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토(焦土)의 시 8(적군 묘지 앞에서) / 구 상
by 송화은율초토(焦土)의 시 8(적군 묘지 앞에서) / 구 상
<핵심 정리>
▶ 감상의 초점
이 시는 6·25의 체험을 형상화한 15편의 연작시 중의 여덟 번째 작품으로, 동족 상잔(同族相殘)의 비극으로 생겨난 ‘적군 묘지’ 앞에서 그들의 죽음을 애도하며, 사랑과 화해로 민족 동질성의 회복과 통일에의 염원을 노래하고 있다. 우리 민족사에서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된 6·25의 비참한 현실을 시인은 어떻게 시화(詩化)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적군 병사들의 응어리진 원한이 나의 바람에 일치할 수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아울러, 이 시의 화자가 시인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자.
▶ 성격 : 관념적, 종교적, 인도적
▶ 어조 : 비분과 통한의 어조
▶ 표현 : 크리스트교적 윤리관에 바탕을 두고 평범한 시어를 사용함.
▶ 구성 : ① 적군 병사에 대한 애도(1-3연)
② 분단의 비극(4-5연)
③ 통일에의 염원(6-7연)
▶ 제재 : 적군 묘지에서 느끼는 비분
▶ 주제 : 적군 묘지에서 느끼는 분단 현실에 대한 통한과 통일에의 염원
<연구 문제>
1. 이 시에 드러난 화자의 윤리관이 집약되어 있는 시어를 찾아 쓰라.
사랑
2. ㉠이 담고 있는 구체적 내용을 두 어절로 쓰라.
조국의 통일(분단의 극복)
3. 이 시가 독자에게 공감을 주는 것은, 화자의 적군에 대한 어떤 태도 때문인지 50자 정도로 설명하라.
적군에 대한 적대 의식이나 증오보다는 동포애로부터 우러나오는 관용과 연민의 태도 때 문이다.
4. 이 시에서 ‘미움’과 ‘사랑’이라는 시어의 역할과 의미를 밝혀, 제3연의 내용을 200자 정도로 설명해 보라.
두 시어는 이 시의 주제를 드러내는 핵심어이다. ‘미움’은 이념적 대립에 의한 갈등으로 말미암아 동족의 가슴에 서로 총부리를 겨누는 비극의 원인이었음을 말하고, ‘사랑’은 민족애와 크리스트교적 윤리에 의한 화해와 용서를 말한다. 그러기에 죽음은 이념적 대립의 적대감(미움)을 넘어서서 민족애와 크리스트교적 관용(사랑)을 불러일으킬 만큼 크고 너그러운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 감상의 길잡이 1 >
이 시는 6․25의 체험을 노래한 <초토의 시>라는 연작시 15편 중, 여덟 번째 작품으로 직설적 어투의 무기교의 시라는데 그 형식적 특징이 있다. 시인은 동족 상잔의 비극으로 생겨난 ‘적군 묘지’ 앞에서 이데올로기라는 허상 속에 감추어진 인간의 권력욕으로 인한 그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한편, 기독교적 윤리관에 바탕을 둔 사랑과 화해의 정신으로 민족 동질성의 회복과 평화 통일에 대해 염원하고 있다.
생존의 극한 상황인 전쟁 중에는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싸우던 원수 사이었지만, 가로막힌 휴전선으로 인해 넋마저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그들은 이미 저주와 원한의 적(敵)이 아니라, 같은 겨레요, 형제일 뿐이다. 고향을 북에 둔 시인은 분단의 상징물인 휴전선을 바라보면서 민족의 고통을 절감하며, 적군 병사들의 ‘풀지 못한 원한’을 그들만의 것이 아닌 자신의 것으로 동일시하는 일체감을 보여 주게 된다. 그것은 다름아닌 분단으로 인해 돌아가지 못하는 그들의 죽음을 뜻하며, 그들의 죽음이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통일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시인의 뜨거운 열망을 반영하고 있다.
< 감상의 길잡이 2 >
이 시는 시인이 6·25 때의 종군(從軍)을 체험으로하여 쓴 연작시 「초토의 시」 15편 중 8번째의 시로서, 6·25라는 동족 상잔의 비극적 전쟁으로 생긴 ‘적군 묘지’ 앞에서 그들의 죽음에 대한 애도와 통일에의 염원을 노래한 작품이다.
적에 대한 적대 의식이나 증오보다는 동포애와 인간애로부터 우러나오는 관용과 연민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생사를 가름하는 극한 상황 속에서는 서로 총부리를 겨누던 사이였지만, 이제 한 발짝 물러서서 보면 원한과 저주가 아니라, 분단의 갈등 속에 찢겨진 동족으로서 연민의 정이 느껴질 뿐이다.
인간의 생명은 무엇보다도 존엄한 것이기에 적군의 시체를 양지 바른 곳에 묻는, 인도주의에 바탕을 둔 인간애가 이 작품의 골격을 이룬다. 특히, 적군 묘지에 묻힌 그들과 마찬가지로 북쪽 땅이 고향인 시인은 삼십 리 저편에 가로막혀 있는 휴전선을 바라보면서 민족 분단의 고통을 누구보다 절감했을 것이다.
비극의 현실을 고발하면서 저주나 원한 같은 수준에서 끝나지 않고, 민족의 고난을 자기의 것으로 받아들여 참회하고, 죽은 병사의 풀지 못한 원한이 시인의 희망으로 나타나 진정한 화해와 통일을 염원하고 있다. 이 시는 수사법이나 기교에는 관심이 없다. 그러면서도 관념적으로 끝나지 않는 것은 소재가 그만큼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 감상의 길잡이 3 >
이 시는 「초토의 시」라는 연작시 15편 중의 하나로서, 6․25라는 동족상잔(同族相殘)의 비극적 전쟁으로 생긴 `적군 묘지'에서 동포애의 연민과 비애를 노래한 작품이다.
광복 이후의 우리 현대사에서 최대의 민족적 비극이었던 6․25는 많은 전쟁 문학 및 전후 문학(戰後文學)을 산출했다. 그런데 이들을 살펴보면 전쟁 체험을 그리는 시인, 작가들의 시각이 적대적 의식이나 증오보다는 동포애 또는 인간애로부터 우러나오는 관용과 연민을 내포한 것이 많다. 이것은 6․25가 동족 사이의 전쟁이었던 데 기인하는 특질이다.
위의 작품도 이러한 심정적 공감대 위에 서 있다. 치열한 전투 상황 속에서는 서로의 목숨을 겨냥하여 방아쇠를 당기던 적이었지만, 그로부터 한 걸음 물러선 자리에서 본다면 분단과 갈등 속에 찢겨진 동족으로서의 연민이 절실하게 솟아오르는 것이다.
이러한 연민, 비애는 특히 제4연에서 뚜렷하게 부각된다. 땅 속에 묻힌 적군 병사들과 마찬가지로 북쪽 땅이 고향인 시인은 삼십 리 저편에 가로막혀 있는 고향 땅을 바라보면서 민족 분단의 고통을 다시금 절실하게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분단은 민족을 나누어 놓았을 뿐 아니라, 증오와 죽음을 휘몰아 왔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시인은 제5연에서 `이제는 오히려 너희의 / 풀지 못한 원한이 나의 / 바램 속에 깃들어 있도다'라고 말한다. 적군 병사들의 풀지 못한 원한이 나의 바램에 일치할 수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분단으로 인한 원통한 희생, 죽음에 대한 원한'이며 그러한 고통의 장벽을 넘어서는 민족의 일체화를 이룩해야 한다는 바램이다. [해설: 김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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