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규 시인
by 송화은율황동규(黃東奎, 1937- )
시적 변모
제1시집 시선집
[어떤 개인날](1961) - [견딜 수 없이 가벼운 존재들](1988)
다양한 변모
▼ ▼
<엽서(葉書)> <사랑의 뿌리>
<어떤 개인 날>수록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1978)
꿈을 꾸듯 꿈을 꾸듯 눈이 내린다 돌이 허리 굽혀 눈을 헤치고
바흐의 미뉴엩 돌을 묻었다
얼굴 환한 이웃집 부인의 물린 돌이 환히 웃는다
올겐을 치는 소리 주저없이 바람이 멎고
(중략) 가득찬 달이 뜨고 있다.
이윽고 눈을 맞는 얼굴을 쳐들 때
오고픈 곳에 오게 된 것을 깨닫는
것이 아닐 건가
* 시적 변모 양상
1) <어~> : ‘아닐건가’ - 사랑이 예감(豫感) 정도였음
‘환한’ - 밝음, 빛의 모티프
2) <사랑~ > : ‘물었다, 웃었다.’ - 단정적 서술어
‘아니기’ - 명사형 (사랑의 확신)
시적 변모
초기시집 [어떤 개인 날] - [비가]
· 구체적 현실로부터 유리, ‘낭만적 우울과 예감’의 세계를 관념적으로 노래
[평균율(平均律)](1968년, 공동시집)
: 구체적 사물을 통한 선명한 윤곽의 말들
· 70년대 이후 : 비극적 세계관 탈피, 건강한 세계 노래
<나는 바퀴를 보면 ~ >, <풍장>(1984년 연작시 시작), <견딜 수 없이 ~ >,
<악어를 조심하라고>(1986)
시의 구조 : 꿈과 현실 사이의 갈등 구조 (모순형용)
창밖에 가득히 낙엽이 내리는 저녁
나는 끊임없이 불빛이 그리웠다.
바람은 조금도 불지 않고 등불들은 다만 그 숱한 향수와 같은 곳에 싸여가고
주위는 자꾸 어두워 갔다. <시월(十月)>
* 욕망 : 불빛을 그리워 함
현실 : 희미하게 멀어져 감
▲ 모순형용
‘금빛 어둠’ <삐에타> 중 / ‘눈보라처럼 웃고 있었다’ <기도> 중
‘머리 위에 어둡게 해가 오르고’ <비가(悲歌)> 제 10가 중
‘꽃이 어둡게 피고’ <비가 제 12가> 중
‘어둠이 유난이 번쩍인다’ <신초사(新楚辭)> 중
관련기사
편집위원들의 선정을 거쳐 좋은 시와 소설을 재수록하는 반 년간지 <오늘의 시>와 <오늘의 소설> 95년 하반기호가 현암사에서 나왔다. <오늘의 시>는 황동규 시인 특집을 마련했으며, <오늘의 소설>에는 고종석, 유시춘, 이윤기씨 등의 우수 소설이 실렸다.
황동규 연작시 `풍장' 마감..전70편 14년 노작
- 9월초쯤 시집 펴내 ······ 브레젤 역으로 독일서도 발간해 -
[바람을 이불처럼 덥고/ 화장도 해탈도 없이/ 이불 여미듯 바람을
여미고/마지막으로 몸의 피가 다 마를 때까지/ 바람과 놀게 해다오.].
시인 황동규씨가 14년 동안 써온 연작시 [풍장]을 최근 완결했다. 지난 82년 [풍장 1]부터 시작했던 시인은 [현대문학] 7월호에 [풍장 70]을 발표, 그동안 문단에서 시인의 징표처럼 여겨졌던 연작시를 마감했다.
황씨는 9월초쯤 연작시들을 모아 시집 [풍장]을 문학과 지성사에서 펴내며, 이 시집은 독일인 실비아 브레젤씨의 번역으로 독일에서도 출간될 예정이다. 평론가 류종호씨의 표현에 따르면 [풍장] 연작시는 [죽음에 관한 명상이자 희롱이면서 죽음에 대한 길들이기]를 보여준다.
[네 세상 뜨면 풍장시켜다오]라는 시행으로 시작된 [풍장] 연작시는 죽음을 다루되, 삶의 허무를 노래하지 않는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라는 폴 발레리의 그 유명한 [해변의 묘지]의 마지막 시행처럼 [풍장] 연작시에는 죽음 이후의 삶을 깨우는 바람 소리가 가득하다. 삶과 죽음을 둘로 나누지 않는 선의 세계도 이 연작시에 스며들어있다.
‘내가 보기에 지금도 보길도 같은 데서 남아있다는 풍장은 일정기간 동안 시신을 초분에 안치한 뒤 나중에 땅에 묻음으로써 육신의 죽음 이후 또 하나의 단계를 만들어주는 것 같다’고 이 연작시의 모티브를 설명했다.
이 연작시를 쓰는 동안 시인은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동료였던 문학평론가 김현, 변호사 황인철씨의 죽음을 겪었다. 그로 인해 [풍장] 연작시는 한때 죽음의 침묵에 기울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결국 죽음과 삶의 황홀은 한 가지에 핀 꽃이다’면서 ‘죽지 않는 꽃은 가화인 것이다’고 담담하게 지적했다.
80년대 후반부터 시집 [몰운대행], [미시령 큰바람] 등을 통해 전국 각지를 자동차로 떠돌면서 여행시편을 주로 내놓았던 틈틈이 시인은 그의 집과 서울대의 연구실에서 [풍장] 연작시를 길어올렸다. ‘초월은 결국 초월을 하지 않는 곳에 있다는 것을 깨닫기 위해 14년이 걸렸다’면서 연작시 마감의 소감을 털어놓은 그는 ‘아무리 긴 여행이라도 언젠가는 끝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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