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 김영랑
by 송화은율絶 望[절 망] / 김영랑
玉川[옥천] 긴언덕에 쓰러진 죽엄 때죽엄
生血[생혈]은 쏫고 흘러 十里江[십리강]물이 붉었나이다
싸늘한 가을바람 사흘불어 피江[강]물은 얼었나이다
이 무슨 악착한 죽엄이오니까
이 무슨 前世[전세]에 업든 慘變[참변]이오니까
祖國[조국]을 지켜주리라 믿은 우리 軍兵[군병]의 槍[창]끝에
太極旗[태극기]는 갈갈히 찟기고 불타고 있읍니다
별같은 靑春[청춘]의 그 총총한 눈물은
惡[악]의 毒酒[독주]에 가득 醉[취]한 軍兵[군병]의 칼끝에
모조리 도려빼이고 불타죽었나이다
이 무슨 災[재]변이오니까
우리의 피는 그리도 不純[불순]한 배있었나이까
무슨 政治[정치]의 이름아래
무슨 뼈에 사모친 원수였기에
홋한 겨레의 아들딸이였을 뿐인듸
이렇게 硫黃[유황]불에 타죽고 마럿나이까
근원이 무에던지 캘바이 아닙니다
죽어도 죽어도 이렇게 죽는 수도 있나이까
산채로 살을 깍기여 죽었나이다
산채로 눈을 뽑혀 죽었나이다
칼로가 아니라 탄환으로 쏘아서 四[사]지를 갈갈히 끈어 불태웠나이다
홋한 겨레이 피에도 이렇안 不純[불순]한 피가 석겨 있음을 이제 참으로 알
었나이다
아! 내 不純[불순]한 핏줄 呪詛[주저]바들 핏줄
산고랑이나 개천가에 버려둔채 깜앗케 鉛毒[연독]한 죽엄의 하나하나
탄환이 쉰방 일흔방 여든방 구멍이 뚫고 나갔읍니다
아우가 형을 죽였는대 이럿소이다
조카가 아재를 죽였는대 이럿소이다
무슨 뼈에 사모친 원수였기에
무슨 政治[정치]의 탈을 썻기에
이래도 이民族[민족]에 希望[희망]을 붓처 볼수있사오리까
생각은 끈기고 눈물만 흐름니다
《東亞日報[동아일보]》 1948년 11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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