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板門店) / 요점정리 / 이호철
by 송화은율작자소개
이호철(李浩哲: 1932- )
함남 원산 출생. 원산고 졸업. <탈향(脫鄕)>(1955년), <나상(裸像)>(1956년)이 <문학예술>지의 추천을 받아 등단. 전후(戰後)문학의 중심 작가 중의 한 사람인 그는 분단에 고착된 아픔을 그렸고 시대적 상황에 철저하게 대응하면서 세계의 끊임없는 변화를 긍정적으로 표현하는 실천적 작가로 알려져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판문점>, <닳아지는 살들>, <소시민>, <물은 흘러서 강>, <남풍 동풍>, <역려(逆旅)>, <카레이우라> 등이 있다.
요점정리
배경 : 1960년대 초의 판문점.
시점 : 작가 관찰자 시점
인물 : 진수 - 판문점 취재 기자.
여기자 - 스물 네 살의 북측 판문점 취재 기자.
주제 : 분단의 아픔과 고착된 이데올로기의 거리.
이해와 감상
1961년에 발표된 <판문점>은 그 해 <현대문학> 신인상 수상작이다.
주인공 진수의 가슴 깊은 곳에 뚜렷이 자리잡고 있는 은밀한 화해의 목소리가 미미하지만 작품 전체를 울리어 끊임없는 메아리를 만들어 내고 있는 소설 <판문점>은 주인공 진수가 북측 여기자와 자신의 형을 묘사하면서 분단의 상황 속에서 각자의 상황을 허물어 버리고 화해의 상황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식의 세계를 깊이 있게 드러낸 작품이다.
따라서 <판문점>은 <탈향>, <나상>, <만조> 등 그의 초기 작품과 <남풍북풍>, <카레이우라> 등 최근 작품을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하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그의 초기 작품들은 전쟁으로 인한 분단의 엄청난 상황 아래서 청소년의 개인적 삶과 인간성에 집착하고 있다. 그러나 <판문점>을 비롯한 <소시민>, <부시장 부임지로 안 가다>, <문> 등에서는 점차 사회적인 관심으로 작품 세계를 확대해 나갔다. 그것은 분단 현실 속에서 인생에 대한 내면적인 해법을 보여 주고자 한 작가 정신에서 기인한 것이다. 주인공의 소외감을 짙게 깔고 있는 이 작품에서 남북간의 합치될 수 없는, 그러나 합치되어야 할 깊은 '장벽'을 밀도 있게 형상화한 것도 분단 현실에 대한 작가의 해법을 제시한 것이 아닐까.
줄거리
날이 개기 시작하자 진수는 호텔에서 나와 버스에 몸을 싣고 판문점으로 향했다. 그는 몸조심하라고 당부하던 형님의 말이 새각났다. 버스 안에서 외국인 기자 하나가 별로 우습지도 않은 얘기로 상대방을 웃기려고 떠들어대자 뒷자리에 앉은 어떤 작자가 그 기자에게 면박을 주었다. 다른 한 편에서는 부부인 듯한 외국인 기자 둘이 작은 소리로 정답게 소근거리고 있었다.
버스가 판문점에 도착했다. 외국인 기자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에 바빴다. 이어 북쪽 기자들도 도착했다. 남쪽과 북쪽 기자들은 자연히 어울리게 되고 그 중 서로 안면 있는 기자들끼리는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회담이 시작될 무렵, 남색 원피스 차림에 붉은 완장을 두른 북측 여기자가 서울이 어떠냐고 말을 걸어왔다. 이어서 북측 여기자와 진수는 남과 북의 체제에 대한 토론을 벌였으나 합일점 없는 대화만 오고 갔다. 날이 갑자기 흐려지기 시작했다. 먹구름이 끼는가 하더니 이내 소나기가 퍼부었다. 진수는 다급한 나머지 북측 여기자의 손목을 쥐고 옆의 지프 차에 올라탔다. 그러나 잠시 후, 엉겁결에 함께 차를 타게 된 그녀는 당황해 했다. 자신이 납치당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염려하는 눈치였다. 진수는 부드러운 말로 그녀를 안심시키려고 했다.
취재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자, 형님은 재미있었느냐고 물었고 진수는 괜찮았다고 대답했다. 진수는 제 방에 가서 잠을 청했으나 잠이 오질 않았다. 북측 여기자의 재잘대던 목소리가 지금도 귓가에 들리는 듯했다. 그는 잠시 상상의 날개를 펴 보았다. 먼 훗날, 판문점이 사라지고 판문점이라는 단어는 고어가 되어 사전에서나 찾을 수 있을 그런 때를 상상해 보았다.
― 상상 속의 그 날은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 날도 그녀는 판문점으로 취재차 나왔다. 저번 취재 때 익살을 떨던 안경잡이 기자와 그가 누님이라고 불렀던 북측의 중년 여기자는 오늘도 오뉘처럼 다정스레 인사를 나눈다. 전날 진수가 만났던 그 여기자는 남쪽 사람과 북쪽 사람이 만날 때면 으레 짓는 그런 경계와 방어 태세가 껴묻은 표정으로 진수를 피했다. 그러한 그녀의 뒷모습을 건너다보면서 진수는 '기집애 조만하면 쓸 만한데, 쓸 만해.' 하며 혼자 쓸쓸하게 웃었다. ― (이 작품은 진수의 이런 상상으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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