 나에게도 누가 알맞는 이름과 의미를 달라는 것이다. 제4연에서 그것은 우리 모두가 서로에 대해서 무엇인가 의미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소망으로 확대된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이름'이란 김 아무개, 이 아무개 하는 관습적인 이름이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의 참된 모습과 가치를 이해하면서 서로에게 부여해 주는 `진정한 이름'이다. 다시 말하여, 시인은 틀에 박힌 관습적 관계를 넘어서 사물과 사람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맺어져야 할 진정한 관계, 진정한 사랑, 진정한 이름, 진정한 의미 등에 대한 소망을 노래한 것이다. 그 간절한 소망은 제3, 4연의 호소하는 듯한 어조에도 나타난다. [해설: 김흥규]
<맥락 읽기>
1. 화자는 누구인가.?
☞ 나
2. 내가 주된 관심을 가지고 노래하는 대상은 무엇인가?
☞ 그, 꽃
3. 내가 대상에 대해 한 행위는?
☞ 화자는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다.
4. 화자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에게 일어난 변화는 ?
☞ 그는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름을 불러준 순간 꽃이 되었다.
5. 이름을 불러 주기 전의 ‘그’와 이름을 불러 준 후의 ‘그’를 지칭하는 말들을 찾아 보아라.
☞ 이름을 불러 주기 전의 그 : 몸짓
☞ 이름을 불러 준 후의 그 : 꽃
6. 그럼 ‘몸짓’이란 걸 화자는 어떻게 여기고 있나요?
☞ 하찮은 것, 별볼일 없는 것( ~에 지나지 않았다)
7. 이름을 불러준 후 그가 꽃이 되었다고 했는데 그때의 꽃은 무얼 뜻하는가? 이 시에 쓰인 다른 시어로 대답해 보아라.
☞ 의미 (의미있는 존재,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가치를 인정받은 존재)
8. 그럼 이 시의 화자는 이름을 불러 준다는 것을 어떤 행위로 생각하는가?
☞ 대상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간다. ‘관심을 가진다. 대상을 알게된다.
대상에 정당한 의미를 부여한다. 대상의 가치를 인식한다.
9. 이 시의 화자(나)가 원하는 바는 무엇인가?
☞ 누가 나에게 나의 빛깔과 향기에 맞는 이름을 불러 주었으면 좋겠다.
☞ 그래서 나도 남에게 의미 있는 존재로 되었으면 좋겠다.
#.사춘기의 소녀들이 이 시를 좋아 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자.
<참고 이야기>
어이, 자네 이름이 뭐지 ?
네, 저요? 박대추요.
원래 이름이 있었나? / 아뇨.
그럼 니가 태어 났을 때 부모님들이 널 뭐라고 불렀겄냐 ?
아가. 강아지. 내새끼 뭐 그랬겠죠.
자네 박대추 맞지 ?
예, 그걸 왜 또 물어요?
그런데 자네가 똥강아지일 때도 있었잖아.
…………….
그러니까 박대추라는 건 지금의 자네를 남들이 인식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 자네 그 자체는 아니잖아.
…………….
그렇다면 3연에 나타난 서정적 자아의 심정이 어떤 것인지 짐작이 가제?
예. 자기가 꽃에게 의미를 부여해 실체가 분명해지고 가치를 지닌 존재로 만들어 준 것처럼 누군가 자기에게 의미부여를 해주었으면, 그래서 자기도 어떤 가치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얘기구만요.
그래 바로 그거야 !
&&& 실재와 실존 &&&
실재(즉자적 존재) : 단지 존재할 뿐 인간(타인)에게 인식되지 않은 존재
실존(대자적 존재) : 존재할 뿐만 아니라 인간(타인)에게 가치있는 존재로 인식된 대상
예1). 철수와 강토는 내연산으로 소풍을 갔다왔다. 자연시간에 식물에 대해서 공 부하다가 선생님이 산에 가서 본 나무들을 모두 얘기해 보자고 했다. 그러자 강토는 다만 소나무와 그 외 많은 나무들이라고 대답했다. 사실 강토는 소나무 외에 특별히 기억나는 나무가 없었다. 그렇지만 철수는 어려서 시골에서 자랐고 또 평소에 식물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소나무뿐만 아니라 느티나무,회나무,참나무,잣나무,느릅나무,밤나무,굴참나무 등등의 많은 종류의 나무 이름을 댈 수 있었다.
예2). 상숙이는 정민이와 같은 과 동기이다. 하지만 상숙인 늘 정민과 함께 어울렸음에도 불구하고 정민이 곁에 있다는 걸 인식하지 못했다. 그러나 5월 어느날 정민이 집회에서 아주 열정적인 선동 연설을 하며 집회를 이끄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학생회관 앞 광장의 귀퉁이에 서 있었지만 갑자기 정민이 그녀의 눈에 들어 오고 정민의 열정적인 모습이 그녀의 가슴을 파고드는 걸 느꼈다. 그러자 상숙은 정민이 아주 오랜 세월을 함께한 몹시 가까운 사람으로 느껴지는 것이었다.
* 철수와 강토가 서로 다른 답을 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요 ?
* 매일 보는 것이지만 어느 날 갑자기 눈에 뜨인 것이 없던가요. 그런 이유는 무엇일까요?
#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모든 존재는 언어화함으로써 실체가 드러나고 인식 가능한 상태로 된다.)는 명제를 참고로 이 시가 담고 있는 인간, 언어, 인식간의 관계를 생각해 보자.
☞ 이름이라는 것은 우리로 하여금 존재를 구체적으로 인식하게 하고 또 그 가치를 부여하며 표현하는 수단이다. 사물은 그 이름을 부여받음으로 인해 비로소 이 세상의 구성요소로 데뷔하는 것이다. 적어도 언어의 주인인 인간은 그렇게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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