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현진건의 ‘빈처’ 해설

by 송화은율
반응형

현진건의 빈처 해설

 

<빈처> 1921 < 개벽 >에 발표된 단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작가의 창작 능력을 문단에 인식 시켜준 사실상의 데뷔작이며 정신 가치 지향의 가난한 무명 작가의 고민을 자전적 서술 방식으로 묘사하였다.

 

<빈처>의 의미는 가난한 아내이다. 특별히 어떤 극적인 사건 전개가 없이 일상 생활 속의 사소한 사건을 통하여 아내의 헌신적인 내조와 그가 생각하는 내적 욕구를 한 껍질씩 벗겨가면서 아주 담담하게 묘사하고 있다. 서정적 자아인 를 무능한 작가 지식인으로 등장시켜 가난한 무명작가와 그 아내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고뇌를 통하여 당대의 현실을 신랄하게 고발한 일인칭 자기 고백적(1인칭 주인공 시점)형식의 글이다.

 

이 글에서 는 개인적 출세와 물질적 부를 거부하고 경제적 빈궁과 함께 정신적 고뇌를 따르고 있다. 이러한 의 정신적 가치 지향은 현실 속에서 경제적 빈궁 때문에 끊임없이 갈등하며 현실적 욕구를 참아내고 를 믿고 따르는 아내에게 미안하면서 한편으로는 고마움으을 느낀다.

 

주인공 는 무명 작가이며, 한푼의 수입이 없다. ‘의 생활이란 아내가 가구나 옷가지들을 전당포에 맡겨 얻어 쓰는 돈들로 꾸려 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한성 은행에 다니는 T가 찾아와 자기 처를 위해 샀노라고 양산을 꺼내 보인다. 그것을 보면서 아내는 몹시 부러워 했고, 우리도 좀 살 도리를 하자고 말한다. ‘ 6년 전 결혼하여 공부하기 위해 중국과 일본으로 떠났으나, 변변치 못한 학문을 배운 채 방랑하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그 사이 곱던 아내의 이마에는 가는 주름살이 두어 개나 나타났고 세간과 옷가지가 가운에 변변한 것은 다 전당포에 잡혀 있었다. 그러면서도 오직 남편이 대 작가가 되기를 기다린다.

 

다음날, 처가에서 장인의 생일이라고 할멈이 데리러 왔다. 그런데 막상 아내는 입고 갈 옷이 없다. 비단옷 대신 당목옷을 입고 나서는 것을 보고 의 마음은 쓸쓸했다. 모두가 를 얕잡아 보는 것 같았다.

 

장인 집에 모인 처형과 아내의 모습을 보니 너무 대조적이었다.

하나는 이글이글 만발한 꽃같고, 하나는 시들고 메마른 낙엽같다.’

 

처형은 인천에서 기미(期米:쌀투기)를 하면서 돈을 잘 버는 남편을 만나, 비단옷을 입고 부유한 형편이었으나, 눈위에 시퍼런 멍이 들어 있었다. 그날 는 못먹는 술을 여러 잔 마시고 장모가 불러다 준 인력거를 타고 집에 왔다. 잠에서 깨어 보니 아내는 음식을 차려 놓고 처형 이야기를 하면서 물질적으로 가난하더라도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더 행복하다고 말한다. 처형 남편은 돈을 번 다음부터 주색에 빠져 걸핏하면 손찌검을 한다는 것이다. 한편, 동서는 아내에게 새신을 선물한다. 그것을 보면서 도 어서 출세하여 아내를 기쁘게 해주어야겠다고 다짐한다.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는 무명 작가이지만, 그런 를 아내만큼은 깊이 믿고 이해하면서 오늘날까지 도와준 것이다.

 

<빈처>는 가난하면서도 남편을 믿고 사랑하며 장래의 기대 속에 살아가는 아내와 부유하지만 늘 불만족스러우며 보람없이 살아가는 처형의 삶의 모습을 대립시켜 당시 사회의 가치관을 드러내고 있다. 이같은 가치관의 대립은 처가로 가는 도중 광목 옷을 허술하게 차려 입고 청록당혜로 걸어오는 아내의 모습과 잘사는 친척인 은행원 T와 넓고 높은 처가집 대문, 비단옷을 입고 부티가 흐르는 처형과의 모습에서 구체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은 의 아내의 심리적 변화를 객관적 현실로 치밀하고 섬세하게 그린 사실주의적 서엮을 띠고 있다. 현진건의 이와 같은 태도는 자아와 세계사이의 만남 속에서 주인공의 내면적 갈등을 그려내고 있으며, 서로 상이한 가치관을 대립시켜 주인공을 에워싼 세계가 바람직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현진건의 소설은 사실주의적 성격이 강하며 기교가 세련되고 소시민적 감정이 풍부한 것을 그 특색으로 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작품으로는 <빈처>외에 <술 권하는 사회> (1921) 등이 있다.

 

작품 요약

주제 : 가난한 무명작가와 그 아내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과 고뇌.

인물 : - 주인공이며, 현실적으로 경제 능력이 없는 무명의 작가 지망생.

아내- 작가 지망생인 를 믿고 따르는 당대의 전형적인 한국 여성으로 가난하지만 남펀에 대한 사랑과 신뢰로 현실을 인내함.

배경 : 1920년대 서울.

(공간적 배경은 당대 지식인이 적응하기 곤란한 허구적 사회이며, 시간적 배경은 현재의 시간에서 과거 회상으로,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일상적 시간이다)


 

반응형

블로그의 정보

국어문학창고

송화은율

활동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