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변 풍경 / 줄거리 및 해설 / 박태원
by 송화은율천변 풍경 / 박태원
줄거리
일정한 줄거리는 없다. 1년 동안 청계천변에 사는 약 70여 명의 인물들이 벌이는 일상사가 그 주된 내용이다.
민 주사, 한약국집 가족, 포목전 주인을 제외한 재봉이, 창수, 금순이, 만돌이 가족, 이쁜이 가족, 점룡이 모자 등은 모두 청게천변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이다.
점룡이 어머니, 이쁜이 어머니, 귀돌 어멈을 비롯한 동네 아낙네들은 빨래터에 모여 수다를 떤다.
이발소집 소년인 재봉이는 이런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결코 권태를 느끼지 않는다.
민 주사는 이발소의 거울에 비친 쭈글쭈글 늙어 가는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한숨짓지만, 그래도 돈이 최고라는 생각에 흐뭇해 한다.
여급 하나꼬의 일상, 한약국집에 사는 젊은 내외의 외출, 한약국집 사환인 창수의 어제와 오늘, 약국 안에 행랑을 든 만돌 어멈에 대한 안방 마님의 꾸지람, 이쁜이의 결혼, 이를 바라보기만 하는 점룡이, 신전집의 몰락, 민 주사의 노름과 정치적 야망, 민 주사의 작은집인 안성집의 외도, 포목점 주인의 매부 출세시키기, 이쁜이의 시집살이, 민 주사의 선거 패배, 창수의 희망, 금순이의 과거와 현재, 기미꼬와 하나꼬의 여급 생활, 금순이와 동생 순동의 만남, 하나꼬의 시집살이와 이쁜이의 속 사정, 재봉이와 젊은 이발사 김 서방의 말다툼, 친정으로 돌아오는 이쁜이, 이발사 시험을 볼 재봉이 등으로 에피소드들이 이어진다.
작품의 이해와 감상
‘천변 풍경’은 1936년 8월부터 10월, 1937년 1월부터 9월까지 ‘조광’에 연재한 박태원의 대표적 장편 소설이다. 기교 작가나 모더니즘 작가로 평가되기도 하는 박태원은 이 소설을 통하여 단순하고 미묘한 것까지도 가장 풍부하고 흥미 잇게 이야기해 줌으로써 작가적 역량을 확인시켜 준다.
이 작품은 2월 초부터 다음해 정월 말까지 1년 간 청계천변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다양한 서민의 생활 모습을 50개의 절로 나누어 서술하고 있다. 70여 명의 인물이 등장하여 다양한 삶의 생태와 음영을 드러내므로 특정 주인공은 없다. 이는 이 소설이 특정 화자에 의하여 서술되지 않았으며 다양한 서술 약식을 수용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소설의 구심점을 잃기 쉬운 이 소설은 삽화적 이야기를 다중화할 수 밖에 없었다고 볼 수 있는데, 영화에서 쓰이는 카메라 아이(eye)의 기법을 통해 상이한 장소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사건들을 보여 줌으로써 시간성과 공간성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특히, 작가는 이를 여인들의 집합소이 빨래터와 남성들의 사교장인 이발소를 중심으로 초점화시킴으로써 사람들의 일상적 생활 양식과 생태를 재현시키는 데에 성공한다.
행랑살이 어멈, 신전 주인, 이발사, 포목전 주인, 한약국과 양약국 주인, 부의회 의원, 사법 서사, 금은방 주인, 카페 여급, 기생, 미장이, 첩, 여관 주인, 당구장 보이, 아이스 케이크 장수, 전매청 직원, 공장 노동자 등, 1930년대 서울에 거주하던 각종 직업의 인물들이 모자이크 식으로 등장하는 이 소설에는 실재의 거리와 지형, 동명, 건물들과 같은 도시의 물리적 사실들이 그대로 제시되어 있으며, 전통적인 인습과 근대적인 문물이 혼재(混在)되어 그려져 있다.
그러나 세태 소설이라는 평가나 도시 소설이라는 논의는 세태나 도시의 풍속을 세밀하게 묘사하였다는 점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세밀한 세태의 묘사를 통하여 당대적 진실을 추구하려 한 작가 정신에 근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블로그의 정보
국어문학창고
송화은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