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 김영랑
by 송화은율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 김영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 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도도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 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요점 정리
지은이 : 김영랑(金永郞)
갈래 : 자유시. 서정시. 낭만시. 순수시
율격 : 내재율(3음보 율격)
성격 : 서정적. 낭만적. 감각적
경향 : 유미주의적.
어조 : 부드러운 여성적인 목소리
구성 : 수미쌍관의 구성
수 미 상 관 |
1-2행 |
마음속에 흐르는 강물 |
실재 존재하는 강이거나 꼬집어 가리킬 수 있는 마음 속의 어디가 아니다. 가슴에, 눈에, 혹은 핏줄에,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이라면 바로 거기에 흐르는 강. |
내 마음속의 평화로움과 아름다움 |
3-4행 |
강물의 아름다운 모습 |
돋아 오르는 아침 햇빛이 잔잔한 물결 위로 반사되어 은 비늘처럼 빛나는 모습을 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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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행 |
마음이 숨어 있는 강물 |
실재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에 존재하는 강물은 결국 시적 자아의 내면 깊숙한 곳에 존재하는 관념의 강물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 강물은 민족이 바라는 희망의 원류나 근원적인 생명 자체로 의미를 규정할 수도 있는 마음 속의 강물인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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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행 |
마음속에 흐르는 강물 |
마음 속에 흐르는 강물을 수미 쌍관적 수법으로 반복 |
제재 : 내 마음. 강물
주제 : 내면 세계의 평화와 아름다움
표현 : 의성법. 반복법. 상징법. 세련된 감각어의 사용과 순수한 우리말과 잘 다듬어진 시어 사용. 음악성의 추구(유음과 비음의 사용. 각운. 음성 상징), 수미상관의 구조, 3음보의 율격
율격과 음악성 :
이 시가 처음 발표된 <시문학> 창간호에는 2해, 4행, 8행이 각각 앞 행에 이어져 시 전체가 5행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런데 '영랑 시집에서는 지금과 같이 행을 바꾸어 3음보의 율격을 더욱 묘미 있게 변형시켰다.
내 마음의 |
어딘 듯 |
한편에 |
끝없는/ |
강물이 |
흐르네 |
형태상 - 4음보 |
2음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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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상 - 3음보 |
3음보 |
율격의 변화 : 3음보 형식을 중첩시키기도 하고 분단시키기도 하여 마음에 떠오르는 미묘한 느낌이 이어지고 끊어지는 것을 선명하게 나타내게 하였다.
음성 상징어의 효과 : 의태어(도른도른), 양성 모음의 중첩(도도네), ㄴ, ㄹ, ㅁ, ㅇ, 등 유음, 비음의 사용으로 시의 음악적 효과가 한층 고양되고 있다.
각운 : 시의 각 행의 마지막 음절에 비슷한 음을 반복시켜 시의 율조를 자아내는 것을 각운(脚韻)이라 한다. 이 시의 각 행 끝을 보면, ' '-ㄴ, -네, -ㄴ, -네, -ㅅ, -ㅅ, -ㄴ, -네''로 되어 있어 시 전체의 율동감을 강화하고 있다.
반복의 효과 : 시의 첫 두 행과 마지막 두 행이 반복되고 있다. 이처럼 처음과 끝을 통일시키는 방법을 수미쌍관(首尾雙關)이라 하는데, 내용적으로는 주제를 강조하게 되고, 형식적으로는 시의 율격을 가다듬는 기능을 하여 안정감을 부여함.
출전 : <시문학(詩文學)> 창간호(1930. 8)
내용 연구
내 마음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지속적인 지향] 강물[화자가 지향하는 순수한 내면의 세계]이 흐르네 - 마음 속에 흐르는 강물 돋쳐 오르는 아침 날 빛[돋아오르는 아침 햇빛 - 밝고 평화로운 이미지]이 빤질한[반질한] 은결을 도도네[은빛 물결을 돋우네 - 은은하게 빛나는 아침 햇빛의 아름다운 이미지 / '돋우네'의 시적 허용] - 아침 햇빛에 빛나는 아름다운 강물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나직하고 정답게 속삭이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생동감 / '도란도란'의 시적 허용] 숨어 있는 곳 - 마음 속에서 정답게 속삭이는 강물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수미상관 - 평화롭고 아름다운 화자의 마음 강조] - 마음 속에 흐르는 강물 |
내 마음 속의 평화로움과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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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은 마음속에 흐르는 것으로, 마음의 어떤 상태를 가리킨다. 따라서 그 강물이 '돋아 오르는 아침 햇빛을 받아, 은빛처럼 반짝인다'는 표현은 '신선하고 아름다우며, 황홀하면서도 그윽한' 화자의 마음의 상태를 형상화한 것으로 '마음의 강'은 '마음속에서 느끼는 아름답고 평화로우며, 안정된 세계'를 상징한다. |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지속적인 지향]
강물[순수서정의 세계 - 화자가 지향하는 세계]이 흐르네.['강물'은 실재하는 강이 아니다. 그것은 마음 속 어딘가에 있다. 가슴에나 눈에 또는 핏줄 속에 있는 듯도 하고, 어디라고 할 수 없지만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거기에 있는 듯하다. 그런데 6행에서 숨어 있다는 것은 마음이 현실의 외부세계로 나아가지 않고 내면의 세계로 물러나 들어옴을 뜻한다. 그 때 나는 평화와 안정, 혼자만의 기쁨을 맛본다. 따라서 강물은 내마음에만 있는 세계로, 이러한 자기만의 평화와 그윽한 아름다움의 이미지이다. 또 바로 그 내면의 세계가 객관적인 현실의 외부세계와는 무관한 영랑의 순수 서정의 세계이며 '내마음'의 세계이다.] - 강물의 이미지를 통해 시적 화자의 내면 세계의 평화로움과 아름다움을 표현
돋쳐 오르는[돋아 오르는] 아침 날 빛[햇빛, 햇빛을 받아서 나는 온 세상의 빛]이 빤질한[반질한]
은결[은빛 물결, 햇빛에 비친 물결, 은파와 같은 뜻]을 도도네['돋우네' 의 부드러운 표현, 향토색을 느낄 수 있는 시어 / 모음을 변화('양성 모음 + 음성 모음'을 양성 모음의 중첩시킴)시켜서 한결 부드럽고 생생하게 표현한다].[도쳐 오르는 - 은결을 도도네. : 자신의 마음에 흐르는 강물의 모습. '빤질한',이나 '도도네' 등의 시어를 통하여 향토적인 정서를 환기시키고 있다.] - 내면 세계의 아름다운 모습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하였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시적 화자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강물의 존재를 '가슴', '눈', '핏줄'로 감각적으로 실체화하여 표현하였다.]
마음이 도른도른[사전에 없는 말이지만, 뭔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동감을 주는 의태어로 나직하고 정답게 속삭이는 소리, 또는 그 모양으로 '도란도란'의 의도적인 변형으로 보임] 숨어 있는 곳[가슴엔 듯 - 숨어 있는 곳 : 내면에 존재하고 있는 강물] - '내 마음' 어딘가에 자리잡고 있는 강물의 존재를 실체화하여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하고 있다.
내 마음의 어딘 듯 한 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내 마음의 - 강물이 흐르네. : 시적 화자의 마음 속 어딘가에 강물이 흐르고 있음을 묘사함. 7, 8행은 1, 2행을 반복함으로써 작자의 내면 세계의 평화롭고 아름다운 심상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수미쌍관의 기법은 반복을 통하여 작자 자신이 마음 속에서 절실하게 느끼고 있음을 강조하는 표현이자, 형태적으로 안정감을 주고 있다.] - 다시 반복함으로써 형태적으로 안정감을 부여하는 한편 의미를 강조
1. 위 시에서 운율을 형성하는 요소를 찾아보자.
‘ㄴ, ㄹ, ㅁ’과 같은 울림소리를 많이 사용하여 음악적인 효과를 살리고 있다. 또한 어미 ‘-네’가 반복되어 각운의 효과를 주고 있으며, 5행에서 비슷한 통사 구조(~엔 듯)를 반복하여 운율을 형성한다. 3음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도 운율을 형성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
2. 위 시에 쓰인 표현 기법이 무엇인지 말해 보자.
화자의 마음을 강물에 비유하였다. 특히 강물을 ‘돋아 오르는 아침 햇빛을 받아, 물결이 은빛처럼 반짝인다.’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신선하고 아름다우며, 황홀하고 그윽한’ 내 마음의 상태를 효과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3. 위 시에 주로 쓰인 심상은 무엇인지 말해 보자.
주로 시각적 심상이 사용되었다. ‘돋쳐 오르는 아침 날 빛’이나 ‘빤질한 은결’과 같은 표현에서는 색채 이미지를 느낄 수 있고,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다는 표현 역시 그 장면이 눈에 보이는 듯 그려진다는 점에서 시각적 심상이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1) 작품 선정의 취지
우리는 앞에서 문학의 기본 갈래를 서정, 서사, 극, 교술 갈래로 나눈 바 있다. 김영랑의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는 서정 갈래를 대표하는 서정시에 속하는 작품이다. 특히 소재, 운율, 시어, 이미지, 어조 등의 여러 가지 측면에서 순수 서정시의 요건을 충족시켜 주는 작품으로서, 학생들은 이 작품을 읽으면서 서정시의 특성을 쉽게 이해하게 되는 것은 물론 나아가 '개인 정서를 주관적으로 노래한다는' 서정 갈래의 본질적인 특성을 스스로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다.
(2) 지도의 핵심
교사는 이 작품을 감상·수용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주관적 정서를 표출한다.', '대부분 독백적 형식으로 표현된다.', '간결하고 압축된 언어와 풍부한 운율미에 의존한다.' 등의 서정갈래가 지니고 있는 본질적 특성을 소개하고 그것들이 작품의 내용과 어느 정도 일치하는가를 학생들 스스로 확인해 보도록 지도한다. 아울러 갈래 개념을 도입하는 것이 작품의 수영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학생들 스스로 확인해 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는 우리말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살려 화자의 내면 정서를 아름답게 형상화한 작품이므로, 이 작품의 교수·학습과정에서 교사는 문학이 언어 발전에 능동적으로 기여한다는 점도 강조할 필요가 있다.
(3) 작품 연구
이 시는 1930년에 간행된 <시문학> 창간호에 실린 작품으로, 순수시를 추구했던 김영랑의 작품 세계를 잘 보여 주는 작품이다. <시문학> 창간호에는 영랑의 시 13편이 발표되었는데, 이 시의 발표 당시의 제목은 '동백잎에 빛나는 마음'인 것으로 보아, 작가는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동백잎을 보다가 은빛으로 출렁이는 강물의 이미지를 느끼면서 문득 자신의 내면에 일렁이는 아름다운 정서를 형상화한 것으로 보인다.
'돋쳐 오르는', '도도네', '도른도른' 같은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매끄러운 리듬감을 느낄 수 있는, 잘 가다듬어진 시어 구사가 특색이며, 또한 작품의 처음과 끝에서 동일 어구를 반복하는 수미상관(首尾相關)의 구조를 취하여 안정된 느낌을 주고 있기도 하다. 전통적 민요 가락인 3음보율을 바탕으로 '∼네'라는 각운적 요소를 반복하여 시에 음악성을 더하고 있다. 특히 1·2행, 3·4행, 7·8행에서는 의미상 3음보 율격으로 읽혀지는 시행을 4음보 시형식으로 배치함으로써 내적 충동을 외적으로 절제하는 이중성을 의도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김영랑의 초기 시들은 외부 현실과 차단된 '내 마음'의 세계를 노래하였다. 이러한 순수 서정의 지향은 차분한 여성적 어조를 통해 호소력을 얻고 있기도 하지만 동시에 내 마음의 세계에만 머물러 있다는 한계를 지니기도 한다.
학습활동
친해지기
1. 이 시를 낭독해 보고, 낭독할 때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지도방법 : 이 활동은 학생들의 능동적인 감상을 용인하고 권장하면서 학생들이 서정시의 아름다움에 대해 충분히 느껴 보도록 하기 위한 활동이다. 다만 특정한 작품을 낭독할 때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는 요인은 매우 많으며, 심지어 주관적인 것이어서 공감을 얻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에 유의하여, 학급을 몇 개의 모둠으로 나누어 모둠별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도록 지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가급적 시를 여러 번 낭송해 보도록 하고 여러 학생들이 작품의 분위기와 주제를 충분히 이해하는 과정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는 요인을 스스로 생각해 보도록 유도하여야 한다
풀이 :
① 3음보의 율격에서 오는 규칙적 리듬감
② 1·2행과 7·8행의 반복
③ 2, 4, 8행을 1, 3, 7행과 구분할 때 변칙적으로 구분함(3음보를 4음보로 분리)에서 오는 특이함
④ '도도네', '도른도른' 등의 고운 우리말 시어 구사
⑤ '∼네'라는 각운적 요소에 의한 리듬감
2. 이 시가 나타내고자 한 대상은 무엇인지 본문에서 찾아보자.
지도방법 : 이 활동은 시적 형상화의 대상을 확인해 봄으로써 문학의 본질적 특성을 이해하기 위한 활동이다. '끝없는 강물'로 형상화된 것이 실제로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도록 지도한다. 이때 교사는 작품에 등장하는 이미지를 '동백잎에 빛나는 마음'이라는 원제목과 연관시켜 설명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풀이 : 이 작품에서 '끝없는 강물'로 형상화된 것은 '내 마음'이다. 1, 2행에서도 드러나 있듯이 '끝없는 강물'이란 결국 '내 마음' 속에 있는 것이다.
꼼꼼히 읽기
1. 이 시에서 우리말의 미감을 유려하게 되살리면서 운율감을 느끼게 하는 표현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찾아보자.
이 시는 1930년 <시문학> 창간호에 발표된 김영랑의 등단작으로 음악성의 추구, 세련된 언어의 조탁, 고요한 내면 세계의 표현이라는 영랑 시의 특징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음운·어휘·통사 등의 측면에 나타난 이 시의 율격적 특징과 우리말의 미감을 유려하게 되살리는 표현들을 통하여 순수 서정의 세계를 잘 드러내고 있다. |
지도방법 : 이 활동은 시의 음악적 요소에 주목하여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요인을 객관적으로 추출해 보는 활동이다. 학생들은 이 활동을 통해서 서적 갈래가 언어 자체의 아름다움을 중시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풀이 :
① 음성 상징의 효과 : 의태어(도른도른), 양성 모음의 중첩(도도네), 'ㄴ·ㄹ·ㅁ·ㅇ' 등 유음, 비음(입 안의 통로를 막고 코로 공기를 내보내면서 내는 소리. ''ㄴ', 'ㅁ', 'ㅇ'' 따위가 있다.)의 사용으로 시의 음악적 효과가 한층 고양되고 있다.
② 각운적 요소 : 엄밀한 의미의 각운과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이 시의 각 행 끝을 보면, '-ㄴ, -네, -ㄴ, -ㅅ, -ㅅ, -ㄴ, -네'로 되어 있어 시 전체의 율동감을 의식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2. 이 시의 처음과 끝에서 같은 내용이 반복됨으로써 거둘 수 있는 효과는 어떤 것인지 말해보자.
지도방법 : 이 활동은 시의 표현상의 특징과 그 효과를 확인해 보기 위한 활동이다. 아울러 반복법을 사용하게 되면, 의미의 강조, 리듬감 형성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일반화시킬 수 있도록 지도한다
풀이 : 처음과 끝을 통일시키는 방법을 수미 상관(首尾相關)이라 하는데, 내용적으로는 주제를 강조하게 되고, 형식적으로는 시의 율격을 가다듬는 기능을 하여 안정감을 부여한다.
탐구
서정 갈래의 특성
개인의 주관적 정서를 표출한다.
대부분 독백적 형식으로 표현된다.
간결하고 압축된 언어와 풍부한 운율미에 의존한다.
작자와 독자가 직접 만나는 양식이다..
작품 속의 화자(시적 화자)와 작자(시인)가 일치하지 않는다.
정서(감정)표현을 위주로 한 언어를 구사한다.
지도 방법 :
서정 갈래는 개인의 주관적 정서를 표현하는 양식이다. 서정 갈래가 대부분 독백적 형식으로 표현된다는 것은 화자의 독백을 독자가 엿듣는 형식으로 미루어 이해할 수 있다. 또 서정 갈래에서 작자와 독자가 직접 만난다는 것은 소설의 작가는 등장 인물을 통해서, 희곡의 작가는 배우를 통해 간접적으로 만나게 된다는 점과 대비되는 특징이다. 또 서정 갈래에서 시적 화자는 작가가 내세운 허구적 대리인일 뿐이다. 이러한 점에 주목하여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에서 서정 갈래의 특성을 하나씩 확인해 볼 수 있도록 교수·학습한다.
탐구 / 서정 갈래의 특성
서정 갈래는 주관적 정서를 내적으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다른 문학 갈래들과 구별된다. 또한 음악과 의미가 긴밀하게 융합되어 있다는 점도 중요한 특징이다. 이 작품에서도 서정적 자아의 내면적 정서를 독백의 어조로 표현해 내고 있다. 특히 우리말의 매끄러운 리듬을 잘 살려, 내 마음의 모습을 효과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
3. 이 시의 3, 4행에 나타난 '강물'의 심상을 통해 알 수 있는, 화자가 추구하는 내면 세계의 모습은 어떠한 것이겠는가?
지도방법 : 이 활동은 작품에 구사된 이미지를 바탕으로 화자의 내면 세계를 추리해 봄으로써 서정시 특유의 표현 기법을 이해하기 위한 활동이다. 3, 4행에서 '강물'은 돋아 오르는 아침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며, 은빛 물결을 출렁이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강물의 이미지를 통해 표현하려는 화자의 내면 세계는 어떤 것일까를 추리해 보도록 지도한다.
풀이 : '돋쳐 오르는 아침 날 빛'의 밝고 평화로운 이미지와 '은빛 물결'의 아름다운 이미지를 종합해서 추리해 보면, 화자가 추구하는 것은 '밝고 아름답고 평화로운 마음'일 것이다.
시야 넓히기 - '강물'의 다양한 의미를 이해하자.
(1) 내면 의식, 정서 - 박재삼 '울음이 타는 강'
(2) 역사 - 신석정 ' 어느 지류에 서서', 심훈 '그날이 오면'
(3) 민중의 생명력 - 김용택, '섬진강1'
(4) 조국 - 정인보, '자모사'
(5) 문명 - 이육사, '광야'
(6) 경계 또는 장애물 - 박목월, '이별가'
다음 작품과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에 등장하는 강물이 의미하는 바가 어떻게 다른지 이야기해 보자.
강물 아래로 강물 아래로 한 줄기 어두운 이 강물 아래로 검은 밤이 흐른다. 낡은 밤에 숨막히는 나도 흐르고 은하수에 빠진 푸른 별이 흐른다. 강물 아래로 강물 아래로 못 견디게 어두운 이 강물 아래로 빛나는 태양이 다다를 무렵 이 강물 어느 지류에 조각처럼 서서 나는 다시 푸른 하늘을 우러러보리…….- 신석정, '어느 지류에 서서'
요점 정리
성격 : 의지적. 이상적, 서정적 심상 : 비유적. 서술적. 시각적 어조 : 신념과 의지에 찬 어조 구성 : 1,2연 : 검은 밤이 흐르는 강물 - 암울한 시대 상황 3,4연 : 푸른 하늘을 우러러봄 - 희망찬 미래를 그려 봄 제재 : 어느 지류. 별. 하늘. 강물 주제 : 현실을 초극하여 살아가는 이상. 삶에 대한 굳센 의지와 이상의 추구 표현 : 반복법을 통한 형태상의 규칙성과 의미의 강조. 어둠과 밝음의 대립. 출전 : <문장>(1941) |
지도방법 : 이 활동은 똑같은 시어일지라도 문맥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함축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해 봄으로써 서정 갈래의 표현상의 특징을 폭넓게 이해해 보기 위한 활동이다.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에서는 '내 마음의 어딘 듯∼강물이 흐르네'라고 하였으므로, '강물'이 '내 마음'과 관계된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고, '어느 지류에 서서'에서 '강물'은 작품 발표 당시의 상황과 관련지어 볼 때, 당대의 암울한 현실과 관련된 의미를 지니고 있을 것이라는 점에 착안하도록 유도한다.
풀이 : '어느 지류에 서서'는 일제 강점기의 암울한 상황에서 쓰인 작품이므로, 여기에 등장하는 '강물'은 '역사의 흐름'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에 등장하는 '강물'은 '내 마음의 아름다움'을 뜻하는 것이다.
도우미 :
신석정의 '어느 지류에 서서' 일제 강정기인 1941년에 발표된 이 시는 당시의 암울한 현실을 '못 견디게 어두운 이 강물 아래로' '검은 밤'이 흐르고 '은하수에 빠진 푸른 별'도 흐르는 것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특히 강물의 본류(本流)가 아닌 지류에 서 있다는 것은, 화자가 일제의 식민지라는 어두운 역사의 커다란 물줄기로부터 한 발자국 떨어져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암울한 역사와 어느 만큼 거리를 둔 도피처 색채의 생활 태도를 의미한다. 그러나 화자는 머지않아 새벽이 와서 이 어두운 강물에 '빛나는 태양이 다다를 무렵'이면 '조각'처럼 우뚝 서서 다시금 '푸른 하늘을 우러러' 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표현하기
아래의 표를 참고하여, '나'의 현재의 마음 상태나 '나'가 추구하는 내면 세계를 효과적으로 빗대어 나타낼 수 있는 대상을 찾아보고, 그렇게 표현한 이유가 무엇인지 말해 보자.
지도 방법 : 이 활동은 비유적 표현을 활용하여 표현해 봄으로써 서정 갈래의 표현상의 특성을 학생들 스스로 확인해 보기 위해 설정된 활동이다. 가급적 많은 학생들을 발표에 참여시켜 서정 갈래의 창작의 기쁨을 느껴 보도록 한다.
예시 답안 :
원 관념 |
보조 관념 |
표현 이유 |
내 마음 |
불꽃 |
뜨거운 의욕에 가득 차 있으므로 |
내 마음 |
호수 |
맑고 고요하므로 |
내 마음 |
납덩어리 |
무겁고 괴로우므로 |
나의 의지 |
교목 |
전혀 흔들림 없이 꿋꿋하므로 |
(출처 : 김윤식 외 4인 공저 '문학교과서 지도서')
1. 이 시의 중심이 되는 심상은 '내 마음'이다. 이 '내 마음'이 지향하는 세계는 어떤 성격의 것인가? 그 이유를 들어 40자 정도로 설명하라.
풀이 :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이라고 한 것으로 보아 내면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2. 이 시는 마음을 '강물'에 비유하고 있다. ㉠을 고려할 때, 화자가 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20자 이내로 써라.
풀이 : 마음 속의 평화로움과 아름다움.
3. 다음 <보기>는 윤선도의 '만흥(漫興)'이다. 밑줄 그은 '먼 뫼'와 이 시의 '강물'이 어떻게 다른지 그 차이점을 한 문장으로 써라.
<보기>
잔 들고 혼자 안자 먼 뫼흘 바라보니 그리던 님이 오다 반가움이 이리하랴 말씀도 우움도 아녀도 몯내 됴하하노라 |
풀이 : '만흥'은 산(자연)과 화자가 주객 일체가 되는 경지로 나아가고 있는 반면, '끝 없는 강물이 흐르네'는 실제의 자연이 아닌, 화자의 주관 안에 존재하는 강일 뿐이다.
이해와 감상
이 시는 김영랑 시의 특징을 고스란히 갖고 있다. 먼저 음악성을 보자. 원래 <시문학>지에 발표할 때는 2행·4행·8행을 바로 위의 행에 연속시켰는데, '영랑 시집'에 실을 때는 지금처럼 행을 바꾸어 놓아 3음보의 율격에 묘미 있는 변형을 가했다. 즉, 1행과 7행의 '끝없는'과 3행의 '빤질한'은 그 밑의 행에 붙여 읽게 되는데, 이것을 통해 형태상의 변화를 꾀한 것이다. 그리고 2행·8행의 반복, 도도네·도른도른 등의 시어 선택 등이 여기에 조응하여 조용한 율동감을 느끼게 한다.
내용면에 있어서도 이 시는 김영랑 시의 특징을 잘 보여 준다. 이 시에서 시인은 강물이 끝없이 흐른다고 했는데, 이 강물은 어디에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시인의 마음 어딘가에 존재하면서 흐른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영랑의 초기 시로서, 지방색이 드러나는 시어와 여성적인 목소리 및 자기애적(自己愛的)인 내향성으로써 '내 마음'에 대한 강한 표현을 모두 드러낸 작품이다.
이 시는 내면 세계의 평화와 아름다움을 그린 시로서 그 중심 이미지는 강물이다. 내 마음(내면 세계) 속에서 끊임없이 흐르는 강물과 도른도른 숨어 있는 마음의 신비를 느끼며 현실의 갈등에서 도피하여 자기만의 순백(純白)의 경지에 다다름이 이 시가 지향하는 핵심이다.
이 시에서 주목해야 할 시어는 '강물'이다. 사전적인 의미를 넘어서 시인의 체험과 관련된 문학적 언어이다. 그것은 자연의 강물이 아니라 '내 마음' 어딘가에 흐르는 강물이다. 그것은 '내 가슴' 속이거나 '내 눈 속'이거나 '핏줄 속'일 수 있으며, 근원적인 생명 자체를 의미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강물'은 시적 긴장(詩的緊張, poetic tension)이 일어나는 애매성(曖昧性, ambiguity)을 구현하는 시어라고 할 수 있다.
이해와 감상1
우리가 영랑의 시를 읽을 때 어떤 감명을 받는다면, 그것은 주로 그의 시가 지닌 음악성에 연유하는 것이기가 쉽다. 이 말은 그가 시에서 구체적인 체험 내용을 진술하기보다는 그것의 단편적이고 순간적인 인상과 감흥을 드러내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므로 그의 시선은 외부 세계의 객관적 대상을 향해 열려 있기보다는 그 대상을 '내' 안으로 끌고 들어가는 경향이 있다.
이 시가 겨냥하고 있는 것도 바로 '내 마음'이다.
'끝없는 강물'은 객관적 실체가 아니라,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흐르고 있고 '가슴엔 듯 눈엔 듯 핏줄엔 듯' 숨어 있다고 화자는 말한다. '숨어' 있다는 말은 마음이 세상을 향해 열려 있지 아니하고 내면 세계로 잦아든다는 것을 뜻한다.
그는 외부 세계의 갈등을 벗어나 스스로 마음의 평정을 구하고 그 속에서 느끼는 그윽한 평화와 안정감을 찾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선율과도 같이 마음 속에 흐르는 '끝없는 강물'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어떤 이는 이를 '근원적인 생명 자체'를 의미한다고 보기도 한다. 이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그만큼 모호한 것이 이 마음 속의 강물이라고 하겠다. 우리는 그의 시가 지향하는 음악성과 관련하여 그것이 우리의 '마음'과 '가슴'과 '핏줄'에 연면(連綿)히 흐르는 민족적 정서나 가락을 의미한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이해와 감상2
이 시는 영랑의 등단 작품이자 순수시라는 새로운 영역을 펼쳐 보인 작품으로 원제목은 <동백잎에 빛나는 마음>이다. 남도 사투리가 부드럽게 순화되어 예술적 미를 형성하고 있으며, 생기가 감도는 가락은 짙은 향토색과 감미로운 서정성을 느끼게 한다. 또한 동일 어구를 반복함으로써 음악적 리듬을 부여하는 한편, 단순한 형식에서 오는 단조로움을 막아 주는 시적 효과를 내고 있으며, 특히 의미상 3음보 율격의 시행을 4음보 시형식으로 배치함으로써 시인의 내적 충동과 외적 절제라는 이중성을 의도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원제목과 관련지어 생각해 보면, 시인은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동백잎을 보는 순간, 은빛으로 출렁이는 강물을 바라볼 때와 같은 어떤 신비로움을 느낀 게 아닌가 한다. 일반적으로 영랑 시는 밖을 향해 시선이 열려 있는 외부 지향의 시가 아니라 외부 세계의 객관적 대상을 '나' 안으로 끌고 들어가는 내면 지향의 특징을 갖는다. 그런 탓으로 그의 시는 구체적인 체험 내용을 직접적으로 진술하기보다는 그것을 순간적으로 포착한 인상과 감흥을 드러내는 특성을 갖게 된다. 이 시도 역시 '내 마음'에 포착된 동백잎의 인상과 감흥을 '나' 안에서 즐기고 만족하는 내면 지향의 시로 영랑의 정신 세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된다.
시인이 동백잎에서 발견한 황홀경은 객관적 실체가 아닌 안식과 평화의 세계로,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외부 세계와의 갈등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정을 구한 다음에야 얻을 수 있는 안식과 평화, '끝없는 강물'처럼 아름다운 그것은 다만 그의 '가슴엔 듯 눈엔 듯 핏줄엔 듯 /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에만 존재할 뿐이다. 물론 일제 치하라는 현실 상황에서 영랑이 '끝없이' 추구했던 안식과 평화는 외부 세계와 철저히 단절된 '내 마음'에서만 가능했으리라 짐작되기도 하지만, 결국 그는 자폐증 환자와도 같이 외부 세계로 통하는 모든 문을 안에서 잠가 걸고 자기 내면 속에 침잠하여 안도의 긴 한숨을 내쉬며 폭압의 어두운 시대를 가슴 졸이며 견뎌내었던 것이다.
이해와 감상3
이 시에서 '강물'은 실재하는 강이 아니다. 그것은 마음 속 어딘가에 있다. 가슴에나 눈에 또는 핏줄 속에 있는 듯도 하고, 어디라고 할 수 없지만 '마음이 도른도른(사전에는 나와 있지는 않으나, 무언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의태어) 숨어 있는 곳', 거기에 있는 듯도 하다. 그런데 6행에서 숨어 있다는 것은 마음이 현실의 외부 세계로 물러나 들어옴을 뜻한다. 그 때 나는 평화와 안정, 혼자만의 기쁨을 맛본다. 따라서 강물은 내 마음에만 있는 세계로, 이러한 자기만의 평화와 그윽한 아름다움의 이미지이다. 또 바로 그 내면의 세계가 객관적인 현실의 외부 세계와는 무관한 영랑의 순수 서정의 세계이며 '내 마음'의 세계이다.
이해와 감상4
이 시는 1930년 3월에 간행된 '시문학' 창간호의 권두에 수록되어 있다. 원래는 '동백잎에 빛나는 마음'이었으나 후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로 개제(改題)되었다. 영랑의 시정신의 가장 중요한 특질이라고 할 수 있는 칠칠한 촉기(燭氣)가 이 시 전체에 흐르고 있다. 촉기(燭氣)란 영랑에 의하면 "같은 슬픔을 노래 부르면서도 딱한 데 떨어지지 않고, 싱그러운 음색(音色)과 기름지고 생생한 기운"이다. 실제 이 시를 보면 애절하면서도 그렇게 슬프지 않은 정한(情恨)이 면면히 흐르고, '가슴', '눈', '핏줄' 할 것 없이 어느 곳에도 마음이 도른거리지 않는 곳이 없다. 그 마음에 홍건히 젖어 흐르는 강물, 이것은 바로 정감의 세계이며, 영랑 시의 서정성은 이 '마음'에서 비롯되고 있다.
작품의 주된 표출 대상은 자아의 내면 세계라고 보여지는데 그것이 행간(行間)에서는 '강물'의 형상화로 나타난다. 그런데 '강물'이 흐르고 있는 곳은 '내 마음의 어딘 듯 한 편'이며, '마음'은 다시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분명치 않은 곳으로 옮겨진다. 따라서, '마음'은 장소의 애매성으로 흐려지면서 거꾸로 '끝없는 강물'을 더욱 두드러지게 한다. 말하자면 이 작품에서 정교하게 다듬어지는 것은 '끝없는 강물'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강물'은 이 시의 전체적인 주어를 차지하면서 행간의 반복으로 끊임없이 보강되어 간다.
이 시는 의미 내용이 두드러지지 않는 대신 각 행이 환기하는 불확실하고도 환상적인 이미지가 순간적으로 고정되면서 부분부분마다의 인상을 독자에게 깊게 심어 주고 있다.
이 시의 율격은 3음보인데 이 규칙적 운율이 작품을 순탄하고 부드럽게 하는 바탕이 되고 있다.
이해와 감상5
이 작품에서 김영랑이 노래하는 '끝없는 강물'이란 어떤 장소에 실제로 있는 강물이 아니다. 그것은 노래하는 이 자신의 마음 속 어딘가에 있는 강물이다. 이 작품은 바로 그 강물이 지닌 아름다움과 은은함에 관하여 노래한다.
제3, 4행은 그 강물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준다. 돋아 오르는 아침 햇빛이 잔잔한 물결 위에 반사되어 수많은 은비늘처럼 반짝인다. 얼마나 신선하고 황홀한 순간의 모습인가.
그러나 현실의 땅 위에 있는 것이 아니므로 이 강물은 꼭 마음 속 어디에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것은 가슴에나 눈에 혹은, 핏줄 속에 있는 듯하기도 하지만,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고 꼭 가릴 수 없이 바로 거기에 있는 것 같다. 그러기에 그는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강물을 노래하면서 그 스스로도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라고만 말한다.
여기서 다시금 눈여겨 볼 만한 대목이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이라는 구절이다. 숨어 있다는 것은 마음이 현실 세계로 펼쳐져 나아가지 못 아니하고 내면의 세계로 물러나 들어옴을 뜻한다. 즉, 그는 현실 속에서의 갈등을 피하여 자기만이 가진 속마음의 세계로 들어오는 것이다. 이렇게 돌아왔을 때 맛보게 되는 그윽한 평화, 안정감 그리고 혼자만의 기쁨의 표현이 바로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흐르는 강물이다. 강물은 이러한 자기만의 평화와 그윽한 아름다움의 이미지이다.
그것을 노래하는 운율 또한 그의 말씨 못지않게 잘 다듬어져 있다. 이 작품의 형태는 얼핏 보아 자유시처럼 여겨지지만 사실은 정형적 리듬을 띠고 있다. 예컨대 그것은 다음과 같은 세 마디 가락으로 읽혀진다.
내 마음의 / 어딘 듯 / 한편에 //
끝없는 / 강물이 / 흐르네 //
돋쳐 오르는 / 아침 / 날 빛이 //
빤질한 / 은결을 / 도도네 //
작품 원문은 이 중에서 '끝없는'과 '빤질한'을 그 앞의 행에 이어 붙임으로써 약간의 변화를 일으킨 것이다. 그러나 그 본바탕은 세 마디 가락의 규칙적 운율로서, 바로 이 점이 작품에 순탄하고도 부드러운 리듬이 이루어지도록 도와 준다.
어떤 이는 시가 지닌 여성적 섬세함과 고운 말씨 그리고 그윽한 내면 세계에의 동경을 아름다움의 극치로 여길 것이다. 또, 다른 이는 그것이 우리의 생활 현실로부터 동떨어진 문제를 다루면서 지나치게 미묘한 느낌에만 몰두하였다는 점을 비판적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 쪽을 택하든 김영랑이 뛰어난 언어 감각과 시적 재능을 가진 시인이었다는 점은 부정되지 않는다. 그가 1930년대의 이른바 '순수시파'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대표적 인물이라는 사실은 바로 여기에서 연유한다.
심화 자료
김영랑과 순수시
우리나라의 순수시는 1930년대 박용철이 주재한 <시문학>(1930)을 중심으로 김영랑, 정지용, 신석정, 이하윤 등에 의해 지향되었다. 이 중에서도 박용철과 김영랑이 중심 인물이었다.
박용철은 그 자신이 적지 않은 시를 쓰기도 하였지만 작품보다는 순수시 운동을 뒷받침하는 이론에서 더 중요한 활동을 보였다. 그가 내세운 이론에 어울리는 작품으로서의 뛰어난 성과는 김영랑에 의해 이루어졌다. 김영랑은 우리말을 다루는 언어 감각에서 김소월 이후 가장 뛰어난 시인으로서, 섬세하고 은은한 서정시의 극치를 이루었다. 이로 인하여 '북도에 소월(평북 출생), 남도에 영랑(전남 출생)'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들이 주장한 순수시란 시에서 일체의 이념적, 사회적 관심을 배제하고 오직 섬세한 언어의 아름다움과 그윽한 서정성을 추구하는 시란 뜻이었다. 그 결과 지나치게 개인의 내면 세계에만 편중되면서 말을 다듬는 데에 빠졌다는 결함은 있으나, 이들에 의해 우리의 현대시가 시의 언어와 형식에서 좀더 세련된 차원으로 나아갔다는 점은 우리 시사(詩史)에 빛나는 업적이라 하겠다.
한편 <시문학> 동인들에 의해 주도된 순수시 문학 유파를 '시문학파'라 이르는데, 이들은 문학에서 교훈적 계몽주의나 정치적 목적 의식을 철저히 배제하고 언어의 기교, 순수한 정서를 중시하였으며 특히 정지용에 와서 우리 시는 완전히 현대적인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김영랑의 작품 경향
(1) 시의 음악성 강조, 유미주의적(唯美主義的).
(2) 짧은 형식의 시행 채택. 섬세한 정서의 흐름.
(3) 영랑의 시는 흐름과 떨어짐으로 인한 '유동성'을 지님. 곧, 정지적(靜止的)이고 객관적이 아니라 유동적, 가변적임
- 영랑의 이러한 표현은 김소월의 '풀따기'에서 그리움을 자라나는 풀과 흐르는 냇물에 비유한 것과 유사하다. 이 흐름 속에서 삶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는 것이다.
- '가늘한 내음'에서 3연의 흐르는 마음이란 구절에서도 상실감에 젖은 마음의 유동성을 노래하고 있다.
- '춘향', '독을 차고' 등에서는 민족의 매서운 정신을 형상화함
순수시와 1930년대 시문학파의 문학사상 의의
김영랑은 박용철, 정지용, 신석정 등과 함께 <시문학(1930)>을 중심으로 순수시 운동을 전개한 시인이다. 시에서 일체의 이념적, 사회적 관심을 배제하고 오직 섬세한 언어 감각과 아름다운 서정성을 추구하는 것이 순수시의 본령이라고 생각한 결과 지나치게 개인의 내면 세계에만 편중되는 경향이 있었지만, 순수시 운동에 의해 우리 나라 현대시나 시어의 조탁과 시형식 면에서 좀더 세련된 차원으로 발전시켰다는 데서 시사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김영랑 시인의 시세계에 대하여
영랑의 시는 순수 서정시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의 많은 시가 의미를 크게 강조하거나 관념에 비중을 두기보다는 언어의 미적 구조와 음악성에 치중한다는 점에서는 순수시라고 볼 수 있으며, <내 마음>이라는 주관적 감정의 표출에 몰두한다는 점에서는 서정시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시는 순수 서정의 세계에만 함몰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그의 시는 상징시로서의 면모와 이미지즘의 측면이 드러나기도 하며, 또한 존재론적인 생의 인식이 발견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그의 시에 비관적인 현실 인식과 부정적인 세계관이 일관되게 흐른다는 것은 중요한 점이 아닐 수 없다. 다만 그러한 것들이 보다 적극적, 투쟁적으로 강조되어 나타나지 않을 뿐이며, 이것조차 언어 미학적인 섬세한 배려가 시의 표면에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약화돼 보일 뿐이다. 그러나 그의 시를 좀더 자세히 들어다 보면, 그의 시야말로 시의 의미와 가락, 그리고 형식이 유기적으로 잘 통합됨으로써 현실인식이 미의식으로 탁월하게 상승된 예술시의 한 모델이 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의 시가 당대 현실의 참상과 민중들의 고통스런 삶을 직접적으로 표출하고 있지 않다고 해서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것은 온당하지 못하다. 오히려 영랑이 시종일관 언어미학에의 끈질긴 집념은 당대 일제의 포악한 파시즘에 시인이 대처할 수 있는 예술적 은전 방식이라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로 판단된다. 그가 보여준 한국의 정통적 서정과 가락에 대한 뜨거운 애정, 향토적 정감의 소중함에 대한 재발견의 노력, 그리고 그에 따른 한국어의 시적 가치와 그 예술적 가능성에 대한 깊이 있는 신뢰와 실천적 탐구야말로 바람직한 시인의 사명 완수 일 수 있기 때문이다.(출처 : 김재홍, '한국현대시인연구', 일지사, 1986년, 157∼159쪽.)
김영랑의 시에 나타난 '내 마음'에 대하여
김영랑의 시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내 마음'의 세계라고 할 수 있다. 전 70편 중에서 '마음'이 51건, 마음과 같은 뜻으로 쓰인 '가슴'이 5건, 모두 56건의 마음이 등장한다. 또한 '나는', '나의', '내', '나'에 속하는 말들이 61건이 나오고 있다. 이 밖에도 '마음'이나 '나'의 말을 쓰지 않고 그러한 뜻을 나타낸 것은 더 많다. 나타나 있는 건수로는 '내'와 '마음'이 거의 같은 비례로 전편에서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비하여 '우리'는 1건으로 해방의 감격을 노래한 '바다로 가자'에서 취급되었을 뿐이다.[출처 : 정한모, '김영랑론 - 조밀한 서정의 탄주(彈奏)'에서]
김영랑론
서정시의 본령을 보여 준 김영랑
김영랑(1903-1950)의 본명은 김윤식으로 1903년 전라남도 강진에서 출생하였다. 강진 보통 학교를 마치고 서울에 올라와 휘문 의숙을 다니다가 3 1운동으로 6개월간의 옥고를 치렀으며, 이 일로 휘문 의숙을 중퇴한 김영랑은 일본으로 건너가 학업을 계속하였다. 그러나 관동 대지진이 일어나 다시 학업을 중단하고 강진의 자택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강진에서 무료한 생활을 하고 있던 영랑에게 송정리의 벗 박용철이 찾아와 시 전문지를 같이 내자고 제안했다. 박용철은 오랜 숙의 끝에 사재를 털어 [시문학] 창간호를 1930년에 발간하게 된다.
1930년은 김영랑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그 해 3월에 간행된 [시문학] 창간호에 13편의 시를 한꺼번에 발표하며 시단에 화려하게 등장하였다. 그리고 같은 해 5월에 나온 [시문학] 2호에 9편의 시를 발표하였다. 말하자면 그는 20편이 넘는 작품을 1930년 두 달 동안에 한꺼번에 발표했던 것이다.
김영랑의 시는 당시 문단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1920년대 중반 이후 카프를 중심으로 쓰여진 경향시는 생경한 사상성과 경직된 목적 의식을 주로 드러냈기 때문에 당시의 시단은 서정시의 본령을 보여 주는 김영랑의 시에 깊은 인상을 받았던 것이다. 이로써 시에 대한 인식이 새롭게 변화하였고 시란 무엇인가에 대한 방법적 자각을 가지고 시를 쓰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었다.
경향시 위주였던 당시 문단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시에 대한 인식 변화시켜
김영랑의 시에는 '내 마음'이라는 어휘가 유달리 많이 보이는데 그가 이 말을 많이 사용한 것은 내면의 순결성을 표현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그런데 그는 자신의 마음의 상태를 직접 제시하지 않고 대부분 자연의 이미지를 통하여 표현하였다.
그의 초기 시에 반복되어 나타나는 맑고 깨끗하고 고요한 자연의 정경은 그의 내면 세계를 표현하는 것들이다. [동백잎에 빛나는 마음]에 제시된 아침 햇살처럼 빛나는 은빛의 강물, [제야]에 제시된 맑은 샘물과 밤의 심상, [가늘한 내음]에 제시된 보랏빛 노을의 고요한 아름다움, [내 마음 아실 이]에 나오는 향맑은 옥돌의 심상 등은 모두 마음의 순결성을 나타내는 예들이다. 이렇게 맑고 깨끗하고 고요한 자연의 정경을 통하여 자신이 추구하는 순결한 마음의 세계를 표현한 것이다.
김영랑 서정시의 출발은 바로 이 순결성에 있었다. 이 순결성이 그의 시를 아름다운 해조와 서정주의의 극치로 몰아간 것이다. 그 순결한 마음은 자연의 미묘한 변화와 대응되므로 분명히 파악되지는 않는다. 순결성은 꽃가지의 은은한 그늘이나 봄날의 미미한 아지랑이처럼 모호한 상태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
영랑은 자연의 맑고 깨끗한 정경을 통해 마음의 순결성을 보여 주었는데, 자연의 정결한 모습에 집중하게 되면 자연히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해 황홀감을 갖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본래 자연을 통한 순결성의 추구는 현실 세계의 추악함을 인식하는 데서 오는 경우가 많다. 이때에 자연은 현실과 대립적 위상에 놓이게 된다. 현실은 고통과 비애가 교차되는 장소로 인식되는 반면, 자연의 아름다움과 순결함은 이 모든 현실적인 것을 망각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의 많은 시들에서 보이는 것처럼 자연의 어느 한 순간이 가져다주는 극치의 아름다움은 그의 정신을 몽롱케 할 정도로 황홀감을 안겨 준다. 저녁놀이 물드는 보랏빛 하늘, 밤 깊이 흐르는 물소리와 찬란한 별떨기, 은색으로 황홀히 빛나는 달빛, 맑은 가을날의 고요한 정경, 이 모든 것이 자연미의 한 정점을 보인 것이어서 시인은 그 황홀감에 가슴 설레며 몸둘 바 몰라 한다.
그런데 이 황홀한 순간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모란이 한번 흐드러지게 피어 그 찬란한 빛을 불태웠다가 천지에 자취도 없이 사라지는 것처럼 지상의 모든 아름다움이란 얼마나 쉽게 소멸하는지 모른다. 자연의 순결성도 현실 세계의 혼탁함 때문에 그 모습을 확연히 드러내지 않으며, 자연의 황홀한 아름다움 또한 자취 없이 사라지고 마는 것이라면 영랑의 자연 인식은 비극적인 모습을 띨 수밖에 없다. 그 비극성이 그의 심혼을 긴장시키고 그의 서정시를 가능케 한 요인이었을 것이다.
예컨대 영랑의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은 모란이 사라져 버리고 자신의 마음에 비탄과 상실의 감정이 남는 과정을 자세히 묘사해 놓았다. '뚝뚝'이라는 시어를 통해 모란이 무정히 사라져 버리는 정경을 소리로 나타내는가 하면, '떨어져 누운 꽃잎마져 시들어버리고'라는 시행을 통해 처절한 상실의 순간과 상실 뒤에 오는 형언할 수 없는 비탄의 정서를 표현하였다. 그리고 이어서 삼백예순 날을 계속 울고 지낸다는 과정적 표현을 배치하여 그리움의 정도가 대단하다는 사실을 드러내고자 했다.
한편으로 영랑의 자연에 대한 인식이 시인 자신의 내부에서 우러나오는 음악적 장단과 호응을 이루며 하나의 정경으로 표현될 때 그것은 오롯한 미의 원광을 두르게 된다. 가령 영랑의 [오월] 같은 시는 봄 들판의 약동하는 아름다움을 표현한 작품인데 시각적 이미지를 적절히 구사하여 심미감을 높이고 운율의 변화를 통하여 흥겨운 율동감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서정적 표현의 한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 시는 우리 시의 역사에서 귀중히 간직하고 전수해야 할 표현 상의 백미(白眉)에 해당하는 작품이라고 판단한다.
맑고 깨끗한 자연의 정경 통해 자신이 추구하는 순결한 마음의 세계 표현
김영랑의 시에서 인생과 사회에 대한 발언이 중심을 이룬 작품은 아주 적다. 현실에 대한 반응을 보인 예로는 [거문고]라든가, [독을 차고], [우감(偶感)], [춘향] 등의 작품을 들 수 있을 정도이다. 이런 점 때문에 현실주의적 시각을 가진 사람은 김영랑의 시가 우리에게 어떤 효용이 있겠느냐고 반문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앞에서 말한 [오월]처럼 자연의 정경을 묘사하는 것으로 일관한 작품은 그런 지적을 많이 받고 있다.
그러나 인생과 사회에 대한 직접적인 발언만 우리의 삶에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다. 그것과는 관련이 없는 듯한 자연에 대한 상상도 우리의 감정을 풍요롭게 하며, 새로운 비유와 표현의 구사도 언어사용의 폭을 넓힘으로써 실제의 삶을 윤택하게 가꾸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자연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그것을 아름다운 언어와 절묘한 기법으로 표현하였다는 사실만으로도 김영랑의 시는 그 나름의 충분한 가치를 지니는 것이다.(출처 : 이숭원, 서울대 국문과졸, 현 서울대 교수)
순수와 기법 인식 - 시문학파의 시
30년대의 한국시는 한 무리의 전위적인 신인들에 의해 그 막이 열린다. 그들이 곧 시문학파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이 유파의 명칭은 1930년에 창간호가 나온 시 전문지 <시문학>에서 연유한다. 시문학파의 중요 구성원은 박용철, 정지용, 김영랑, 신석정, 이하윤 등이다. 이들이 <시문학> 발간에 참여한 경위라든가 사정은 물론 똑같지 않다. 그 가운데에는 정지용이나 이하윤처럼 이미 한국 문단에서 상당한 활동 경력을 가진 경우가 있다. 그런가 하면 박용철과 김영랑처럼 <시문학>을 통해 비로소 문단에 등단한 시인도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시문학파가 형성되자 그들이 작품에는 일종의 공통 특질 같은 것이 형성되었다. 그 하나는 반이데올로기 순수 서정의 추구 경향이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가 작품의 표현 매체인 언어에 기울인 각별한 애정 또는 관심이다. 우선 시문학파가 간직한 표현 매체에 대한 관심은 그 창간호의 편집 후기를 통해서도 나타난다.
한 민족의 언어가 발달의 어느 정도에 이르면 구어로서의 존재에 만족하지 아니하고 문학의 형태를 요구한다. 그리고 그 문학의 성립은 그 민족의 언어를 완성시키는 것이다.
여기서 구어란 물론 단순하게 상대어로 그치는 개념이 아니다. 그보다는 한 언어 사회에서 자연 발생적으로 쓰인 말을 가리킨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때 박용철이 말한 문학이란 곧 시 그 자체이다. 이 말이 나오기 전에 박용철은 '우리는 시를 살로 새기고 피로 쓰듯 쓰고야 만다. 우리의 시는 살과 피의 맺힘이다.'라고 적었다. 이런 어세로 보아서 그에게 문학이란 시 이외의 그 무엇일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 문학이 민족어를 완성시키는 용광로 내지 풀무와 동격이 된다. 이것으로 미루어 보면 시의 표현 매체에 대해 박용철은 각별하게 신경을 쓴 셈이다. 한편 이 경우에 문제되는 '언어의 완성'이 어떻게 이루어지는 가도 궁금한 일이다. 시문학파의 작품들을 보면 그것이 말을 아끼고 불려서 갈고 다듬어 쓰는 일이었음을 알 수 있다.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 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도도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곳
매 마음의 어딘 듯 한 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이 작품은 <시문학> 창간호의 호두에 놓인 것이다. 이런 작품을 통해서 우리는 그들의 작품 경향을 단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언뜻 보아도 나타나는 바와 같이 이 작품의 제재에 해당되는 것은 마음이다. 그 마음은 시의 화자가 제 나름대로 가지게 된 매우 사적인 것이기도 하다. 그것을 효과적으로 제시, 노래하기 위해서 이 작품의 제작자는 거의 신경과민이라고 할 정도로 말을 골라 썼다. 또한 그들을 갈고 다듬은 듯이 보인다. 우선 이 시의 첫머리에는 화자의 잔조로운 마음을 나타내기 위해 모든 소리를 유성음화 시키고 있다. 그런가 하면 첫 행과 둘째 행, 셋째 행과 넷째 행 등 짝이 지는 행의 끝자리에는 같은 소리가 사용되었다. 이것으로 이 작품은 아주 명쾌한 운율의 틀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이런 단면은 정지용의 경우에 더 가속 상태가 되어 나타난다. 그리고 다른 시문학파의 경우에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가 다소간은 이런 단면이 내포되어 있다. (출처 : -김용직, '서정, 실험, 제 목소리 담기', 한국현대문학사, , 현대문학,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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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화은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