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형 (笞刑) / 줄거리 및 해설 / 김동인
by 송화은율태형 (笞刑,<동명>, 1922년 12월 - 1923년 1월)
작가:김동인(1900 - 1951)
등장인물
나: 미결수. 이기적이고 비정함.
노인:영원 영감. 태형을 언도받으나 항고를 포기함
줄거리
“기쇼오(起床)”
잠은 깊이 들었지만 조급하게 설렁거리는 마음에 이 소리가 조그맣게 들린다. 나는 화다닥 놀래어 깨었다가 또 다시 잠이 들었다.
“여보, 기쇼오야, 일어나오.”
잠도 교대로 누워서 자야만 되는 다섯 평이 좀 못되는 비좁은 감옥 속에 미결수로서 판결을 기다리는 나는 극심한 여름의 더위가 겹친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서 지내고 있었다. 그 감옥에는 나를 비롯하여 마흔한 명의 죄수가 있는데 잠도 교대로 자야 한다. 심지어는 자지 않고 서있기로 한 죄수들도 서있는 채로 잠들기도 하고 변기위에 앉아있던 사람도 졸다가 변기 위로 떨어진 그대로 자기도 한다. 이들은 맑은 공기를 마시기 위해 공판을 기다린다.
한 노인이 태형 90대의 판결을 받고 이를 항소하자, 나를 비롯하여 같이 있던 죄수들이 자리가 좀 넓어진다는 이유를 들면서 노인의 행동을 비난한다. 사실, 노인에게는 태형이란 곧 죽음을 의미하는 가혹한 것이었다. 아들도 죽었는데 노인 혼자 살면 무엇하냐고, 노망이 났다고 노인을 비난하자 결국, 노인은 굴복하여 공소를 취하하고 태형에 처해진다. 태형 당하는 노인의 비명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조그만 편안함을 위해 노인을 내보낸 자신의 이기성과 비정함을 자책하고 괴로워한다.
그는 이 말을 맺지 못하고 초연히 간수에게 끌려나갔다. 그리고 그를 내어쫒은 장본인은 이 나였었다.
나의 머리는 더욱 숙여졌다. 멀거니 뜬 눈에서는 눈물이 나오려 하였다. 나는 그것을 막으려고 눈을 힘껏 감았다. 힘있게 닫힌 눈은 떨렸다.
해설
이 작품은 훗날 발표하는 「감자」와 함께 환경이 인간의 윤리 의식을 박탈해가는 과정에 대한 관찰의 기록이다. 감옥이라는 폐쇄된 공간 속에서 극심한 고통을 감수하여 살아가는 죄수들을 설정해 놓고, 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통해 인간의 이기심과 양심의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즉, 환경 결정론적 인간의 본성을 그린 작품이다. 다른 사람의 죽고 사는 문제보다는 자신의 조그만 편함에 더 관심을 가지는 인간들을 설정하여 인간의 도덕성에 관한 질문을 제출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극한 상황에서 인간이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이기적일 수 있는 가를 우리에게 고발하는 사실주의 경향의 소설이다. 물론,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나는 고개를 숙임으로써 자신의 행위에 대하여 부끄러움을 나타낸다. 이는 작가의 ‘환경 결정론’에 대한 믿음이 깨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이 작품은 다른 시각에서 본다면, 이 감옥 안에 들어와 있는 사람들은 독립 만세를 부르다가 잡혀온 사람들이어서 작가가 일제에 대하여 마음 속으로나마 항거한 흔적을 찾게 한다.
(주제) 인간의 이기심과 도덕적 양심의 문제 제기
극한 상황을 통하여 드러나는 인간의 이기심
(시점) 1인칭 주인공 시점
(성격) 사실적
(갈래) 순수 소설, 단편 소설
(구성) 단순 구성, 평면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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