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에톤
by 송화은율
파에톤
파에톤은 아폴론과 클리메네의 아들이었다.
어느날 한 친구가 파에톤에게 신의 이들이라는 증거가 어디 있느냐며 그를 비웃었다. 그러자 분하 고 부끄러운 마음에그는 어머니에게 달려가 하소연을 했다. 자기가 아폴론의 아들이라는 것을 확인할 어떤 증표를 보여 확신을 심어 달라했다. 그래야 그의 명예가 설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클리메네는 두 팔을 벌리고 하늘을 우러러보며 파에톤에게 말했다. '파에톤아, 우리를 지켜보고 계시는 저 태양신을 두고 지금까지 네게 한 나의 말이 사실임을 굳게 맹세하였다. 이것이 만일 거짓말이었다면 나의 눈은 이 순간부터 태양의 광명을 보지 못하리라. 그러나 얘야, 나에게 이러는 것 보다 네가 그분께 가 여쭈어 보는 것이 어떻겠니? 태양이 떠오르는 곳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 그리 힘든 일은 아닐텐데... 가서 그에게 정말 너를 아들로 생각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여쭈어 보아라.'
이 말을 들은 파에톤은 너무 기뻤다. 그는 즉시 해가 떠오르는 땅으로 길을 떠났다. 희망과 긍지로 설레이는 가슴을 안고 그의 아버지 태양신이 운행을 시작하는 곳으로 간 것이다. 태양신 아폴론의 궁전은 온통 황금과 보석으로 만들어졌는데, 그것은 굵은 원주에 떠받쳐 하늘 높이 솟아 있었다. 천장은 곱게 세공된 윤이 나는 상아로 꾸며져 있었고 문은 모두 은으로 되어 있었다. .
벽면에는 이름난 공인인 해파이토스가 그린 땅, 바다, 하늘, 그리고 그 시민들이 채워져 재료못지 않게 예술성도 뛰어났다. 바다에는 요정이 있었는데 물고기나 물결을 타고 노는 요정도 있었고 바위 위에 걸터앉아 바다색처럼 푸른 머리카락을 말리는 요정도 있었다. 그리고 땅에는 마을과 숲, 강, 들판의 신들이 있었으며 이들 위로는 하늘나라의 훌륭한 모습이 펼쳐 있었다. 또 은으로 된 문은 양쪽에 여섯 개씩 12궁 성좌가 떠 있었다. 클리메네의 아들 파에톤은 가파른 층계를 올라 그이 아버지가 산다는 궁전으로 들어갔다. 그는 아버지가 계신 곳 가까이 갔으나 아폴론은 도무지 사람이 견딜 수 없는 찬란한 광채를 가지고 있어서 멀리서 걸음을 멈추어야만했다. 멀리에서 본 아폴론은 보랏빛 옷으로 성장을 하고 금강석처럼 빛나는 왕좌에 앉아 있었다.
그의 양옆으로는 일정한 간격으로 날(日)의 신, 달(月)의 신, 해(年)의 신 등의 시간의 신들이 서 있었다. 봄의 여신은 머리를 꽃으로 꾸미고 서 있었으며 여름의 신은 머리에 온통 익은 곡식의 이삭들로 가득한 관을 쓰고 옷을 벗은 채 서 있었다. 가을의 신은 포도즙이 잔뜩 묻힌 채 보랏빛 발로 서 있고, 겨울의 신은 하얀 서리로 뻣뻣하게 굳은 머리카락을 한 채 차갑게 서 있었다. 이런 신하들에게 둘러쌓인 태양신은, 이 신비한 광경에 넋을 잃은 젊은이를 보고 찾아온 용건을 물었고 젊은이는 대답했다.
'오, 지상의 끝없는 광명이시여, 만약 당신께서 내가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을 허락하신다면 나의 아버지시여, 바라옵건데 내가 당신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어떤 증표를 보여주십시오.'
자세한 이야기를 다 듣고 나자 그의 아버지는 그의 머리에 썼던 빛나는 관을 벗어치우고는 파에톤에게 가까이 오라고 하여 그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내 아들아, 너는 정녕 내 아들이다. 이제 나는 네 어머니의 말씀을 확신시켜 주겠으니 무엇이든지 원하는 것을 말해라. 나는 아직은 본 일이 없지만 우리 신들은 엄숙한 약속에는 그 무서운 스틱스 강에다 하는데 나도 그것을 들여 맹세하였다.'
그의 아들은 하루동안 그의 태양의 수레를 타게 해달라고 했다. 아폴론은 섣불리 약속해버린 자 신을 후회하면서 머리를 세 번 네 번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아, 아들아, 이렇게 되고 보니 내가 경솔한 자가 되었구나. 그 한가지 요구만은 들어줄 수가 없으니 다른 것을 말해 보거라. 그것은 네 신분과 나이에 맞는 선물이 아니란다. 사랑하는 아들아, 너는 인간이다. 그런데 네가 원하는 것은 인간의 힘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은 신들도 감히 입밖에 내지 못하는 것이란다. 나 이외에는 그 누구도 그 불타는 수레를 몰 수 없단다. 설령 그 무서운 번개를 내던지는 제우스신이라 할지라도 이것만은 못하는 일이다. 아들아, 하늘의 길은 아침의 싱싱한 기운이 있어도 처음 오르는 부분은 가파른 언덕으로 되어 있고, 중간 부분은 하늘의 높은 마루터기여서 멀리 발 아래 펼쳐진 땅과 바다가 아찔하여 나도 조심하지 않으면 안된단다. 마지막 부분은 급경사이기 때문에 가장 조심스러 운행이 필요하다. 나를 맞이하는 테티스도 가끔 내 마차 가 뒤집어지지나 않을까 마음 졸인다고 하셨다. 게다가 하늘은 늘 회전을 하는데 별들도 이에 따라 둥글게 돌고 있단다. 이 하늘의 회전에 휘말려 들어가지 않으려면 항상 정신을 집중해야 한단다. 아들아, 그런데도 네가 그 수레를 몰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하늘과 별이 어지럽게 도는데 행로를 옳게 잡을 수 있겠느냐? 혹 너는 마차길 옆으로 숲이나 도시, 또는 신들의 주거지와 궁전이 있으리라 생각할지도 모르겠구나. 그렇지 않았다. 그 길은 무서운 괴물들이 모여있고 마차는 그 가운데를 뚫고 지나가야 한단다. 황소의 뿔 옆을, 사수 앞을, 그리고 벌려진 사자의 입을 지나쳐야 한다. 집게를 뻗은 전갈의 옆을 지나고, 가위를 펼치고 물어뜯으려 덤비는 게 사이를 통과해야만 한다. 뿐만 아니다. 마차를 끄는 그 사나운 말들을(입과 콧구멍으로 불을 뿜는)부리는 일도 대단히 어려울 일이다. 나도 녀석들이 말을 안 듣고 움직이지 않을 때는 많은 곤란을 느끼곤 한다. 잘 들어라. 나는 아들에게 무서운 선물을 주는 아버지가 되기 싫다. 너의 그 요구만은 단념하거라. 너는 핏줄에 대한 어떤 증표를 원했지? 너를 걱정하는 내 마음으로 이미 충분하지 않겠니? 아버지의 얼굴을 자세히 보아라. 네가 내 마음 속을 들여다보아 아버지의 걱정과 근심을 알 수만 있다면 좋겠구나. 그러니 아들아, 너는 지상을 한번 둘러보고 그곳에 있는 모든 것 중에서 원하는 것을 말해라. 다만 아까 요구한 것만은 생각지 말고... 다시 말하지만 그것은 네 영예가 아니라 파멸이란다. 아들아, 그런데도 너는 아직도 내게서 그걸 요구하느냐, 아아, 할 수 없구나. 네가 계속 원한다면 들어줄 수밖에 없지. 나는 이미 맹세를 했고 맹세는 지켜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좀더 현명한 너의 판단을 기대한다.'
아폴론은 이렇게 말을 마쳤다. 그러나 고집이 센 그의 아들은 모든 충고를 마다하고 처음의 요구만을 계속 요구했다. 어쩔 수 없이 아폴론은 아들을 마차가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갔다.
헤파이토스가 선물한 이 마차는 금으로 세공된 것이었다. 차축, 바퀴, 채는 순금으로 되었고, 바퀴 와 살은 은으로 되었다. 감람석과 금석과 금강석은 앉는 자리 가장자리에 줄줄이 박혀 있어 태양의 빛을 사방 팔방으로 반사시켰다. 파에톤이 신비감에 도취된 눈으로 우러러보고 있을 때 별들은 금성신의 지휘를 받아 물러가고 새벽의 신이 동쪽의 보랏빛 문을 열어 장미꽃 통로를 드러내어 놓았다. 아폴론은 지상이 밝아 오고 달이 내려 서는 것을 보자 시간의 신들에게 말을 마차에 매어두라고 명령했다. 그들은 암브로시아를 배불리 먹은 말들을 마굿간에서 끌어내 고삐에 매었다.
그때 아폴론은 특효 영약을 아들의 얼굴에 발라 그가 화염의 열기를 견딜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런 후 아들의 머리 위에 광채를 올려주었다.
그러나 아폴론의 불안은 지워지지 않았다. 그는 불행의 예감이 드는 듯 계속 탄식을 하며 당부했다. '얘야, 내 말 몇 마디만 더 듣고 가거라. 채찍은 될 수 있는 한 아끼고 고삐는 단단히 붙들고 있어라. 만약 고삐를 놓치면 힘찬 질주 때문에 말을 통제하기가 어렵단다. 그리고 다섯 궤도를 달릴 때에는 꼭 왼쪽으로 돌아서 가야한다. 특히 중간 지점까지 올랐을 때 내려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며 양 극점은 다같이 피하도록 해라. 너무 높이 오르지도 말고 너무 낮게 내려서지도 말아라. 너무 높으면 하늘에 있는 신들의 거처를 태우게 되고 너무 낮으면 지상을 태울 수가 있단다. 이제 모든 것을 네 운명에 맞길 수밖에 없지만 꼭 명심해야할 것은 중간 길을 택해 가는 것이 제일 안전하고 좋은 길이란다. 자, 이제 가야 한다. 밤이 서쪽 대문을 열고 들어갔으니.... 고삐를 잡아라. 그러나 아들아, 만약 용기가 사라져 내 충고가 생각이 나면 그때는 그저 그 자리에 안전하게 머물러 있어라. 그동안은 내가 직접 지상에 빛과 온기를 주도록 할 것이니.'
아폴론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 젊은이는 머뭇거리는 아버지에게 연거푸 키스를 하고 민첩하게 마차에 올라 우뚝 몸을 세운 뒤 신이 나서 고삐를 쥐었다. 말은 힘찬 울음소리를 내고 대기에 불을 토하며 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이윽고 가로막고 있던 나무들이 들어올려졌다.
우주의 넓은 벌판이 눈앞에 펼쳐졌다. 말들은 앞으로 힘차게 나아갔다. 앞길에 놓인 구름을 헤치고 오르니 같이 떠났던 아침바람은 어느새 뒤에 있었다. 그런데 얼마 안 가서 말들은 그들이 끄는 마차가 전보다 가벼워졌음을 알게 되었다. 마차의 무게 가 가벼워졌다는 것을 느끼자 말들은 행동의 통제력이 약해져 함부로 이리저리 뛰었다. 마치 무게가 없는 배가 파도 위에서 이리저리 동요하는 듯했다. 그러다 보니 마차는 항상 다니던 궤도에서 벗어났다.
파에톤은 겁이 났지만 마차를 멈추는 법을 몰랐다. 또 그는 그럴 기운도 없었다.
마차는 먼저 큰곰과 작은곰자리를 불길로 그을렸다. 다음은 뱀자리였다. 이 뱀은 북극에서 몸을 사리고 기운 없이 동요하던 뱀인데 열을 받자 몸이 풀려 그 야성이 되살아났다. 보우오티즈(목동자리)는 동작이 둔한데도 불구하고 뜨거움을 참지 못하여 도망을 쳤다. 겁에 질린 파에톤은 발 아래 까마득히 펼쳐진 지상을 내려다보며 더욱 안색이 새파래지고 두 무릎을 덜덜 떨었다.
그의 주위는 광채가 휘황했으나 그의 두 눈은 점점 희미해졌다. 이때서야 파에톤은 아버지를 찾아낸 것, 아버지의 말에 올라탄 것, 그리고 아버지의 충고를 무시 한 것들이 후회가 되었다. 그의 마차는 마치 무자비한 폭풍우를 만난 배처럼 정처 없이 끌려갈 뿐이었다. 그러다보니 이미 지나온 길도 멀지만 앞에 남아 있는 길은 어디가 어딘지 까마득했다. 그는 황망한 눈길을 사방으로 돌렸다. 위를 보고, 아래를 보 고, 도무지 닿을 수 없을 것 같은 서편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제 그는 완전히 침착성을 잃어버렸다. 말의 이름조차 생각 이 나지 않았다. 분별력도 없어졌다. 고삐를 늦추어야 할지, 풀어주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하늘에 흩어 진 괴물들이 모습이 더욱 크게 시야에 들어왔다. 왈칵 소름이 끼쳤다. 그때 눈앞에 전갈이 꼬리를 넓게 펴고 커다란 두 집게로 하늘의 12궁 가운데 두 궁을 막 덮치는 것이 보였다. 파에톤은 이 전갈이 독기를 품고 독액을 흘리며 달려드는 모습을 본 순간 그만 맥이 탁 풀려 고삐를 놓치고 말았다.
말들은 자신을 제어시키던 고삐가 풀린 것을 알고 갑자기 줄달음질을 쳤다. 제멋대로 하늘의 땅으로 들어가 별 사 이를 헤치고 돌아다녔다. 높이 올라갔다가 뚝 떨어졌다가, 길 아닌 곳으로 마구 뛰어다녔다. 달의 여신은 오빠의 마차가 자기보다 낮은 곳을 달리는 것을 보고 크게 놀랐다. 이미 구름은 연기를 내기 시작했고 산 정상에는 불이 붙었다. 들판은 바짝 메말랐으며 식물은 시들고 수목은 불탔으며 추수한 곡식은 불꽃더미가 되었다. 그러나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많은 도시들의 성과 탑, 그리고 국민들이 잿더미로 변했다. 아토스산, 타우로스산, 트몰로스산, 오이테산 등 수풀로 우거진 산이 고스란히 타올랐다. 맑은 물로 이름난 이데아산의 샘도 바닥이 났으며 무사 여신들 의 삶의 터전인 헬리코산, 하이모스산도 거의 타들어 갔다.
아이트나산은 안에서 밖으로 불길을 내뿜었고 파르낫소스산의 두 봉우리도 화염에 쌓였다. 로드 페산은 그 만년빙의 자태를 녹여야 했다. 스키타니아산의 추위는 어디로 갔는지 사라졌으며 카우카소스산, 오사산, 핀도스산도 무사할 리 없었다. 이들 산보다 더욱 높이 솟은 올림프스산은 말할 것도 없었고 알프스산이나 아페닌산도 마찬가지였다. 이 세계가 불바다로 바뀌는 것을 보고 있는 파에톤도 견딜 수가 없었다. 그가 들이쉬는 공기는 커 다란 화로에서 뿜는 열기 같았고 빨갛게 달구어진 재로 가득 차 있었다. 또 연기는 시커멓게 밀려들었다. 그러나 어쩔 도리가 없는 그는 그 저 무작정 그 속을 뚫고 돌진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의 열로 인해 이디오피아인들은 피가 피부 표면으로 몰려나와 그들의 피부가 시커멓게 변했고, 오늘날의 리비아 사막도 이때의 열기로 메말랐기 때문이라고 한다.
강도 마찬가지였다. 타나이스강에서 연기가 피어 올랐고 카이코스, 크산토스, 마이안드로스도 메 말라 바닥에 금이 갔다. 바빌로니아의 유프라테스, 갠지스, 타고스, 카이스트로스강도 온통 육지로 바뀌었다. 나일강은 도망치다 사 막에 머리를 받았는데 지금도 여전히 그 머리가 사막에 박혀 있다.
대지는 찍찍 갈라져 그 갈라진 틈으로 빛이 새어 들어갔다. 바다는 점점 줄어들었으며, 바다물로 가득했던 곳이 평원으로 바뀌었다. 파도 아래 잠자던 산은 그 머리를 드러내 섬이 되었고 물고기는 더 깊은 바닷속으로 기어들었다. 바다의 신 네레우스와 그의 아내 도리스는 네레이스데스 자매를 데리고 깊은 바다 동굴로 피신했다. 포세이돈은 세번이나 수면으로 머리를 내밀었다가 바다 열기로 세 번 다 물 속으로 쫓겨 들어갔다. 대지의 여신은 물에 몸 을 담그고 있었으나 머리와 어깨는 드러나 있었다. 그녀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하늘을 향해 쉰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오, 신들의 왕이시여, 내가 이런 처우를 받아 마땅하고, 그래서 당신의 뜻에 따라 불로 심판하시려거든 어찌하여 벼락을 내리시지 아니합니까? 차라리 번개를 내리십시오. 당신을 일편으로 섬기고 대지를 기름지게 하여, 모든 생물에게 식량과 기쁨을 주었고 당신의 제단엔 유향을 바친 대가가 이것입니까? 설사 나를 탓하신다 할지라도 내 아우 오케아노스는 무슨 잘못으로 형벌을 받아야 합니까? 제우스신이시여, 우리 둘 다 자비
를 빌 수 없다면 당신의 하늘을 보십시오.
하늘 나라를 받드는 두 개의 기둥이 연기를 뿜고 있습니다. 그것이 다 타고 나면 궁전은 틀림없이 무너질 것입니다. 아틀라스신도 힘겨워하고 있습니다. 하늘과 대지와 땅이 망하면 우리는 다시 옛날의 카오스로 되돌아가 고 맙니다. 바라옵건데 아직 남아있는 것이라도 이 재난으로부터 구원해 주십시오. 제우스여, 신들의 왕이시여!' 이 호소를 들은 제우스는 지상의 이 참혹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아폴론을 포함한 신들을 소집하여 높은 탑으로 올라갔다. 그 탑은 제우스가 지상에 구름을 퍼뜨리거나 번개를 던지는 곳이었다. 하지만 이때에는 구름도 모두 타 사라졌고 비는 한 방울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였다. 별수 없었다. 제우스는 그 오른손에 번개를 쥐었다. 그리고 파에톤이 모는 마차를 향해 던졌다. 그러자 파에톤의 머리털에 불이 붙은 채로 지상으로 추락했다. 흡사 그 모습은 하늘에서 꼬리를 끌며 떨어지는 유성같았다. 그러자 강 의 신 에리다노스가 그를 받아들여 불 타고 있는 그의 몸을 식혀 주었다.
그는 아버지를 대신하지는 못하였지만 훌륭하였다. 그 뜻만은 가상하였다.
그때 누이 헬리아스들은 오빠의 비극적인 운명을 슬퍼하다 강가의 포플라나무가 되었다 한다. 그 리고 그녀들이 흘렸던 눈물은 강가에 떨어져 호박구슬이 되었다 한다. 밀턴은 이 파에톤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그것은 시인들이 노래하듯이 태양의 아들로 태어난 젊은이가 고집부려 부친의 이륜차를 몰아 무서운 하늘의 동물들 사이를 겁없이 질주했을 때 우주가 크게 놀라.... 말을 잊은 채 다만 바라보고 있던 것과 같다.
제우스의 번개는 이 젊은이를 반쯤 태워 에리다노스 만으로 떨어뜨렸는데, 그곳에는 파에톤의 죽음을 슬퍼하다 나무가 된 누이들이 지금도 호박 구슬 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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