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김영랑
by 송화은율북 - 김영랑
자네 소리 하게 내 북을 잡지
진양조 중머리 중중머리
엇머리 자진머리 휘몰아보아
이렇게 숨결이 꼭 마저사만 이룬 일이란
인생에 흔치 않어 어려운 일 시원한 일.
소리를 떠나서야 북은 오직 가죽일 뿐
헛 때리는 만갑(萬甲)*이도 숨을 고쳐 쉴밖에
장단(長短)을 친다는 말이 모자라오.
연창(演唱)을 살리는 반주(伴奏)쯤은 지나고,
북은 오히려 컨닥타*요.
떠받는 명고(名鼓)인데 잔가락을 온통 잊으오.
떡 궁! 동중정(動中靜)이오 소란 속에 고요 있어
인생이 가을같이 익어 가오.
자네 소리 하게 내 북을 치지.
(시집 영랑 시집, 1935)
* 만갑 : 조선 시대의 이름난 명창 송만갑(1865-1939)을 뜻함.
* 컨닥타 : 지휘자(conductor).
<핵심 정리>
▶ 감상의 초점
이 시는 판소리의 연창과 북의 관계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소리에 있어 북의 역할 없이 예술이 성립될 수 없으며, 창과 북의 호흡의 일치에서 예술과 삶이 조화를 이룰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김영랑의 뛰어난 시적 기교가 드러난 부분과 심미적 인생관이 표현된 시구를 찾아보자. 고수가 연창에 맞춰 직접 북을 치는 듯한 느낌이 간결하게 표현된 시구를 찾아 음미해 보자.
▶ 성격 : 낭만적, 감상적
▶ 특징 : 전통성, 음악성.(소재면에서의 전통성과 3·4음보 간격의 적절한 변화와 조화를 통한 음악성)
▶ 구성 : 수미쌍관의 구성
① 호흡의 일치(1연)
② 판소리 가창의 빠르기(2연)
③ 호흡의 일치가 이루어져야 함(3연)
④ 북을 잘못 치면 호흡이 깨짐(4연)
⑤ 북은 창을 살리는 반주요, 지휘임(5연)
⑥ 예술과 인생의 조화(6연)
⑦ 호흡의 일치(7연)
▶ 제재 : 북과 창의 조화
▶ 주제 : 예술과 인생의 조화
<연구 문제>
1. 이 시를 근거로 하여 ‘북’과 ‘소리[唱]’의 관계를 설명하라.
☞ 북은 창(唱)에 종속되지 않으며, 북에 의해 창은 예술이 될 수 있다.
2. 제4연의 내용을 알기 쉽게 60자 정도로 설명하라.
☞ 소리와 일치하지 않는 북은 무용지물(無用之物)일 뿐이고, 북을 잘못 치면 판소리 광대 송만갑이도 호흡이 깨어질 수밖에 없다.
3. 북과 소리의 조화 속에서 느끼는 희열을 노래한 연을 찾아 그것이 어떤 경지를 노래한 것인지 30자 정도로 쓰라.
☞ (1) 제6연
(2) 무아지경(無我之境)의 북소리가 가을처럼 익어 조화를 이룬 경지.
4. ‘일 고수, 이 명창(一鼓手二名唱)’이란 말을 생각나게 하는 두 연은?
☞ 제4,5연
5. “시로써 일어나 예로써 서며 음악으로 완성한다(興於詩 立於禮 成於樂)”는 「논어」의 구절을 생각나게 하는 연은?
☞ 제6연
<감상의 길잡이>(1)
호남 지방은 소리의 고장이다. 특히, 판소리는 이 지방에서 발전한 소리 예술이다. 영랑은 전남 강진 출생으로 소리에 조예가 깊었음을 이 작품을 통해 알 수 있다. 또, 시문학파가 시의 음악성을 중시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을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영랑의 시는 전통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고향의 삶을 많이 노래하고 있다.
이 시는 음악인 판소리를 시화(詩化)했고, 우리 시가의 전통적 가락인 3음보와 4음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각 행이 갈수록 길어지다가 첫 행의 반복으로 끝맺음으로써 장단과 완급의 변화와 일체감의 조화를 살려내고 있다.
창(唱)에서 북을 반주를 위한 소도구로 생각하기 쉽다. 오히려 북이 창을 이끌어 가는 주체이다. ‘일 고수, 이 명창(一鼓手二名唱)’이란 말이 있는데, 이는 판소리에서 북의 역할이 중요함을 이른 말이다. 그러나 북은 소리가 없이는 의미가 없다. 조선조 판소리의 명창 송만갑(宋萬甲)도 북 없이는 그의 소리 예술을 이루어 낼 수 없고, 북 또한 소리 없이는 무의미한 존재이다.
이러한 북과 소리의 조화로운 관계를 이해하고 있는 작가의 전통에 대한 애정과 그의 삶과의 일체감을 엿볼 수 있다. 움직임 속에 조용함이 있고, 소란 속에 고요가 있듯이 북과 소리의 조화로 이루어진 예술과 삶의 일체감 속에서 인생은 계절의 완성인 가을처럼 성숙하는 것이다.
<감상의 길잡이>(2)
이 시는 판소리의 연창과 북의 관계를 형상화한 작품으로 판소리에 대한 영랑의 남다른 조예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영랑의 고향 강진은 판소리의 고장이고, 영랑을 비롯한 시문학파가 음악성을 중시했다는 점에서도 이 작품은 의미가 깊다. 전통 문화에 대한 영랑의 애정이 3, 4음보의 전통 가락과, 장단․완급의 다양한 변화, 북소리를 연상하게 하는 의성어 등과 잘 어울려 나타나 있다.
일반적으로 판소리에서 북을 반주를 위한 소도구 정도로 생각하기 쉬우나, 북 없이는 소리가 이루어질 수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소리를 이끌어 가는 ‘컨덕터’가 될 정도로 북의 역할은 지대하다. 일 고수 이 명창(一鼓手二名唱)란 말도 결국은 북의 역할이 매우 중요함을 이르는 말이다. 물론 북도 소리가 없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소리를 떠나서 북은 오직 가죽일 뿐’이며, 명창 송만갑도 북 없이는 그의 소리 예술을 이룰 수 없었다. 따라서 북은 소리에 종속되지 않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 북으로써 소리는 예술로 승화되는 것이다.
이 작품은 이와 같은 판소리에 있어 북의 지대한 역할을 보여 주는 한편, 소리와 북의 일치에서 예술과 인생이 조화를 이룰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북과 소리의 조화 속에서 소리가 완성되고, 명창이 탄생되듯이 인생에 있어서 ‘이렇게 숨결이 꼭 맞아서만 이룬 일이란 / 흔치 않’음을 인식한 영랑은 마침내 북과 소리의 조화로 이루어진 소리 예술과 삶의 일체감 속에서 ‘인생이 가을같이 익어가’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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