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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窓) 밖이 어른어른커늘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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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窓) 밖이 어른어른커늘

 

창(窓) 밖이 어른어른ㅎ거늘 님만 너겨 펄떡 뛰어 뚝 나서 보니,

님은 아니 오고 으스름 달빛에 녈 구름 날 속였고나.

마초아 밤일세망정 행여 낮이런들 남 우일 뻔하여라.

 

 

창 밖이 어른어른하거늘 님으로 여기고 펄떡 뛰어 뚝 나가서 보니

기다리는 님은 아니 오고 으스름 달빛에 지나가는 구름이 나를 속였구나

마침 밤이었기에 망정이지 낮이었다면 남들이 웃을 뻔하였구나.

요점 정리

지은이 : 미상

갈래 : 사설시조

성격 : 연정가, 해학적, 독백적

구성 :

초장 - 임을 마중 나감

중장 - 지나가는 구름에 속음

종장 - 웃음거리가 될 뻔함

제재 : 임그리는 밤, 달빛, 구름

특징 : 형식면에서 평시조와 사설시조의 중간적인 성향을 나타내고 있다. 임에 대한 그리움의 정서를 해학적으로 행동으로 표현함

주제 : 임을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 임에 대한 연모의 정

출전 : 화원악보

내용 연구

 

창 밖이 어른어른하거늘 님으로 여기고 펄떡 뛰어 뚝 나가서 보니 - 임을 마중 나감

기다리는 님은 아니 오고 으스름 달빛에 지나가는 구름이 나를 속였구나[주객전도] - 구름에게 속음

마침 밤이었기에망정이지 낮이었다면 남들에게 들켜 웃음거리가 될 뻔하였구나. - 웃음거리가 될 뻔함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임에 대한 그리움을 해학적으로 표현하여 웃음과 연민을 동시에 자아내게 하는 작품이고 또한, 님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던 마음에서 빚어진 착각을 모티브로 하고 있는 노래이다. 지나가는 구름의 그림자를 보고 임이 오는 줄 착각했다는 화자의 진솔한 고백에서 임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이 배어 나온다. 또한 자연 현상에서 임의 환영(幻影)을 보고 '펄떡', 일어나 '뚝' 나가는 과장된 행동을 통해 사랑에 빠진 화자의 심정을 잘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화자의 마음은 달빛에 어른거리는 구름 그림자에도 속을 정도로 절박하지만, 정작 화자의 어조는 그렇지 않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스스로 희화화하고 해학적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이 해학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그리움의 정서와 이별의 고통을 표현하면서 그 정서에 어울리지 않게 동적인 이미지로 형상화함으로써 나타나게 된 정서와 표현의 이질성으로 비롯된 것이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스스로 희화화하고 있는 화자의 어조는 수다스럽고 과장되어 있어서 해학적인 미를 이끌어낸다. 이 시조와 '님이 오마하거늘'은 시상 전개 및 주제가 매우 유사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심화

주객전도 [主客顚倒 ]

 

주인과 손님이 뒤바뀌었다는 뜻으로, 중요도에 따라 주(主)가 되는 것과 부수적(附隨的)인 것의 순서나 앞뒤의 차례가 바뀐 경우를 말한다. 사물(事物)의 중요성과 중요하지 않은 것, 급한 일과 급하지 않은 것, 선후(先後) 따위의 순서가 뒤바뀌었다는 말이다.

주인은 손님처럼 손님은 주인과 같이 행동(行動)을 바꾸어 한다는 말로, 입장이 서로 뒤바뀐 것을 가리킨다. 손님이 도리어 주인처럼 행세를 한다는 뜻의 객반위주(客反爲主)와 비슷한 말이다.

또한 발이 위에 있다는 뜻으로, 사물이 거꾸로 되는 것을 나타내는 족반거상(足反居上)도 주객전도와 뜻이 비슷하다. 사물의 경중(輕重)이나 완급(緩急)의 순서가 뒤바뀐 것을 의미하는 주객전도는 입장이 서로 뒤바뀌거나 앞뒤의 차례가 뒤바뀐 경우에 쓰이는 말이다.

화원악보(花源樂譜)

 

조선 말기(1885?)에 편찬된 편자 미상의 시조가집(時調歌集). 1책(총 97장). 필사본. 가집의 본문은 이중의 서체(書體)로 필사되어 있다. 시조 한 수(首)를 수록할 때 가곡창(歌曲唱) 형식인 5장으로 분장하여 띄어쓰고 있다.

모두 651수의 시조를 곡조별로 수록하고 있다. 이 가운데 277수는 작자명을 노래 끝에 밝혀놓았다. 651수 중 최종 2수는 책장(冊張), 지질(紙質), 필체가 다르게 보충 기록되어 있다.

편찬 경위는 분명하지 않으나 서문의 말미에 ‘歲削蒙作袂四之月 旣生魄後五丁酉 龜隱手記于桃源僑居焉(세전몽작악사지월 기생백후오정유 구은수기우도원교거언 : 을유년 4월 16일이 지난 후 다섯번째 정유날 구은이 도원교거에서 손수 쓰다. ※削蒙은 古甲子에서 십간의 乙, 作袂은 십이지의 酉)’이라고 한 것으로 보아, 구은(龜隱)이라는 호를 가진 이에 의해 1885년(乙酉)에 엮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권두에 여러 사람의 서문과 가론(歌論)이 10여 면에 걸쳐 전재되어 있다. ≪청구영언≫에 실린 김득신(金得臣)의 서문을 비롯해, 송나라 오증(吳曾)의 ≪능개재만록 能改齋亶錄≫에서 전재한 ‘가곡원류 논곡지음(歌曲源流論曲之音)’이 수록되었다.

≪해동가요≫ 이후의 가집들에서 흔히 확인되는 ‘각조체격 가지풍도형용(各調體格 歌之風度形容 : 악조별 격식과 노래의 풍도를 형용한 설명)’ 및 ‘매화점장단 장고장단(梅花點長短 長鼓長短 : 가곡의 고저 장단에 대해 점을 표하여 나타낸 음악적 부호)’ 등에 대한 음악적 설명도 기재되어 있다.

 

이 악보는 수록된 시조의 작품배열이 ≪가곡원류≫계 가집(특히 河合本 가곡원류)의 그것을 따르고 있다. 또 박효관·안민영이 편찬한 ≪가곡원류≫의 서문과 그들의 작품이 실려 있다. 이러한 점에서 ≪가곡원류≫ 편찬 이후 그 일본(一本)을 토대로 편자가 얼마간의 첨삭을 가하여 편집한 ≪가곡원류≫ 계통의 가집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김득신의 서문과 ‘부창가지법(夫唱歌之法)’은 가람본 ≪청구영언≫과 이 책에만 실려 있어, 순전히 ≪가곡원류≫ 계통의 가집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따라서 가집의 성격에 대한 보다 정밀한 검토가 요구된다.

이 가집이 지닌 특징 가운데 하나는 서문에 나타나는 시가관(詩歌觀)이다. 찬자는 〈화원악보서 花源樂譜序〉에서 “노래〔歌〕라는 것은 나뭇가지〔柯〕이다. 노래에 말이 있는 것은 나무에 가지가 있는 것과 같다. ……노래가 끝내 없어질 수 없음은 나무에 가지가 없어질 수 없음과 같이 분명하다.”고 하여 노래의 영속성을 나무에 비유하여 설명하고 있다.

또 “노래〔歌〕는 본디 심성에서 나오는 것이니 즐거워 노래하기도 하고 근심스러워 노래하기도 하는 것이다. 또한 괴로워서 노래하기도 하고 느낀 바 있어 노래하기도 하는 것이다.”라고 하여 노래를 자연스런 성정(性情)의 발로로 보는 표현론적 시가관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시가관은 노래가 풍교(風敎)의 도구가 된다는 기존의 관념론적 시가관을 벗어난 것으로서, 노래가 인간의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표현매체임을 표명한 것이라 하겠다.

그러면서도 “우리 나라 고금의 노래를 모아 분류 수집하여 뺄 것은 빼고, 아주 음란한 것은 버린 다음 간추려 한 권의 책으로 엮는다.”고 한 곳에서는 편자의 일정한 성정적 편집 기준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 가집은 ≪청구영언≫·≪해동가요≫·≪가곡원류≫ 등 이른바 3대 시조가집의 편찬 이후, 실용적 목적에서 여러 무명 가객에 의해 활발한 가집 편찬이 이루어졌던 시기의 가집 가운데 하나일 것으로 추측된다. 가집들이 편찬되던 시기상 최종 지점에 놓이는 가집이라 생각된다. 이능우가(李能雨家)에 소장되어 있다.

≪참고문헌≫ 時調의 文獻的 硏究(沈載完, 世宗文化社, 1972), 朝鮮後期 時調集의 編纂과 國文詩歌의 動向(金學成, 東洋學 23輯, 단국대학교동양학연구소, 1993).(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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