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흥(秋興)
by 송화은율추흥(秋興)
(세상사람들) 하는 말을 들으니 장안(長安)의 일이 바둑, 장기 같다고 하니
한평생 (사는 동안 겪는) 세상의 일에 슬픔을 이기지 못하겠구나.
왕과 제후의 저택에는 다 새로운 주인이 들었고
문관과 무관의 의관(衣冠)도 옛 시절과 다르도다.
바로 북쪽의 관문에는 (전쟁의) 꽹과리와 북 소리가 진동하고
서쪽으로 정벌 간 군대에서는 승전보가 빨리 오지 않는구나.
어룡(魚龍)이 적막하고 가을 강이 차니
고향에서 평화로이 지내던 때가 그립구나.
듣건대 장안의 일이 바둑판 같다 하니
백 년의 세상 일에 슬픔을 못 이기겠네.
왕과 귀족의 저택엔 모두 새로운 주인이 들었고
문관 무관의 의관도 지난날과 달라졌네.
바로 북쪽의 관문에는 전쟁의 북 소리가 진동하고
서쪽으로 정벌 간 군대에서 승전보가 더디네.
어룡(魚龍)이 적막하여 가을 강이 찬데
고향에서 평소 살던 일이 그립네.
요점 정리
지은이 : 두보(杜甫, 712-770)
갈래 : 칠언율시(七言律詩)
성격 : 애상적, 비유적, 우국적
표현 : 비유적 표현이 사용되고, 청각적 심상을 통한 전란의 형상화
구성 : 수함경미
수 - 1,2구 : 전쟁으로 어지러운 시국(時局)에 대한 근심과 한 많은 자신의 삶에 대한 탄식
함 - 3,4구 : 전란(戰亂)으로 인해 혼란스러운 장안(長安)의 모습
경 - 5,6구 :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전쟁에 대한 안타까움
미 - 7,8구 : 추운 가을 날씨에 더욱 사무치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
제재 : 전란으로 어지러운 세상
주제 : 전란(戰亂)의 비애(悲哀) 및 우국(憂國)과 향수(鄕愁)
출전 : 분류두공부시언해(分類杜工部詩諺解)
내용 연구
니르거늘 : 이르는 것을, 말하는 것을
바둑 장기와 같다고 하니 : 아주 혼란스러운 상태를 말함. 전란으로 인한 어수선함을 구체화함
장안(長安) : 주나라 무왕이 세운 호경에서 비롯되며, 중국 산시 성(陝西省) 시안 시(西安市)의 옛 이름. 한(漢)나라, 당나라 때 도읍지였던 곳으로, 뤄양(洛陽)에 견주어 서도(西都) 또는 상도(上都)라고도 한다.
세간 이레 : 세상 일에
새 님자히오 : 임자이고, 주인이고,
션비 : 선비, 여기서는 문관
호반 : : 무관
관산 : 관문이 있는 산
꽹과리와 북 소리가 진동 : 전란으로 인한 어수선함을 구체화함
거마 : 수레와 말
우서 : '우서'는 군사로 문서로 깃털을 달아 신속하게 전할 것을 알렸기 때문에 '우역, 우모서, 개모서'라고도 한다. 여기서는 승전보를 말함
어룡 : 진주에 있는 어룡천, 어룡은 추분이 지나면 겨울잠을 자는 용인데, 여기서는 본래의 뜻과 지명의 뜻을 겸하는 중의적 의미
괴외하고 : 고요하고, 적막하고
가을 가라미 : 가을강이
고국 : 오래된 성의 뜻으로 보통은 '고향'과 같은 말이지만, 여기서는 '장안'을 가리킨다.
이쇼라 : 있었다의 뜻으로 주어는 화자 자신이다.
이해와 감상
안녹산의 난을 피해 고향을 떠나 떠도는 삶을 살았던 두보가 시국을 걱정하고 고향을 그리워 하면 지은 노래로 시 저변에는 시국에 대한 근심과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두보가 기주에서 지은 작품으로 두보 시집에는 '추흥 8수'로 되어 있는데, '언해'에서는 전3수와 별도로 '추흥5수'로 본문은 그 중 제1수이다. 바둑이나 장기와 같이 어지럽게 공격을 주고받는 전란의 상황에 대한 개탄과, 한평생 어지러운 세상일을 겪으며 사는 자신의 괴로움에 대한 한탄이 주된 정서이다. 5,6구에서는 전쟁의 상황을 꽹과리 소리와 북 소리라는 청각적 심상을 통해 형상화한 뒤,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전쟁의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또한, 7,8구에서는 차가운 늦가을 날씨로 인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사무친다고 하소연했다.
이 작품의 제목 '추흥'에서 '흥'은 기쁘고 즐거운 상황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전란으로 인한 화자의 비애와 우국심을 뜻하는 것이다.
심화 자료
두보 시의 특징
1. 충군(忠君) 애민(愛民)의 유학(儒學) 정신(精神) : 인애(仁愛)를 바탕으로 한 우국지정을 표현함
2. 위대한 휴머니즘 : 고통스러운 당대의 현실 속에서도 인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유지
3. 철저한 비판 정신 : 당나라 때의 현종의 통치와 지배 계급의 부패를 신랄하게 고발함
4. 투철한 사실주의 : 당대의 비참한 사회 현실을 사실적으로 반영
추흥
玉露凋傷楓樹林 옥로조상풍수림
巫山巫峽氣蕭森 무산기협기소삼
江間波浪兼天湧 강간파랑겸천용
塞上風雲接地陰 새상풍운접지음
叢菊兩開他日淚 총국양개타일루
孤舟一繫故園心 고주일계고원심
寒衣處處催刀尺 한의처처최도척
白帝城高急暮砧 백제성고급모침
차가운 이슬 내려 풍림은 시들고
무신과 무협은 쓸쓸하기만 하네
하늘에 닿을 듯 강물결 높이 일고
변방의 먹구름 땅에 낮게 깔렸네
다시 핀 국화 보니 눈물은 또 흘러
배에 꼭곡 매어두는 고향 그리움
이곳 저곳에선 겨울옷 짓기에 바빠
백제성 높이 요란한 다듬이 소리
옥같은 이슬에 단풍나무 수풀이 시들어 떨어지니,
(경치 좋기로 이름난) 무산과 무협에 서린 기운이 더욱 쓸쓸하도다.
강사이의 물결은 하늘에 닿을 듯이 치솟고
변방 위에 (부는) 바람과 (덮인) 구름은 땅에 이어 (닿아) 아득하도다.
포기의 국화가 두 번 피므로 (이곳에 온 지도 벌써 2년이 되니) 다른 날에 붙여 (뒷날이 슬픈 추억이 되리라는 생각에) 우노라.(눈물이 나는구나)
외로운 배 한 척을 (선창에) 매어 두었으니 (이것은) 고향으로 가고자 하는 마음이로다.
추울 때 입을 옷을 도처에서 가위와 자로써 지음을 재촉하니
백제성의 높은 데에서는 저녁나절 다듬이 소리가 분주하게 들리는구나.
요점 정리
지은이 : 두보(55세 때)
연대 : 대력 원년(766)
형식 : 칠언율시
구성 : 선경후정의 구성법(앞에서는 가을의 처절함을 그리고, 뒤에서는 고향을 떠나 있는 사람의 애절함을 그림)
수련 : 가을의 서경
함련 : 변방의 바람과 구름 - 비추지경(悲秋之景)
경련 : 망향의 마음
미련 : 계절의 대비 - 망향지정(望鄕之情)
제재 : 가을
주제 : 망향(望鄕), 향수(鄕愁), 고향에 대한 그리움
이해와 감상
칠언율시로 대력 원년 (766), 작자 나이 55세 때 지은 작품이다. 전해 초여름에 피난지 성도를 떠나 가을에 운안까지 왔다가 병이 심해져 거기서 겨울을 보내고, 기주로 와서 우거할 때 여수(旅愁)와 망향(望鄕)의 정을 노래한 것으로 '추흥(秋興)'이라는 제목으로 지은 8수 중 첫째 수이다.
이 시를 지을 때 두보는 가난과 신병에 시달릴 때였다고 한다. 선경후정(先景後情)의 구성법을 취한 작품으로 수와 함련에서는 가을의 처절한 분위기를 그렸다. 찬 이슬이 내려 단풍은 처절하게 물들고, 강물결은 일어 하늘에 치솟고, 변방 천지를 어둡게 뒤덮은 구름 - 이 처절한 무산, 무협의 추기(秋氣)는 마치 자신의 처지와도 같아서 그 애절함이 뼈에 스미는 것 같다. 경과 미련에서는 유랑하는 사람의 애절한 향수를 그렸다.
국화는 다시 피어 다시 눈물을 지우고, 매어만 있는 한 척 외로운 배는 더욱 향수를 재촉한다. 백제성 높은 곳에는 겨울 옷 다듬이소리가 한창인데 나그네의 겨울옷은 누가 지어줄 것인가? 불우한 시대로 인해 나그네와 같은 삶을 살았던 두 보의 단장(斷腸)의 여수(旅愁)가 사람의 마음을 아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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