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진양문록(河陳兩門錄)
by 송화은율하진양문록(河陳兩門錄)
작자 · 연대 미상의 고전소설. 전 25권 25책. 국문 필사본. 목판본은 없고, 활자본은 1925년 경성 동양대학당, 광복 이후 1954년 공동문화사 발행의 상 · 중 · 하권 3권 3책이 있다. 작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송나라 태종 때 대사마 대장군 남정후 하의지는 부인 윤씨에게 자녀가 없어 주씨를 맞아 3남1녀를 두고 윤씨도 남매를 낳는다. 영화 · 주화 · 종화와 교주는 주씨의 소생이고, 백화 · 옥주는 윤씨의 소생이다.
윤부인이 죽자 옥주 남매는 주씨가 기르게 된다. 하공은 선녀같이 아름다워진 옥주를 고아가 되어 자기 집에서 공부하고 있는 진원경의 아들 세백과 약혼시킨다. 윤부인이 죽은 뒤 하공이 옥주 남매를 더 사랑하므로 주씨는 자기 자녀들과 짜고 이들을 죽이려 한다. 주씨의 딸 교주도 세백을 사모하여 백년가약을 맺자고 조르다 거절당하자 어머니와 짜고 아버지에게 세백이 자기를 겁탈하려 하였다고 거짓말을 한다.
하공이 노하여 세백을 처형하려고 하자 옥주는 세백을 피신시키지만 아버지로부터 오해의 말을 듣고 자살한다. 이 때 황룡이 옥주를 구하여 서역 곤륜산 선계에 내려놓아 무술을 공부하게 된다. 백화도 양중희의 아들 훈장이 된다. 주씨의 아들이 세도를 부리자 하공은 그들의 오만한 행동을 피하여 방랑의 길을 떠난다.
세백은 도승에게 수학하여 문무과에 모두 장원급제하여 병부시랑이 된다. 황제의 사랑이 세백에게 기울어지자 영화 형제가 세백을 죽이려고 모함하다가 처형당한다. 이에 조정에서는 하공 일가에 대한 포박령이 내린다. 양공의 집에 의탁하고 있던 백화는 양공의 딸을 구하여주고 이것이 인연이 되어 약혼을 하게 된다. 백화는 자기의 포박령을 보고 자수하고 이어서 아버지 하공도 자수하였는데, 하공 부자는 세백의 주선에 의하여 유배된다.
선계에서 공부하던 옥주는 남장을 하고 과거에 응시하려고 상경하였다가 세백을 만나 친구가 된다. 옥주가 문무에 장원급제하자 황제는 부마로 삼으려 하였으나 옥주의 진정으로 포기하고 세백으로 정한다. 세백은 어쩔 수 없이 승락했으나 옥주만을 생각한다. 이 때 변족이 침략하므로 진세백과 하옥주를 출전시킨다. 양원수가 변족을 물리치니 황제는 진원수를 이부상서에 소주백으로 봉하고 하원수는 강주후로 봉하여 그 전공을 치하한다.
드디어 공주와의 혼인날이 임박하자 세백은 병이 든다. 세백이 완쾌되자 다시 택일하므로 세백은 고민에 빠진다. 이때 마침 서촉 왕이 침략하여 옥주가 출전할 때 세백도 자원한다. 진중에서 진원수는 하원수가 여자임을 알고 신원을 물으니 하원수는 어쩔 수 없이 고백한다. 진원수는 연정을 이기지 못하여 하원수(옥주)에게 달려들었는데 하원수는 도술로써 피했다. 진원수는 음식을 전폐하고 하원수의 혼인 승락을 받기를 원하자 하원수는 반승락을 하고 진원수를 위로한다.
적군 격퇴 후 하원수는 사임하고 임금을 속인 죄를 상소하자 임금은 비로소 하원수가 여자임을 알고 진원수와의 관계도 알게 된다. 세백이 옥주와 혼인하려 하니 황제가 크게 노하여 세백을 투옥시킨다. 옥주가 자취를 감추자 황제는 부득이 세백을 복직시키고 하공부자의 죄를 용서하지만 세백은 옥주를 찾아 떠난다.
옥주는 아버지의 유배지로 가서 병중인 아버지를 낫게 한 뒤 선계로 간다. 하공은 옥주를 찾아나선 세백과 만나 세백을 집으로 돌아가게 하였다. 황제가 돌아온 세백에게 공주와 택일하라고 하므로 세백은 고질병이 재발하여 사경에 빠진다.
옥주가 세백의 병을 고치러 오자 황제는 옥주와의 혼인을 승락한다. 세백은 옥주와 혼인한 뒤에 다시 공주와 혼인한다. 공주는 옥주를 시기하고 죽이려다 투옥된다. 이에 옥주가 공주를 뉘우치도록 하니 공주도 깨닫고 세백도 공주를 사랑하게 된다. 그 뒤 세백은 두 부인을 거느리고 행복하게 지낸다.
〈 하진양문록 〉 은 당시의 국문소설로는 드물게 보는 25권의 장편으로 1788년(정조 12)에 지어졌거나 옮겨 적은 것이다. 작품의 구성상 여러가지 사건들이 복잡성을 띠고 있는데, 작품의 첫머리에는 계모형 가정소설처럼 한 집에서 일어나는 계모와 전처와의 갈등을 가문과 가문간의 관계로 발전시킨 가문소설의 성격을 띠고 있다.
주인공들의 비정상적인 출생과 어린 시절에 겪는 고행 · 수학과정 · 영웅담 등이 얽어져 있으며, 남녀 주인공들의 애정문제로 구성되어 있다. 애정문제가 전 작품의 3분의 2 이상 차지하고 있고 사건들을 전개시키는 데 있어서 우연성과 전기성이 남용되어 있다. 그러나 많은 면수에 이와 같은 복잡성을 띠면서 치밀하고 조리 있게 구성하여 놓은 작품도 드물다. 이런 점에서 다른 고전소설보다 우수하다고 할 수 있다.
작품 구성에 있어서 특이한 점은 남자주인공 세백이 옥주와 혼인하기 위하여 모든 부귀영화와 권세를 버리고 그들의 사랑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또한 주인공이 당시에 정의의 상징이었던 임금의 명령에 굴복하지 않고 혼인을 성립시키는 과정도 이색적이다. 여자주인공이 약혼한 뒤나 혼인한 뒤를 막론하고 남편에게 무조건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강렬한 개성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 또한 예사롭지 않다. 구성의 측면에서 본다면 사건의 성격과 심리적인 변화로 인해 일어나는 갈등을 세심하게 구성하여 놓았다는 것이 이 작품의 특색이 될만하다.
인물 구성은 선악의 보조인물을 적절히 배치하여 주인공들의 개성을 뚜렷이 부각시켰으며 이전의 소설들처럼 주인공과 그들의 행동이나 운명을 지배하고 결정짓는 옥황상제 사이를 직선적으로 연결시키지 않는다. 주인공과 옥황상제 그 사이에 새로운 인물인 배후인물을 등장시켜 주인공들의 행동을 지켜보고 그들의 고난을 해결해주는 기능을 하게 함으로써 구성에 있어 좀더 발전된 면을 보여준다.
고전소설의 전형적 표현법인 서술적 표현을 하고 있으며 인물 · 사건 · 배경에 대한 표현은 어느 작품보다도 구체적이다. 인물 표현은 하나의 전형화된 일정한 틀에서 벗어나 각자에게 강한 개성을 부여한다. 그리하여 주어진 운명 속에서 맹종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 나가려고 고민하고 몸부림치고 살아 움직이는 새로운 인간상을 설정한다. 이와 같은 인간상을 통해 당시의 선각적인 인간상을 볼 수 있고, 생에 대한 좌절과 인간의 상실로 인하여 방황하는 현대인의 모습까지도 연상시킬 수 있다. 장서각도서에 있다.
≪ 참고문헌 ≫ 朝鮮小說史(金台俊, 淸進書館, 1952), 小說作法(鄭飛石, 新大韓圖書, 1959), 韓國小說發達史(申基亨, 彰文社, 1960), 古代小說論(鄭 泄 東, 螢雪出版社, 1975), 李朝時代小說論(金起東, 宣明文化社, 1975), 家門小說硏究(李樹鳳, 螢雪出版社, 1978), 艶情小說考(蘇在英, 語文論集 1, 高麗大學校 國語國文學硏究會, 1966). (자료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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