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廢墟) / 동인지
by 송화은율폐허(廢墟)
: 1920년 퇴폐주의적 경향을 띤 동인지. <광익서관>에서 발행. 창간호에 명시된 동인 명단에는 <김억, 남궁 벽, 이혁노, 김영환, 나혜석, 민태원, 김찬영, 염상섭, 오상순, 김원주, 이병도, 황석우> 등의 이름이 들어 있었으나, [폐허]의 문학적 경향을 대표했던 작가는 <김억, 남궁 벽, 염상섭, 오상순, 황석우> 등이었다. 통권 2호를 낸 이 잡지는 3·1운동 실패 후 청년 문학도들을 지배했던 퇴폐적 감상주의를 주조로 했으며, 허무주의와 이상주의, 사실적인 면과 상징주의적인 면이 혼융된 극도의 혼란된 모습을 보여 주었다.
시대고와 희생
우리 조선은 황량한 폐허조선이요, 우리 시대는 비통한 번민의 시대였다. 이말은 우리 청년의 심장을 짝이는 듯한 아픈 소리다. 그러나 나는 이말을 아니할 수 없다. 엄연한 사실이기 때문에 소름이 끼치는 무서운 소리나 이것을 의심할 수 없고 부정할 수도 없다.
이 퇴폐(頹廢) 속에는 우리들의 내적, 외적, 심적, 물적 모든 부족(不足), 결핍(缺乏), 결함(缺陷), 공허(空虛), 불평(不平), 불만(不滿), 울분(鬱憤), 한숨, 걱정, 근심, 슬픔, 아픔, 눈물, 멸망(滅亡)과 사(死)의 제악(諸惡)이 쌓여 있다.
--- 공초 오상순, <시대고(時代苦)와 희생(犧牲)> [폐허] 창간호 중
[폐허] ‘퇴폐적 경향?’에 대한 학자들의 견해
① 백철 : 서구 세기말 사조의 하나인 퇴폐주의와 유사한 것으로 규정
② 조연현 : 퇴폐적 경향을 낭만주의에 포함시키는 관점에 동의했으며, [폐허]에는 퇴폐적 경향 이외에도 서로 다른 사조들이 혼재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 ‘낭만주의’의 일종에 해당된다는 것에 대한 부연 단서
(1) 서구의 데카당스가 사회의 공식적인 규범일체로부터 해방되려는 문학, 예수의 일탈에 근거했으나, [폐허]의 퇴폐적 경향은 일탈에 대한 큰 의식없이 <병적인 감상>에 탐닉했다는 점
(2) [폐허]는 서구 테카당스의 미학적 형식이었던 <상징주의>의 본질에 육박한 것이 아니었다.
☞ 염상섭은 [폐허]파의 절망적이고 비관적인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었지만, 그는 나아가 <자연주의>에서 일정한 세례를 받고 리얼리즘 소설의 정립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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