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3년 후 / 베를렌(Verlaine)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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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후 / 베를렌(Verlaine) / 오증자 옮김

 

흔들거리는 좁은 문을 밀고

작은 뜰 안으로 나는 들어섰다.

그 곳에는 아침 햇살이 조용히 빛나고 있었고,

꽃들은 반짝이는 촉촉한 이슬로 반짝이고 있었다.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모두가 그대로였다.

포도덩쿨의 초라한 정자랑 등나무 의자랑……

분수도 여전히 은빛으로 속삭이고

늙은 사시나무는 끝도 없이 울고 있었다.

 

장미꽃은 예전처럼 팔랑거리고,

예전처럼 오만하게 백합은 바람에 나부끼고

오가는 종달새도 눈에 익었다.

 

가로수길 한 끝의 벨레다상(像)도

목석초의 향기 속에

석고가 벗겨지며 그대로 서 있었다.


요점 정리

작자 : 베를렌(Verlaine) / 오증자 옮김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상징시

율격 : 내재율

성격 : 상징주의

표현 : 상징적

제재 : 3년 후에 찾아간 추억의 장소

주제 : 세월이 지나도 변함없는 추억의 장소에 대한 반가움

출전 : <풍자 시집>

이해와 감상

1867년에 간행된 베를렌의 <풍자 시집>에 실려 있다. 베를렌의 시는 삶과 세계의 현상을 상징적인 시어와 신비스러운 음악적 선율에 실어 상징의 세계로 초대한다. 이 시는 자유롭고 신선함을 지닌 반면에 우수에 싸인 듯한 이미지를 통하여 독자를 현실이 아닌 신비스러운 세계로 인도한다. 그 신비스러운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화자는 좁은 문을 통과해야 하고 그렇게 해서 들어선 작은 뜰 안에는 예전처럼 모든 것이 있지만, 시적 화자에게는 그것들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보들레르의 영향을 받은 상징주의 시인 이 작품은 한 폭의 그림을 보여 주고 있다. 마지막 연의 칠이 벗겨진 석고상은 세월이 흘렀다는 사실을 알려 주는 상징적인 수법이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자유롭고 신선하며, 우수(憂愁)에 쌓인 듯한 이미지를 통해 신비(神秘)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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