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와 악사’ 해설 / 홍성원
by 송화은율홍성원의 ‘무사와 악사’ - 해설
「무사와 악사」는 1976년 7월「한국문학」 33호에 발표한 중편 소설이다.이 작품은 추리 소설적 기법으로 긴장된 호흡을 유지하면서 김기범이라는 한 기이한 인간의 삶을 일제 말엽부터 추적해 간다. 그러면서 타락한 세상에서 과연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르게 살아가는 삶인지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홍성원은 자신의 작품 세계를 전쟁 소설에서 출발하여 문학적 관심 쪽으로 넓혀 왔다. 그래서 그의 작품 밑바닥에는 조직 사회에 대한 휴머니스틱한 저항 의식이 흐르면서 점차 도시 지식인의 고민의 근저를 분석하고 현대인의 모호한 정신 세계를 해부하는 주제로 옮겨가고 있다. 홍성원의 소설은 견고한 문체와 중후한 구성력으로 높이 평가받는다. 특히 그의 장편 소설에서 이러한 특징이 두드러지는데, 3부작으로 된「육이오」는 한국전쟁을 테마로 한 본격적인 전쟁 소설로 주목받고 있다.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삶의 밑바닥까지 내려가 본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건강한 투쟁 의식 속에서 힘차게 살아왔다. 그러므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사람과 동물 혹은 자연과의 관계에서 작가에게 중요한 것은 동화라기보다는 대결이다. 그러한 대결의 의미가 첨예한 「무사와 악사 」에서는 사람과 세상과의 대결로 잘 드러나 있다. 이 작품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친구 김기범의 사망 소식을 손중호로부터 듣고 나는 시체를 확인하기 위해 영안실로 갔다. 경찰서에서 간단한 조사를 받고 고인의 소지품들을 연고자가 나타날 때까지 내가 보관하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다음날, 손중호가 양심의 가책 때문에 이대로 있을 수 없다며 고인의 인척이라도 찾아볼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하여 나는 그와 함께 2박 3일의 일정을 세우고 김기범의 고향을 찾아 나선다.
김기범은 타고난 재능과 영민한 두뇌의 소유자로 일본에서 법대를 나온 유학생 출신이다. 그는 현실을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판단하고 기민하게 대처하는 현실주의자다. 이러한 그의 특성은 일제말 조선인 학생들을 위한 출정식에서 ‘만세 사건’으로 위기에 처할 뻔했던 학생들을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구했던 일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또한 그는 인간의 약점을 포용하고 너그럽게 감싸주는 유연한 성격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아내와 관계된 일화나, 친일파에 대한 변호 논설을 둘러싸고 벌어진 사건들이 그러한 예다. 그러나 그는 음모와 배반의 명수라는 혹평을 받아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기도 한다. 그것은 친구 오인규의 선거 참모로 활동하다 선거전 막판에 상대 진영에 합류해 버림으로써 인규에게 패배를 안겼기 때문이다. 오인규가 교통 사고로 세상을 뜨자 무사가 없는 세상에 악사가 무슨 필요가 있겠느냐며 그도 자취를 버린 것이다. 그런 김기범이 10년 만에 나를 찾아왔다가 교통 사고로 죽은 것이다.
우리는 여러 곳을 수소문하여 일정까지도 연장해 가면서 마침내 그의 근거지인 전라도 k군의 구천동이라는 화전마을을 찾아 수가 있었다. 그 곳에서 황도인이라는 호칭으로 마을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면서 자신을 버리고 남을 위해 헌신적으로 살았다는 김기범의 또 다른 자취를 알게 된다.
그동안 김기범을 모시고 모든 것을 도맡아 처리해 오던 임씨도 왜, 무엇 때문에 그가 갑자기 서울로 갔는지에 대해서는 도대체 영문을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의 상대였던 인규가 죽자 산속에 묻혀 지내던 그가 무엇인가 자신의 새로운 몫을 찾아서 서울로 향했을 것이다.
이 작품에서 작가의 초점은 무엇보다도 김기범을 통하여 혼탁한 사회에서 ‘옳게 사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를, 아니 시대가 부여하는 개인의 역할을 옳게 수행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심층적으로 제시하려는 데 있다.10년이나 묻혀 있던 산골에서 도회지로 조심스레 외출을 시작한 김기범이 무슨 이유 때문에 다시 세상에 나오기로 결심하게 되었는지, 이 세상에서 그가 감당한 몫이 무엇인지를 수수께끼처럼 제시하면서 「무사와 악사」는 미완성의 종결을 한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형식이나 기법의 측면에서 세련된 감각을 보여 줄 뿐 아니라 이야기를 펼쳐 가는 서술자로서는 특징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작품 요약
주제 : 개인의 공동체적 삶의 조화, 그리고 가치 있는 삶의 중요성.
인물 : 김기범 - 실질적인 주인공. 악사에 해당. 기지와 임기응변에 능하고 낙관적으로 항상 타인을 위하는 삶을 유지.
오인규 - 무사에 해당. 청렴하고 덕망 있는 공직 생활을 거쳐 의원직에 출마하나 낙방함. 김기범과는 경쟁자.
정동근 - 이야기 진행자. 김기범과는 동창으로 미대 교수.
손중호 - 사건의 제공자. 양심적이며 적극적인 성격.
배경 : 시간적 배경으로는 과거의 회상으로 일제 말기나 나오며, 현실적으로는 1970년대. 공간적 배경으로는 서울과 전라도 K군의 구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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