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용무(중요무형문화재 제39호 )에 대하여
by 송화은율처용무(중요무형문화재 제39호 )
살풀이춤이 민간무용의 대표격이라면, 처용무는 궁중무용 중에서도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것으로, 독특한 춤사위와 궁중무용 중에서는 유일하게 사람 형상의 가면을 쓰고 춘다.
그리고 궁중무용은 민간무용에 비해 춤사위가 소박하고 절제되어 있으며,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춤이라기보다는 궁중의 의식이나 잔치에 사용되는 춤이기 때문에 국가의 통치이념이나 의식의 절차와 관련된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신라 헌강왕 때의 '처용설화'에서 비롯된 가면무로, 일명 오방처용무(五方處容舞)라고도 하는데, 성현의 '용재총화' 1권에 흑포사모(黑布紗帽)하고 한 사람이 추었다는 기록으로 보아, 오방처용무로 구성된 시기는 조선초기였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오방처용무의 五方은 동․남․중앙․서․북의 다섯 처용의 군무(群舞)이다. 옷은 오방의 방위 빛깔에 따라서 동쪽은 푸른색, 남쪽은 붉은색, 중앙은 노란색, 서쪽은 흰색, 북쪽은 검은색으로 구분하고,앞과 뒤, 그리고 소매에는 만화(蔓畵)를 그린다. 탈은 유덕해 보이는 모습으로 만들어진다.
♠ 처용무는 어떻게 생겨났을까요?
처용은 동해용의 아들 이름이며, 처용무란 처용의 춤을 말합니다. 그럼 처용은 왜 춤을 추었으며, 그 춤은 왜 지금까지 전해 내려올 만큼 유명해진 것일까요?
그에 대한 해답은 고려시대 일연선사가 편찬한 《삼국유사》에 나옵니다. 그 내용은 이 자료집 2쪽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 …… 처용이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고 물러나가니 역신이 처용의 앞에 나아와 꿇어앉아,
내가 공(公)의 아내를 사모하여 지금 잘못을 저질렀는데 공이 노하지 아니하니 감격하였다. 이제부터는 공의 얼굴을 그린 것만 보아도 그 집에 들어가지 않겠노라고 말하였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처용의 얼굴을 그려 문에 붙여 나쁜 귀신을 물리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풍습은 신라 말까지 전해 내려오면서 처용가로 만들어지고 또 가면을 쓰고 추는 춤으로 발달된 것입니다.
♠ 처용무는 어떻게 전해져 왔을까요?
처용무는 신라를 거쳐 고려말까지 한 사람이 노래를 부르며 추었다고 합니다. 조선 세종 때에 이르러 더욱 발전하여 지금과 같이 다섯 사람이 추는 처용무로 만들어졌으며 반주음악과 가사 또한 바뀌었고, 성종 때에는 더욱 발전하여 완전한 무용으로 정립되어 궁중의식에 사용되게 되었습니다.
그후 조선말까지 노래의 가사나 음악을 바꾸어 가면서 전해 내려왔으며, 해방 후에는 국립국악원에서 이어 받아 무대에 올려지기도 하면서 전수되어 오다가, 1971년 중요무형문화재 제39호로 지정되어 현재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전되고 있습니다.
♠ 처용무는 어떻게 출까요?
여러분들이 운동장 한가운데에서 북쪽을 향하여 서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그러면 그 오른쪽은 동쪽이 되고, 왼쪽은 서쪽, 그리고 등 뒤는 남쪽, 눈이 바라보고 있는 쪽은 북쪽이 됩니다. 그러면 여러분이 서 있는 곳은 어디입니까? 동, 서, 남, 북의 한가운데인 중앙입니다. 처용무는 이렇게 다섯 위치, 즉 오방에 서서 춤을 춥니다. 그래서 오방처용무라고도 부릅니다.
그러면 왜 굳이 다섯 군데에 서서 춤을 추었을까요? 우리 조상들에게 5라는 숫자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五方(다섯 군데의 방향), 五臟(다섯 개의 내장기관), 五色(다섯 가지 색깔), 五味(다섯 가지 맛), 五音(다섯 음) 등 우주의 모든 현상을 다섯 가지로 분류하여 이것들이 기본이 되어 우주의 질서를 이룬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처용무를 추는 사람들은 동쪽은 청색, 서쪽은 백색, 남쪽은 홍색, 북쪽은 흑색, 중앙은 황색의 다섯 가지 색깔의 옷을 입습니다.
이러한 다채롭고 화려한 색상이 부드럽고 인자한 모습의 가면과 조화를 이루어 궁중무용의 화려함과 여유를 보여줍니다. 여느 무용들과 마찬가지로 처용무에도 음악이 따릅니다. 반주음악만이 아닌 노래도 같이 곁들여집니다. 반주음악인 수제천은 궁중음악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으로 꼽히며, 이러한 음악에 맞추어 펼쳐지는 처용무의 춤가락 또한 부드러우면서 당당합니다.
격식은 5명의 舞員이 5방위에 따른 청(東).홍(南).황(中央).백(西).흑(北)색의 옷을 각각 입고 처용의 탈을 쓴 다음 한 사람씩 무대에 나가 한 줄로 선 채 '처용가'를 일제히 부르고, 노래가 끝나면 선 자리에서 5명이 두 팔을 올렸다 내리고 서로 등지고 선다. 다음에는 발 돋음춤으로 3보 전진하여 4방으로 흩어져 서로 등을 지고 추는 상배무(相背舞), 왼쪽으로 돌며 추는 회무(廻舞)를 마친 뒤, 중무가 4방의 무원(舞員)과 개별적으로 대무(對舞)하는 오방수양수무를 춘다. 이 춤이 처용무의 절정을 이루는 부분이다.
⑴ 5인이 두 팔을 허리에 붙이고 푸른색, 붉은색, 노란색, 검은색, 흰색의 차례로 수제천(壽齊天, 빗가락 정읍)을 아뢴 다음 들어와 도로 돌아 북쪽을 향한다.
⑵ 모두 소매를 들었다가 다시 어깨 위에 걸쳐 놓고 허리를 구부려 마주본다.(무릎 딜피춤)
⑶ 다시 발을 들고 소매를 들어 안으로 낀다. (도돔춤)
⑷ 그 다음 내디디며(발바딧춤) 중앙에서 북쪽을 향한다.
⑸ 각기 앞뒤로 나아가 각 방향에 선다. (발바딧 작대춤)
⑹ 다시 무릎디피춤을 추고 5인이 가지런히 선 다음 뒤로 나아가 북쪽을 향하고 노래를 한다.
⑺ 잔도들이의 반주와 그 장단에 따라 두 팔을 양쪽 어깨로 들었다가 뿌리는 동작을 하면서 한 사람씩 퇴장한다.
♠ 처용무에서는 무엇을 배울까요?
우리는 처용의 설화와 처용무의 모습을 통해, 우리 조상들이 나쁜 귀신을 물리치기 위해 괴상한 외모나 폭력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덕이 있고 부드러운 모습으로 감화시키고 마음을 통해 승복시키려 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정신은 춤사위와 반주음악, 노래에 많은 변화를 겪으면서도 꿋꿋하게 이어져 왔으며, 음악․춤․가면․의상이 어우러진 수준 높은 무용예술로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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