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창조
by 송화은율천지창조
바다도 없고 땅도 없고 만물을 덮는 하늘도 없었을 즈음 자연은, 온 우주를 둘러보아도 그저 막막하게 퍼진 듯한 펑퍼짐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이 막막하게 퍼진 것을 카오스라고 하는데, 이 카오스(혼돈)는 형상도 질서도 없는 하나의 덩어리에 지나지 못했다. 말하자면 생명이 없는 퇴적물, 사물로 굳어지지 못한 모든 요소가 구획도 없이 밀치락달치락하고 있는 상태일 뿐이었다. 여기에는 아직 이 세상에다 넉넉하게 빛을 던져줄 티탄(영/타이탄. '거신족(巨神族)'이라는 뜻. 하늘인 우라노스, 땅인 가이아 및 그 사이에서 난 여섯 남매를 가리킨다.)도 없었고, 날이 감에 따라 초승달의 활시위를 부풀려가는 포이베(달의 여신. '빛나는 자)도 없었다. 대지는 아직, 그 대지를 감싸주는 대기 안에서 제 무게를 감당할 형편이 못 되었고 암피트리테(원래는 바다의 신 넵투누스의 아내이나 여기에서는 '바다')도 땅의 가장자리를 따라 그 팔을 뻗을 형편이 못 되었다. 대지와 바다와 공기를 이루는 요소가 있기는 했다. 그러나 땅 위로는 걸을 수가 없었고 바다에서는 헤엄칠 수가 없었으며 대기에는 빛도 없었다. 말하자면, 제 모습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만물은 서로 반목하고 서로 방해만 했을 뿐이었다. 한 가지 질료 안에 있으면서도 추위는 더위와, 습기는 건기와, 부드러움은 딱딱함과, 무거움은 가벼움과 싸우고 있었다.
이 같은 반목에 종지부를 찍은 것은, 이런 요소들보다는 훨씬 빼어난 자연이라는 신(천지창조의 주재자인 신으로서의 자연)이었다. 신에 다름아닌 이 자연은 하늘로부터는 땅을, 땅으로부터는 물을, 무주룩한 대기로부터는 맑은 하늘을 떼어놓았다. 자연은,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지경에서 이들을 떼어내자 이들에게 서로 다른 자리를 주어 평화와 우애를 누리게 했다. 무게라는 것이 없는 창궁의 불과, 사물을 태우는 힘은 가장 높은 하늘로 날아 올라가 거기에 자리를 잡았다. 가볍기로 말하면 불 다음인 공기는 바로 그 밑에 자리했다. 이 두 가지보다도 밀도가 높은 대지는 단단한 물질을 끌어당겨 붙이면서 스스로의 무게 때문에 하강했다. 사방으로 퍼져 있던 물은 맨 나중 자리를 잡고 이미 굳어진 대지를 싸안았다.
이 조물주가 어떤 신이었든, 좌우지간 이 신은 혼돈을 이루고 있던 물질의 덩어리를 정리하고 구분하고 각각 그 있을 곳에다 배치한 뒤 우선 대지를, 어느 쪽에서 보아도 그 모양이 똑같도록 거대한 공꼴로 만들었다. 그리고 바다를 사방으로 펼치고 거친 바람으로 풍랑 일으킨 뒤 땅 주변에 펼쳐진 해안선을 빠짐없이 둘러싸게 했다. 이어서는 샘, 큰 호수, 그리고 연못을 파고, 흐르는 강 양쪽으로는 꾸불꾸불한 둑을 만들었다. 강은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강 가운데에는, 흘러가다가 대지 속으로 빨려들어가 버리는 강도 있었고 멀리 흘러가 이윽고 망망한 대해원의 품에 안겨 초록빛 강변 대신에 단애의 바위를 씻는 것도 있었다. 신은 또 땅을 고르어 평지를 마들고, 골짜기를 파고, 숲에는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차게 하고, 험한 산을 세우기도 했다.
신은, 이번에는 하늘을 나누어 오른쪽에 두 권역, 왼쪽에 두 권역을 만들고, 가운데에는 이 네 권역보다 훨씬 뜨거운 다섯 번째의 권역을 두었다. 이어서는 이 다섯 권역의 하늘로 덮인 땅덩어리 역시 같은 권역으로 나누었다. 이로써 땅에도 다섯 지대가 생긴 셈이었다. 가운데에 위치한 지대는 너무 더워 산 것이 살수가 없었고 양쪽 끝의 두 지대는 아주 눈으로 덮여 있었다. 그러나 신은 그 사이에다 남은 두 지대를 두고 더위와 추위가 번차례로 들게 하여 산 것이 살기에 적당한 기후를 베풀었다.
이 다섯 지대 위로는 공기가 퍼져 있다. 공기는 그 무게가 흙이나 물보다는 가볍지만 하늘의 불보다는 무거웠다. 공기가 있는 이곳은, 안개나 구름, 인간에게 겁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천둥, 그리고 구름에서 나오는 벼락과 추위를 나를 바람, 이 모든 것을 위해 신이 예비한 거처이기도 하다. 그러나 바람에 대해서만은, 천지의 조물주고 대기 속을 제멋대로 불게는 내버려두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바람은 각기 다른 지대에 거처하면서 제 나름의 방법으로 불게 되어 있다. 그러나 이 바람이 온 땅을 부수어 버리기로 작정하면 어느 누구도 이를 저지할 수가 없다. 바람의 형제들은 그만큼 사이가 나쁜 것이다. 바람의 형제들이 사는 땅은 각각 이러하다. 에오로스(동풍의 신)는 새벽의 땅, 다시 말해서 나바타에아 인(아라비아의 한 종족)들의 나라나 페르시아, 아침 햇살을 처음 받는 산들에 머물고, 제퓌로스(서풍의 신)는 베스페르('금성', 그/헤스페로스) 근방이나 석양 무렵에 따뜻하게 달아오르는 해변에 살고 있다. 무서운 보레오스(북풍의 신)는 스퀴티아 땅과 북방을 점거하고 그 반대쪽에 있는 땅에는 큰 비를 몰고 오는 아우스테르(그/노토스. '남풍의 신')가 비구름에 젖은 채 웅크리고 있다.
이 밖에도 신은 맑고 투명한 아이테르를 만들었다. 이 아이테르(푸른 하늘)는 무게가 없는 것으로서, 어떤 지상적인 것으로도 더럽힐 수 없는 아주 특별한 존재다.
이렇듯이 모든 것들이 제 몫의 거처에 자리를 잡자, 오랫동안 혼동의 덩어리 안에 갇혀 있던 별들이 하늘 하나 가득 찬연히 빛나기 시작했다. 빈 곳이 있으면 거기에 사는 것이 있어야 마땅한 법이다. 그래서 신들과 별들이 천상에 자리를 잡았다. 물은, 아름다운 비늘을 번쩍거리는 물고기들의 거처가 되었고 대지는 짐승들 몫으로 돌아갔다. 흐르는 대기는 새들을 맞아들였다.
그러나 이 짐승들보다는 신들에 가깝고, 또 지성이라는 것이 있어서 다른 생물을 지배할 만한 존재는 없었다. 인류가, 인간이 창조된 것은 이즈음이었다. 이 인간은, 세계의 시원(始原)이자 만물의 조물주인 신이, 신의 씨앗으로 만든 것인지도 모르겠고, 이아페토스(티탄의 시조인 우라노스와 가이아의 아들)의 아들 프로메테우스가 천공에서 갓 떨어져 나온, 따라서 그때까지는 여전히 천상적인 것이 조금은 남아 있는 흙덩어리를 강물에다 이겨, 만물을 다스리는 조물주와 그 모양이 비슷하게 만든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렇게 만들어진 인간은, 다른 동물들이 머리를 늘어뜨린 채 늘 시선을 땅에다 박고 다니는데 비해 머리가 하늘로 솟아 있어서 별을 향하여 고개를 들 수도 있었다. 이로써, 모양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흙덩어리였던 대지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인간이라는 것을 그 품안에 거느리게 된 것이다.
심화 자료
카오스
그리스인(人)의 우주개벽설(kosmogonia)에서 만물발생 이전의 원초상태 여기서 모든 것이 생겼다고 생각하였다. ‘혼돈(混沌)’이라고 번역되는 경우가 많으나, 원뜻은 ‘입을 벌리다(chainein)’로, 이것이 명사화하여 ‘캄캄한 텅빈 공간’을 의미하게 되었다. 헤시오도스의 《신통기(神統記)》에서는 여기에서 암흑과 밤이 생겼다고 한다. 또한 오비디우스는 만물의 모든 가능성을 숨긴 종자(semina)의 혼합된 것으로 보았다. 이와 같은 신화적 카오스에 비해, 논리적 원리(arch曉)로서의 자연(physis)을 거론한 데서부터 이오니아 자연철학의 우주론(kosmologia)이 시작되었다.
티탄
그리스 신화의 신족(神族)으로 복수형은 티나네스, 영어로는 타이탄. 천공의 신 우라노스와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후예인 일족으로 오케아노스, 코이오스, 크리오스, 히페리온, 이아페토스, 크로노스 등 6명의 남신과, 테이아, 레아, 테미스, 므네모시네, 포이베, 테티스 등 6명의 여신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신들의 일부는 대자연의 힘을 나타내고 있으며, 일부는 테미스(규율), 므네모시네(기억)처럼 추상적 개념을 의인화(擬人化)한 것도 있다. 또한 그리스 선주민족(先住民族)의 신들도 포함된 것으로 생각된다. 이 신들은 그리스 신화의 주류를 이루는 올림포스의 신들보다 이전의 것이며, 모두가 가이아의 권고에 따라 우라노스로부터 지배권을 빼앗아 막내아들인 크로노스를 지배자로 삼았다. 올림포스의 주신(主神) 제우스는 크로노스의 아들이다.
포이베 =셀레네
그리스 신화의 월신(月神)으로 라틴어로는 루나(Luna)라고 한다. 셀레네란, 달을 뜻한다. 사냥꾼 또는 사수(射手)로서 이마에 금(金)으로 된 초승달 모양의 뿔을 달고 있다. 시인이나 화가에 의해 미화(美化)된 모습으로 표현되지만, 종교적 신앙이라든지 행사에서 파생(派生)된 이야기는 없다. 다만 엔디미온을 사랑한 이야기는 시적(詩的)인 공상만은 아닌 듯, 헤시오도스는 이미 이 이야기를 알고 있었다. 아마도 이 이야기는 소아시아가 그 기원인 것 같다. 원래 월신숭배는 동방에서 그리스로 들어온 것인데, 그 이후에도 그리스인의 참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민간신앙에서는 달이 동식물의 번식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마술이라든지 모든 종류의 미신에 자주 등장하면서 헤카테나 아르테미스와 동일시되었다.
암피트리테
그리스 신화 속의 해신(海神) 포세이돈의 아내로 바다를 관장하는 넬레우스의 딸로, 바다에서 자매들과 춤추며 놀고 있는데 포세이돈의 눈에 띄어 납치된 후 그의 아내가 되었으며, 또 지중해의 여신이 되었다. 해저의 궁전에 살면서 트리톤을 낳았다. 다른 전설에 따르면 포세이돈의 청혼을 받고 수줍어 숨었다가 돌고래들에게 붙잡혀서 도리없이 포세이돈과 결혼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별자리 ‘돌고래자리’는 그녀의 이름으로도 불린다.
에오로스
동풍 혹은 동풍의 신
나바테아인
나바테아왕국을 세운 고대 아랍 부족으로 BC 7~BC 2세기경까지 아라비아반도의 북동부, 시리아 ·이라크 서부에서 활약하였다. 왕국의 중심지는 나바투였으며, 후일의 페트라 또는 크세르아셀이라고 한다. BC 4세기경에는 이집트의 프톨레마이오스왕조의 세력권 내에 있었으며, BC 312년 알렉산드로스대왕 휘하의 장군 안티고노스 1세가 파견한 원정군에 대해서 완강히 저항하였다. 하리사트 3세(재위 BC 87~BC 67) 때 통일정권이 수립되었으며, 그와 동시에 로마제국과 처음으로 밀접한 관계를 가지게 되었다.
하리사트 4세 때 왕국은 전성기를 맞이하였으며, 그 세력은 시리아의 다마스쿠스에 이르렀으나, 105년 황제 트라잔이 로마제국의 영토로 편입하였다. 로마 제국 초기에는 유목생활에서 상업활동으로 바뀌었으며, 관료적인 국가조직도 정비하고 그리스화한 나바테아법을 구비하게 되었다.
나바테아족(族)의 언어는 북쪽에서는 아랍어(語)와 섞이었으나, 남쪽에서는 순수한 아랍어가 보존되어, 오늘날의 아랍어의 직접적인 기원이 되었다. 초기 이슬람 시대의 아랍은 시리아 ·이라크에서 농경생활을 하는 원주민을 나바테아인(人)이라고 하였다.
제피로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서풍(西風)의 신으로 티탄 신족(神族)의 하나인 아스트라이노스[星男]와 여명의 여신 에오스의 아들. 그는 바람의 요정으로 날개가 돋친 처녀 하르퓨이아의 하나인 포다르게를 만나 영웅 아킬레우스가 트로이전쟁에 출전했을 때 그 전차를 끄는 신마(神馬) 발리오스와 크산토스를 낳았다. 그는 또 님프 클로리스와 혼인하여 카르포스를 낳았다. 서풍의 의인화(擬人化)로서 시문(詩文)에서는 이 말이 가장 고요한 바람으로 표현된다.
베스페르
비너스
로마신화에 나오는 사랑과 미(美)와 풍요(豊饒)의 여신으로
Ⅰ. 개관
로마신화에 나오는 사랑과 미(美)와 풍요(豊饒)의 여신.
베누스라고도 한다. 원래는 로마신화에 나오는 채소밭의 여신이었으나, 그 특성이 그리스신화의 아프로디테와 일치하므로 아프로디테와 동일시되었다. 이 여신은 로마시대부터 르네상스시대를 거치면서 특정의 민족신화의 틀을 벗어나, 여성의 원형으로 서양 문학과 미술에서 폭넓게 다루어 졌다. 호메로스에서는 아프로디테가 천공(天空)의 주신(主神) 제우스와 바다의 정령(精靈) 디오네의 딸로 되어 있는데, 헤시오도스에서는 천공의 신 우라노스와 그의 아들 크로노스와의 싸움에서 생긴 것으로 되어 있다. 즉, 크로노스는 어머니 가이아의 음부 속에 숨어 있다가 아버지의 성기(性器)를 낫으로 잘라 바다에 던졌다. 이렇게 하여 바다를 떠다니는 성기 주위에 하얀 거품(아프로스)이 모이고, 그 거품 속에서 아름다운 처녀가 생겨났다.
알몸의 처녀는 서쪽 바람의 신 제피로스에게 떠밀려 키테라섬에 표착(漂着)하였다가 다시 키프로스섬까지 흘러왔는데, 여기서 그녀를 발견한 계절의 여신 호라이가 그녀에게 옷을 입히고 아름답게 꾸민 다음, 여러 신들의 자리로 안내하였다고 한다. 르네상스기(期)의 화가 S.보티첼리의 명작 《비너스의 탄생》은 이같은 탄생 과정을 그린 것이다. 아프로디테의 탄생담(誕生譚)이 남성 성기에서 비롯되어 키프로스와 관련을 갖고, 사랑과 열락(悅樂)의 여신으로서 코린트를 비롯한 각지에서 신앙대상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여신의 기원이 원래 풍요와 재생이라는 원시신앙을 바탕으로 한 오리엔트의 대지모신(大地母神)임을 알 수 있다. 메소포타미아 지방의 신들 가운데 대표적 여신으로 널리 신앙대상이 되고 있는 이슈타르나 페니키아의 여신 아스타르테는 모두가 농경 재생산과 결부된 풍요 다산(多産)의 여신이면서, 한편 사랑과 열락 ·음탕의 여신이기도 하였다. 이같은 오리엔트의 원시신앙을 이어받은 아프로디테를 그리스인의 풍부한 상상력과 미적 감수성이 미와 사랑의 여신이라는 하나의 인격으로 만들어냈다.
Ⅱ. 천상성과 지상성
아프로디테는 육체의 쾌락을 찬미하며 자신도 신들과 인간들의 사랑에 몸을 맡긴다. 같은 올림포스의 여신이라도 처녀 아르테미스(로마 이름으로 디아나)는 연정(戀情)을 품는 것을 징계하는 데 반해, 아프로디테는 사랑을 권장하고 그 안내역까지 맡는다. 그러나 여신은 여신으로서의 높은 정신성을 갖추고 있다. 여신의 관능은 정신의 지배를 받음으로써 미(美)의 세계에 다다른다. 플라톤은 저서 《향연(饗宴)》에서 이 여신이 지니고 있는 두 가지 특성을 말하는데, 천공신 우라노스로부터 어머니 없이 태어난 우라니아(천상의) 아프로디테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제우스와 디오네의 사이에서 태어난 판데모스(지상의, 대중적인) 아프로디테이다. 앞의 것은 고매한 천상의 사랑을, 뒤의 것은 관능적인 지상의 사랑을 뜻한다. 유명한 부조(浮彫) 《루도비시의 대좌(臺座)》는 이 플라톤의 해석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이 부조의 정면은 두 처녀가 손을 뻗치면서 바다에서 올라오는 아프로디테(아프로디테 아나디오메네)를 묘사하고 있는데, 그 양쪽 측면의 한쪽은 베일을 몸에 두르고 향(香)을 피우는 청초하고 정숙한 모습을, 또 다른 한쪽은 알몸으로 다리를 포개고 즐거운 듯이 피리를 부는 열락의 여신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로마시대의 베누스 게네토리쿠스는 풍요와 생산의 비너스로서, 그녀는 만물의 생명의 근원으로 숭배되었다. 특히, 카이사르(시저)는 BC 46년에 이 여신을 선조로 삼아, 여신들을 모시는 웅장한 신전을 지었다. 이 여신의 상반되는 두 가지 특성은 생산 ·종족보존이라는 사회적 필연성으로부터 사랑이라는 정신적인 경지로 높여짐으로써 영원한 아름다움에 이른다는 발전적인 방법을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된다.
Ⅲ. 사랑의 편력
올림포스의 12신(神) 중의 하나이며 미와 사랑과 생산의 수호신인 아프로디테는, 역시 12신 중의 하나로 절름발이에다가 추한 용모를 지녔지만 근면한 대장간의 신 헤파이스토스(로마 이름으로는 불카누스)와 결혼하였다. 제우스는 용모는 추하지만 그의 근면성을 가상히 여겨 그에게 가장 아름다운 여신과 인연을 맺게 한 것이다. 그러나 여신은 얼마 안 가서 군신(軍神) 아레스(마르스)와 정을 통하여 둘 사이에서 에로스(쿠피도 또는 아모르), 안테로스, 디모스, 포보스, 하르모니아가 태어났다고 전해진다. 한편 《오디세이아》에서는 아레스와의 통정(通情)을 알게 된 헤파이스토스가 침대에 투명한 그물을 쳐두었다가 둘의 통정 현장을 붙잡아 신들에게 그 추태를 보인 다음, 다시 그물을 풀어 주자 여신은 키프로스섬으로, 아레스는 트라키아로 도망쳤다는 이야기도 있다.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포보스는 이 ‘도망(逃亡)’의 의인화(擬人化)일 것이다.
아프로디테의 사랑의 편력에 관해서는 그녀가 미와 사랑과 생산을 관장하는 신이라는 점에서 많은 이야기가 남아 있다. 예를 들면, 헬레스폰트(현재의 다르다넬스 해협) 근처에서 신앙되던 생산력을 상징하는 프리아포스(남근)는 앞서 나온 아프로디테와 아레스의 아들이라고도 하고, 주신(酒神) 디오니소스(Bachos:바코스)와 님프의 아들이라고도 하며, 또 아프로디테와 아도니스 사이에 태어난 자식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미소년 아도니스와의 사랑은 그리스의 소년애(少年愛)에 그칠 뿐, 아도니스 신화의 어디에도 그에게 아들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여신이 그의 죽음을 애도하여 흘린 눈물에서 장미가 피어났다고 한다. 또한 여신은 이다 산중에서 가축을 몰던 안키세스가 마음에 들어 프리지아의 왕 오트레우스의 딸로 변신하여 그에게 접근, 통정을 하여 아이네이아스를 낳았다.
이 아이네이아스가 바로 트로이의 영웅으로 훗날 로마 건국의 시조가 되었다. 이 밖에 12신 중의 미남신 헤르메스와 통정하여 남녀 양성을 가진 헤르마프로디테를 낳았다는 전설은 헤르메스와 아프로디테의 합성어로서의 그 이름을 설명하기 위하여 억지로 만들어낸 이야기인 듯하다. 또한 주신 디오니소스와의 사이에서 결혼의 신 히멘이 태어났다는 전설도, 여신이 결혼과 사랑을 주재하는 신인 데서 생긴 이야기로 해석할 수 있다.
Ⅳ. 기원
비너스상의 원형은 멀리 구석기시대 말기까지 거슬러올라간다. 인류 최초의 조형(造形)으로서 유럽의 산악지방에서 많이 출토된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나 《로셀의 비너스》 등 나체 여인상이 바로 그것인데, 흔히 이 여인상을 ‘돌의 비너스’라고 한다. 이 여인상들은 모두가 국부를 극단적으로 과장 표현한 사실로 보아, 생산과 풍요의 상징, 또는 주술적(呪術的) 욕망을 나타내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어 신석기시대에 들어와 메소포타미아의 니네베(어느웨)나 우르, 알 우바이드에서 출토된 토우(土偶:BC 3700년경), 키클라데스제도의 대리석 우상(BC 2000∼BC 1200) 등도 모두 나체로, 구석기시대의 ‘돌의 비너스’만큼 국부를 과장하지 않았으나, 이것들도 모두가 풍요 다산(多産)의 여신과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은 여성상이 풍요 다산이라는 원시적 ·주술적 구속을 벗어나 미의 여신으로서 미술의 역사 속에 크게 부각된 것은 그리스 이후부터이다.
BC 7세기에서 BC 6세기에 걸친 그리스 아르카이크기(期)의 여신은, 이오니아풍(風)의 키톤을 걸치고 한 손에는 비둘기나 사과를 든 정숙한 처녀의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처럼 고대 그리스의 가장 위대했던 시기인 고전시대에는 여신이 고귀한 정신의 밑받침으로 정숙하게 표현되었으나, 이 후반에 들어오면서 여신의 모습은 앞서 말한 플라톤에 있어서처럼 정숙한 천상의 비너스로부터 차차 지상의 비너스로 이행하였다. BC 4세기의 거장(巨匠) 프락시텔레스는 《크니도스의 아프로디테》에서 여신을 관능적인 알몸으로 표현하였다. 이 여신상의 그 우아한 모습은 아름다운 여성의 이상상(理想像)이 되어, 그 후 다양한 발전을 보인 나체 비너스상의 원형이 되었다. 그 후 헬레니즘 시대에 이르면, 여신은 한층 지상적 ·현실적으로 되어, 도이달사스의 《웅크린 비너스》나, 우물에 비친 자신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 《아름다운 엉덩이의 비너스》 등 관능의 기쁨에 취하는 자유분방한 모습이 되고, 마침내는 남녀 양성(兩性)을 갖춘 헤르마프로디테상(像)이 나타난다. 또 한편으로는 《밀로의 비너스》나 《메디치의 비너스》 등 고전 양식에 따른 걸작품도 만들어져 이 시대에는 비너스상에 있어 미술사상(史上) 드물게 보는 다양한 발전을 보였다.
여신을 알몸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타내는 표현 형식은 헬레니즘 시대 이후 점차 일반화하여 로마시대에는 물론 나체를 죄악시하던 금욕적인 중세의 그리스도교 세계에서도 《창세기》의 이브나 그 후 막달라마리아 등의 상(像)을 통하여 이어졌다. 그리고 고대 부흥의 기운이 높아진 14·15세기에 이르면, 여신은 일찍이 헬레니즘 시대의 조상(彫像)에서나 볼 수 있는 아름답고 관능적인 모습을 르네상스 회화 속에 다시 발전시켰다. 예를 들면, C.조르조네는 그의 명작 《잠자는 비너스》에서 자연의 대기 속에 꽃과 같은 육체를 화면 가득히 드러누운 모습으로 묘사하였고, V.티치아노는 《우르비노의 비너스》 《큐피드와 비너스》 《성애(聖愛)와 속애(俗愛)》 등을 그림으로써, 여신의 이름을 빌어 풍만한 여성의 육체를 찬미하였다. 이같은 경향은 시대가 흐름에 따라 더욱 현저해져, 근대 회화의 한쪽에서는 이 여신을 중심으로 한 나체 여인상을 가지고 회화의 한 장르를 이루었다. 또한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비너스가 손에 들고 있는 성스러운 것 가운데, 동물로는 비둘기 ·백조 ·제비 ·참새이고, 식물로는 천인화(天人花)·장미 ·모과 ·사과로 되어 있다.
보레아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으로 거친 북풍을 의인화(擬人化)하였다. 아테네의 왕 에렉테우스의 딸 오레이티아를 약탈하여 그녀와의 사이에 칼라이스와 제테스를 낳았다. 흔히 턱수염을 기르고 날개가 달린 모습으로 묘사된다. 로베스가 그린 보레아스는 파우사니아스의 표현에 따라 뱀꼬리를 달고 있다.
아우스테르
그리스어로 노토스, '남풍' 혹은 남풍의 신
아이테르
푸른 하늘
이아페토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거인으로 티탄 신족(神族)의 한 사람으로, 천공신(天空神) 우라노스와 대지의 여신 가이아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물의 여신 테티스의 딸 클리메네를 아내로 삼아, 아틀라스 ·프로메테우스 ·에피메테우스 ·메노이케우 등의 아버지가 되었다. 훗날 제우스와 싸워 패함으로써 일족(一族)과 함께 나락(奈落)의 밑바닥인 타르타로스에 유폐되었다. 이아페토스란 이름은 구약성서 《창세기》(5:32)에 나오는 노인의 아들 야페테(야벳)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질료 :〖철학〗 형식을 갖춤으로써 비로소 일정한 것으로 되는 재료. 물질의 생성 변화에 있어서 여러 가지의 형상을 받아들이는 본바탕이다.
무주룩한 : ① 『북』조금 무직한 느낌이 있다. 속이 무주룩하다/뒤가 무주룩하다. ②『북』뜻대로 되지 아니하여 마음이 무겁거나 답답하다. 오택은 뜰로 나서서 달 밝은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무주룩한 마음이 한결 개운해진다.≪선대≫
창궁 : ①맑고 푸른 하늘. ≒궁창(穹蒼)①‧창공(蒼空)‧창궁(蒼穹)‧창호(蒼昊). 유유한 창천을 우러르다/구름 한 점 없이 창천은 우리의 머리 위에 무한했다.≪이병주, 지리산≫ ②사천(四天)의 하나. 봄 하늘을 이른다. ③구천(九天)의 하나. 동쪽 하늘을 이른다 ④대지는 초록 일색으로 창궁은 남청 일색으로 아주 단조로운 화폭이로다!≪정비석, 비석과 금강산의 대화≫
단애 : 깎아 세운 듯한 낭떠러지. 험준한 단애/거대한 모래의 단애가 우뚝우뚝 나타나면서 일시에 그것들이 눈앞에서 부서져 내렸다.≪황석영, 낙타 눈깔≫ 단안(斷岸).절애(絶崖).
번차례 : 돌려가며 갈마드는 차례. 예) 그들은 번차례로 청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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