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체 언어 교육의 기본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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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체 언어 교육의 기본 관점

 

매체 언어의 교육이 국어 교육의 몫이며, 그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그러자면 먼저 매체 언어의 개념을 드러내는 것이 순서이겠다.

 

‘매체’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작용을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되, 여기서는 보다 한정적으로 텔레비전, 라디오, 신문처럼 뉴스와 정보 등을 다수의 사람들로 하여금 즐기게 하고 전파하는 매체, 즉 미디어(media)의 번역어로 사용한다.

 

이러한 매체들은 그 각각의 특질에 차별성이 없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전달 기능상의 공통성이 매우 강하여 하나의 동질적 그룹으로 간주되기에 이르렀고, 그 용어가 외래어 수준으로 인식되어 ‘미디어’로 사용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여기서 전달 기능상의 공통성이란 대중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가리키며, 대중의 구조적 특질이 무차별성이라는 점과 관련하여 대중매체로 불리기도 한다.

 

이 매체에 포함되는 것이 어떤 것들인가, 혹은 그것들 사이에 공통점과 차이점이 무엇인가를 살필 필요가 있다. 이는 매체 언어라는 용어의 개념을 명료하게 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여기에도 여러 가지 관점이 있을 수 있지만, 그 언어의 특질을 기준으로 분류한 다음의 견해(Hart, Andrew : 1991, pp.4-6)는 우리의 논의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1) 표출 매체(presentation) - 면대(面對)하여 직접 소통되며 저장이 불가능함 : 말

(2) 표상 매체(representation) - 표상적 부호로 소통되며, 먼 거리에도 통달이 가능하고, 저장이 가능 : 전보, 신문, 잡지, 만화 등

(3) 기계/전자 매체(mechanic/electronic) - 표상적 또는 기술적 요소가 필요하고, 장치의 조작능력을 요함 : 전화, 라디오, 텔레비전, 컴퓨터 등

 

‘말’조차도 매체로 분류하는 이 구분은 미디어가 대중 매체 또는 기계/전자 매체를 뜻하는 것으로 사용해 온 보편적 관행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겠지만, 매체라는 것의 본질적 속성을 이해하는 데는 좋은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뒤에서 살피게 되겠지만, 음성 언어조차도 매체라는 점은 그 매개하는 방법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국어 교육은 본질적으로 매체의 교육’이라는 명제가 성립하게 해 준다. 또 문자를 사용한 쓰기가 ‘표상 매체’를 통한 전달이라고 보기도 하는데, 이는 기호의 표상성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전자기술의 발전이 가져 온 기계/전자매체의 출현은 결국 언어 전달의 수단이 달라진 것을 의미할 따름이라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인간의 언어 활동을 매체라는 관점에서 이렇듯이 분류할 수 있는 근거는 이들이 모두 기호 언어(sign-language)를 사용하고 있다는 공통점에 있으며, 또한 우리 일상의 언어 활동이 이 세 가지의 매체를 복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인식과도 관련이 깊다. 가령 우리가 입으로 말을 할 때에도 몸짓 등 시각적 표상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든지, 말하기/듣기의 교육에서 시청각 자료를 이용하는 것을 학교 교육의 교수 요목 가운데 하나로 채택하게 됨은 언어 활동이 이러한 실제적 복합성의 반영이다. 역으로, 현대 사회의 매체라 할 수 있는 텔레비전은 말이라는 표출, 영상이라는 표상, 그리고 기계/전자 기술의 복합이 된다.

 

매체의 개념이 이렇듯이 결코 단순하지 않고, 그것이 더구나 표상 또는 기계/전자 등의 방법적 요소와 맞물려 있으면서 집단 또는 대중이라는 특질을 함의하기 때문에 매체 언어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는가에는 시각의 차이가 있게 된다. 예컨대, 텔레비전, 비디오, 라디오, 만화, 잡지, 신문 등을 포함하는 것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지만, 컴퓨터의 언어활동을 포함할 것인가 말 것인가, 포함할 경우라 하더라도 데이터 베이스, 소프트웨어 등의 컴퓨터화된 정보가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인지, 워드 프로세서와 같은 데 한정하여 정보테크놀로지만을 생각할 것인지는 논의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어려움은 언어 활동의 양태가 현대 문명의 변화 추이에 따라 달라진 데서 생겨난 문제로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할 듯하다. 즉 인류의 역사에서 최초로 출현한 것은 말이며, 거기서 텔레비전과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매체의 변화가 이루어진 과정에서 인쇄술의 발명에서 겪었던 변화를 능가하는 언어활동 방식의 변화가 기계적/전자적 매체의 출현으로 통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논의 대상인 매체 언어도 본질적으로는 언어라는 점, 그러기에 해석의 과정이 필요하게 마련이라는 점, 이러한 과정은 궁극적으로 의미의 추구를 겨냥하게 한다는 점에서 동질적인 것임을 확인하게 된다. 따라서 국어교육과 매체 언어의 문제를 살피고자 하는 우리의 논의에 장애를 일으킬 만큼 커다랗고 중요한 본질적 차이점은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김대행, ‘매체 언어 교육론 서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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