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천년을 내리는 눈 / 요점정리 / 정소성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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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소개

  정소성(鄭昭盛: 1944- )

경북 봉화 출생. 서울대 불문과 졸업. 1977년 {질주(疾走)}가 <현대문학>에 추천되어 등단. 그는 소설을 통한 삶의 체험을 형상화하고자 했으며 작품 속의 인물을 통해 역사적 삶의 의미에 접근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주요 작품으로는 {천년을 내리는 눈}, {혼혈의 땅}, {뜨거운 강}, {암야의 집}, {겨울 강} 등이 있다.



이해와 감상

  {천년을 내리는 눈}은 1981년 <현대문학>에 발표된 장편소설로서, 주인공 박영수가 눈 내리는 겨울날, 하루 동안에 겪게 되는 일이 전체의 줄거리로 되어 있다.

고등학교에서 독일어 강사를 하는 주인공 박영수는 삼류 시인이기도 하다. '강사'와 '시인'이란 것은 가계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기 때문에 몸 약한 아내가 의상실의 디자이너로 나간다. 그러나 아내의 디자이너 수입이란 것도 보잘것이 없어서 부부는 못난이처럼 돌아앉은 방 한 칸을 세내어 산다.

단칸 셋방살이의 어려움은 '독채 전체살이'를 지상의 꿈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싸구려 연립 주택을 분양 받으러 갔다가 사기를 당한다. 주인공은, 월남할 때 아들을 잃고 돌아버린 노모를 모시고 삶의 깊은 수렁에 빠져 있는 기옥이라는 다방 레지와 동거한 경력이 있다. 주인공 역시 월남한 이산 가족이다. 6 25로 인한 이산과 실향의 후유증은 여지껏 그들을 '뿌리 뽑힌 상태'에서 치유시키지 못하고 있다.

'눈'의 이미지는 통시적 공시적 감각의 문학화에 있다. 이 작품에서 잡다한 경험과 상이한 시간들을 하나의 세계 속으로 결합시켜 주고 있는 것은 소설적 공간과 시간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는 '눈'이라고 하겠다. '눈'은 그 자체로서의 특유한 형체를 갖는 것이지만, 이 소설에서는 시간과 공간의 동시적인 만남을 가능케 하는 요소이다. 이것은 소설의 배경이라는 측면에서 공간을 의미하지만, 끝없이 내린다는 측면에서는 시간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더구나 '눈'은 삶의 어려움을 말해 주기도 하고 그 참담함과 대조를 보이기도 한다. 추억의 실마리를 제공해 주기도 하고 현실의 냉혹함을 말해 주기도 한다. '눈'은 공간이면서 동시에 시간이기 때문에 주인공 박영수의 삶과 그 존재의 의미를 동시적으로 보여 주는 기능도 담당한다.

인간의 삶이란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눈'처럼 자꾸만 겹치고 쌓이는 것이라는 작가의 계산도 여기에 작용하고 있다. 쌓이는 '눈'과 삶의 다양한 충동이 함께 겹쳐진다는 것은 결국 시간성의 의미를 공간적 요건으로 확대하고자 하는 것으로 이 소설의 골격이라고 할 수 있다.

소설 {천년을 내리는 눈}은 서사성을 극도로 제약함으로써, 이야기하는 시간을 제한하고 대신 그 공간적 확대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현재의 한 순간을 통해서 삶의 모든 가능성을 포착하고자 하는 시간의 실존적 인식에 도달할 경우에만 값진 의미를 갖는다고 하겠다. <권영민, 작품해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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