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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토의 시 1 / 구상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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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토의 시 1 / 구상

 

하꼬방 유리딱지에

아이들 얼굴이

불타는 해바라기마냥 걸려 있다.

 

내리쪼이던 햇발이 눈부시어 돌아선다.

나도 돌아선다.

울상이 된 그림자 나의 뒤를 따른다.

 

어느 접어든 골목에서 걸음을 멈춘다.

잿더미가 소복한 울타리에

개나리가 망울졌다.

 

<후략>


요점 정리

 

지은이 : 구상

갈래 : 서정시, 자유시

성격 : 희망적, 상징적

제재 : 6·25전쟁으로 인한 비극적 현실

주제 : 전쟁의 상흔과 미래에 대한 희망적 기대

특징 : 공간의 변화에 따른 화자의 인식의 변화가 나타나고, 대립적 이미지를 통해 전쟁의 비극과 희망을 나타냈고, 객관적 상관물인 그림자를 통해 화자의 내면 의식을 간접적으로 드러냈으며, 이 작품은 6.25 전쟁의 민족적 비극의 체험을 바탕으로 노래한 작품이다. 전쟁 체험 을 바탕으로 어둡고 밝은 명암의 이미지를 통해 주제를 형상화했다.

출전 : <초토(焦土)의 시(), 청구출판사, 1956>

 

내용 연구

 

초토(焦土)[불에 타서 검게된 흙, 여기서는 무덤’, ‘폐허가 된 전쟁터를 뜻함]

 

하꼬방[판잣집 /전쟁의 이미지/ 전쟁의 상처를 드러내는 소재] 유리 딱지에

아이들 얼굴[전쟁의 이미지]

불타는 해바라기[해맑은 아이들의 모습 / 민족의 밝은 미래 소망 이미지] 마냥 걸려 있다. - 현재의 초토의 상황과 미래 희망

 

내려 쪼이던 햇발[민족의 밝은 미래 소망 이미지]이 눈부시어 돌아선다.[아이들의 해맑음을 강조하는 표현]

나도 돌아선다[아이들에게 전쟁의 상처를 준 부끄러움과 자책감이 드러남]. - 밝음의 희망마저 도래하지 않는 현실 인식

울상이 된 그림자[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느끼는 시적 화자의 심리 상태를 간접적으로 제시하는 대상 / 자책감, 비애감을 느끼는 ’ / 객관적 상관물] 나의 뒤를 따른다.

 

어느 접어든 골목[인식의 전환이 일어나는 공간]에서 걸음을 멈춰라.

잿더미[전쟁의 참혹한 이미지]가 소복한 울타리에

개나리[민족의 밝은 미래 소망 이미지 / 희망을 드러내는 자연물 / 화자의 인식이 전환되는 계기 : 침울에서 희망]가 망울졌다.

 

저기 언덕을 내려 달리는

체니의[少女] 미소[전쟁의 상흔과는 무관한 순진무구한 밝음의 이미지 - 민족의 미래에 대한 낙관적 인식, 민족의 밝은 미래 소망 이미지]엔 앞니가 빠져

죄 하나도 없다[미래의 희망을 발견함]. - 어둠의 상황 속에서 기대하는 미래

 

나는 술 취한 듯 흥그러워진다.[현실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에 들뜸]

그림자 웃으며 앞장을 선다.[웃는 그림자에서 화자의 변화된 내면 의식을 보여주면서 희망에 찬 화자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음] - 어둠의 극복에 대한 믿음

 

 

초토(焦土)의 시() 8

적군 묘지(敵軍墓地)에서

 

오호, 여기 줄지어 누웠는 넋들은눈도 감지 못하였겠구나.

어제까지 너희의 목숨을 겨눠방아쇠를 당기던 우리의 그 손으로썩어 문드러진 살덩이와 뼈를 추려그래도 양지 바른 두메를 골라고이 파묻어 떼마저 입혔거니죽음은 이렇듯 미움보다도 사랑보다도더욱 신비로운 것이로다.

이곳서 나와 너희의 넋들이돌아가야 할 고향 땅은 30리면가로막히고

무인 공산(無人空山)의 적막만이천만 근 나의 가슴을 억누르는데

살아서는 너희가 나와미움으로 맺혔건만이제는 오히려 너희의풀지 못한 원한이 나의바램 속에 깃들어 있도다.

손에 닿을 듯한 봄 하늘에구름은 무심히도북으로 흘러 가고어디서 울려오는 포성(砲聲) 몇 발나는 그만 이 은원(恩怨)의 무덤 앞에목놓아 버린다.

 

요점 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성격 : 서정적, 추도적, 종교적, 회한적

어조 : 비장하고 격정적인 어조

제재 : 적군 묘지

주제 : 통일의 염원과 분단 현실에 대한 비애

표현특징 : 기독교적 윤리관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시적 기교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평범한 시어로 표현하고 있다.

 

내용 연구

 

오호, 여기 줄지어 누웠는 넋들[ 적군 병사들의 주검]

눈도 감지 못하였겠구나[통일을 이루지 못한 한을 지님(연민의 정)]. - 적군 병사의 죽음 애도

 

어제까지 너희의 목숨을 겨눠[이념적 대립에 의한 적대감]

방아쇠[전쟁의 비극적 소재. 냉혹함]를 당기던 우리의 그 손으로

썩어 문드러진 살덩이와 뼈를 추려[전쟁의 비극과 참혹성 감각적 제시]

그래도 양지 바른 두메[도회에서 멀리 떨어진 인적 드문 산골]를 골라[숭고한 동족애와 휴머니즘]

고이 파묻어 떼[뿌리째 떠낸 잔디]마저 입혔거니[비록 적군일지라도 다 썩어가는 주검까지 정성을 기울인 화해와 너그러운 마음을 나타내고 있다] - 적군 병사의 무덤을 만들어 줌(화해)-관용적, 인도적 태도(3연의 깨달음의 실천적 행위)

 

죽음[대립을 화해로 이끄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는 시어]은 이렇듯 미움보다도 사랑[민족애와 기독교적 관용]보다도

더욱 신비로운 것이로다[주검 앞에서는 미움이나 사랑의 어느 한쪽에 편들지 못할 신비한 무엇이 있을을 깨닫고 있다.]. - 죽음의 의미에 대한 깨달음-이념적 대립의 허망함 표현

 

이곳[무덤]서 나와 너희의 넋들이

돌아가야 할 고향 땅은 30리면

가로막히고[휴전선 때문에 / 동족간 분단으로 인한 비애와 슬픔]

무인 공산(無人空山)[격렬한 전투는 끝나고]의 적막만이[인가도 인기척도 없는 쓸쓸한 산(적군 병사가 묻혀 있는 곳)]

천만 근[정서의 강조] 나의 가슴을 억누르는데[전쟁과 분단의 안타까움(촉각적 이미지)] - 분단의 비극에 대한 슬픔

 

살아서는 너희가 나와

미움[이념적 대립에 의한 적대감]으로 맺혔건만

이제는 오히려 너희의

풀지 못한 원한[살아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적군 병사의 원한(1연의 눈을 감지 못한 이유)]이 나의

 

바램[분단의 극복, 조국의 통일 / ‘바람이 맞음] 속에 깃들어 있도다[죽은 적에 대한 형제애로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들의 소망까지도 품어 안는 마음으로 진정한 화해와 통일의 모습을 제시함.]. - 적군의 한과 나의 소망의 일치

 

손에 닿을 듯한 봄 하늘[화해로 통합된 민족의 밝은 미래]

구름[이념과 무관하여 남북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자유로운 존재, 통일의 염원을 내포한 자연물, 감정이입]은 무심히도

북으로 흘러 가고 - 통일에 대한 염원

 

어디서 울려오는 포성(砲聲) 몇 발[적대적 관계로 대치하고 있는 국토분단의 현실]

나는 그만 이 은원(恩怨)[은혜와 원한]의 무덤[창작 모티브가 된 시어] 앞에

목놓아 버린다[분단 현실에 대한 통곡 / 동족 상잔의 비극적인 전쟁의 아픔을 안타까워하고 있음을 표현.]. - 분단 현실 앞에서의 통곡-시적 자아의 감정이 가장 격렬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초토의 시라는 연작시 15편 중의 하나로서, 6·25라는 동족상잔(同族相殘)의 비극적 전쟁으로 생긴 `적군 묘지'에서 동포애의 연민과 비애를 노래한 작품이다.

 

광복 이후의 우리 현대사에서 최대의 민족적 비극이었던 6·25는 많은 전쟁 문학 및 전후 문학(戰後文學)을 산출했다. 그런데 이들을 살펴보면 전쟁 체험을 그리는 시인, 작가들의 시각이 적대적 의식이나 증오보다는 동포애 또는 인간애로부터 우러나오는 관용과 연민을 내포한 것이 많다. 이것은 6·25가 동족 사이의 전쟁이었던 데 기인하는 특질이다.

위의 작품도 이러한 심정적 공감대 위에 서 있다. 치열한 전투 상황 속에서는 서로의 목숨을 겨냥하여 방아쇠를 당기던 적이었지만, 그로부터 한 걸음 물러선 자리에서 본다면 분단과 갈등 속에 찢겨진 동족으로서의 연민이 절실하게 솟아오르는 것이다.

 

이러한 연민, 비애는 특히 제4연에서 뚜렷하게 부각된다. 땅 속에 묻힌 적군 병사들과 마찬가지로 북쪽 땅이 고향인 시인은 삼십 리 저편에 가로막혀 있는 고향 땅을 바라보면서 민족 분단의 고통을 다시금 절실하게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분단은 민족을 나누어 놓았을 뿐 아니라, 증오와 죽음을 휘몰아 왔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시인은 제5연에서 `이제는 오히려 너희의 / 풀지 못한 원한이 나의 / 바램 속에 깃들어 있도다'라고 말한다. 적군 병사들의 풀지 못한 원한이 나의 바램에 일치할 수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분단으로 인한 원통한 희생, 죽음에 대한 원한'이며 그러한 고통의 장벽을 넘어서는 민족의 일체화를 이룩해야 한다는 바램이다. [해설: 김흥규]

 

< 구상의 시 '초토의 시'는 향토적인 서정성에 바탕을 두고 나름대로의 생명의지를 휴머니즘의 토대 위에서 그려내고 있다. 전체 15편의 연작시 형태로 창작되었으며, 시대적 현실, 예를 들면 '판잣집', 검둥이 애새끼' '창녀' '무덤'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부활' '구원' '속죄의식' '밝음' '조국통일'과 같은 긍정적인 세계를 지향하는 작자의 의식 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특히 '휴전 협상 때'라는 부제가 붙은 초토의 시 15에서는 '조국아, 심청니마냥 불쌍하기만 한 너로구나// 시인이 너의 이름을 부르량이면/ 목이 멘다'라고 하며 불쌍한 조국을 탄원하고 있다. 휴전 협상은 또 다른 분단을 의미하므로 작자는 초역사적 양심의 목소리, 자기 희생을 통하여 조국의 진정한 해방을 기원하고 있다.>

 

심화 자료

 

구상 : 1919년 함경 남도 원산 출생. 시집 '응향'사건으로 '북조선 예술 총동맹'으로부터 반동 시인으로 찍혀 곧바로 월남. 한국전쟁 때 종군 시인으로 활동했다.

 

그의 시는 카톨릭의 종교 의식을 바탕으로 삼아 인간 존재와 우주의 의미를 탐구하는 구도적 경향이 짙다. 시집으로는 <시집 구상>, <초토의 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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