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터의 산문 / 수필 / 이양하
by 송화은율● 페이터의 산문 : 이양하 수필
(전략)
다음에 번역해 본 것은 직접 명상록에서 번역한 것이 아니요, 윌터 페이터가 그의 [쾌락주의자 메어리어스]의 일장에 있어서, 황제의 연설이라하여, 명상록에서 임의로 취재한 데다 자신의 상상과 문식을 가하여 써 놓은 몇 구절을 번역한 것이다. 페이터는 다 아는 바와 같이 세기말의 영국의 유명한 심리 비평가로, 아름다운 것을 관조하고 아름다운 글을 쓰는 데 일생을 바친 사람이다.
나는 그의 ‘문예부흥’의 찬란한 문체도 좋아하니, 이 몇 구절의 간소하고 장중한 문체도, 거기 못지 아니하게 좋아한다. 그리고, 황제의 생각도 페이터의 붓을 빌어 잃은 것이 없을 뿐 아니라, 한층 아름다운 표현을 얻었다 할 수 있지 아니한가 한다.
사람의 칭찬받기를 원하거든, 깊이 그들의 마음에 들어가, 그들이 어떠한 판관인가, 또 그들이 그들 자신에 관한 일에 대하여 어떠한 판단을 내리는가를 보라. 사후의 칭찬받기를 원하거든, 후세에 나서 너의 위대한 명성을 전할 사람들도 오늘 같이 살기에 곤란을 느끼는 너와 다름 없는 것을 생각하라. 진실로 사후의 명성에 연연해 하는 자는 그를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 사람의 하나하나가 얼마 아니하여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기억 자체도 한동안 사람의 마음의 날개에 오르내리나, 결국은 사라져 버린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네가 장차 볼 일 없는 사람들의 칭찬에 그렇게도 마음을 두는 것은 무슨 이유인고? 그것은 마치 너보다 앞서 이 세상에 났던 사람들의 칭찬을 구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어리석은 일이 아니냐?
참다운 지혜로 마음을 가다듬은 사람은, 저 인구(人口)에 회자(膾炙)하는 호머의 싯구 하나로도 이 세상의 비애와 공포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나뭇잎과도 흡사한 것, 가을 바람이 땅에 낡은 잎을 뿌리면, 봄은 다시 새로운 잎으로 숲을 덮는다.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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