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창을 내고자 창을 내고자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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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을 내고자 창을 내고자

 

창 내고자 창을 내고 싶다. 이 내 가슴에 창을 내고 싶다.

고모장지 세살장지 들장지 열장지

암돌쩌귀 수돌쩌귀

배목걸새 크나큰 장두리로 뚝딱 박아 이 내 가슴에 창을 내고 싶다.

이따금 너무 답답할 때면 여닫아 볼까 하노라.

요점 정리

지은이 : 미상

갈래 : 사설시조

성격 : 해학적(골계적)

구성 :

초장 - 중장

창을 내겠다는 의지를 표현

종장

'답답할 때 열기 위해서'라는 목적을 제시하면서 시상이 전개됨.

표현 : 열거법, 반복법, 비유법, 음악성이 강함, 일상적인 언어를 나열하고, aaba 구조로 운율을 형성함.

주제 : 마음 속에 쌓인 비애와 고통, 답답한 마음의 하소연

출전 : 청구영언(靑丘永言)

내용 연구

 

창[화자의 답답함을 해소해 줄 수 있는 대상] 내고자 창을 내고 싶다. 이 내 가슴에 창을 내고 싶다.[마음에 창을 내겠다는 불가능한 상황을 설정함으로써 화자의 절박한 심정을 표현함 / AABA형]

고모장지 세살장지 들장지 열장지(문의 종류)

암돌쩌귀 수돌쩌귀(문 다는 데 쓰이는 도구)

배목걸새(문고리에 꿰는 쇠) 크나큰 장두리로 뚝딱 박아[창을 만드는 데 필요한 도구들을 나열하여 화자의 답답한 심정을 표현함] 이 내 가슴에 창을 내고 싶다.[창을 내겠다는 화자의 의지 표현]

이따금 (가슴이) 하[너무 / 몹시] 답답할 때면 여닫아 볼까 하노라.[창을 내려는 목적 제시]

 

고모장지 : 고무래 들창

셰살장지 : 가는 살의 장지

들장지 : 들어 올려서 매달아 놓게 된 장지

열장지 : 좌우로 열어 젖히게 된 장지

암돌져귀 : 문설주에 박는 구멍난 돌쩌귀

수돌져귀 : 문짝에 박는 돌쩌귀

배목걸새 : 문고리에 꿰는 쇠, 문고리를 거는 기능을 함

잇다감 : 가끔

하 : 많이

窓(창) 내고쟈 窓(창)을 내고쟈 이 내 가슴에 窓(창) 내고쟈 : 가슴을 열지 않고는 못 뱃길 정도로 답답하고 다급한 상황을 야단스럽게 표현하고 있다. 여기서 '창'은 마음 속 근심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시조나 근대시에서도 두루 사용되었다. 당시 민중들의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를 잘 보여 주는 구절로 화자의 답답한 마음을 '창이 없는 방(꽉 막힌 방)'으로 답답한 마음의 해소를 자아와 세계의 통로라고 할 수 있는 방으로 상징하여 표현하고 있다. 초장의 'aaba'형의 운율 구조는 조선 후기 민요 형식이 사설 시조에 자연스럽게 혼입되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고모장지 셰살장지 - 이 내 가슴에 窓(창) 내고쟈. : 초장의 다급한 상황에 대하여 중장은 과장적 표현과 사설을 늘어 놓음으로써 해학적인 모습을 보여 준다. 서민적 수다스러움이 자연스럽게 웃음을 유발하고 있으며, 극도의 답답한 심리적 갈등 속에서도 체념하지 않고 이를 웃음으로 치환시키는 민중의 지혜로운 삶이 느껴지는 부분으로 일상적인 생활 언어를 구사하여 현실감을 느끼게 한다.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평민층 작가에 의한 사설로 추정되는데, 당시 민중들이 처한 사회 현실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사람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회였고, 그 사회 속에서 얼마나 고통스러웠겠는가. 그런 고통스런 삶에서 마음 속에 쌓인 답답함을 가슴에 창문이라도 내서 시원스럽게 펴고 싶다는 재미있는 착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일상적인 사고나 착상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기발한 생각을 기상(奇想)이라 한다. 세상살이의 고달픔이나 근심에서 오는 답답한 심정을 꽉 막혀 있는 방으로 나타내고 가슴에 창문이라도 내서 시원스럽게 펴고 싶다는 착상으로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다. 구체적인 생활 언어와 친근한 일상적 사물을 다소 수다스럽게 열거함으로써 괴로움을 강조하는 수법은 다분히 해학적(諧謔的)이기도 한데, 비애와 고통을 어둡게만 그리지 않고 이처럼 웃음을 통해 극복하려는 우리 나라 평민 문학의 한 특징이 엿보인다.

심화 자료

사설시조에 대하여

 

산문 정신과 서민 의식을 배경으로 탄생한 사설시조는 시조가 지닌 3장체의 형태적 특성을 살리면서 낡은 허울을 깨뜨리는 데 공헌했다. 지난 날의 영탄이나 서경의 경지를 완전히 탈피하여, 폭로적인 묘사와 상징적인 암유(暗喩)로써 그 표현 기교를 바꾸어서 애정, 거래(去來), 수탈, 패륜(悖倫), 육감(肉感) 등 다채로운 주제를 다루면서 지난 시대의 충의에 집착되 주제를 뒤덮었다.

형식면에서는 ① 사설조로 길어지고, ② 가사투, 민요풍이 혼입(混入)하며, ③ 대화가 많이 쓰이고, ④ 새로운 종장 문구(文句)를 개척하였다.

내용면에서는 ① 구체적, 서민적인 소재와 비유가 도입되고, ② 강렬한 애정과 육욕(肉慾)이 표현되며, ③ 어희(語戱), 재담(才談), 욕설이 삽입되고, ④ 거리낌없는 자기 폭로, 사회 비판 등이 다루어졌다.

사설시조의 작자층

 

사설시조는 그 형식이나 주제는 물론이고, 작자층에서도 평시조와 구별된다. 평시조의 작자층이 양반 사대부 중심이었던 데 비해, 사설시조는 가객들을 비롯한 중간층 부류의 작자들이 지은 작품이 많으며, 그 내용이나 어법상 서민층에 속하는 사람들에 의해 지어지고 향유된 것으로 보이는 작품도 여러 편 전해지고 있다. 그러므로 사대부들이 주로 즐긴 평시조의 세계에 비하여 시정(市井)의 현실적 삶을 주로 표현했다.

또 골계미와 해학미를 통하여 현실의 모순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으며, 시정(市井) 생활의 건강함과 발랄함이 잘 나타나 있다. 그런가 하면, 일부 양반 사대부들 또한 사설시조 창작에 나서서, 현전하는 사설시조 가운데는 작자가 사대부로 명시된 작품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그 밖에 시적 화자가 여성으로 설정된 작품이 꽤 많다는 것도 주목되는 점이다. 그러나 사설시조를 지을 정도의 수준을 보일 수 있는 작자층은 적어도 글을 아는 식자층, 즉 주로 중인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사설시조의 미의식

 

사설시조는 우아한 기품과 균형을 강조하는 평시조와는 달리 거칠면서도 활기찬 삶의 역동성을 담고 있다.

사설시조를 지배하는 원리는 웃음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현실의 모순에 대한 날카로운 관찰, 중세적 고정 관념을 거리낌없이 추락시키는 풍자, 고달픈 생활에 대한 해학 등이 그 주요 내용을 이룬다. 아울러, 남녀 간의 애정과 기다림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며, 대개는 직선적인 언어를 통해 강렬하게 표현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특징이다. 종래의 관습화된 미의식을 넘어서서 인간의 세속적 모습과 갈등을 시의 세계 안에 끌어들임으로써 사설시조는 문학의 관심 영역을 넓히는 데에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미의식은 조선 후기의 변모된 세계관과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이뤄진 것으로, 이후 우리 근대 문학의 바탕을 이루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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