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과정(鄭瓜亭)
by 송화은율정과정(鄭瓜亭)
(전강) 내, 님을 그리며 울고 지내더니
(중강) 산 접동새와 난 (처지가) 비슷합니다
(후강) (역모에 가담했다는 나에 대한 참소가 ) 옳지 않으며 거짓이라는 것을
(부엽) 잔월효성(殘月曉星 :지는 달 새벽 별)만이 알고 있을 것입니다
(대엽) 넋이라도 님을 함께 모시고(지내고) 싶어라.
(부엽) (내 죄를) 우기던 이, 그 누구입니까
(이엽) (나는) 잘못도 허물도 전혀 없습니다
(삼엽) 뭇 사람들의 참소하던 말입니다.
(사엽) 슬프구나!
(부엽) 님께서 나를 벌써 잊으셨나이까
(오엽) (그렇게 하지) 마십시오. (아!) 님이여, 내 사연 들으시고 다시 사랑해 주소서
요점 정리
작자 : 정서(鄭敍)
연대 : 고려 의종 때
갈래 : 단연시(單聯時), 유배시
구성 :
1~2행 |
서사 |
고독 - 접동새 |
3~9행 |
본사 |
결백 - 잔월효성 |
10~11행 |
결사 |
열망 - 임에 대한 애원 |
성격 : 충신연주지사(忠臣戀主之詞)로 처량, 섬세, 애절함
표현 : 영탄법, 상징법
제재 : 임과의 이별
주제 : 임금을 그리는 정, 자신의 결백과 연군의 정
의의 : 고려 가요 중 작자를 알 수 있는 유일한 작품이고, 유배 문학의 효시이며, 또한, 충신 연주지사(忠臣戀主之詞)로서, 후세에 많이 지어진 연군가(戀君歌)의 대종(大宗)이 된다. 향가의 잔영으로 볼 때, 향가의 하한선(下限線)이 12세기까지 내려올 수 있다.
출전 : <악학궤범(樂學軌範)>
별칭 : '삼진작(三眞勺)'
내용 연구
(전강) 내, 님[고려 의종]을 그리며 울고 지내더니
(중강) 산 접동새[화자의 감정이입 / 자연물에 의탁하여 자신의 한스러움을 표출]와 난 (처지가) 비슷합니다
(후강) (역모에 가담했다는 나에 대한 참소가 ) 옳지 않으며 거짓이라는 것을
(부엽) 잔월효성(殘月曉星 :지는 달 새벽 별 / 절대자, 초월적 존재)만이 알고 있을 것입니다
(대엽) 넋이라도 님을 함께 모시고(지내고) 싶어라[화자의 충정이 담김 / 합일지향의 정신].
(부엽) (내 죄를) 우기던 이, 그 누구입니까[원망의 감정이 드러남]
(이엽) (나는) 잘못도 허물도 전혀 없습니다[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함]
(삼엽) 뭇 사람들의 참소하던 말[삼인성호(三人成虎) :거짓말도 여러 사람이 하면 곧이듣게 된다는 말.]입니다.
(사엽) 슬프구나!
(부엽) 님께서 나를 벌써 잊으셨나이까[원망과 기원의 의미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는 구절]
(오엽) (그렇게 하지) 마십시오. (아!) 님이여, 내 사연 들으시고 다시 사랑해 주소서[시적 화자가 가장 바라는 궁극적 목적]
내 님믈 그리사와 ~ 난 이슷하요이다.
'내가 임을'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요, 또 순편하기는 하나, '나의 임을'로 풀이하는 견해도 있다. 임을 그리워 하며 울고 지내는 서러운 모습을 두견새와 같다고 여기는 작자의 심정을 엿볼 수 있다.
(산) 졉동새 난 이슷하요이다.
나는 산에서 우는 접동새(두견새)와 비슷합니다. 여기서 '접동새'는 한(恨)과 고독의 이미지로 표상되고 있다. 김소월(金素月)의 시 '접동새'와 맥락이 통한다. 여기서 '접동새'와 자신의 처지가 비슷하다고 말을 하고 있다. 접동새는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恨(한)을 상징하는 새이다. 그래서 접동새와 같다고 자신을 말해서 자신의 억울함을 하소연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접동새는 '자연의 풍경이나 예술 작품 따위에 자신의 감정이나 정신을 불어넣거나, 대상으로부터 느낌을 직접 받아들여 대상과 자기가 서로 통한다고 느끼는 일'의 '감정이입(感情移入)'의 대상이기도 하다. 좀더 자세히 말하자면 감정이입이란 자신의 감정을 대상 속에 이입시켜 마치 대상이 그렇게 느끼고 생각하는 것처럼 표현하는 방법이다. 이 때 시적 화자의 정서나 사상을 나타내 주는 사물·정황·사건을 객관적 상관물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윤동주'의 '별헤는 밤'에서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라는 시구가 있는데 시적 화자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벌레'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처럼 이 작품에서도 '접동새'는 시적 화자의 심정을 대신한다는 의미에서 '접동새'에 시적 화자의 '감정이 이입'되었다고 볼 수 있다.
殘月曉星(잔월 효성)이 아르시리이다.
저기 보이는 저 지새는 달과 새벽별은 나의 결백함을 알 것입니다. 자신의 무고함과 결백을호소하고 있는 대목으로서,'잔월 효성'은 가장 정당하고 공정한 심판자의 표상으로 쓰이고 있다.
넉시라도 님은 한데 녀져라 아으
몸은 떨어져 있지만 영혼만이라도 임과 함께 가고 싶다는 의미로 충정이 잘 드러나 있다. 이 대목은 또 다른 고려 가요인 '만전춘 별사(滿殿春 別詞)'와 유사한 내용이다.
벼기더시니 뉘러시니잇가
(임금님의 뜻을) 어긴 사람이 누구였습니까? 우기던 사람, 곧 나를 귀양 보내게 한 사람이 누구였습니까? 나를 헐뜯고 우기는 사람에 대한 원망의 어조로 노래하고 있다.['벼기다'의 해석 : 일반적으로 '고집하다', '헐뜯다'의 뜻으로 해석하지만 '거짓말하다'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데 '헐뜯다'의 의미로 해석할 경우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임에 대한 충성을 노래하는 연군가로 볼 수 있지만, '거짓말하다'로 보면 임금의 거짓 약속을 원망하는 노래로 보아야 한다.]
말힛마리신뎌
'뭇 사람들 보고 참소하지 말아 달라'는 청으로 볼 수도 있고, '말씀이 마르다, 즉 할 말이 없다'는 평서문의 의미로 볼 수도 있다.[삼인성호(三人成虎) : 근거 없는 말이라도 여러 사람이 말하면 믿게 됨을 이름]
슬웃븐뎌 아으
사뢰고 싶구나. 슬프구나, 사라지고 싶구나.
아소 님하,
아소는 오늘날의 '아서라'라는 그렇게 하지 말라는 금지어로서, 원망과 기원의 의미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는 구절이다.
도람 드르샤 괴오쇼셔.
돌려 들으시어 사랑하소서. 임에 대한 간절한 소망을 기원하는 구절로서, 임금이 돌려 들으시어 사랑해 주기를 바란다는 의미이다.
내 : 내가. 나의
님믈 : 임을. '임' 은 고려 의종.
그리 와 : 그리워하와. 그리워하여.
우니다니: (늘) 울며 지내더니.
접동새 : 접동새와. '접동새'는 '소쩍새, 자규, 귀촉도(歸蜀途), 불여귀' 등으로도 불린다.
이슷�요이다 : 비슷합니다.
아니시며 : (나를 모함한 말이 사실이) 아니며.
거츠르신 : (나를 모함한 말이) 거짓인. 허황한. 사실이 아닌.
: 줄을. 것을.
殘月曉星(잔월 효성) : 지새는 달과 새벽별(金星)로 자신의 억울함을 아는 달로 나타남
아으 : 아아!
아 시리이다 : 아시리이다. 아실 것입니다.
넉시라도 : 넋이라도. 혼이라도.
님은 : 임은. 임과는.
� : 함께. 한 곳에.
녀져라 : 가고 싶어라. 지내고 싶어라.
벼기더시니 : 우기시던 이가. 또는 고집하는 사람이
뉘러시니잇가 : 누구이시더니까? 누구시었습니까?
過(과)도 : 과실도. 잘못도.
허물도 : 죄도.
千萬(천만): 전혀. 조금도. 결코
업소이다 : 없습니다.
힛마리신뎌 : 뭇 사람의 참언(讒言)이시도다.(양주동) 멀쩡한 말씀이시었습니다(박병채) 등 여러 가지 이설이 있음.
읏븐뎌: 사라지고 싶도다. 죽고 싶어라. 슬프구나, 사뢰고 싶구나.
니미 : 임이.
나 : 나를.
�마 : 이미. 벌써.
니 시니잇가 : 잊으셨습니까?
아소 : 마십시오.(금지의 뜻을 지닌 감탄사)
님하 : 임이시여.
도람 : (마음을) 돌려.
드르샤: 들으시어.
괴오쇼셔: 사랑하옵소서.
또 다른 해석들
내가 임을 그리워하여 울고 지내더니
산두견과 나는 비슷합니다.
옳지 않으시다 하고 거칠다 하시더라도
진심을 잔월효성이 알으실 것입니다.
넋이라도 임을 한 데 모시고 지내고자 하는데
항거하시는 이 뉘십니까?
과도 허물도 천만 없습니다.
뭇사람들이여 참소 말으소서 혹은 할 말이 없습니다
슬프구나
임께서 벌써 나를 잊으셨습니까?
마십시오, 님이시여, 마음을 돌리시어 다시 사랑해 주십시오
내가 임을 그리워하여 늘 울고 지내더니(늘 울고 있노라니),
저 산접동새와 나는 비슷합니다.
참소의 말이 (참이) 아니며 거짓인 줄을 지새는 달과 새벽별이 아실 것입니다.
죽은 영혼이라도 임과는 한 곳에 가고 싶습니다. 아아,
(임의 뜻을) 어기던 사람이 누구였습니까? (저 자신이었습니까? 아니면 간신들이었습니까?).
(저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것은) 뭇 사람의 참소하는 말입니다.
사라지고 싶구나. 아아
임이 저를 (다시 부르시겠다더니) 벌써 잊으셨습니까?
마소서, 임이시여, 들려 들으시어 다시 사랑하소서.
이해와 감상
우리말로 전하는 고려 가요 중 작자가 확실한 유일한 노래로 주목된다. '고려사'악지에 따르면 작자는 인종과 동서간으로서 오랫동안 왕의 총애를 받아왔는데, 의종이 즉위한 뒤 참소를 받아 고향인 동래로 유배되었다. 이때 의종은 머지 않아 다시 소환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오래 기다려도 소식이 없었다. 이에 거문고를 잡고 자신의 결백을 밝히고, 선처를 청하기 위해 이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작자가 귀양에서 풀려난 것은 무신란이 일어나 명종이 즉위한 해였다. 작자의 호를 따서 후세 사람들이 이 노래를 '정과정'이라 하였다. 이 노래는 충신 연주지사로 사람들에게 널리 애송되었으며, 궁중에서도 이를 전악(典樂)으로 보존하여 모두 익히도록 할 정도로 귀히 여긴 고려 가요이다. 고려 가요 중 향가의 잔영으로서 대표적인 작품인데, 작자가 유배 상황에서 임금을 그리워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이 노래는 향찰로 표기되어 전해지는 '향가'는 아니지만 형식면에서 10구체 향가의 전통을 잇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10구체 향가와는 달리 감탄사의 위치가 바뀌고, 내용상의 격조가 떨어지는 등 향가 해체기의 잔영을 발견할 수 있다.
심화 자료
이제현 소악부에 실린 한시
憶君無日不霑衣 억군무일부점의
政似春山蜀子規 정사춘사촉자규
爲是爲非人莫問 위시위비인막문
只應殘月曉星知 지응잔월효성지
님 그려 옷을 적시지 않는 날이 없으니,
바로 봄산의 자규와 비슷하도다.
옳거니 그르거니 사람들아 묻지 마오.
응당 새벽달과 별이 알 것이로다.
향가계(鄕歌系) 여요(麗謠)
신라의 향가에서 고려 가요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생긴 과도기적 형식의 노래를 총칭하는 개념이다. 고려 때 지어진 노래로 향가적 형식을 띤 '도이장가(悼二將歌), 정서의 '정과정' 등을 말한다. 정과정을 향가계 시가로 보는 이유는 고려 가요의 특징인 '분장 혹은 분연'이 되어 있지 않고, 후렴구가 보이지 않고, 10행(8행과 9행을 한 행으로 본다)으로, 곧 향가의 10구체와 비슷하고, 낙구에 '아소'와 같은 감탄사가 있기 때문이다.
삼진작(三眞勺)
<세종 실록(世宗實錄)> 권 제3에 '진작속악 곡조명'이라 하였으니, 진작은 곡조 이름임을 알 수 있고, <대동운부군옥(大東韻府群玉)>에 "진작(眞勺)에 一二三四의 종류가 있으니, 이는 곧 소리의 느림과 빠름의 도수이다."고 하였으니 一진작이 가장 느리고, 四 진작이 가장 급한 곡조임을 알 수 있다.
'만전춘 별사(滿殿春別詞)'와의 관계
'악장가사' 소재인 '만전춘' 에 이 노래의 5. 6행과 비슷한 내용이 들어 있다.
넉시라도 님을 녀닛景 너기다니
벼기더시니 뉘러시니잇가.
정서(鄭敍/?~?)
고려 중기의 문인. 본관 동래(東萊). 호 과정(瓜亭). 음보(蔭補)로 내시낭중(內侍郞中)에 이르렀다. 공예태후(恭睿太后:仁宗妃) 동생의 남편으로서 왕의 총애를 받았으며 문장에 뛰어났다. 1151년(의종 5) 폐신(嬖臣) 정함(鄭)·김존중(金存中)의 참소로 장류(杖流)될 때 왕으로부터 곧 소명(召命)을 내리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그러나 소명이 없자 연군(戀君)의 정을 가요(歌謠)로 읊었는데 이를 《악학궤범(樂學軌範)》에서는 《삼진작(三眞勺)》이라 하였고 후세인들은 《정과정곡(鄭瓜亭曲)》이라 불렀다. 70년(명종 즉위) 용서를 받고 다시 등용되었으며 묵죽화(墨竹畵)에 뛰어났다. 저서에 《과정잡서(瓜亭雜書)》가 있다.
정과정곡
고려 때 정서(鄭敍)가 지은 가요.
〔제작동기 및 연대〕
≪고려사≫ 악지에 제작동기와 이제현(李齊賢)의 해시(解詩)가 수록되어 있으며, 우리말 노래는 ≪악학궤범 樂學軌範≫에 전한다. 또, ≪대악후보 大樂後譜≫에는 노래와 함께 곡조도 아울러 표시되어 있다.
우리말로 전하는 고려가요 가운데 작자가 확실한 유일한 노래이다. ≪고려사≫ 악지에 따르면 작자는 인종과 동서간으로서 오랫동안 왕의 총애를 받아왔는데, 의종이 즉위한 뒤 참소를 받아 고향인 동래로 유배되었다.
이 때 의종은 머지않아 다시 소환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오래 기다려도 소식이 없었다. 이에 거문고를 잡고 이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작자가 귀양에서 풀려난 것은 무신란이 일어나 명종이 즉위한 해였다. 작자의 호를 따서 후세 사람들이 이 노래를 ‘정과정’이라 하였다.
유배지에서 신하가 임금을 그리워하는 정을 절실하고 애달프게 노래하였다 하여 ‘충신연주지사(忠臣戀主之詞)’로 널리 알려졌으며 그 때문에 궁중의 속악 악장으로 채택되어 기녀(妓女)는 물론 사대부간에도 학습의 대상이 되었다.
그래서 후대에 정철(鄭澈)의 〈사미인곡 思美人曲〉·〈속미인곡 續美人曲〉 같은 연주지사의 원류가 되었다. 이 노래의 제작 연대에 대하여서는, ① 의종 5∼24년(1151∼1170), ② 의종 5∼11년(1151∼1157), ③ 의종 20년 이후(1166∼?), ④ 의종 24년(1170) 9∼10월 등 여러 견해가 있다.
여기에서 의종 5년이 준거가 되는 것은 이 해가 의종의 아우를 추대하려는 음모에 작자가 가담했다는 참소를 입어 동래로 귀양갔기 때문이며, ≪고려사≫ 악지의 해설을 존중하여 귀양간 이후 상당 기간이 흐른 이후의 어느 시기에 임금의 소환을 기다리며 지은 것으로 추정하기 때문이다.
또, 의종 24년으로 보는 근거는 이 해에 무신의 난이 발생하여 의종이 폐위되고 작자는 소환되기는커녕 다시 거제도로 귀양가게 되었는데, 이 때 의종이 축출됨을 슬퍼하는 동시에 자기의 곧은 절개는 변하지 않겠다는 맹세의 심정을 노래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래의 내용과 ≪고려사≫의 해설이 더욱 일치하므로 앞의 견해가 더 타당성이 있다.
〔형식 및 장르적 특성〕
형식은 문학상으로는 10구체 단련(單聯)으로 되어 있으며, 악곡상으로는 속악에서 가장 빠른 템포인 ‘삼진작(三眞勺)’으로 모두 11개의 악절로 나뉘어 불렸다.
그래서 악곡상의 변화에 따라 행(行)을 구분하면 모두 11행이지만 악곡상의 제8행인 삼엽(三葉) 부분과 제9행인 사엽(四葉) 부분을 통합하여 전체를 10행으로 다루면서 문학적 형식으로는 10구체 사뇌격(詞腦格) 향가의 계승으로 간주한다.
그런데 이 작품은 사뇌가의 양식을 수용하면서도 ‘아소 님하’라는 낙구(落句)의 위치가 정통 사뇌가와 다르다는 점에서 사뇌가의 해체되는 모습을 찾을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작품의 장르를 향가에 귀속시키고 쇠퇴기의 향가 혹은 향가의 잔존형태로 처리한다.
아니면 별곡(別曲)의 양식이 나타나기 이전의 특수 형태라 하여서 전별곡적(前別曲的) 형태라 부르기도 한다. 한편, 이 노래의 제5행과 제6행의 사설이 〈만전춘별사 滿殿春別詞〉의 제3연과 의미론적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 이 부분은 당대에 유행하던 민요사설을 수용한 것으로 보아, 이 노래를 10구체 사뇌격 향가라는 기존 장르의 양식적 변용에다 당대의 유행 민요를 복합적으로 수용하여 창출한 독특한 형태로 이해하기도 한다.
〔사설 및 내용〕
≪악학궤범≫에 수록된 노래의 원문과 현대어 풀이는 다음과 같다.
① 원문
(前腔) 내님믈 그리撞와 우니다니
(中腔) 山 졉동새 난 이슷悧요이다
(後腔) 아니시며 거츠르신槪 아으
(附葉) 殘月曉星이 아犬시리이다
(大葉) 넉시라도 님은 梨倨 녀져라 아으
(附葉) 벼기시더니 뉘러시니잇가
(二葉) 過도 허믈도 千萬 업소이다
(三葉) 耿힛 마러신뎌
(四葉) 基읏브뎌 아으
(附葉) 니미 나肩悧마 니瑯시니잇가
(五葉) 아소 님하 도람 드르샤 괴오쇼셔
② 현대어 풀이
내 님을 그리워하여 울고 있더니/접동새와 나와는(그 울고 지내는 모양이) 비슷합니다그려./(그 누가 옳고 그른 것이) 아니며(모든 것이) 거짓인 줄을/(오직) 지새는 새벽달과 새벽별만이(저의 충정을) 아실 것입니다./(살아서 임과 함께 지내지 못한다면) 죽은 혼이라도 임과 한자리에 가고 싶습니다. 아―/(임의 뜻을)어기던 사람이 누구였습니까(저 자신이었습니까, 그렇지 않으면 간신배였읍니까)./(참으로) 過失도 허물도 전혀 없습니다./(임께서 죄 없는 몸이라고 용서하시고 召命하실 줄 알았더니) 말짱한 말씀이었구나.(거짓말이었구나)/(정말) 죽고만 싶은 것이여. 아―/임께서 벌써 저를 잊으셨습니까./맙소서 임이시어, 돌려 들으시어 사랑하소서. (박병채 역)
사설의 내용을 살펴보면, 처음 두 줄에서는 임을 그리워하며 울고 있는 모습이 산에 사는 접동새와 비슷하다고 하였다. 그 다음 두 줄은 자기 죄가 임금이 알고 있는 것처럼 그렇지 않으며, 참소당한 바가 허망하다는 것을 새벽달과 새벽별이 알 것이라 하였다.
그리고는 넋이라도 한데 가고 싶다고 하였던 사람이 누구였던가 따지며, 임금이 자기를 버린 것을 안타깝게 여겼다. 그래서 잘못도 허물도 전혀 없다 하고, 그 모두가 참소하는 무리들의 말일 따름이니 죽고 싶다고 하였다. 마지막 두 줄에서는 임이 자기를 벌써 잊었는가 묻고, 마음을 돌려 총애하여 줄 것을 간청하였다.
이제현은 이 노래를 〈소악부 小樂府〉라 하여 칠언절구의 한시로 그 뜻을 다음과 같이 풀이하였다. “님을 생각하여 옷을 적시지 않을 때 없으니/봄철 산 속의 접동새와 같도다/옳고 그름을 사람들이여 묻지 말라/지는 달과 새벽별만은 알아 주겠지(憶君無日不霑衣 政似春山蜀子規 爲是爲非人莫問 只應殘月曉星知).” 사설내용의 맥락을 살피면 이 노래는 신충(信忠)의 〈원가 怨歌〉와 연결된다.
자기를 돌보아 주겠다고 한 임금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음을 모티프로 하여 노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노래는 〈원가〉와 달리 원망보다는 하소연의 농도가 짙다. 자신의 위치를 아주 낮추고 버림받았더라도 임을 그리워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음을 강조했다.
어떤 이는 이 노래가 옛날부터 내려오던 민요인 속가(俗歌)에서 6구체 형식을 이어받아 무가적(巫歌的)인 성격을 지닌 형식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음악적 성격〕
≪세종실록≫ 세종 1년(1419) 정월조에 의하면 진작(眞勺)에는 만조(慢調)·평조(平調)·삭조(數調)가 있다 하였고, 후전진작(後殿眞勺)의 이름으로도 쓰이며, 속악 조명(調名)이라고도 하였다. 진작은 ‘進酌(진작)’·‘進爵(진작)’, 즉 잔치인 주연과 관계가 있는 듯하다.
≪대동운부군옥≫에 의하면 “진작에는 일(一)·이(二)·삼(三)·사(四)가 있는데, 일진작이 가장 느리고, 이·삼·사는 이에 버금한다.”라고 되어 있어 일진작은 가장 느리고, 이진작·삼진작·사진작으로 내려가면서 점점 빨라지는 형식임을 알 수 있다. 이를 진작사체(眞勺四體) 또는 진작사체사성(眞勺四體四聲)이라고도 한다.
≪대악후보≫에 전하는 악보를 해독하여 보면 진작 일·이·삼에는 가사를 얹어 노래를 부르지만, 사는 장단과 가락이 반으로 축소된 까닭에 가사를 붙일 수 없고, 따라서 음악만 연주하게 되어 있다. 전통음악의 형식에 있어서 일·이·삼·사는 만조·평조·삭조 또는 만기(慢機)·중기(中機)·삭기(數機)로 쓰기도 한다.
현재의 곡조 가운데서 옛 형식을 갖춘 것에도 〈영산회상 靈山會相〉중 상영산(上靈山:긴영산)·중영산(中靈山)·세영산(細靈山:잔영산)·가락덜이의 형식과 산조의 진양조(긴조)·중몰이·잦은몰이·휘몰이의 형식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는 옛 형식을 복고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일·이·삼, 만(慢)·평(平)·삭(數), 만(慢)·중(中)·삭(數)은 다음 곡으로 내려가면서 속도가 빨라지고 복잡한 가락에서 점점 성긴 가락으로 변하는 점이 특징이다.
≪참고문헌≫ 世宗實錄, 大東韻府群玉, 大樂後譜, 樂學軌範, 高麗歌謠語釋硏究(朴炳采, 宣明文化社, 1968), 鄭瓜亭歌新硏究(權寧澈, 螢雪出版社, 1970), 鄭瓜亭의 情緖와 空間(李慶姬, 高麗詩歌의 情緖, 開文社, 1986), 鄭瓜亭의 綜合的 考察(梁太淳, 한국고전시가작품론1, 集文堂, 1992), 音樂的 側面에서 본 高麗歌謠-鄭瓜亭을 중심으로-(梁太淳, 高麗歌謠硏究의 現況과 展望, 成均館大學校 人文科學硏究所, 1996).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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