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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가(鄭石歌)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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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가(鄭石歌)

 

 

(鄭,鉦)이여 돌(石)이여 지금에 계시옵니다
징이여 돌이여 지금에 계시옵니다
이 좋은 성대에 놀고 싶사옵니다.

 

사각사각 가는 모래 벼랑에
구운 밤 닷 되를 심으오이다.
그 밤이 움이 돋아 싹이 나야만
그 밤이 움이 돋아 싹이 나야만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옥으로 연꽃을 새기옵니다
옥으로 연꽃을 새기옵니다

바위 위에 접을 붙이옵니다
그 꽃이 세 묶음(혹은 한 겨울에) 피어야만
그 꽃이 세 묶음 피어야만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무쇠로 철릭을 마름질해
무쇠로 철릭을 마름질해
철사로 주름 박습니다
그 옷이 다 헐어야만
그 옷이 다 헐어야만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무쇠로 황소를 만들어다가
무쇠로 황소를 만들어다가
쇠나무산에 놓습니다
그 소가 쇠풀을 먹어야
그 소가 쇠풀을 먹어야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끈이야 끊어지겠습니까
천 년을 외따로이 살아간들
천 년을 외따로이 살아간들
믿음이야 끊어지겠습니까

 

 요점 정리

 작자 : 미상(未詳)

 연대 : 고려 때로 추정

 갈래 : 고려 가요. 고려 속요. 장가(長歌), 전 6연. 1연은 3구, 2-6연은 6구, 3음보

 형식 : 전 6연의 분연체, 1연은 3구, 2~6연은 6구, 3음보. 3 3 4조

 성격 : 서정적, 민요적

 구성 : 서사 - 본사 - 결사의 3단 구성

1연 : 기 : 태평성대를 갈구함

2연 -5연 : 서 : 불가능한 상황 설정으로 영원한 사랑을 갈구함

6연 : 결 : 임에 대한 끊임없는 사랑과 믿음

 

[이 노래는 태평성대의 구가로 서사를 삼고, 2연부터 5연까지 임과 영원히 함께하고 싶은 소망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한편 이 노래의 6연은 2-5연과 그 표현 방법이 다른데, 전반부는 비유적인 표현으로, 후반부는 직설적인 표현으로 임에 대한 화자의 사랑과 신의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고려 속요인 서경별곡의 2연과 일치하는 것으로 이 노래가 궁중에서 불리게 되었을 때 첨가된 것으로 추측된다.]

 

 제재 : 임에 대한 사랑

 주제 : 임에 대한 영원한 사랑, 임에의 영원한 연모의 정, 태평 성대(太平聖代)의 기원)

 표현 : 반복법(운율을 형성하며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사용),과장법[6연 4행~5행에서 과장된 행동 제시]. 역설법[2연~5연의 4행~5행에서 실현 불가능한 상황을 가능한 것으로 설정하는 모순 어법 사용]. 반어법[2연~5연의 6행에서 화자의 궁극적인 소망을 반대로 표현]을 사용하여, 불가능한 것을 가능으로 설정해 놓고 영원한 사랑을 역설적으로 노래했고, 한 연에 똑같이 되풀이 되는 2구가 있어 감정을 강조하고 있으며, 소망형인 어미로 끝내면서 화자의 간절한 소망을 느끼게 하고 있다

 의의 : 대부분의 고려 가요가 이별이나 애원 또는 향락의 정서를 읊고 있는 데 반해 영원한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는 것이 특색이고, 완곡한 방법으로 시상(詩想)을 표현한 점은 색다른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불가능한 상황 설정을 통해 사랑의 절실함을 표현하고 있다.

 출전 : <악장가사> <악학편고> <시용향악보>

 

 

 내용 연구

 

 이 작품에 등장하는 임은 '임금'과 '연인'의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임금으로 볼 경우 이 노래는 태평성대를 바라는 백성들이 임금에게 바치는 축수의 송축가가 되며, 연인으로 볼 경우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백년해로를 기원하는 연정가가 된다.



(鄭,鉦)이여 돌(石)이여[제목 '정석가'] 지금 계시옵니다
징이여 돌이여 지금에 (임금님이)계시옵니다
선왕이 다스리던 태평 성대에 노닐고 싶습니다[
서사로서  전체 연과의 긴밀한 연결 없이 의식요의 기능을 지닐 뿐이다.]






태평성대를 희구함 / 기원함 서사(기)


사각사각 가는 모래 벼랑에 나난[여음구로 운율을 맞추기 위한 의미 없는 소리]
사각사각 가는 모래 벼랑에 나난
구운 밤 닷 되를 심습니다[조건적 상황의 설정]
그 밤이 움이 돋아 싹이 나야만[불가능한 상황 설정]
그 밤이 움이 돋아 싹이 나야만
유덕하신 님과 여의고 싶습니다[이별의 소망 제시 - 임과 결코 헤어질 수 없다는 소망을 반어적으로 제시 / 백년해로, 시종일관, 일편단심, 백년하청]

※ 불가능한 상황 제시 - '부정의 부정' : 화자가 가정하여 제시한 상황은 결코 실현될 수 없는  상황이다.(가정의 부정) 이에 따라 그 가정이 실현될 경우를 조건으로 한 이별에 대한 소망도 부정된다.(소망의 부정) 이처럼부정의 부정 구조를 통해 화자는 임과의 영원한 사랑을 강하게 긍정하고 있다.





임과의 영원한 사랑

모래밭에서 구운 밤을 심어 움이 나면 헤어지고 싶음
본사(서)


옥으로 연꽃을 새기옵니다
옥으로 연꽃을 새기옵니다
바위 위에 접을 붙이옵니다
그 꽃이 세 묶음(혹은 한 겨울에) 피어야만[불가능한 상황 설정]

그 꽃이 세 묶음 피어야만
유덕하신 님과 여의고 싶습니다[이별의 소망 제시 - 임과 결코 헤어질 수 없다는 소망을 반어적으로 제시]






영원한 사랑

바위에 세 묶음의 연꽃이 필 때 이별하고자함


무쇠로 철릭(무관의 제복)을 마름질해
무쇠로 철릭을 마름질해
철사로 주름 박습니다
그 옷이 다 헐어야만[불가능한 상황 설정]
그 옷이 다 헐어야만
유덕하신 님과 여의고 싶습니다[이별의 소망 제시 - 임과 결코 헤어질 수 없다는 소망을 반어적으로 제시]






영원한 사랑

털릭과 철사로 주름 박은 옷이 헐어질 때에 임과 이별하고자 함.


무쇠로 큰소를 만들어다가(지어다가)
무쇠로 큰소를 만들어다가(지어다가)
쇠나무산에 놓습니다
그 소가 쇠풀을 먹어야[불가능한 상황 설정]

그 소가 쇠풀을 먹어야
유덕하신 님과 여의고 싶습니다[이별의 소망 제시 - 임과 결코 헤어질 수 없다는 소망을 반어적으로 제시






영원한 사랑

 무쇠로 만든 황소가 철초를 먹을 때 헤어지고 싶음


구슬[사랑]이 바위[장애물]에 떨어진들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끈[믿음]이야 끊어지겠습니까[끊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 설의법] - 비유적 표현
천 년을 외따로이 살아간들[임과 헤어진 상황 가정 - 믿음의 강조]
천 년을 외따로이 살아간들[임과 헤어진 상황 가정 - 믿음의 강조] - 직접적 표현
믿음이야 끊어지겠습니까[끊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 설의법] - 고려 가요 '서경별곡'의 2연과 내용이 같다.




영원한 신의

구슬이 깨어져도 믿음은 끊어지지 않음

(주제연)
 
결사(결)

 

'딩아 돌하'의 '딩, 돌'은 '鄭石'의 차자(借字)로 볼 수 있다. 여기서 '딩'과 '돌'은 악기의 이름으로 '정석'은 그 악기를 의인화한 것이다. 그러나 노래의 주인공이 연모하는 인물이 이름이 '정석'이라고 보는 다른 설도 있다.

 

 딩하 돌하 당금(當今)에 계샹이다 : 징이여 돌이여(임금님이)지금에 계십니다. 태평 성대에 징·돌 등의 악기를 울리며 마음껏 놀고 싶음을 나타내었다. '딩'은 (鉦),'돌'은 石(석), 즉 磬(경)이므로 금속 악기인'鉦磬(정과 경쇠라는 악기)'에 은유하여 연정의 대상 인물인 '鄭石’을 나타낸 것이다. 혹은 악기 소리의 의성어라고도 본다.  

 선왕선대예 노니아와지이다 : 선왕선대에 놀고 싶습니다. 서사로서  전체 연과의 긴밀한 연결 없이 의식요의 기능을 지닐 뿐이다.

 

 구운 밤 닷 되를 심고이다.  / ~삭나거시아 : '구운 밤'이 싹이 남은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렇게 불가능한 사실을 가능한 사실로 표현하는 것은 임과의 영원한 사랑에 대한 정감의 깊이를 나타낸 것이다. 임과 영원히 살아가고픈 심정을 나타낸 과장법. '정석가'와 비슷한 노래에 '오관산요'가 '고려사악지'에 수록되어 있다. 삭삭기는 바삭바삭한 소리에서 따온 의성어로 감각적인 심상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이렇게 불가능한 사실을 가능한 사실로 표현하는 것은 임과의 영원한 사랑에 대한 정감의 깊이를 나타내기 위한 역설적 표현이다.

 후렴구인 '유덕하신 님을 여의아지이다 : 특정 음운을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운율을 형성하고, 반복의 효과를 바탕으로 전체적 통일성을 이루고, 각 연의 시상을 매듭지어 연이 분절되는 효과를 조성하며, 연과 연 사이를 연결시켜 주어 시상의 자연스러운 전개를 돕는다.

 

 이 표현은 역설과 반어에 의해 임과의 이별을 부정하면서 임과의 영원한 사랑을 다짐하고 있다.

 삼동(三同)이 퓌거시아 : 세 묶음이 피어야. 추운 겨울에 피어야. '삼동(三同)'을 '세 묶음', 또는 '三冬'의 오기로 보고 '추운 겨울' 등으로 풀이한다.

 

 그 오시 다 헐어시아 / 여히아와지이다 : (철사로 주름을 박은) 그 옷이 다 헐어지면 덕이 높으신 임과 이별하고 싶습니다.

 


 즈믄 해랄 외오곰 녀신달 / ()잇단그츠리잇가. : 천 년을 서로 떨어져 홀로 살아간들 믿음이야 끓어지겠습니까임에 대한 영원한 신의(信義)와 사랑을 나타내기 위한 표현이다. 그리고 여기서 끈은 구슬을 이어주는 것이므로 그 끈이 끊어질 수 없듯이 임과의 믿음도 끊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해와 감상

 

  작자·연대 미상의 고려 속요이다. 노래의 이름인 '정석(鄭石)'은 이 노래 첫머리에 나오는 '딩아 돌하'의 '딩[鄭(정)]'과 '돌[石(석)]'을 차자(借字)한 것으로서 타악기를 의인화한 것으로 보인다.

 

  '악장가사'에 전 편이, '시용향악보'에 첫 연이 실려 전하며, 끝 연(제6연)은 '서경별곡(西京別曲)'의 제2연과 같은 가사로 되어 있다. 조선조에 와서는 궁중 악장으로 사용되었다.

 

 둘째 연부터 마지막 연까지 똑같은 표현 수법으로서 불가능한 일을 제시하여 이별의 불가능, 즉 영원한 사랑을 노래하였다. 특히 이 노래는 과장법에 해학적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우리 민족의 은근과 끈기의 성정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이 노래는 기원과 축원을 역설에 담고 있는 특이한 작품이다. 그러면서도 유별나게 논리적이고 지적인 작품이다. 서사에서 태평성대를 구가하고 제 2연에서 5연까지는 소재만 달리 할 뿐, 불가능한 것을 가능으로 설정해 놓고 영원한 사랑을 구가하고 있다. 즉 제 2연에서는 구운 밤, 제 3연에서는 옥련꽃, 제 4연에서는 무쇠옷, 제 5연은 무쇠소라는 소재를 등장시켜 놓고(이 소재들은 다음에 일어나는 행위에 대한 불가능의 전제조건이다.) 영원히 임과는 헤어질 수 없다고 노래하고 있다.

 

 그리고 이 노래는 가사 이외에 어떠한 배경적 기록도 문헌에 보이지 않아, 고려 속요로 단정할 증거는 없으나, 형식과 내용과 표현상의 특색에 있어 고려속요와 일치하므로 속요로 보고 있다. 문헌상 기록이 없어 정확한 가의(歌意)를 알 수 없으나, 일반적으로 임에의 구원(久遠)한 연모지정(戀慕之情), 또는 축도지원(祝禱之願)을 노래한 것으로 본다.

 

 이 노래는 가사 이외에 어떠한 배경적 자료도 문헌에 보이지 않아, 고려 가요로 단정할 증거는 없다. 다만 내용, 형식, 표현상의 특색으로 보아 고려 가요와 일치하는 점이 많아 고려 가요로 보고 있다. 문헌상 기록이 없어 정확한 노래의 뜻은 알 수 없으나. 일반적으로 임에의 열렬한 사랑의 정, 또는 축도(祝禱)의 정을 나타낸 것으로 본다. 특히 모두가 불가능한 것을 설정해 놓고 영원한 사랑을 구가한 것이 특색이다. 제6연은 이 노래와 관계 없는 '서경별곡'의 제2연을 차용한 것이라 하겠다. 이처럼 6연이 여러 작품에 보이는 것은 이 내용이 당시 사람들에게 널릴 유행했었다는 점을 시사해 준다.

 

불가능한 사실을 가능한 사실로 전제하는 표현 기법

 이 노래는 기원과 축원을 역설에 담고 있는 특이한 작품이다. 그러면서 유별나게 논리적이고 지적인 작품이다. 제 1연은 이 노래의 서사(序詞)로, 도입부에서의 흥겨움이 '딩아 돌하'에 나타나 흥겹게 악기를 두드리는 모습이 선하다. 이 연은 다음에 이어지는 연들과 서로 밀접한 연관성을 없어 보이며, 일종의 의식요(儀式謠)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인다.

 

 제 2연의 '밟으면 곧 쇳소리를 내는 모래밭에 심은 구운 밤이 움튼다'는 명제는 역설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그것은 전혀 가능성이 없음이 이중으로 과장되어 있다. 마른 세(細)모래와 구운 밤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세모래와 구운 것을 합쳐서 이루어지는 의미 범주는 움이 튼다는 의미 범주와는 정면으로 맞서는 역설이면서 영원 불가능한 일이다. 그 불가능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날에 임과 이별하겠다고 빌고 있다. 이것은 앞세워진 불가능의 역설을 전제로 할 때, '이별하여지이다'는 '이별하여지지 말아지이다'의 전도된 표현이다. 이 전도된 표현, 즉 서정적 자아가 임과 '이별하여지지 말아지이다'를 빌기 위해 '이별하여지이다'라고 한 것은 하나의 아이러니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둘째 연 이하에 변주(變奏)되고 있으며, 이 같은 변주의 구조 혹은 병렬(竝列) 형식은 민요가 지닌 형식적 특색이다.

 

 그런데 첫 연은 다른 연과의 연관에서 살펴본다면, 서정적 자아가 기축(祈祝)하고 있는 것이 바로 성대(聖代)를 맞아 흥겹게 놀아지기를 바라는 것이며, 그것을 구사하기 위해서 2연이 이하에서 역설적 논리로 그것을 강하게 기구(祈求)하고 있다고 하겠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서사에서 태평성대를 구사하고 제 2연부터 5연까지는 소재만 달리 했을 뿐, 불가능한 것을 가능으로 설정해 놓고 영원한 사랑을 구가하고 있다. 즉 제 2연에서는 '구은 밤', 제 3연에서는 '옥련꽃', 제 4연에서는 '무쇠옷', 제 5연에서는 '무쇠소'라는 소재를 등장시켜 놓고(이 소재들은 다음에 일어나는 행위에 대한 불가능의 전제 조건이다.) 영원히 임과는 헤어질 수 없다고 노래하고 있다. 이러한 형식적 특징은 민요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제 2연에서 제 5연까지는 한 사람이 부른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돌아가면서 '메김소리'로 부를 수 있다고 하겠다. 또, 제 2연에서 제 5연까지 등장한 소재 가운데 '구은 밤'과 '소'는 농민 생활의 반영이요, '연꽃'은 불교 생활의 반영이며 '텰릭'은 이 노래의 지은이가 적어도 '텰릭'을 입을 수 있었던 신분임을 알려 준다고 하겠다.

 

 그런데 제 6연에는 이 노래와 관계가 없는 '서경별곡'의 제 2연이 첨가되어 있다. 이것은 아마 당시 이와 같은 구절이 널리 유행되었으리라는 추측을 가져 오고 있다.

 

 한편 이와 같이 불가능한 것을 가능으로 설정해 놓고 거기에 맞춰 영원하기를 비는 수법의 노래로 효자인 문충(文忠)리 지었다는 "오관산요(五冠山謠)"가 있는데, 이제현의 <익재난고(益齋亂藁)> 소악부에 한역되어 전한다. 충(忠)은 오관산(五冠山) 밑에 살면서 모친을 지극히 효성스럽게 섬겼다. 그의 집은 서울에서 30리나 떨어져 있었는데, 벼슬살이를 하느라고 아침에 나갔다가 저물어서야 돌아오곤 하였다. 그러나 모친의 봉양과 보살핌은 조금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자기 모친이 늙는 것을 개탄하여 이 노래를 지었는데, 이제현은 시를 지어 다음과 같이 그 노래를 풀이하였다.

 

  나무 도막으로 당닭[唐鷄(당계)]을 깎아

  젓가락으로 집어 벽에 앉히고

  이 새가 꼬끼요 하고 때를 알리면

  어머님 얼굴은 비로소 서쪽으로 기우는 해처럼 늙으시리라.

 

 오관산요(五冠山謠)

 

 불가능을 가능으로 설정해 놓고 거기에 맞추어 영원하기를 비는 수법의 노래로 효자인 문충(문충)이 지었다는 '오관산', 춘향전의 '사랑가' 등이 있다. '오관산'은 이제현의 <소악부>에 한역되어 전한다. 문충은 오관산 밑에 살면서 모친을 지극히 효성스럽게 섬겼다. 그의 집은 서울에서 30리나 떨어져 있었는데, 벼슬살이를 하느라고 아침에 나갔다가 저물어서야 돌아오곤 하였다. 그러나 모친의 봉양과 보살핌은 조금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자기 모친이 늙는 것을 개탄하여 이 노래를 지었는데, 이제현은 시를 지어 이 노래를 풀이하였다. 이 작품 역시 '정석가'와 마찬가지로 이루어질 수 없는 불가능한 상황을 제시하여 화자의 소망을 드러내고 있다.

 

木頭雕作小唐鷄 목두조작소단계
筋子拈來壁上棲 근자념래벽상서
此鳥膠膠報時節 차조교교보시절
慈顔始似日平西 자안시사일평서

 

나무 토막으로 당닭을 깎아
젓가락으로 집어 벽위 횃대에 앉히고
이 새가 꼬끼오 하고 때를 알리면
어머님 얼굴이 비로소 서쪽으로 기우는 해처럼 늙으시리

 

 춘향전

 

 도련님 이제 가면 언제 오려 하오. 태산중악 만장봉이 모진 광풍에 쓰러지거든 오려 하오. 십리 사장 세모래가 정 맞거든 오려하오. 금강산 상상봉에 물 밀어 배 띄어 평지 되거든 오려 하오. 기암 절벽 천층석이 눈비 맞아 썩어지거든 오려 하오.용마 갈기 사이예 뿔 나거든 오려 하오. 층암상에 묵은 팥 심어 싹 나거든 오려 하오. 병풍에 그린 황계 두 나래 둥둥 치며 사경 일점에 날 새라고 꼬끼오 울거든 오려 하오.(고본 춘향전)

 

  도련님 이제 가면 언제나 오라시오. 졀노 죽은 고목의 꼿 되거든 오려시오. 벽에 그린 황계 짜른 목 길게 느려 두 날개 탕탕 치고 꼿끼요 울거든 오려시오. 금강산 상상봉의 물미러 배 둥둥 뜨거든 오려시오. (경판본 춘향전)

 

 철릭

 

 무관이 입던 공복(公服). 직령(直領)으로서, 허리에 주름이 잡히고 큰 소매가 달렸는데, 당상관은 남색이고 당하관은 분홍색이다.

 

 정석가

 

고려시대에 지어진 작자 미상의 속요(俗謠). ≪악장가사≫와 ≪시용향악보≫에 전한다. ≪고려사≫ 악지(樂志)에는 그 배경설화나 명칭이 전혀 보이지 않고 있어 고려 속요라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형식적 장치와 주제 및 정조(情調)로 보아 속요와 동질적이므로 일반적으로 속요로 간주하고 있다.


이 작품이 언제, 어떠한 계기로 누구에 의해 지어졌는지에 대한 기록 역시 없다. 다만, 그 출전문헌의 성격으로 보아 고려 후기에 별곡이 생성된 이후부터 조선 전기까지 궁중의 악장으로 불리다가 문헌에 정착된 것으로 추정된다. 작품은 총 6연(聯)으로 되어 있다. 제1연은 3행(行), 나머지 2연부터 6연까지는 일률적으로 6행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제1연에서는 제1행을 한 번 반복하고, 2연 이하 끝 연까지는 제1행과 제3행을 각각 한 번씩 반복한 특이한 형식을 보이고 있다. 제1연은 서사(序詞)로서 그 다음에 본사(本詞)가 나오기 전에 궁중악의 절차상 부가된 듯한 인상을 주는 점에서는 같은 속요인 〈동동 動動〉과 동일한 구성을 보이고 있다.


반면, 그 형식이 다른 연과 이질적으로 되어 있는 점에서는 〈동동〉과 다르다. 이와 같이 이질적인 제1연의 서사를 제외하면, 제2연 이하의 나머지 연은 각 행이 3음보로 구조된 6행체 시가로서 정연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제2연 이하의 모든 연은 반복어구를 제외하면 모두 4행체로 되어 있다.


맨 끝연이 예외이기는 하나 각 연의 맨 끝행은 동일한 어구로 반복되고 있어 후렴의 역할을 하고 있다. 맨 끝연은 〈서경별곡〉의 제2연과 완전히 일치하는 사설을 보이고 있다. 이 맨 끝연의 노랫말은 익재(益齋) 이제현(李齊賢)의 소악부(小樂府)에 한역되어 있기도 하다.


이 작품은 별곡 형성의 과정을 추정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의 하나로 간주된다. 예컨대 민요형태인 4행체의 원가(原歌)를 단순한 반복에 의해 6행으로 늘여놓은 점을 들 수 있다.


또 매 연마다 후렴에 해당하는 구절이 있다든지, 이러한 후렴구가 보이지 않는 맨 끝연은 다른 작품에도 완전히 일치하는 사설이 나타난다든지 하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즉, 이 작품은 애초에 4행체의 민요였던 원가를 궁중의 새로운 악곡에 맞추어 조절하고 재창작한 흔적을 강하게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이는 당대의 민요가 궁중으로 상승하여 재편성된 가요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므로 이 작품의 원작자는 민중계층일 것이고, 이것이 궁중의 악장으로 재창작되어 상승한 이후로는 가창자 및 향유자가 상층귀족 또는 주변 인물인 기녀와 악공으로 변모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작품의 제목 ‘정석’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관해서는 약간의 견해차가 있다. ‘정석’은 이 작품의 제1연에 보이는 ‘딩아 돌하’와 관련을 가지는 것이다.


‘정(鄭)’은 ‘딩’과, ‘석(石)’은 ‘돌’과 대응된다는 점에는 모두 동의하면서, 그 의미를 추출함에 있어서는 얼마간의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즉, 징〔鉦〕과 돌〔磬〕이라는 금석악기(金石樂器)를 의인화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또 그와 같은 악기에서 나오는 소리 ‘딩·동’을 의성어로 나타낸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그리고 작중화자의 연모대상이 되는 사람의 이름, 또는 생명신·우주신 등 신격화한 인물로 보는 견해가 있다. 그와는 달리 금석악기로서 8음의 악기를 집대성한 악기 자체를 가리킨다는 견해 등이 있다.


이 문제는 제1연이 이 작품에서 담당하는 기능을 살펴봄으로써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본사(本詞)에 해당하는 제2연 이하 제5연까지의 내용은 구운밤에서 싹이 나거나, 옥으로 된 연꽃에 꽃이 피거나, 무쇠 철릭이 다 헐어버리거나, 무쇠 소가 철초(鐵草)를 먹거나, 구슬이 바위에 떨어져 구슬을 꿰었던 끈까지 끊어지거나 하는 전혀 불가능한 일이 일어난다면 “有德(유덕)하신 님”과 여읠 수 있다는 사설로 구성되었다.


삭삭기 셰몰애 별헤 나勘
삭삭기 셰몰애 별헤 나勘
구은 밤 닷되를 심고이다.
그 바미 우미 도다 삭 나거시아
그 바미 우미 도다 삭 나거시아
有德悧신 님을 여羸陶와지이다 (제2연)


제2연을 들어보면 이와 같다. ‘바삭바삭한 잔모래 벼랑에 구운 밤 닷 되를 심습니다’ 하고서, 그 ‘밤이 움이 돋아 싹이 나거든 유덕하신 님과 여의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말이 단순하고 유식한 문구는 없으나, 불가능한 것을 극단화해서 자신의 소망이 이토록 간절하다는 말을 역설로 드러냈다.


이 작품에 표출된 미의식은 유덕(有德)한 임과의 현실적 사랑의 욕망을 추구하고 있어 우아미를 심층에 깔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러한 사랑을 영구화 내지 극대화하려는 의지를 강렬하게 드러내고 있어 숭고미를 아울러 구현하고 있다.


즉, 구운 밤 닷 되가 모래밭에서 싹이 돋아 자랄 때까지(제2연), 옥으로 새긴 연꽃을 바위에 접붙여 그 꽃이 활짝 필 때까지(제3연), 무쇠로 마른 철릭(天翼 : 무관의 옷)을 철사로 박아 그 옷이 해질 때까지(제4연), 무쇠로 황소를 만들어 쇠붙이나무〔鐵樹〕가 우거진 산에 방목하여 쇠붙이 풀〔鐵草〕을 다 먹을 때까지(제5연) 사랑의 영구 불변성과 무한대성을 추구함으로써 현세적이고 유한한 사랑을 초극하는 숭고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숭고는 주술이나 종교와 같은 초월적인 존재의 힘에 근거하지 않고 순전히 인간적인 의지를 바탕으로 추구되고 있어 비극적인 일면을 아울러 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노래의 선법(旋法)은 평조와 계면조로 모두 통용되고, 곡의 길이는 한 장단에 16박자로 된 아홉 장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참고문헌≫ 國文學의 探究(金學成, 成均館大學校出版部, 1987), 韓國古典詩歌의 硏究(金學成, 圓光大學校出版局, 1980), 鄭石歌硏究(李相寶, 韓國言語文學 1, 1963), 鄭石에 대하여(趙鍾業, 韓國言語文學 11, 1973), ‘鄭石歌’ 考(金尙憶, 高麗時代의 가요문학, 새문社, 1986).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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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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