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김영랑
by 송화은율오월 - 김영랑
들길은 마을에 들자 붉어지고
마을 골목은 들로 내려서자 푸르러졌다.
바람은 넘실 천(千) 이랑 만(萬) 이랑
이랑 이랑 햇빛이 갈라지고
㉠보리도 허리통이 부끄럽게 드러났다.
꾀꼬리는 엽태 혼자 날아 볼 줄 모르나니
암컷이라 쫓길 뿐
수놈이라 쫓을 뿐
황금빛 난 길이 어지럴 뿐
얇은 단장하고 아양 가득 차 있는
㉡산봉우리야, 오늘밤 너 어디로 가 버리련?
(문장 6호, 1939.7)
<핵심 정리>
▶ 감상의 초점
이 시는 1919년 독립 운동의 실패로 나타난 1920년대의 감상적 낭만주의 경향의 시풍에서 벗어나, 잘 통제되고 절제된 순수한 서정시를 개척한 시문학파의 대표적 시인인 영랑의 시로서, 감정의 자연스러운 흐름이 마치 겨우내 얼었던 개울물이 봄을 맞아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 시는 초기의 섬세한 감각이나 율조가 사라지고 사계절의 순환을 따라 변화하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정관하여 미화한 데 그 특징이 있다. 마을과 들판은 어떤 모습이며 대비되고 있는 심상은 무엇인가? 화자의 시점은 어떻게 이동되고 있는가? 5월의 보리밭에서 화자가 본 것과 생명의 약동을 느끼게 하는 매체를 찾아보자.
▶ 성격 : 서경적, 묘사적
▶ 심상 : 시각적 심상
▶ 특징 : 맑고 투명한 서정성
▶ 시상 전개 : 소재의 이동. (근경→원경, 낮은 곳→높은 곳)
▶ 구성 : 소재를 보는 시선의 이동에 따른 나열식 구성
① 기 : 짙푸른 들판의 풍경(1,2행)
② 서 : 바람의 출렁거림과 보리의 모습(3-5행)
③ 결 : 꾀꼬리의 정겨운 모습과 산봉우리의 자태(6-11행)
▶ 제재 : 오월의 들과 산봉우리
▶ 주제 : 오월에 느끼는 생명의 약동감. (아름답고 싱그러운 오월 찬미)
<연구 문제>
1. 이 시의 화자의 시선 이동을 작품 속의 소재를 통하여 화살표로 제시하라.
☞ 들길→마을→들→바람→햇빛→보리→꾀꼬리→산봉우리
2. 대상을 의인화하여 표현을 효과적으로 살리고 있는 시행 셋을 찾아 각각의 첫 어절을 쓰라.
☞ 보리도, 얇은, 산봉우리야
3. ㉠은 보리의 어떠한 모습을 표현한 말인지 10자 이내의 구절로 쓰라.
☞ 보리가 막 패어나는 모습
4. ㉡은 화자의 어떠한 마음을 표현한 것인가? 이 시의 제목을 넣어 30자 내외로 쓰라.
☞ 오월의 아름다운 모습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오월의 아름다운 자연을 예찬한 작품이다. 그런 가운데 시인의 자연에 대한 사랑도 잘 나타나 있다. 특히, 자연을 여성적 아름다움으로 노래한 데서 그의 자연관의 일면도 살필 수 있는 작품으로 시인의 다른 작품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 회화적 이미지가 두드러진게 나타나 있다.
이 시는 오월에 볼 수 있는 자연물을 나열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화자의 시선이 그 소재들을 따라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곧, ‘들길→마을→들→바람→햇빛→보리→꾀꼬리→산봉우리’가 그것이다.
푸른 들은 꽃이 붉게 피어 있는 들길과 대조를 이루며, 들판의 보리밭 이랑마다 봄의 햇빛이 눈부시다. 보리가 자라서 이삭이 패는데 그 모습이 시골 처녀의 허리로 의인화되어 관능미를 느끼게 한다. 흔히들 봄을 여성의 계절이라 하고, 희망과 사랑이 싹트는 계절이라고 한다. 노란 꾀꼬리는 푸른 들판, 수양버들과 색채의 대조를 이루며 암수가 늘 짝을 이루고 다니기에 다정한 연인에 비유된다. 담록으로 채색된 산붕우리의 모습은 곱게 단장하고 아양 떠는 새색시의 모습으로 의인화되어, 금방이라도 사랑하는 이에게로 가 버릴 것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다.
남도 지방 토속어를 통한 향토색, 시각적 심상의 색채 대조, 전통적인 율격, 맑은 서정성 등이 한데 어우러져 오월의 아름답고 싱그러운 자연을 잘 형상화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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