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선 / 줄거리 및 해설 / 이청준
by 송화은율침몰선 / 이청준
줄거리
고등학교에 진학한 수진은 어떤 소녀와 친해졌다. 수진은 소녀에게 침몰선 이야기를 포함하여 고향 바다에서 일어났던 모든 것을 이야기하였다. 수진은 소녀의 신비스런 눈매에서 승화된 바다와 침몰선을 보았다. 그러나 수진을 졸라서 바다와 침몰선을 본 소녀는 더 이상 바다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았다. 소녀의 눈에서 바다의 그림자도 사라져 버렸다. 그 눈은 수진을 절망감으로 몰아갔다. 바다에서 소녀를 먼저 보내고 난 뒤 소년은 바다, 침몰선을 비롯한 어렸을 때의 불가사의한 모든 일들에 관한 해답을 이에서 얻고 있었음에도 그것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소녀에게 또한 자신에게도 거짓말을 하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그러나 그 깨달음 때문에 수진은 다시 소녀를 만나던 날 바다 이야기를 사정없이 늘어 놓았다. 그해 수진은 대학은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고 변명하면서 마을로 돌아오고 만다. 그는 바다를 원망하고 소녀를 미워했다. 그러는 동안 더벅머리의 수진은 ‘자네’라든가 ‘총각’이라는 이름 아닌 이름으로 불려지게 된다. 스무 살이 된 수진은 옛날 마을의 청년들이 그러했듯이 스스로 동네를 떠났다. 일 년쯤 뒤에 군복을 허술하게 입고 동네에 돌아온 수진은 침몰선에 관해서는 불평도 잊은 채 조금씩 돋아오른 턱수염만 만지고 있었다.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작품은 한 인물이 유년기에서 소년기를 거쳐 청년기에 이르기까지 변모해 가는 과정을, 주로 의식 세계에 초점을 맞추어 그려 나가고 있다. 즉 전쟁과 피난민, 죽음과 전쟁의 상처 사이에서 유년기와 소년기를 보내면서 자라난 젊은이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 작품에서 수진은 침몰선을 통해 세계를 경험하고 시대에 눈떠 가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눈뜸은 전쟁과 파멸이라는 비극적인 세계에 대한 눈뜸이다. 어느 날 배가 소년의 의식 속에 들어왔다는 것은 배가 드러나게 되었다는 뜻. 배가 비로소 현존하기 시작하였다는 뜻이다. 소년과 배 사이의 가리개, 소년의 눈에 씌워져 있던 가리개가 벗겨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하나의 가리개를 벗는 대신 새로운 가리개를 소년은 썼던 것이다. 그것을 색안경이라 불러도 좋다. 그러나 그는 그 가리개를 쓰게 된 것을 모르고 있다가 드디어 어느 날 그 두 번째 가리개를 의식하면서 이 작품은 끝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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