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복없는 대학생 / 김영랑
by 송화은율반응형
制服[제복] 없는 大學生[대학생] / 김영랑
서울의 거리를 거닐 적마다 생각키는 것이 왜 서울 거리에는 제복(制服)한
대학생이 이렇게 안보이나 하는 것이다. 소란한 3년, 그 사이에 구태여 제
모(制帽)를 쓰고 대학생을 광고할 게 무어냐 해서 이쁜 배지를 얌전히 달고
다니는 것으로 보아 알 수 있고 겨우 그것만으로도 일종의 대학생이란 긍지
를 느끼기도 하리라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제복한 대학생이 혹은 이 거리에서 위험을 느껴 본 적은 없는가? 그 당국
에서 아직 제복을 제정 안 했다면은 그도 상당한 큰 실수에 국할 일이다.
중학생의 감격의 행진을 참관(參觀)한 시민이면 누구나 다 느낀 바 ‘하는
수 없어서 당국에서도 아주 대학생은 포기할 작정인가’ 해지는 것이다.
회사원인지 직공인지 대학생인지 관리인지 모리 청년(謀利 靑年)인지 얼른
가려 볼 수 없는 사회가 흔히 말하는 자유 사회일는지는 모르되 대학이 진
리를 탐구하는 학문의 집으로 국가의 동량이 길러지는 곳이라면 형식이 내
용을 규정할 수 있다는 것은 여기에서도 적용되는 말일 것이다.
선진 국가의 예에서 혹은 제복 없는 곳도 있으리라. 그러고도 좋다 하게
되려면은 아마 한 세기쯤은 문화가 높아져야 되리라 믿는 바이다. 환경의
탓도 많겠지만 일반 대학생이 공부에 짜증이나 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을 행
하여 시민에게 안 주기를 바라는 바다. 국민은 대학생에게 큰 기대를 졌음
만큼 실망도 클 것이라는 것이다.
《海東公論[해동공론]》 49호 1949년 3월 9일
반응형
블로그의 정보
국어문학창고
송화은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