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피라모스와 티스베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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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라모스와 티스베


세미라미스 여왕이 통치하는 동안 바빌로니아에서 제일 가는 미남은 피라모스였고 미녀는 티스베였다. 그들은 이웃간이었으므로 자주 왕래했다. 이 관계는 마침내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하여 두 사람이 결혼하고 싶어했으나 부모들이 반대하였다.

그러나 부모들의 반대도 두 남녀의 가슴에서 타오르는 사랑의 불꽃을 막을 수는 없었다. 두 젊은 남녀는 몸짓이나 눈짓으로 사랑을 속삭였고 남몰래 속삭이는 사랑인 만큼 그 불꽃은 더 강렬하게 타올랐다. 두 집 사이의 벽에는 구조가 잘못되어 틈이 난 곳이 있었는데 아무도 그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사랑하는 남녀는 그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랑이 무엇을 발견하지 못하겠는가? 이 틈이 두 사람의 말의 통로가 되어 사랑의 편지가 넘나들었다.

파라모스는 이쪽에 서고 티스베는 저쪽에 섰을 때 두 사람의 입김은 하나가 되었다. 그들은 한탄하였다.
"무정한 벽이여, 왜 너는 사랑하는 두 사람을 떼어놓는가? 그러나 우리는 고맙게 여긴다. 우리가 이렇게 사랑의 속삭임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것도 다 네 덕이니까."
그들은 벽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서 서로 이렇게 말하였다. 그리고 밤이 되어 헤어질 때는 남자는 남자 쪽, 여자는 여자 쪽 벽에 대고 작별의 키스를 하였다.

다음날 아침 새벽의 여신 에오스가 별을 쫓고, 태양이 풀 위에 내린 이슬을 녹일 때가 되면, 그들은 또 같은 곳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자기들의 무정한 운명을 한탄한 끝에 마침내 한 계책을 꾸몄다.

다음날 밤 감시의 눈을 피하여 집을 나와 들판으로 가기로 하였다. 그리고 성 밖에 있는 니놋의 납골당이라고 불리는 유명한 건물이 있는 곳에서 만나기로 하고, 먼저 간 사람이 나무 밑에서 나중에 오는 사람을 기다리기로 하였다. 그 나무는 흰 뽕나무였으며 우물가에 있었다.

이렇게 일을 꾸민 후 그들은 태양이 바다 밑으로 내려가고 밤이 그 위로 떠오르기를 기다렸다. 마침내 티스베는 머리에 베일을 쓰고 가족들 눈에 띄지 않게 조심하여 집을 나와 약속한 나무 밑에 앉아 있었다. 저녁의 어둠 속에서 혼자 앉아 있던 그녀는 한 마리의 사자가 방금 무엇을 잡아먹었는지 입에서 지독한 냄새를 풍기며 물을 마시려고 우물가로 가까이 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

티스베는 이 광경을 보고 달아나 바위 틈에 숨었다. 달아날 때 그녀는 베일을 떨어뜨렸다. 사자는 우물에서 물을 마시고 난 뒤에 숲 속으로 돌아가려고 몸을 돌리다 말고 땅위에 떨어진 베일을 보고는 피묻은 입으로 찢어버렸다.

파라모스는 늦게서야 약속한 장소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는 모래 속에 난 사자의 발자국을 보고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는 곧 발기발기 찢어져 피가 묻은 베일을 발견하였다. 그는 부르짖었다. "오! 가엾어라. 네가 죽은 것은 나 때문이다. 나보다도 더 살 가치가 있는 네가 희생이 되었구나. 나도 따르겠다. 죄는 내게 있다. 너를 이와 같이 위험한 장소로 유인하여 놓고 홀로 방치하였으니.. 오라, 사자들아, 어서 나오라, 그리고 이 죄인의 몸을 너희들의 이로 물어뜯어라."

그는 베일을 손에 들고 약속한 곳으로 가서 무수한 키스와 눈물로 나무를 적셨다. 그리고 "나의 피로 너의 몸을 물들이리라" 칼을 빼 자기의 가슴을 찔렀다. 피가 상처로부터 물솟듯 흘러내려 흰 뽕나무를 붉게 물들였다. 피는 땅속의 뿌리에 미치고 붉은 빛깔은 줄기로 스며들어 열매까지 도달했다.

그 때까지 바위틈에 숨어 공포에 떨고 있던 티스베는 조심조심 걸어나와 불안한 마음으로 청년을 찾았다. 그러나 약속한 장소에 와서 뽕나무의 빛깔이 달라진 것을 보고 이곳이 같은 곳일까 하고 의심하였다.

그녀가 주저하고 있는데 다 죽어 가는 사람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티스베는 깜짝 놀라 물러섰다. 마치 한줄기의 바람이 불어 잔잔했던 수면에 물결이 일듯, 그녀는 전율을 느꼈다. 그러나 그가 피라모스임을 알고, 시체를 포옹하고 상처에 눈물을 쏟으며 싸늘한 입술에다 수 없이 키스를 하였다.  그녀는 자기의 가슴을 두들기며 울부짖었다.

"오, 파라모스, 이것이 어찌 된 일입니까? 말좀 하세요. 파라모스 나예요. 난 당신의 티스베예요. 내 말을 들으세요. 그리고 머리를 들어요."
티스베란 말을 듣자 파라모스는 잠시 눈을 떴다 감았다. 티스베는 자기의 베일이 피로 물들여지고 칼집에는 칼이 없음을 보았다.

"자살 하셨군요. 그것도 나 때문에... 이번만은 나도 당신의 뒤를 따르렵니다. 모두가 나 때문이니까요. 죽음이 당신과 나를 갈라놓을 수 있었으나 그 죽음도 내가 당신 곁으로 가는 것은 막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불행한 부모님, 우리 두 사람의 청을 물리치지 마소서. 사랑과 죽음이 저희들을 결합 시켰으니, 한 무덤에 묻어 주시옵소서. 그리고 나무야, 너는 우리들이 죽음을 기념해 다오. 너의 열매로 하여금 우리 피의 기념이 되도록 해다오."

이렇게 말하면서 티스베는 칼로 가슴을 찔렀다. 티스베의 부모도 그녀의 소원을 옳다고 생각하였고, 신들 또한 옳다고 여겼다. 두 시체는 한 무덤에 묻혔다. 그 이후 뽕나무는 오늘날까지 검붉은 열매를 맺게 되었으며 열매의 이름은 '오디'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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