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텔레비전 읽기의 실제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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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읽기의 실제

 

텔레비전의 생명은 현장성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녹화된 프로그램이라 할지라도 모든 프로그램은 현재 이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현재 진행형으로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중략> 이처럼 텔레비전은 시청자들을 지금 여기 현장에 와 있는 것처럼 직접적이고 공간을 뛰어넘는 체험을 가능하게 하는 현재 진행형 매체인 것이다. 그러므로 시청자들은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있는 공간과는 전혀 다른 공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현재의 일상 공간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며 텔레비전을 시청하게 된다.

 

텔레비전은 이러한 공간 착각만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진행되는 모든 프로그램을 일상 속으로 끌어들인다. 텔레비전은 19인치나 21인치의 작은 화면에 사람들이 나와서 이야기를 하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하는 매체이다. 시청자들은 대개 3-4미터의 거리를 두고 텔레비전의 인물과 만난다. 이것은 통상적으로 우리가 대화를 나누는 구조와 유사하다. 그러기에 우리는 텔레비전과 거리를 두고 3인칭의 시점에서 개관하지 않고 텔레비전에 푹 빠져든다. 집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소인 안방과 거실에 텔레비전을 놓고 우리는 텔레비전과 대화를 나눈다. 그러니 텔레비전의 인물이 버스트 샷 자세에서 평소에 이야기하는 어조로 말할 때 우리는 가장 편안한 느낌을 받는다. 따로 대화를 나눌 상대를 찾지 못한 이들이 텔레비전 시청에 푹 빠져들고 드라마를 보며 욕을 하고 안타까운 한숨을 짓는 것도 여기서 비롯된다. 그러기에 뉴스 보도, 프로그램 선전, 정치적 선전 등 가장 중요한 말을 하고자 할 경우 그 당사자는 버스트 샷의 자세로 아주 친근한 얼굴을 하고 말한다.

 

< 중략>

 

텔레비전은 안방에 놓여 2인칭으로 대화하면서 일상의 한 부분이 되었다. 우리는 시청료만 내면 아무런 추가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텔레비전을 만날 수 있으며, 또 아무런 죄책감이나 미안한 마음 없이 텔레비전을 떠난다. 이러는 사이에 텔레비전은 자연스러이 일상의 한 부분이 되었고 제작자들은 자연스러운 일상을 우리에게 텔레비전을 통하여 전한다. 텔레비전이 우리의 일상 속으로 이렇게 파고듦으로써 우리는 결국 현실과 텔레비전의 환상을 착각하거나 오히려 현실과 환상을 역전시키게 된 것이다. <중략> 텔레비전이 우리의 현실과 환상을 뒤바꿔놓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은유와 환유의 원리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텔레비전은 은유와 환유를 활발하게 이용하며 이 둘을 적절히 배합하여 메시지를 생산하고 시청자의 관심을 끌면서 이미지를 만든다.

 

 한양대학교 국어교육위원회 편, <말과 문화> 중 텔레비전 읽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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