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풀 - 김수영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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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후략>

 


<핵심 정리>

 

감상의 초점

사소한 자연현상 속에서 인간 세계의 여러 문제를 찾아내어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 시다. 하잘것없어 보이는 생명과 그것을 억누르려는 거대한 힘과의 싸움을, 반복되는 단순한 구조의 말로써 그려내고 있다.

이 시에서 바람의 상징 의미를 생각해 보자.

은 여리고 상처받기 쉽지만 질긴 생명력을 지닌 존재로, ‘바람은 무수히 많은 생명들을 괴롭히고 억누르는 힘으로 상정해 보며 시를 이해해 보자.

이 시에서 눕다일어나다’, ‘울다웃다라는 네 개의 동사가 반복적인 대립 구조를 이루고 있다. ‘바람이라는 대립이 눕는다일어난다는 운동의 반복 속에서 하나로 합일되는 체험을 노래하고 있음에 유의하여 이 노래를 散文의 내용으로 바꾸어 보자. 문장의 기본 골격은 날이 흐리다’, ‘바람이 분다’, ‘풀이 눕는다’, ‘풀이 운다’, ‘풀이 일어난다가 될 것이다.

성격 : 상징적, 의지적, 주지적, 참여적

운율 : 반복과 대구에 의한 리듬 형성

특징 : 대립 구조

구성 : 풀의 나약함 - 수동적인 모습(1)

풀의 생명력 - 수동성능동성(2)

풀의 넉넉함 - 능동성 강조(3)

제재 :

주제 : 민중의 끈질긴 생명력

 

 

<연구 문제>

1. 이 시에서 갈등 양상을 보이는 중심 시어 둘을 찾아, 각각의 상징 의미를 밝혀 한 문장으로 쓰라.

<모범답> ‘바람은 민중을 억압하는 세력을, ‘은 그러한 세력에 억압받으면서도 끈질긴 생 명력으로 맞서는 민중을 상징한다.

 

2. 이 시는 여럿의 대비 속에서 의미를 강화한다. 이 시에 나타나는 시어와 시제의 대조를 설명하라.

<모범답> (1) 바람, 눕는다일어난다, 울다웃다, 빨리늦게

(2) 1연의 과거시제2,3연의 현재시제의 대조

 

3. 풀의 너그러움, 넉넉함을 보여 주는 구절을 찾아 쓰라.

<모범답>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4. 이 시인의 다른 작품 폭포금잔화도 인가도 보이지 않는 밤이 함축하는 의미와 일치하는 두 어절의 시구를 찾아 쓰라.

<모범답> 날이 흐리고

 

 

 

< 감상의 길잡이 1 >

시인들은 때때로 평범한 자연 현상 속에서 삶의 문제에 대한 의미 있는 비유 또는 상징을 발견한다. ‘역시 그러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표면적 구조는 매우 단순하다. 어느 흐린 날 비가 오기 직전의 스산한 바람이 부는 들판을 생각해 보자. 그 들판에는 아주 여린 무수한 풀들이 돋아나 있고, 비를 몰아 오는 바람은 점점 거세게 불어 풀들을 눕히고, 쓰러뜨리고, 또 울리고 있다. 그러나 바람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풀은 다시 일어나 웃는다. 이것이 이 시의 표면적 내용이다. 그러나 이 시는 풀과 바람의 단순한 현상적 관계만을 이야기하고자 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이 시에 대한 더 분명한 이해는 풀과 바람의 의미를 바르게 파악하는 데에 있다.

 

풀은 만물 가운데 가장 흔하다. 또 한없이 연약한 존재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일부러 키우지 않아도 억세게 자라는 끈질긴 생명력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예로부터 민중들을 이 풀에 비유해 왔다. 결국, 풀은 민중이며 이 작품은 민중들의 이야기이다.

 

그러면 바람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 시에서 바람은 풀의 생명력을 억누르는 존재이다. 그렇다면 바람은 민중을 억압하고 괴롭히는 올바르지 못한 세력의 상징이다.

 

1: 풀과 바람의 관계를 설명한다. 풀은 바람에 의해 나부끼고, 눕고, 운다.

2: 풀과 바람의 대조가 뚜렷하다. 풀은 바람보다 더 빨리 눕고, 더 빨리 울고, 먼저 일어난다. 우리는 여기서 풀의 연약함과 아울러 먼저 일어난다는 끈질김을 볼 수 있다.

3: 풀과 바람이 대립을 반복한다. 이 반복을 통해 이미지를 극대화시키고자 한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이 시의 의미는 대략 드러난다. 풀과 바람의 싸움은 이 세상에 있는 연약한 민중들의 굳센 생명력과 그것을 억누르고 괴롭히려는 세력의 싸움인 것이다. 이 싸움을 노래하면서 시인은 하잘것없어 보이는 생명의 끈질김이야말로 어떤 불의한 외부의 억압도 이겨내는 힘임을 보여 준다. 그러나 마지막 구절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에서 역사의 흐름이 비관적임을 암시하기도 한다. 결국, 이 시는 아주 일상적인 자연물인 풀과 바람이라는 소재를 통해서 민중의 끈질긴 생명력을 노래한 것이다.

 

 

< 감상의 길잡이 2 >

이 시는 시인이 불의의 교통 사고로 타계하기 직전에 쓴 마지막 작품으로, 반서정성(反抒情性)과 참여시의 기치를 높이 든 그의 후기시 세계를 한눈에 보여 주고 있다.

 

60년대 민중문학을 신동엽과 함께 이끌고 온 김수영은 투철한 역사 인식과 건강한 민중성에 기초를 둔 신동엽과는 달리 모더니즘 속에서 자라난 모더니즘의 비판자로서, 419를 계기로 해서 강한 현실 의식에 바탕을 둔 참여시의 진수를 보여 줌으로써 마침내 이성부, 이시영, 조태일로 이어지는 1970년대 민중문학의 기틀을 마련하게 된다.

 

은 이 세상에서 가장 흔하면서도 가장 강한 생명력을 지닌 생명체로서 오랜 역사 동안 권력자에게 천대받고 억압받으면서도 질긴 생명력으로 맞서 싸워온 민중, 민초(民草)를 뜻하며, 이와 반대로 바람은 풀의 생명력을 억누르는 세력, 곧 민중을 억압하는 사회적 힘[독재권력, 외세]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이 작품은 바람에 의해 눕는 풀의 수동성과 바람에 앞서는 풀의 능동성, 그리고 바람을 넘어서는 풀의 넉넉한 생명력을 통해 민중의 끈질긴 저항과 생명력을 노래하고 있다.

, 이 시는 사회적 상황이 나빠져[날이 흐리고, 흐려서] 폭력화되었을 때[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민중은 무기력하게 짓밟히지만[풀은 눕고 울지만], 결코 굴복하지 않고 자신들의 나약한 힘과 의지를 하나로 모아 권력에 맞서 싸워 이기는[바람보다 먼저 웃는] 인류 역사의 총체적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또한, 이 시는 평이한 우리말 시어와 바람’, ‘눕다일어나다’, ‘울다웃다등의 시어를 과거시제에서 현재시제로 반복적으로 진행하면서 표현함으로써 이 지닌 역사적 상징성을 뚜렷이 드러내 주고 있다. 이처럼 시인은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자연 현상의 한 순간을 포착하고, 그것을 통하여 중후하면서도 명징(明澄)한 현실주의적 의미를 제시하는 시적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 감상의 길잡이 3 >

이 작품의 표면적 문맥은 굳이 해설할 필요조차 없을 만큼 단순하다. 땅 위에 숱하게 돋아나 있는 풀이 비를 몰아 오는 바람에 나부껴 눕고 울다가 마침내는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웃는다는 것이 대체적인 내용이다. 물론 이처럼 단순한 내용만으로 요약할 수 없는 미묘한 느낌과 반복되는 말을 통한 리듬의 흐름이 의미를 따지기 이전에 어떤 은밀한 공감을 일으키는 점은 따로 유의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 시는 분명히 풀과 바람 그 자체만을 노래하고자 한 것은 아니다. 풀과 바람은 어떤 상징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그것은 대체 어떤 것일까?

 

풀은 세상에 있는 생물 중에서 가장 흔한 것이다. 그것은 어디에나 있다. 풀은 또한 모든 목숨 가진 것들 중에서 가장 질긴 생명력을 지닌 것이다. 그것은 일부러 가꾸지 않아도 여기저기서 자라나고, 없애려고 하여도 없어지지 않는다. 이와 같은 속성으로 해서 풀은 `세상에 무수히 많이 있으면서 어떤 시련에도 견디어 내는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존재'라는 의미로 쉽게 이해된다. 이 작품에서의 풀 역시 그러하다.

 

작품의 문맥에 의하면 바람은 이러한 풀의 생명을 억누르는 어떤 힘에 해당한다. 그 억누름은 쉽게 성공하는 것처럼 보인다. 바람이 불 때마다 풀은 눕고 또 운다(, 바람에 흔들리어 소리를 낸다). 그러나 바람은 풀의 생명력을 끝내 완전히 억누르거나 없애지 못한다. 풀은 바람이 지나가면 곧 일어나고, 어떻게 보면 바람이 부는 순간에도 스스로의 삶을 지키고자 싸우면서 일어나려 한다.

 

이렇게 볼 때 이 작품의 근본적 의미는 대략 드러난다. 풀과 바람의 싸움은 곧 이 세상에 무수히 있는 굳센 생명들과 그것을 일시적으로 억누르고 괴롭히는 힘과의 싸움이다. 이 싸움을 노래하면서 시인은 하잘것 없는 듯이 보이는 생명의 끈질긴 힘이야말로 모든 외부적 억압을 이겨내는 것임을 지극히 평범한 말씨와 어조로, 그러나 조금도 흔들림 없이 말한다.

이와 같은 일반적 의미는 좀더 구체적으로 해석한다면, 오랜 역사를 통하여 억세고 질긴 삶을 지켜 온 민중과 그들을 일시적으로 억압하는 사회 세력과의 관계를 암시하는 것으로도 이해될 수 있다. 들판의 수많은 풀처럼 이 세상에 언제나 무수히 있어 왔던 서민들, 풀이 끊임없는 시련을 견디며 삶을 지키고 번성하였듯이 그렇게 살아 왔던 민중들 이러한 상징적 연결은 극히 자연스럽다. 바로 그런 의미에서 어떤 사람들은 민중을 `민초(民草)'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와 같은 해석을 거쳐서 본다면 이 작품은 역사 안에서 끊임없는 시련을 받으며 살아 온 민중이 결국은 그들을 누르는 일시적 강제의 힘을 이겨내는 생명력의 원천임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해설: 김흥규]

 

 

< 감상의 길잡이 4 >

이 시는 하찮은 존재에 불과한 이 거센 바람앞에서 눕고 울다가 마침내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웃는다는 단순한 내용을 통해, ‘풀의 끈질긴 생명력을 예찬한 작품이다.

 

내면적으로 보면, 이 시는 바람만을 노래한 것이 아니다. ‘바람은 무언가 상징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은 세상에서 가장 흔한 것이지만, 목숨 가진 것들 중에서 가장 질긴 생명력을 지닌 것이다. 이와 같은 속성으로 해서 풀은, ‘세상에 무수히 많이 있으면서도 어떤 시련에도 견디어 내는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존재라는 의미로 이해된다.

이 시에서 바람의 생명력을 억누르는 어떤 힘이다. 그 억누름은 처음에는 쉽게 성공하는 것처럼 보인다. ‘바람이 불 때마다 은 눕고 또 울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람은 끝내 의 생명력을 완전히 억누르거나 없애지 못한다. ‘바람이 지나가면 곧 일어나고 바람이 부는 순간에도 스스로의 삶을 지키고자 싸우며 일어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바람의 싸움은 이 세상에 무수히 존재하는 굳센 생명들과 그것을 일시적으로 억누르고 괴롭히는 힘과의 싸움을 표상한다. 이와 같은 일반적 의미는 오랜 역사를 통해 억세고 질긴 삶을 지켜 온 민중들과 그들을 일시적으로 억압하는 사회 제세력과의 관계를 암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은 역사 속에서 끊임없는 시련을 받으며 살아온 민중이 결국은 그들을 억누르는 일시적 강제력을 이겨내는 생명력의 원천임을 노래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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