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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별곡의 민요적 특징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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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별곡의 민요적 특징

 

청산별곡의 바탕이 민요였으리라는 점을 말해주는 증거는 무엇보다도 먼저 그 악곡상의 특징에서 찾을 수 있다. 시용향악보에서 가사 중 제1장만 수록하고 나머지 장들은 같은 곡조를 되풀이한 것이라 생략한 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청산별곡은 사설만 바뀌어 가면서 계속 반복되는 악곡과 매우 간단한 가요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일정한 자리에서 여음을 되풀이함으로써 언어 바뀜을 나타내고 있을 따름이다. 이 같은 특징의 악곡은 널리 알려진 강강술래, 쾌지나 칭칭나네처럼 한 사람이 사설을 매기면서 여럿이 후렴으로 받는 선후창 형식의 민요와 잘 어울리는 것이다. 또한 선후창 형식의 민요가 일반적으로 그러하듯이 청산별곡의 바탕이 된 민요 역시 원래는 끝없이 이어지는 노래여서 특정한 종결부를 갖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때로는 선창자가 바뀌기도 하며 즉흥적으로 매겨 가는 사설들로 개개의 연이 이루어지는 만큼 청산별곡의 바탕이 된 민요에서 여음으로 구획되어진 각 연들도 유사한 내용을 비순차적으로 반복하는 매우 느슨한 관계로 연결되어 있으리라 생각된다.

 

청산별곡에서 각 연들은 유사한 정황을 표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앞뒤의 연들과 연관성을 지니지만 기승전결식의 순차적인 관계로 결합되어 있지는 않다. (중략) 청산별곡에서 확인되는 이 같은 표현 형식상의 특징은 본시 민중 생활의 이모저모를 자유롭게 표현하기 위해 민요에서 개발한 수법과 결부되어 나타난다. 그러므로 청산별곡에서도 이를 통해 고려 시대 민중들의 고난에 찬 삶의 여러 단면들이 형상화된 측면을 지적해 볼 수 있다. 첫째 연과 여섯째 연에 표출되어 있듯이, 현재의 생활터전을 떠나 깊은 산이나 바다와 같은 삶의 극한 지대로 도피해서라도 살고 싶다는 원망은 곧 내우외한에 시달렸던 당시 민중들의 전형적인 삶에서 우러나온 것임에 틀림없다. 여기서 연명하기 위한 음식으로 머루, 다래와 함께 나문재, 굴조개 따위가 거론되고 있는 것도 고려도경 중 당시 고려에서는 왕공 귀인이 아니면 육류를 먹을 수 없어 빈민들은 해산물을 많이 먹으려, 썰물 때 바닷가에 무진장으로 널린 굴과 대합 등속을 채집하기에 힘쓴다고 한 옛 기록과 부합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김명호, 청산별곡의 속악적 이중성, 한국 고전 시가 작품론 1, 집문당,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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