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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시(參與詩)란?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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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시(參與詩) : 1960년대 성격과 참여시

 

이땅 근대사에서 60년대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여러 면에 걸쳐 어려운 시기이면서 또 중요한 시기였다. 광복 후의 혼란과 전란의 소용돌이를 마무리하면서 민주화를 실현해야 하고, 동시에 근대화를 추진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분단상황 아래에서 추진돼야 했던 이 두가지 민족적 과제는 그 시작부터 험난한 시련을 겪지 않을 수 없었으며, 그 모순과 시련의 폭발이 4.19 5.16이었다. 민주화 실천과 근대화의 추진은 분단상황에 따른 안보논리와 예리하게 부딪히면서 한계지워졌다.

 

따라서 5.16이후에는 민주화 문제보다도 근대화 문제가 최우선 과제로 추진되었으며, 그 결과 어느 정도 그러한 면에서는 성과를 거두었던 것이다.

 

그러나 4.19가 이땅에서 근원적인 자유의 문제를 제기한 것처럼, 5.16은 산업근대화에 따른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문제를 심각하게 야기시켰다. 산업근대화와 경제 발전은 암암리에 인간적, 정신적 가치지향보다는 물질적,수단적 가치지향 편향성을 노골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4.19는 광복 이후 이땅에서 실험되고 모색되던 자유 민주주의에 대한 결정적인 반성과 비판의 전환점이 되었다. 1948년 이래 집권해 오던 이승만 대통령과 자유당 정권의 구조적 모순과 부조리가 드러나기 시작했으며, 이와 상대적으로 새로운 정치 질서와 사회 기풍에 대한 열망이 치솟기 시작했다. 특히 부정한 수단과 방법에 의한 자유당 정권의 장기집권 야욕은 온 국민의 분노와 저항을 일으켰으며, 3.15 부정 선거를 전후하여 드러난 노골적인 정치적 탄압과 불법적인 인권유린은 마침내 젊은 학생층을 중심으로한 전국민의 진정한 자유와 민주주의에의 갈망에 불꽃을 점화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일어난 4.19는 바로 정치적 탄압과 부정부패에 대한 온 국민의 저항운동이었으며, 동시에 참다운 자유와 진정한 민권에 대한 수호의지의 발현이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 60년대는 민주화라는 이땅의 이념적 목표와 근대화라는 현실적 목표가 상호충돌하면서 자유와 평등을 둘러싼 구조적 모순과 현실적 갈등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기본적인 문제점을 지닌다.

 

60년대의 시는 이러한 모순가 갈등의 상황 아래에서 시작되었다. 식민지 체험과 6.25체험이라는 거대한 비극의 연장선상에서, 다시 4.19 5.16이라는 한 운명의 비극을 동시에 겪으면서 이들을 시적으로 감당하고 극복해 나아가야 하는 어려움과 직면했던 것이다. 따라서 60년대의 시는 몇 갈래의 흐름을 형성하게 된다.

 

하나는 현실과의 부딪힘, 즉 상황에 대한 시적 응전방식의 탐구이고, 다른 하나는 시의 본질이라 할,생명 또는 서정으로의 회귀이고, 또 다른 하나는 예술로서의 시에 대한 언어 문제에 대한 깊은 탐구가 그것이다.

 

그 중 시와 현실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급격한 관심이 일어났는데, 이는 시인이 사회의 선도적인 비판적 지성이 되어야 한다는 신념과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되었다.

 

대표적인 60년대 참여시의 운동의 선구자 역할을 한 김수영의 한 작품을 들면 다음과 같다.

 

 김수영

 

눈은 살아 있다.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라고 마음놓고 마음놓고

기침을 하자

 

눈은 살아 있다.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과 육체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을 바라보며

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

마음껏 뱉자. 

 

()을 소재로 하여 순수한 삶에의 소망을 노래했다. 단순한 구절에서부터 시작하여 같은 문장을 점차로 늘려 가는 점층적 표현 방법이 매우 특히하고도 신선한 효과를 거둔다.

 

이 작품에서  기침(가래)’는 선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눈은 순수한 것이며, 기침은 어떤 괴로움, 병을 암시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침을 하자라는 구절은 무엇인가 시인의 마음 속에 고인, 버려야할 무엇을 내뱉자는 의미다. ‘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는 말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그런데 그런한 기침, 가래를 왜 흰 눈앞에서 뱉으라고 한 것인가? 둘째 연의 끝 부분이 이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해 준다. 눈더러 보라고 마음 놓고 마음놓고 기침을 하자.는 것을 보면 이 시인은 평소에 마음놓고 기침을 할 수 없었다는 의미다. 따라서 기침은 속되고 지저분한 일상의 삶에서 어쩔 수 없이 엉어리져 가지게 된 것이라고 여겨진다. 이러한 문맥에서 생각할 때, 눈을 향해 기침을 하는 행위는 자신의 영혼과 육체를 되찾는 행위인 셈이다.

 

눈의 한없는 순수함, 차가움, 신섬함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추악함을 씻어낼 수 있는 순결성을 생각했던 것이다.

---   <김지하>, <신동엽>, <고은>(만인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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