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 구상
by 송화은율기도 / 구상
<감상의 길잡이>
구상의 시는 가톨리시즘을 형상화한 기독교적 세계관의 중심에 서 있다. 그는 시와 삶의 믿음을 인생의 존재 의미와 역사적 의의를 집약시켜 살아온 가톨릭 시인으로, 전통적 서정시가 개인의 정서에 몰입하여 체관(諦觀)에 머무르는 것을 거부한다. 그리고 즉물적인 언어와 물질주의적인 현대 문명을 지향하는 모더니즘의 세계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그의 시적 태도는 철저하게 존재론적인 기반 위에서 미의식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는 존재에 대한 깊이 있는 인식이 없는 감성을 수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역사 의식에 기초하지 않은 생경한 지성이라는 것도 신뢰하지 않는다.
이 시는 명상과 기도의 심오한 내면적 자유를 구현하고 있다. 화자인 시인은 성서(聖書)의 단순한 장면과 사건을 환기하고, 그것들에서 함축적인 의미를 찾아낸다. 그것은 바로 ‘불 장마 속’ 같은 고통의 체험에서 생성된 것으로, 각 연의 마지막 행마다 쓰이고 있는 ‘ ― 하옵소서’의 기원적 태도에서 기독교 신앙과 삶의 진실성이 잘 나타나 있다. 물론 그의 삶의 진실성을 뒷받침해 주는 진리는 투철한 신앙심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1연에서 화자는 지상적 고뇌에 대한 천상적 구원을, 2연에서는 ‘허깨비’와 ‘무지개’로 표상된 관념의 허상에서 벗어난 이성의 회복을, 3연에서는 원죄 의식의 신앙적 겸손을 호소하는 한편, 4연에서는 신에 대한 절대적 찬미를, 5연에서는 ‘불 장마 속’으로 표현된 인간의 불행에 대한 회복을, 6연에서는 ‘어린 양들’로 비유된 묵시적인 세계로 접근하고 있다.
한편, 이 시의 구조는 상충과 대립의 양상으로 되어 있다. 즉, ‘요란함 / 속삭임’, ‘허상 / 실상’, ‘부끄러움 / 떳떳함’, ‘멸망 / 구원’, ‘스러짐 / 있음’의 이미지에서 명백하게 드러나 있다. 그러면서도 식물계의 ‘풀잎’과 동물계의 ‘어린 양’이라는 천국과 연관된 이미지를 통하여 기독교의 구원 사상을 사상적으로 통일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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