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 소설가
by 송화은율황석영(黃晳暎, 1943- )
· 만주 신경생
· 경복고교 재학 중 <입석부근(立石附近)>으로 [사상계] 신인문학상 수상
· 1970년 동국대학 철학과 졸업, 그해 [조선일보]에 단편 <탑(塔)> 당선
· 밑바닥에 전전하는 소외된 인물의 삶을 그린 작가로 유명함
· 작품 : <객지(客地)>, <한씨연대기(韓氏年代記)>, <돼지꿈>, <삼포(森浦)가는 길>(1973), < 어둠의 자식들>, <장길산> 등
· 1989년 방북하여 베를린 경유 체류, 1993년 귀국하여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수감
--- 소설 <장길산>, <한씨연대기>
시인 김지하씨, 옥중 황석영씨 만나 ······ 10년만의 대담
시인 김지하씨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공주교도소에 수감중인 소설가 황석영씨를 지난 18일 만났다. 박석무 민주당의원의 주선으로 이루어진 특별면회를 통해 10년만에 재회한 두 사람은 1시간30분동안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었다. 지난 85년부터 시인 김씨는 해남에 칩거한 뒤 생명사상을 탐구하면서 시작과 저술에 몰두한 반면, 황씨는 민예총 창설과 방북으로 이어지는 창작 외적 활동을 펼치느라 두사람 사이에는 자연스럽게 [노선차이]가 생겼다. 특히 김씨는 황씨의 방북을 [미치광이짓]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해왔지만, 최근 민족문학작가회의가 법무부에 제출한 황석영 석방탄원서에 서명하면서 94년 7년형을 선고받고 수감중인 작가에게 정부가 관용을 베풀기를 바라고 있다.
황씨의 근황에 대해 김씨는 “매일 두시간씩 운동장을 달린 탓인지 무척 건강해 보였고 큰 작품만 대여섯편 구상중이라 하더라”고 전했다. 한국문단에서 입심이 세기로 유명한 두 사람은 이날 [동북아시아]라는 화두를놓고 호형호제(呼兄呼弟)하면서 대담했고, 동석했던 시인 이시영, 평론가 최원식씨는 말그대로 경청하기만 했다.
시인 김씨는 80년대말부터 후천개벽사상과 생명운동에 이어 세기말의 대전환을 맞아 동북아시아의 문화를 새로운 세계관의 토대로 삼아야 한다는 논리를 펴왔고, 이를 의식한 황씨는 “형이 동북아 타령하니까 나도 그런 것같고 요즘 우리의 전설과 민담에서 독특하게 등장하는 도깨비를 연구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김씨는 “원래 동북아의 원류는 유교가 괴력난신이라고 억압했던 도깨비와 같은 오랑캐문화와 풍류도”라면서 “도깨비를 통해 우리 동이족의 원류를 찾을 수있을 것이고, 북쪽이 아니라 남조선 중심으로 동북아를 생각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러자 황씨는 “내가 한마디 하면 형은 열 걸음 나간다”고 응수했다.
황씨는 “젊은 시절 소설 [객지]를 들고 창작과 비평사의 계단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오르던 신선한 출발점으로 되돌아가 대빗자루 자국이 선명한 새벽길을 걷고 싶다”면서 “감옥이 세상의 끝인데, 2년반 있어보니 물살에 밀려온 욕망의 찌꺼기들이 보이는 느낌”이라고 털어놓았다.
현재 황씨는 구상중인 장편 소설들을 놓고 [오래된 정원], [봇물소리], [병사의 길] [지난 세월] 등의 제목도 붙여놓은 상태. 교도소에서 창작 활동이 허용되지 않고 있는 그는 “나가면 10년 동안 1년에 두편씩 발표하면서 작품을 쓰는 기계가 되겠다고 천지신명께 약속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황씨는 대하소설 [장길산]을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교열하는 작업에 매달렸고, 내주쯤 창작과비평사에서 개정판 10권을 출간할 예정이다. 문단에서는 아직 황씨가 형기의 절반 이상을 채우지 않아 현행형법상 가석방되기는 어렵지만, 8․15때 감형이라도 받으면 올 연말쯤 나올 수 있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
[황석영 작품세계] 70년대 리얼리즘 선두
황석영씨의 [삼포가는 길]은 전국의 공사판을 찾아다니는 부랑노동자 정씨와 영달이 술집 작부 백화를 눈길 위에서 우연히 만나 동행하는이야기를그린 단편 소설이다.
황씨는 73년 이 작품을 발표, 그 전에 내놓은 [객지] [한씨 연대기]등에 이어 당대 리얼리즘 소설의 대표 주자로 자리를 굳혔다.
함박눈이 내리는 신작로, 시골집 굴뚝에서 매캐하게 타오르는 청솔연기 냄새, 눈발이 날리는 어두운 들판으로 사라져가는 기차… 영상적 상상력을 한껏 자극하는 요소들이 많은 이 소설은 이만희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고, 김홍종 PD에 의해 [TV 문학관]의 첫 작품으로 방영됐다.
젊은 작가 서해성씨는 {산업화 과정에서 고향을 떠나 유랑민 신세가 된 풀뿌리 인생들의 투박하면서 진솔한 대화가 일품}이라며 {그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너무나 선명해서 마치 우리들 옆에 있는 듯하다}고 독자로서의 감동을 털어놓았다.
주인공 백화가 산전수전 겪은 자신의 내력을 읊는 모습은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으로 꼽힌다.
[나 백화는 이래봬두 인천 노랑집에다, 대구 자갈마당, 포항 중앙대학, 진해 칠구, 모두 겪은 년이라구. 야야, 내 배 위로 남자들 사단병력이 지나갔어.].
황씨의 전부인으로 현재 소설가로 활동 중인 홍희담씨는 당시 기억을 더듬어 {작가가 60년대말 대학생 시절 전국을 무전여행하면서 소설 속의 그런 인생들을 만났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홍씨는 {이 소설은 리얼리즘의 개관적 서술이 아름답게 표현된 작품}이라며 {작가적 감수성과 사회의식이 행복하게 결합된 경우}라고 말했다.
[삼포가는 길]의 삼포는 지도 상에 등장하지 않는 허구의 지명이다. 황씨와 친분이 두터운 시인 이시영씨는 {해병대 출신인 작가가 동해안 부근의 감포를 떠올리면서 쓴 지명같다}고 설명했다. 황씨는 현재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복역 중이다. 그는 여전히 신작을 구상중이며 90년대 작가들의 작품도 빼놓지 않고 읽는다. 작가를 면회한 문인들에 따르면 그는 {젊은 작가들의 감각주의는산문의 힘이 빠져 있을 때 나온 현상이므로 얼마 안가 퇴조할 것}이라면서 일침을 가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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